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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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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
작품등록일 :
2011.11.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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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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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0.01.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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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사냥이야기 61 - 충돌 그리고 폭발 b

DUMMY

밭에서 자라는 옥수수가 드넓은 농장을 꽉 메웠다. 보름 정도만 지나면 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숲을 끼고 곳곳에 드러난 농토 위로 무성하게 자란 옥수수가 싱싱함을 자랑했다. 높은 지대에 첨성주(尖城柱)가 세워져 농부들의 숙소가 보였다. 숲을 의지한 반란군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첨성주 너머로 보였다. 북천세가와 자부세가의 병력이었다. 나머지 반란군은 후미에서 제국군에 걸려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며 바짝 쫓아 달려오는 중이었다.


성 밖은 위험했다. 그래서 첨성주가 세워진다. 다섯 가구가 사는 작은 첨성주도 있었고 오십 가구를 넘는 마을 크기의 첨성주도 성 밖에 자리를 잡는다. 대체로 첨성의 주인은 자유기사에 준한 자이다. 농사를 짓고 싶다면 적당한 땅을 관청이나 영주에게 신고하면 된다. 몬스터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성 밖에서 농사를 지어 풍년이면 목돈을 손에 쥐게 된다. 농사를 짓는 주인에게는 아쉽지만 반란군과 제국군이 숲과 옥수수밭을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이었다. 북산군에서의 치열한 혈전 끝에 시작된 추격과 공격은 청정백작령을 지나 만보후작령까지 도착했다. 이웃한 대초후작령을 가르는 덕송강을 넘는다면 중경이었다.


청야산에 근거지를 둔 백호대는 북천세가와 전투를 벌이자 씁쓸함이 강했다. 북천세가와 청야세가는 드래곤군단을 함께 막았던 동료였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으로 만났기에 반가운 얼굴을 보아도 고개를 외면해야 했다. 서로 얼굴을 보는 순간, 차마 검을 찌르지 못했다. 될 수 있으면 얼굴을 보지 않으려 했다. 벌써부터 전우 몇몇은 친했던 기사를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죄책감에 후미로 빠졌다. 북천세가의 기사도 마찬가지의 심정이었다. 명령하기에, 반란군이 되었기에,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기에 마갑대검을 휘둘렀다. 다른 세가와 마주했다면 다행일 텐데 북천세가를 쫓을 실력의 기사단은 근처에 백호대뿐이었다. 북천세가와 사이가 좋지 않던 청야세가를 찾았지만 뒤에서 다른 반란군을 공격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통신 연락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다행이었다. 총단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공격하지 말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방어하라는 내용이었다. 군부총통이 직접 온다는 말에 다른 기사대에 맡기지 못하고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 다른 기사대가 북천세가를 맡는 순간, 추격과 공격은 다시 시작되었다.


``씨발, 인생 엿 같네.... 뭐 이딴 개같은 경우가 다 있어."


어느 노장의 음울한 외침이 싱그러운 풀냄새를 자극하는 옥수수밭 위로 떨어졌다. 몇 일에서 몇 달이 걸리지 모를 눅눅한 슬픔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할 거 같았다.


태양은 오늘 따라 유난히 빛났다. 날씨가 흐리거나 안개라도 짙었다면 발광하기 직전의 괴로움은 희석되었을 것이다. 음울하게 젖어 있는 기사들의 기분은 몰라주고 길죽한 옥수수잎은 태양빛을 눈부시게 반사했다. 여차 잘못 건드는 놈이 있다면 폭발한다에 노름하려고 준비한 판돈을 한꺼번에 걸 수 있었다.


짧은 휴식이 끝나고 반란군이 움직이려고 했다. 북천세가의 수라대가 움직이려고 했다. 백호대를 책임진 원소군 백작은 입을 꽉 다물고 손을 들어 이동할 것을 지시했다. 기사단 일곱이 음울함과 독기에 젖어 수라대를 주시했다. 제발 움직이지 말아줘를 속으로 맹렬하게 외쳤지만 닿지 않았다. 그들이 한 발자국씩 다가왔다. 그들이 중경을 전복하기 위해 다가왔다. 어제의 친구가 친구의 목숨을 노리고 다가왔다. 빌어먹을 세상이었다. 기사가 된 것을 후회하기는 처음이었다.


음울하게 서로를 보았다. 공격 명령을 기다리며 상대를 응시했다. 그곳에 북천세가주 장호치가 있었다. 북천세가의 기사단과 제국군의 기사단이 그를 주시했다. 방어하려는 자와 돌파하려는 자가 북천세가주 장호치를 노려보았다. 그의 손이 하늘로 올라갔다.


``중경까지 쉬지 않고 달려간다!"


북천세가주의 외침이 하늘을 갈랐다. 곧이어 누군가 말했다. 그 소리가 평야를 잔잔하게 메아리쳤다.


``달려서 뭐하게?"


소리는 언덕 너머에서 들려왔다. 마갑기의 머리가 드러나고 몸이 보였다. 그 뒤로 수천 대의 마갑기가 언덕을 넘어 대오를 정렬한 채 포위망을 좁혔다. 숲의 능선을 따라 해바라기 농장으로 꾸민 밭은 드러난 마갑기로 인해 고개를 숙였다. 수백 미터는 넘을 거리를 걸어오는데 은청색으로 빛나는 마갑기와 뒤를 쫓는 백여 대의 마갑기는 유난히 돋보였다.


새로운 마갑기들이 숲과 숲 사이를 막아서자 북천세가 수라대는 방어망을 구축했다. 결사의 항전을 다짐하며 공격으로부터 오는 충격에 대비했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자부세가와 정무세가를 불렀다.


오전부터 모이기 시작한 반란군은 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자 큰 무리를 형성했다. 그동안 별도의 명령을 받은 제국군은 포위망을 구축한 채 침묵하거나 후미에 있는 반란군을 북천세가 쪽으로 몰았었다. 곧장 전투가 시작되리라 예측했었다. 그렇지만 기묘한 휴식 아닌 휴식이 늦은 오후까지 주어졌다. 나중에는 마갑기를 세워둔 채 사적인 일을 보는 지휘관도 생겼다. 전투가 벌어지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마갑기의 시동은 꺼지지 않았다.


바람이 불자 싱그러운 풀냄새가 물씬 다가왔다. 반란군 수뇌부가 모여서 정신없이 통신을 주고 받을 때, 철장패는 걸었다. 제국군과 반란군이 대치한 곳으로 겁없이 나섰다. 은청색의 마갑기가 나오자 모든 시선이 쏟아졌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 반란군을 오연히 보았다.


``내가 철패왕의 후예이다."


잔잔한 목소리가 주변 평야를 진동시켰다. 지겨웠던 그리고 초조했던 시간을 갖가지 행태로 해소하던 기사들이 동작을 멈추었다. 제국군과 반란군은 운명의 시간이 왔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전투로 어느 한쪽은 죄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갑자기 평야는 초긴장 상태로 빠졌다. 군장에서 붕대와 연고를 꺼내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음료수와 전투식량을 패밀리어 마법진 가까이에 있는 통에 넣었다. 어느 기사는 소중하게 간직했던 애인의 손수건을 어깨에 매거나 목에 걸었다. 애인의 팬티에 입맞춤을 한 다음 바지 위에 입는 기사도 있었다. 당차게 입은 제복을 벗어던지거나, 신을 믿는다면 신의 상징을 들고 키스했다. 벌써 준비를 마쳤던 기사들은 술이 든 물통을 한 모금 마셨다. 가볍게 입가심하고 던졌다. 싸우는 중에 술을 마시는 건 위험했다. 정확하게 상대를 타격하지 못했다. 싸우기 전에 한 모금은 긴장을 풀었다. 다시 한 모금을 할 때는 전투가 끝난 다음이리라. 그때까지 살아 있기를 소원했다. 살기 위해 마지막 꼼수까지 동원해 최면을 걸었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전투 준비를 마무리했다.


아수라의 후예 북야독각이 움직였다. 그의 발걸음이 중앙을 향해 나아갔다. 마갑기의 머리에 외뿔이 달렸다. 칙칙한 암청색 바탕에 노랗고 빨간 점박이가 마갑기의 전신을 누볐다. 기묘한 마갑기였다. 아수라의 후예들이 전승으로 타는 마갑기였다. 거력금강의 후예 두아푸도 9미터의 마갑기를 타고 접근했다. 쌍부(雙斧)를 뒤춤에 찬 채 지면을 쿵쿵 울렸다.


철장패는 거력금강의 후예를 보는 순간 일이 꼬였다는 걸 직감했다. 무리 속에 있을 때는 가볍게 생각했는데 가까이 올수록 잘못 처리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겁화령의 시각으로 보자 그는 마족이었다. 지옥겁화력이 아닌 흑마력이었다. 지옥겁화력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속성이 있다. 그에 반해 두아푸의 암갈색 흑마력은 끈끈한 점액질처럼 유동했다. 마수가 아닌 마족을 보게 될 줄이야 예상하지 못했었다. 마족은 분명히 자령산맥에 있다고 들었었다. 그곳에 데몬족이 있다면 이곳의 마족은 다른 마족이었다. 장동수의 마갑기에 올라탄 하량에게 말한다면 벌벌 떨면서 울지도 모를 사건이었다.


긴장한 반란군을 향해 선언했다.


``이곳에 마수가 있다. 마수부터 잡고 싸우더라도 싸우자!"


북야독각은 멈추었는데 두아푸는 철장패의 입을 막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한 줄로 서서 대기한 스물다섯 명의 청동거인족마저 예상 밖의 마수였다. 건들면 벌집이었다.


``헐헐헐, 잡소리는 집어치워!"


``그대는 마수라도 되는가? 마수가 아니라면 한쪽으로 비켜라! 그대의 부하들을 데리고 얌전히 구경해라! 만약 그대가 마수라면 방해해도 좋다."


이 자리에서 마족이 진정한 정체를 드러낸다면 난감했다. 이곳에는 늑대마인 우쿠바도 없었다. 혼자 잡을 수도 없었다. 힘을 합쳐야 할 장동수와 듀마는 두 달밖에 되지 않아 무기에 지옥겁화력을 담지 못했다. 진퇴양난이었다. 잡을 수도 없는데 막아야 했다. 그나마 바라는 건 곱게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었지만 바보 같은 희망사항이었다. 지휘관으로서 난처한 입장이면서 개인적인 욕망으로는 싸우고 싶다는 투지가 가슴 속에서 불길처럼 일어났다. 투지를 세울 수 있는 존재가 눈앞에 있다는 자체로 행복했다.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철장패의 눈동자에 전염이 된 건 두아푸였다. 스멀스멀 두 개의 도끼를 휘두르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날카로운 바람과 뜨거운 콧김이 저절로 일어났다.


철장패는 피하는 와중에 단봉과 월아도를 합쳐 참마월아도를 완성시켰다.


``그대도 마수였나?"


굉렬하게 터지는 한마디에 청동거인족을 이끄는 두아푸는 쏟아지는 시선에 뒷머리가 근질거렸다. 서둘러 허둥거리며 대답했다.


``내가 마수라니... 마수가 아니다!"


확정적으로 말한 두아푸는 휘두르던 도끼를 멈추었다. 사방에서 구경하는 기사들의 시선이 약해졌다.


``그럼, 저기로 가서 부하들과 함께 가만히 있어라."


싸늘하게 그리고 힘있게 다가오는 박력에 두아푸는 저도 모르게 철장패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두 발자국을 걷다가 적장의 명령을 스스럼없이 따랐다는 생각에 발을 멈춰 외치려고 했지만 철장패의 시선은 벌써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뻘쭘해진 두아푸는 철장패를 보다가 찝찝한 마음으로 부하에게 걸었다. 그제야 기사들의 시선이 온전히 거두어졌다.


상황이 이상해졌다. 북천세가주 장호치는 위험해졌다는 걸 감지했다. 그건 같은 마수라면 서로의 시선 속에서 느꼈다. 적장의 입에서 엉뚱한 소리가 나오기 전에 막아야 했다.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나섰다. 북천세가주를 따라 몇몇 마수들이 호응했다. 그 뒤로 호종하는 기사들이 쫓았다. 멈춘 기사들의 시선 속으로 유난히 나서는 세가의 가주와 대공자는 어색하면서도 시선을 잡아끌었다. 시기가 묘한 때였다.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수작은 멈춰라! 군부총통의 수작에 넘어갈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북천세가주의 외침이 터지자 반란군의 기사들은 저도 모르게 마갑대검을 굳게 쥐었다. 당장이라도 공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달릴 준비를 갖추었다. 반란군의 기세가 돌변하자 제국군도 긴장했다.


``그만 와! 여차하면 일기토 대결을 펼치려는 나에게 팔백 명은 너무 많다. 협공할 작정이면 백 명 정도 빠져라."


이웃 사촌에게 말하듯 가벼운 말투였다. 긴장된 가슴에서 저절로 웃음이 비집고 나오려고 했다. 굳게 쥐었던 마갑대검을 느슨하게 놓았다. 눈동자만큼은 흥미진진한 장면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았다.


제국의 군부총통, 그가 손을 올렸다. 언제 대기했는지 모를 열 명의 마법사가 하늘에서 날아왔다. 그리고 제국군의 선두 그룹 상공에서 멈추었다. 이어 평야를 울리는 목소리가 숲과 농장을 장악한 기사단 위로 잔잔하게 쏟아졌다. 속삭이는 외침은 멀리 있는 기사에게까지 들렸다.


``7서클 열 명의 마법사가... 디스펠 매직을 시전하겠다. 디스펠 매직은 너희들도 종종 보았을 것이다. 그 마법을 지금 펼치겠다. 엉뚱한 마법을 펼친다고 경계할 필요는 없다. 잠시 후에, 인간으로 변신한 마수는 본래의 몸으로 돌아간다. 시작하라!"


북천세가주는 뛰었다. 이상한 짓을 벌이기 전에 막으려 했지만 뛰다가 멈추었다. 뒤에 남은 호종기사들이 싸늘한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인간을 보는 시선이 아닌 몬스터를 보는 눈초리였다. 몇몇 인간들도 앞으로 나서다가 철장패에게 다가서려는 동작을 멈추었다. 이상한 분위기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그들에게, 디스펠 매직이 광대하게 퍼지며 일직선으로 덮쳤다. 그 광선은 청동거인족이 선 자리를 아슬아슬하게 비켜섰다.


``인간 따위에게 들키다니! 크아아악!"


인간이었던 북천세가주의 몸에서 새까만 기운들이 마구 뿜어졌다. 잇달아 주변에서 같은 현상이 보이자 거대한 공동이 형성되었다. 반란군 사이에 당혹, 허탈감, 분노, 비통함이 솟구쳤다. 생각하기도 싫은 장면을 목격했다.


``자랑스런 제국의 기사들이여~~~ 반란을 일으킨 주동자는 마수였다! 그 사실이 억울하지 않는가.... 인간이 마수의 꼭두각시로 변하다니, 창피한 일이다!"


서른다섯 마리의 마수가 온몸을 드러내며 변신하고 있었다. 당장 달려가 잡아야 마땅했지만 충격에 휩싸여 눈동자가 커진 채 또렷이 보기 바빴다. 믿기지 않는 현실을 확인하기 바빴다. 가주가, 대공자가, 장로가, 기사단장이 마수였다.


``너희들의 가주가 마수에게 죽었다. 너희들의 대공자가 억울하게 죽었다. 이제부터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 그러니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서라!"


맹렬한 호통이 군부총통의 입에서 터졌다.


``오늘 밤, 너희들의 죄는 황제 폐하의 선언으로 용서가 된다. 그렇다고 너희들의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수라대, 광룡대, 정무대, 자부대, 천부대, 적포대에게 엽마군에서 활동할 것을 명한다. 남은 기사는 고향으로 돌아가라. 앞으로 싸울 마수와의 전쟁을 대비하라. 지금처럼 가주와 대공자의 죽음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 오늘의 일을 잊지 마라."


이어서 터지는 말에 반란군은 불안했던 마음과 당황스럽던 감정이 점점 잦아들었다. 비통함에 어쩔 줄 몰랐다. 아무 생각없이 듣다 보니 일시에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된 후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슴이 후련했다. 막혔던 속이 시원하게 뚫렸다. 반란군이기에 싸울 수밖에 없는 사실에 암담했던 기사와 좌절감에 미칠 것 같던 기사들이 눈을 번쩍 떴다. 살 수 있다는 희망과 막막했던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분노를 온전히 마수에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럴 수 없다! 인간 따위에게 이런 모욕을 당하고 떠나게 내버려둘 줄 알았나? 이 자리에 있는 인간들은 모두 죽는다! 살아서 돌아갈 인간은 죽은 자밖에 없다. 겁없는 인간들이여~~~ 마수에게 도전한 것을 후회하라!"


완벽하게 변신한 서른다섯 마리의 마수가 고개를 들고 울부짖었다. 그 소리가 평야를 메우고 하늘을 울렸다.


그 모습이 마법중계막을 통해 제국 전체에 드러났다. 광폭하고 잔인한 마수의 얼굴에 경기장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마법사의 등장과 디스펠 매직이 터지는 순간부터 경기장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았다. 하량의 감독 아래에 인간에서 마수로 변하는 장면이 숨어서 찍는 통신마법사의 손을 거쳐 경기장에 앉았던 대신과 귀족에게 중개되었다. 숨 막히는 광경을 관객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외면하지 못했다.


``누나 누나, 우리나라로 돌아가자. 무서워!"


마야왕국의 오왕자가 벌벌 떨었다. 삼공주와 사공주마저 서로 부둥켜 안고 꼼짝하지 않았다. 저절로 입이 떨렸다. 견디지 못해 비명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그때 군부총통의 목소리가 마법중계막을 통해 울렸다.


``복마지존에 도전하는 서른다섯 명은 앞으로 나서라."


서른다섯 대의 마갑기가 화면에 잡혔다. 어깨와 다리를 풀며 한 명씩 나서는 장면을 보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벌떡 일어나 연신 함성을 내질렀다. 목이 쉬도록 힘차게 외쳤다. 한 목소리가 되어 부르짖는 함성에 경기장이 무너질 듯 들썩였다.


``복마지존! 복마지존! 복마지존! 와아아아~~~ 이겨라!"


두려움이 컸던 만큼 메아리는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두려워 벌벌 떨던 삼공주마저 환호하며 소리쳤다. 인간 대 마수의 격투가 벌어졌다. 죽을 위기에 처하면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강렬하게 한 대라도 때리면 기뻐서 난리법석을 떨었다. 빽빽하게 둘러싼 기사들에게 결국에 마수가 죽는다는 걸 믿기 시작했다. 서른다섯 마리였지만 복마지존에 도전하는 단 한 명의 마갑기로 마수와 대등하게 싸우자 용기백배해졌다. 이제는 환호성을 지르며 심심풀이로 군것질까지 하는 관객마저 생겼다. 방금 전까지 두려웠던 기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감자튀김을 입에 넣으며 동그랗게 변한 눈동자로 관람했다.


경기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제국에 자부심을 느꼈다. 외국에서 온 귀족들은 제국에 대해 경외심이 솟구쳤다. 제국에 사는 사람들은 눈으로 보는 장면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외국 사람들은 피난처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수와 홀로 싸울 수 있는 나라, 그 땅이 패제국이었다. 마수에 대해 공포를 느꼈던 백성들은 자부심과 긍지를 가졌다. 마수들이 쏟아져도 겁날 거 없다는 당찬 자긍심이 피어났다. 복마지존에 도전하는 기사의 고군분투를 보며 함성과 안타까움을 연발했다. 가슴 속에 새록새록 위대한 제국에 산다는 자부심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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