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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음악 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4
최근연재일 :
2023.06.04 01:0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60
추천수 :
14
글자수 :
55,590

작성
23.05.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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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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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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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 자와다 이타지

DUMMY

“크어! 취한다!”


웹 커뮤니티에만 가봐도 걷어차일 정도로 많이 보이는 인생 실패자 배진동. 코인이나 영끌로 망한 건 아니다. 그냥 어쩌다보니 서서히 이렇게 됐다.


게임 회사 마케터로 먹고살던 어느 날 회사가 망했다. 내 직장이 없어졌다는 사실조차 점심을 먹던 구내식당에 나오는 뉴스로 알게 됐다.


이직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들어는 봤는가. 원목대 모바일 게임학과라고. 예상하듯이 지잡대 듣보잡 출신이다. 그나마 같은과 선배랍시고 가오잡는 인간이 뭐좀 해보겠다고 차린 회사에서 급하게 만든 게임 열심히 스토리텔링도 해보고 홍보도 해봤는데. 결과는 이랬다.


어쨌든 경력이 있으니 비슷한 좋소 게임회사나 제조업 홍보팀 같은곳 뚫어볼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이상하게 나의 발길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밴드 모집 전단이었다. 물론 그게 내 인생을 이리 지독히도 꼬아놓을지 알 턱이 없었다.


“아이돌보다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인들이 있죠. 더 이상 인디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흥행 질주의 아이콘 크립토나잇!”


「내말을 들어줘. 제발좀 들어줘. 외침은 사라져. 사람들 속에서~」


“어? 저기 멤버가 바로 나였다고요!”


“어이 거기 김씨! 좀 조용히 좀 하소.”


“뭐라구요? 난 김씨가 아니고 배씨라고요. 배진동!”


“노숙자 처지에 말이 많아. 김씨면 어떻고 노씨면 어때? 이름은 잘 어울린다. 냄새가 진동을 하니까.”


어쩌다보니 노숙자까지 되었지만 내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는 엄연히 크립토나잇의 베이시스트였다. 더군다나 저렇게 인디를 넘어 흥행의 아이콘이 되기까지는 8할이 나의 공이었다고 봐도 된다.


왜냐면 나는 지잡대치고는 마케팅실력이 꽤, 아니 많이 좋았기 때문이다. 무료 공연장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따위의 발로 뛰는 홍보나 하는 지하 밴드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야기를 만들고, 유명인들과의 사건을 엮어서 어울렸다. 그렇게 브랜드가치를 만들었다.


우리는 무엇을 하든 기승전결이 있었고, 프로젝트의 끝엔 반드시 얻어내는 것이 있었다. 삽질하지 않고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나의 합류 후 최단기간 DLC레코드와 계약했다. 인디계열의 SM이라 부르는 곳이었으니 승승장구는 시간문제였는데. 이 모든 기획자이자 밴드의 브레인이었던 난 DLC와 계약한 그날 크립토나잇에서 해고됐다.


※ ※ ※


“형. 도대체 그게 무슨 개소리야?”


“잘 들었잖아.”


“그게 말이 안 되잖아. 내가 회사랑 계약이 안되다니.”


“베이시스트는 새로 뽑을 거야.”


“형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여기까지 올린 게 누구 덕인데!”


배진동이 멱살을 잡은 형이란 사람은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 이미성이다. 바로 그가 DLC레코드와의 계약 당일날, 그것도 회사 임직원들과 함께 하는 회식자리에서 해고통보를 한 것이다.


“그러게 베이스 연습 좀 하지 그랬냐!”


적반하장의 형의 모습에 진동은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맞는 말이었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음악에 소질이 없다.’


베이시스트로서의 기본만 보자면 진동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베이시스트로 ‘먹고 살기 위해선’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그의 실력은 정확히 주어진 악보대로만 틀리지 않고 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수준 이상의 변화무쌍한 악보라던가, 곡을 어레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라던가, 즉흥적으로 기타리스트나 베이시스트와 대결할 수 있는 순발력은? 제로였다.


“백번양보해서 네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곡 능력이라도 있냐?”


“···.”


안 그래도 인기 없는 밴드 안에서 흥행을 하려면 수준 이상의 실력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야했다. 크립토나잇이 언더에서 그나마 돌풍을 일으켰던 것은 전략적인 홍보였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버티기 위해선 탄탄한 기본기를 뛰어넘는 확실한 실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진동은 그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과 함께 술잔을 들이켰다. 그것이 크립토나잇에서의 마지막 한잔이었다.


배신과 실직은 생각보다 타격이 컸다.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믿었던 희망의 끈이 떨어져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처음 일주일은 술에 빠졌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다른 밴드나 지인들에게 여기저기 베이시스트로 지원했다. 페이를 받으며 객원을 나가기도 하고 라이브카페 악사를 하기도 했지만 단발성 아르바이트일 뿐이었다.


통장의 계좌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월세살던 방을 빼서 고시원으로 옮겼다. 고시원이라고 더 싸진 않지만 당장 보증금이라도 확보할 수 있으니까.


‘설마 보증금 다 쓰기 전까진 다른 밴드를 구할 수 있겠지.’


밴드가 구해지면 멤버들이 사는 숙소에 얹혀살기라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얼토당토 않은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어떤 밴드에서도 그에게 손 내미는 곳은 없었다. 보증금은 다 떨어졌다.


정신이 번쩍 들어 그때부터 다시 취직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서른이 넘어 마케터도, 베이시스트도 아닌 지잡대출신 배진동을 불러주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금은 길바닥에서 노숙자와 말다툼이나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지금 말 다했어요?”


“네가 크립토나잇이면 나는 왕년에 송골뫼였다 이 자식아. 기타만 메고있으면 다 가수냐?”


“기타 아니고 베이스라고요.”


지금 티격태격하는 사람은 사실 진동과 길거리에서 가장 친한 사람이었다. 이름은 구태연. 40대 후반쯤으로 왕년에 유명한 권투선수였다는데 믿을 구석은 없었고, 처음 서울역에 들어선 진동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길바닥 인생은 매일이 전쟁이었다. 구걸한 돈이나 구호품으로 들어오는 끼니를 지켜야한다. 이유없이 쥐어터지는 날도 많다. 지나가다 부딪힌 여자의 남자친구가 때린다거나, 같은 노숙자들끼리 인사를 안 한다는 이유로 구타당하기도 한다.


“어이 배씨.”


그런데 오늘 밤은 조금 이상했다. 자고있던 진동을 깨운 어떤 사람. 얼핏봐선 노숙자처럼 보였으나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노숙자가 아니다.


노숙자들끼리는 정확한 성씨가 아니라 김씨나 노씨라고 부른다. 무엇보다 눈빛에서 그런 살기가 나오지 않는다.


“지금 베고 있는 거 비싼거지?”


“이건 절대 못줘요.”


“어차피 소리도 못 내는 거 필요없을거야.”


진동은 무서웠지만 용기내서 말했다. 크립토나잇의 첫 단독 콘서트가 만석으로 끝난 날 미성 형님이 사준 베이스였다.


뒤늦게 사태를 눈치챈 구태연이 지하보도 멀리서 뛰어오며 외쳤다.


“그냥 줘버려!”


“이건 절대 못 주...!”


「푸욱.」


푸욱? 이건 장르가 다르잖아. 하는 생각을 할 때 배에 뜨거운 느낌이 났다. 눈앞이 흐려진다.


의외였다. 무섭거나 고통스러울 줄 알았는데. 놀랍도록 후련하다. 하긴 이딴 인생에 미련을 두는게 더 이상한거다. 죽음이 무서우니 삶을 연명했던 것일 뿐.


교통사고도, 자살도 아니고 칼이라니. 노숙자주제에 꽤 장렬하게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그렇게 안 오던 잠이 미친 듯이 쏟아진다.


‘그래도 베이스 뺏긴 건 미성 형한테 미안하네.’


※ ※ ※


칼에 찔리고 잠시 뒤 눈을 떴지만 이등병 군생활만큼이나 앞이 깜깜하다. 여기가 저승이란 곳인가?


“오-이-오-이! 정신이 들었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놀라운 것은 그게 일본어인데도 내가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누구세요? 여긴 어디에요?”


“그런 것까지 말할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하지. 내가 힘을 빌려줄테니까 계약하나 하자.”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전개인데? 설마 악마나 마족?


“이거 옛날에나 유행하던 내용인데.”


“엣? 난다? 뭐라고?”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나저나 힘이라뇨? 악마와의 계약 뭐 이런건가요? 대가는요?”


“오마에... 무슨 소릴 하는거야? 난 그냥 귀신이라구. 지구에 한이 많은.”


“그럼 빙의인가요?”


“엣? 그것도 아니야. 네 몸에 내가 들어가서 내 의지대로 마음대로 할 순 없어. 난 순전히 힘을 빌려주고 대신 부탁을 몇 개 하는거지.”


상당히 좋은 조건이잖아? 나는 슬슬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면 가장 좋겠다. 인생은 역시 로또지.


“제가 어떤 힘을 쓸수 있는데요?”


“베이스를 조또 이빠이 잘치게 된다!”


“우웩!”


“맛떼. 잠깐... 우웩이라니?”


상당히 구리다. 베이스를 잘치는 능력따위라니.


“그게 뭐야. 아 몰라 그냥 죽을래!”


이미 노숙하면서 칼까지 맞은 상황에 베이스 잘 치는게 대수냐고. 심지어 베이스를 잃어버리기 까지 했는데.


‘에휴. 어쩐지 내 인생에 웹소설같은 대박 하나 나오나 했다.’


“오이오이. 오마에 와타시를 무시하는데. 이래뵈도 내 베이스 실력은 고급수준. 아니, 월도 크라스다요.”


월드클래스. 도대체 누구길래 구천을 떠도는 귀신 주제에 저런 자신감을 갖고 있는 걸까?


“도대체 당신이 누군데요?”


“이타지. 자와다 이타지.”


놀라자빠졌다. 만약 몸이 있었다면 엉덩방아를 찧었을 정도로.


“장난하는거 아니죠?”


“틀림없어. 이 몸이 바로 에스의 자와다 이타지란 말이다.”


“계약. 하겠습니다.”


그 순간 어둠속에 빛이 내려오며 두 사람을 비췄다. 한쪽은 마케팅만 잘하는 베이시스트 배진동. 나머지 한쪽은 에스, 그러니까 지금은 에스 재팬으로 불리는 그룹의 멤버였던 자와다 이타지였다.


“그럼 내 부탁을 들어줘.”


“부탁이 뭔데요?”


“내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밝혀줘.”


억울한 죽음이라니? 혼란스러웠다. 그는 발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난동을 피워 유치장에 갇혔고,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거기서 자살한 사람 아니었던가.


‘지금 내가 깨어난다고 해도 앞가림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 죽음에 대한 수사까지 할 여력이 될까?’


그때 이타지의 말이 나를 재촉했다.


“오마에 시간이 별로 없어. 지금 이 시간에도 네 몸은 죽어가고 있다고.”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이타지의 손을 잡았다. 그래. 인생 두 번 사는 것도 아닌데 단 한가지 분야라도 최고가 되보고 죽어보련다.


“계약 체결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오랜만에 써보네요.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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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운명 천하연 23.05.12 39 1 11쪽
2 #2. 은인 구태연 23.05.11 44 1 11쪽
» #1. 자와다 이타지 +1 23.05.10 8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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