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관해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관해
작품등록일 :
2011.11.10 19:59
최근연재일 :
2015.12.11 00:45
연재수 :
296 회
조회수 :
2,954,577
추천수 :
22,779
글자수 :
2,466,673

작성
10.01.16 21:54
조회
7,635
추천
62
글자
11쪽

사냥이야기 59 - 충돌 그리고 폭발 4

DUMMY

몬스터까지 잡아먹는 늑대 종류를 통틀어 혈랑이라고 부른다. 굳이 털의 색하고 상관이 없었다. 혈랑이 주로 먹는 몬스터가 괴두도마뱀이다. 괴두도마뱀은 비위가 강한 사람이라면 먹을 수 있다. 그 맛이 닭고기와 비슷해서 코를 찌르는 악취와 입안에서 뽀드득 씹힐 때의 기묘한 느낌만 이겨낼 수 있다면 제법 먹을 만하다. 송아지만 한 괴두도마뱀의 피가 일반적인 몬스터의 녹즙 색과 다른 오렌지 색이다. 괴두도마뱀의 내장부터 먹는 늑대 습성 때문에 온몸에 피를 칠한 듯이 보여 혈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혈랑들의 공통점은 귀가 찰싹 붙고 엉덩이의 꼬리가 유난히 길다. 일반 늑대의 두 배 정도이다. 속설에 불과했지만 괴두도마뱀을 먹어 꼬리가 길어졌다는 이야기가 동네 노인들의 입담을 통해 제법 전해진다.


늑대인간은 산을 터전으로 삼았다. 패제국에 사는 늑대인간일수록 산에서 살았다. 그 중에 혈랑을 자신의 성으로 삼은 늑대인간 종족이 있다. 레드울프 씨족이었다. 근래에 들어 레드울프들은 함부로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았다. 다니더라도 꼭 무리를 지어 행동했다. 마수의 출현으로 마을 부족민들이 종종 행방불명이 되었다. 꼭 밖으로 나갈 작정이면 혈랑 다섯 마리는 데리고 다녔다. 늑대인간보다 혈랑의 코가 예민했다. 청각마저 넓어 위험하다 싶으면 으르렁거리기에 혈랑을 끌고 다녔다.


늦은 밤부터 혈랑들이 으르렁거렸다. 평상시라면 주인을 쫓아 잠에 취할 시간인데 연신 귀를 쫑긋 세우며 고개를 돌렸다. 자령산맥의 깊은 산골 쌍봉산 기슭에 터를 잡은 늑대인간 부락민들은 뜬금없이 잠을 설쳤다. 그리고 7미터의 거체가 마을 목책을 무너뜨리면서 피의 학살이 벌어졌다. 싸움이라고 할 것도 없이 도륙을 당했다. 도망친 몇몇을 제외하고 스물아홉 가구의 집이 무너졌다. 7미터의 거구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지붕부터 부순 탓이었다.


온몸이 까맣다. 길게 등뒤에 난 갈기마저 달빛에 잠시 보이다가 사라졌다. 거구의 그림자만 어둠 속에서 움직였다. 스물아홉 가구에 살았던 늑대인간 백 명 가량을 도망치지 못하게 먼저 죽였다. 마을 공터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늑대인간을 송곳니로 천천히 물어뜯었다. 개구리 뒷다리를 불에 구워 맛있게 먹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눈망울로 늑대인간을 씹어먹었다.


주인을 잃은 혈랑들이 으르렁거렸다. 거구의 주위를 에워쌓으며 분노를 표현했다. 연신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혈랑들에게 짜증이 솟구친 흑색갈기 데몬족 바치는 하늘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내며 울부짖었다. 초원의 사자처럼 굉렬하게 터지는 제왕의 기세에 왈칵 겁을 먹은 혈랑은 삽시간에 사방으로 도망쳤다.


데몬족 바치는 같은 마족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수하들을 만들어 인간의 나라 곳곳에 퍼뜨렸건만 마족에 관한 소식은 없었다. 다른 마족과 마주치기 전에 조금 더 강해져야 했다. 다른 마족과의 숭고한 의식을 치루기 전에 강한 인간들을 많이 먹어야 했다. 그 피와 뼈는 자신의 힘이 되었다. 이왕이면 중간계로 소환된 천족을 우연히라도 보고 싶었다. 그 날개와 피가 소문처럼 사실인지 궁금했다. 듣기에는 천족의 날개는 사탕처럼 맛있다고 했다. 그 피는 마족의 혈정보다 강한 힘을 얻게 해준다고 마계 남작이 말했었다. 상상만으로 입맛이 동한 데몬족 바치는 입으로 뜯는 늑대인간을 더욱 왕성하게 씹었다.


자령산맥 깊은 산에서 어느 마족이 식사하는 동안, 철장패는 밤바람에 노출되어 수영복 차림으로 음료수를 깔짝거렸다. 데몬족 바치가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미소를 지을 때, 철장패는 컵을 집사에게 건네고 달밤에 호수 속으로 뛰어들었다.


달만 환하게 떠서 외롭고 고요한 밤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호수 속으로 뛰어든 적이 있나. 한 달에 한 번은 호수에 사람이 빠져 죽는다는 소문마저 알고 있다면 어두운 밤의 호수에서 수영한다는 건 묘한 두려움을 갖게 한다. 발 밑에 거대한 룡이 헤엄치며 지나다가 심심파적으로 발을 붙잡고 당길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한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공존하며 물살을 가르게 된다.


철장패는 물속으로 잠수한 상태에서 백팔연격타를 연습했다. 발바닥을 지지하는 땅이 없어 매순간 쉽지 않은 기술 연결이 필요했다. 다리를 뻗고 걷어차는 동작 하나하나가 땅이라는 지지대가 사라지자 고도의 집중력과 타격 리듬을 요구했다.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다리는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물의 흐름이 방해했다. 곧게 물의 결이 뻗어나가지 않으면 발은 깨끗한 동작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물고기가 흔드는 꼬리만으로도 고속으로 움직이는 이형환위는 때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졌다. 큰 기술을 쓸 때마다 몸속의 산소는 급속히 부족해졌다. 거센 동작을 취할 때라도 필요한 공기를 최소화시켰다. 부족한 공기만큼 철혈심공으로 마나를 확보했다. 한 번의 호흡 때마다 최대한 가늘고 길게 유지했다. 가늘어진 호흡을 대신해 마나는 강렬하게 몸을 관통시켰다.


밤의 호수는 의외로 춥지 않다. 따스한 감마저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함부로 수영해서 다리에 쥐라도 난다면 생명은 장담하지 못했다. 이슬이 호수에 깔렸을 때는 별로 수영하고 싶지 않지만 보름달이 환하게 뜬 밤의 호수는 정령계로 향하는 문처럼 황홀한 면이 없지 않다.


물은 신기한 물질이었다. 가만히 등을 돌리고 코만 밖으로 내놓으면 알아서 몸이 떴다. 격한 동작으로 다리에 쥐가 나려는 기색이 느껴지거나 몸이 피곤해서 움직이기 귀찮으면 호수 한가운데에서 코만 살짝 내놓고 붕붕 뜬 상태로 휴식했다. 굳이 내력을 움직일 필요조차 없이 물의 힘만으로도 몸이 떴다.


깜박깜박, 눈동자를 일부러 크게 해 보름달을 보았다. 세상을 가득 비추는 보름달을 보았다. 온몸은 물속에 잠겨 있어 허공에 둥둥 뜬다는 생각을 언뜻 하면 세상은 달리 보였다. 현실과 비현실이 겹치게 된다. 마치 달이라도 손을 뻗으면 쥐어질 듯 가까워졌다. 만져 보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자 크게 호흡을 해 공기를 폐 속으로 가득 담은 뒤 빠르게 물속으로 잠수했다.


회전목마. 백팔연격타의 기본 무예이다. 그래서 활용 범위가 넓다. 와선각도 기본 무예이다. 이 둘이 만나면 색다른 현상이 생긴다.


물속에 잠수한 철장패는 두 팔을 뻗어 와선각을 펼치기 시작했다. 천천히 몸이 돌아가다가 팽이처럼 거세게 회전하자 물살은 밖으로 도망가려고 했다. 두 팔과 다리 사이에 검풍탄의 마나구를 중첩시켜 물을 밖으로 내몰았다. 밥그릇처럼 생긴 빈공간이 만들어지자 점점 그 범위를 확장시켰다. 호수에 팽이처럼 돌아가는 소용돌이를 고의적으로 형성시켰다. 검풍탄의 범위인 삼십 미터의 공간이 소용돌이로 채워지자 거칠게 앙탈 부리는 성난 물살을 조심해서 달랬다.


보다 높게 날기 위해선 수평선보다 낮은 위치로 내려가야 했다.


힘에 의해 강압적으로 밀리던 호수는 칭얼거리며 어느 순간부터 철장패를 거센 압력으로 압박했다. 자연과 인간의 힘 겨루기에 자연이 지고 싶을 리 없었다. 소용돌이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철장패를 압박하는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강한 가속력에 의해 물안개가 솟구쳤다.


천천히 소용돌이의 정점이자 힘의 교차점. 천근추에 의해 무거워진 몸무게와 와선각에 의해 짓눌리는 발바닥의 원점을 조금씩 풀었다. 순간, 용오름의 기미가 형성되었다. 한꺼번에 힘을 풀어버리면 높게 날 수 없었다. 와선각의 힘을 천천히 푸는 대신, 회전목마를 펼쳤다. 와선각은 회전에 의해 거력을 뿜어내는 방식이라면 회전목마는 상대의 거력을 회전을 통해 축적하는 기술이었다. 똑같은 회전이었지만 그에 따른 내력의 움직임은 전혀 달랐다.


당장이라도 발바닥에 갇힌 자연의 힘은 하늘 높이 솟구치려고 했지만 철장패는 와선각을 한꺼번에 풀지 않았다. 천천히 솟구치는 용오름을 회전목마에 의해 가두었다. 내력을 용오름의 구석구석까지 뻗어 활개치지 못하게 제압했다. 자연의 힘은 자신을 가둔 인간 철장패를 용서하지 않으려는 듯 부수려고 했다. 그 힘은 바위섬을 돌가루로 만들 정도로 성나 있었다.


거세게 반항하던 용오름은 인간의 손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천천히 솟구쳤다. 그에 따라 용오름의 크기가 커졌다. 일 미터, 이 미터, 삼 미터를 오르자 용오름은 작은 소용돌이에 만족하지 못하게 됐다. 보다 넓게 소용돌이를 확장시키려 했다. 용오름의 칭얼거림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철장패는 용오름의 뜻을 받아들였다. 검풍탄의 사용 공간인 삼십 미터가 깨지는 순간, 용오름은 하늘로 솟구쳤다. 회전목마에 의해 거세게 회전하며 솟구치는 용오름은 달을 향해 줄달음질했다.


삼십 미터까지 오르는 건 한 순간이었다. 기세는 죽지 않고 오십 미터, 칠십 미터, 백 미터를 넘어서자 힘이 딸리기 시작했다. 기를 쓰고 달을 잡기 위해 솟구치던 용오름은 백오십 미터를 넘어서자 여의주를 잃었다. 닿을 것 같았던 달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조금 더 가면 잡을 수 있는 거리였건만 만질 수 없었다. 날아오르던 용은 여의주를 완성시키지 못하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눈물을 떨구며 용오름은 다음의 등천을 기약했다. 지친 몸과 안타까움만 가득히 안고 거체를 함몰시켰다. 떨어지는 충격으로 거센 파랑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달을 잡지 못한 용오름은 끝내 침묵하며 가라앉았다.


철장패는 아쉬운 마음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깝네... 쩝!"


달을 잡으려고 했다는 자체로 마음은 후련했다. 어린아이처럼 동심을 갖고 행한 치기였지만 허공을 솟구치며 느꼈던 흥분과 짜릿함은 몸속에 남아 있었다. 금방이라도 만질 것 같은 기대와 환희는 가슴 속에서 여운으로 맴돌았다.


계단을 밟고 테라스에 올라가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아무도 없는 테라스로 은집사는 걸어갔다. 탁자에 올려진 수건과 컵을 치웠다. 떠나기 전에 철장패가 자고 있는 방을 보았다. 고개를 돌려 용오름이 솟구쳤던 호수를 한참 동안 보았다.


``왠지, 벅차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단정하게 옷을 추스리며 테라스에 걸린 호롱불을 껐다. 작아지는 발소리를 끝으로 별장은 온전히 어둠에 잠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쟁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7 사냥이야기 85 - 용자의 욕망 5 +28 10.05.14 7,254 60 28쪽
206 사냥이야기 84 - 용자의 욕망 4 +22 10.05.13 7,111 68 17쪽
205 사냥이야기 83 - 용자의 욕망 3 +37 10.05.12 7,199 56 14쪽
204 사냥이야기 82 - 용자의 욕망 2 +43 10.02.24 8,491 64 16쪽
203 사냥이야기 81 - 용자의 욕망 +10 10.02.24 7,734 60 19쪽
202 사냥이야기 80 - 여왕의 사랑 4 +14 10.02.21 7,393 61 18쪽
201 사냥이야기 79 - 여왕의 사랑 3 +8 10.02.21 6,954 60 15쪽
200 사냥이야기 78 - 여왕의 사랑 2 +21 10.02.19 7,221 62 25쪽
199 사냥이야기 77 - 여왕의 사랑 +20 10.02.12 7,619 58 21쪽
198 사냥이야기 76 - 더러운 짓 4 +14 10.02.10 7,372 61 17쪽
197 사냥이야기 75 - 더러운 짓 3 +20 10.02.08 7,178 55 19쪽
196 사냥이야기 74 - 더러운 짓2 +17 10.02.07 7,262 56 11쪽
195 사냥이야기 73 - 더러운 짓 +18 10.02.06 7,216 63 16쪽
194 사냥이야기 72 - 바로 지금 4 +5 10.02.06 7,099 58 21쪽
193 사냥이야기 71 - 바로 지금 3 +6 10.02.06 7,228 66 18쪽
192 사냥이야기 70 - 바로 지금 2 +17 10.02.03 7,727 66 21쪽
191 사냥이야기 69 - 바로 지금 +19 10.02.02 8,173 69 15쪽
190 사냥이야기 68 - 데몬 드라이버 6 +13 10.01.30 7,725 61 15쪽
189 사냥이야기 67 - 데몬 드라이버 5 +13 10.01.29 7,634 67 23쪽
188 사냥이야기 66 - 데몬 드라이버4 +17 10.01.28 7,710 64 14쪽
187 사냥이야기 65 - 데몬 드라이버 3 +6 10.01.28 7,780 56 22쪽
186 사냥이야기 64 - 데몬 드라이버2 +12 10.01.25 8,106 61 23쪽
185 사냥이야기 63 - 데몬 드라이버 +10 10.01.23 8,069 64 15쪽
184 사냥이야기 62 - 충돌 그리고 폭발 c +11 10.01.22 7,721 65 28쪽
183 사냥이야기 61 - 충돌 그리고 폭발 b +14 10.01.20 7,648 66 18쪽
182 사냥이야기 60 - 충돌 그리고 폭발 a +12 10.01.18 7,747 66 20쪽
» 사냥이야기 59 - 충돌 그리고 폭발 4 +9 10.01.16 7,636 62 11쪽
180 사냥이야기 58 - 충돌 그리고 폭발 3 +11 10.01.15 7,652 65 13쪽
179 사냥이야기 57 - 충돌 그리고 폭발 2 +5 10.01.15 7,465 64 17쪽
178 사냥이야기 56 - 충돌 그리고 폭발 +13 10.01.13 8,026 63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