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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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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
작품등록일 :
2011.11.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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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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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0.02.2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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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사냥이야기 80 - 여왕의 사랑 4

DUMMY

결재된 서류를 보며 펠리시아는 얼굴을 굳혔다.


``대규모 병력 모집을 하는 서류인데 직접 챙겨야 하지 않나요?"


철장패에게 남겨진 서류는 그야말로 사소한 서류였다. 그에 반해 조맹서가 결재한 서류는 극비이거나 중요했다.


``군주는 게으르고 멍청하게... 나의 모토야."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이어서 말하는 철장패였다.


``나는 사람만 골라 써. 그게 나의 일이야. 불만 있어?"


어처구니없어 할 말이 나오지 않는 펠리시아에게 하는 말이었다. 말문이 막히고 기가 막혀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철장패는 자신에게 당도한 우편물을 읽었다. 받는 주소는 쿠타하타 대공성의 개인 사택으로 됐지만 진천궁을 가리키는 주소였다. 의동생 해동민에 관한 서류였다. 입학식 참석을 부탁하는 내용과 별장에 부과된 세금과 사용한 금액을 정리한 내용들이었다. 사적인 서류가 집무실에 올라온 것을 보니 수석총관이 따로 챙긴 모양이었다.


``중경으로 가야겠다. 의동생 입학식이라 안 갈 수 없겠다."


쌩하니 집무실을 벗어나 옷을 갈아입고 궁전을 나서는 철장패였다. 그 뒤를 쫄래쫄래 평복을 입은 펠리시아가 쫓았다.


``여왕으로서 바쁘지 않아?"


``벌써 내가 싫어졌어요?"


불만이 서린 얼굴로 윽박지르는 펠리시아에게 철장패는 꼬리를 내렸다.


``그럴 리가 있나... 걱정되어 하는 소리지."


``나도 누구처럼 일을 맡기고 왔네요. 걱정 마세요!"


왠지 까칠했다. 중경에 도착하고 엽마군에 들어온 순간에도 투덜투덜 입술이 댓 발이나 튀어나왔다. 잔소리를 쉬지 않고 징징거렸다.


몇 가지 사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단 전용의 마탑 건설 사안과 관련되었다. 부총령 주공작의 선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명령했었는데 난처한 위치에 마탑 건설을 제안했다. 여차하면 야만족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마탑을 전진 배치시키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뱀파족, 야묘족, 괴인족, 괴랑족, 늑인족, 해골족 주변이었다. 야만족 중에서 가장 드센 종족에 속했다. 군사도시 정월진과 태룡진이 설치되어 집중적으로 막고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을 누가 했는지 궁금해졌다.


``발의자가 누구?"


잠시 기다려 달라며 주대정 공작이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가 일단의 무리를 대동하고 들어왔다. 야묘족(夜猫族)과 괴인족(怪人族)이 안으로 들어섰다. 야묘적의 전사는 모두 여자였다. 남자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지만 태어나는 여성만큼은 강하고 뛰어난 여전사였다. 모계 중심의 혈족 부족을 이루었다. 괴인족은 육체적으로 강해진 인간이었다. 더 이상 강해질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된 부족이었다.


``그대가 철패왕의 후예였나? 매력적인 남자로군... 내 남자가 될 생각은 없나?"


다짜고짜 꺼낸 한마디에 발끈한 건 펠리시아였다. 사람이 보는 앞에서까지 투덜거리지 못하고 무뚝뚝하게 있다가 들은 말이라서 꽥 소리부터 질렀다.


``건들지 마~~~ 내 남자야!"


``벌써 임자가 있었군. 뭐, 세상의 남자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니."


야묘족의 여전사는 남성의 성감대를 자극하는 육체적 매력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났다.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의 향기로 남성을 옭아맸다. 활동이 편한 보석_슬라임의 가죽으로 제작된 옷을 즐겨 입었다. 보석슬라임의 가죽은 착용감과 방어력 면에서 탁월했다. 액정(液晶)몬스터로서 슬라임의 한 종류인 보석슬라임은 일반적인 슬라임과 달리 껍질이 있었다. 무척 특이한 재질이었다. 야묘족이 특별히 좋아하는 게 보석슬라임의 가죽이었다. 그 가죽은 야묘족이 사는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었다. 건강한 육체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가죽옷을 입은 야묘족의 여전사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서큐버스가 따로 없었다. 뱀파족의 건강한 여성과는 다른 매력이었다. 야만족 여성의 매력에 빠져 죽는 전사가 종종 발생했다. 아름다울수록 독성(毒性)은 강렬했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공간을 일순간 장악했다.


``우리 여섯 부족은 제국과 협력하겠다."


2미터 20의 장대한 체구를 가진 괴인족이었다. 괴인족의 손아귀에 한 번 붙잡히면 뼈조차 부서진다.


``여섯 부족을 대표해서 그대들이 온 것인가? 흠... 폐하께서 알아서 할 텐데 굳이 나에게 온 것은 무슨 이유?"


``그 점은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부사령 황탁군 백작이었다. 좌거부사령부를 이끄는 부사령관이었다. 부사령부는 총사령관의 명령을 직접적으로 실행하는 기관이었다. 사령관의 바로 밑인 차사령과 같은 직위였지만 일반적으로 부사령은 사령관이 되기 직전에 임명하는 관습이 있었다.


``여섯 부족은 거주지를 이동할 의사가 없습니다. 자신의 고향을 지키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병력이 주둔하는 건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제국에 편입되는 것도 싫어 합니다. 동맹관계로서 도움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대안으로 나온 게 마탑이었습니다. 여섯 부족은 마탑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서 좋았고, 우리는 기사단을 파병할 수 있기에 나온 대안입니다. 그렇지만 마탑의 건설은 마갑기를 제공하겠다는 측면마저 있어 총사령관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폐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군... 알겠다."


엽마군에 없는 사이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모양이지만 철장패는 간단히 결정했다. 병력은 많을수록 좋았다.


``육부족의 전사가 마갑기를 탄다면 자유기사로 임명하겠다. 그들은 엽마군 총사령부 휘하의 육야부에 소속된다. 허락한다면 마탑 건설을 추진하고 싫다면 없던 일이다. 어떻게 할 텐가?"


철장패의 제안이 나오자 야묘족과 괴인족은 수군거렸다. 육야부에 소속된다는 의미를 갖고 설왕설래 따졌다. 결론은 자신들의 부족에 해가 되는 명령이 아니라면 따르겠다는 약속을 했다. 생각하기에 따라 어정쩡한 말이었지만 야만족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약속이었다. 제국을 쉽게 믿지 않는 야묘족 족장이 단서를 달았다. 총사령관과 부총령의 명령이 아니면 듣지 않겠다는 말을 꺼내고서야 일사천리로 해결되었다.


평상시였다면 야만족에게 마갑기를 공급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다급했다. 오히려 마수의 압박에 야만족이 먼저 고개를 수그리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단순히 오랫동안 쌓아온 증오의 감정만을 내세워 야만족을 내친다면 훌륭한 병력을 놓치는 것과 같았다. 때로는 감정보다 이성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었다. 아마도, 야만족에게 마갑기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 남부지역의 기사들은 불신의 시선으로 황궁을 한동안 볼 것이다. 야만족과의 증오는 상상 이상으로 깊었다. 야만족도 제국을 믿지 않았다. 살기 위해 왔을 뿐이다.


엽마군에 대해 설명하는 와중에 뜻밖에도 야묘족의 족장을 책임진 여전사가 엽마군에 육야부의 건물을 건설해줄 것을 요청했다. 들어오는 조건을 듣고는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승부욕을 달구었다. 괴인족의 족장마저 기세가 돌변했다. 소드마스터 이상, 그것도 혼자서 마수를 상대할 실력자만이 온다는 말에 자극을 받은 모양이었다.


어떻게 뒷일을 부총령에게 맡기고 철장패는 수원성으로 향했다. 텔리포트마법진으로 가야했지만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펠리시아의 덕분으로 마차를 타고 움직였다. 가는 내내 의동생 해동민과 해상아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웃집에 마야왕국의 삼공주마저 있다며 투덜거리자 호위기사를 이끄는 주커백작마저 관심을 쏟아 귀찮아졌다. 주커백작은 일곱 명의 호위기사를 이끌고 여왕을 호위하고 있었다. 주커 대영지를 책임진 백작이기도 했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여왕의 호위를 자청했다. 콧수염과 턱수염이 뾰족해 날카로운 인상을 풍겼다. 삼십 대의 완숙함을 겸비하고 있어 인상만큼이나 검술 솜씨가 뛰어났다.


``그곳에 마야공주님께서 계셨습니까?"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 주커백작의 태도에 철장패의 시선이 저절로 향했다.


``좋아합니까? 고고하고 잘난 맛에 스스로 우쭐거리는 여자를."


철장패의 시선이 기묘해졌다. 그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니 믿어지지 않아 새삼 주커백작을 살폈다. 자꾸 헛기침하며 시선을 외면했지만 분명 좋아하는 게 맞았다.


``마야 언니가 어때서? 국왕이 직접 나라의 이름을 개인에게 내렸을 정도로 대단한 언니야."


펠리시아마저 마야공주에게 손을 들었다.


``취아는 내 편이잖아. 마야공주가 대단한지 모르겠지만 자뻑이 심한 여자야."


섭섭한 표정을 드러내며 철장패가 삐쳤다.


``마야 언니에게 이른다."


펠리시아에게서 나온 한마디에 철장패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손을 크게 저으며 흔들었다. 가는 내내 엉뚱한 문제를 놓고 말다툼을 벌였다. 나중에는 `군주는 게으르고 멍청하게'를 놓고 잔소리를 실컷 들었다. 자신의 좌우명을 갖고 심한 말을 삼가라면서 서로의 언성마저 높아졌지만 펠리시아의 키스 한 방에 녹아내렸다. 끈적끈적한 그녀의 키스가 달콤하게 다가왔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세상은 행복했다.


다음 날, 입학식에 참석하고 조용한 하루를 맞이했다. 3월이라 봄기운이 햇빛 속으로 은은하게 퍼졌다. 산의 정상에 눈이 녹지 않았지만 호숫가에 산수유와 개나리가 무성하게 피어났다.


``형님이 장가를 가면 자주 못 보는 건가요?"


우울한 얼굴로 해동민이 어물어물 입을 열었다. 펠리시아를 본 후로 안색이 좋지 않았었다. 어제부터 이상하게 거리를 벌렸었다.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야 의동생의 고민을 알 거 같았다. 철장패는 해동민을 번쩍 들었다.


``너는 동생이다. 언제라도 얼굴을 볼 수 있다."


찌푸린 얼굴이 활짝 개었다. 그렇지만 다시 찌푸려졌다.


``저도 듣는 귀가 있어요. 저도 눈치가 있어요. 단순한 감찰관이 아니시죠. 어째서 형님에 대해 아무 말씀이 없는 거죠? 저를 이대로 버려두고 떠나려는 게 아닌가요?"


펠리시아와 수행원을 보면서 많이 불안한 모양이었다. 마야공주와 펠리시아의 대화를 들으며 어색했었나 보았다. 자신만 이방인이 된 것처럼 소외된 기분이었을 것이다.


``동민아... 지금부터 하는 말은 남자와 남자끼리 하는 이야기이다. 비밀이니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 약속!"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소년의 새끼손가락에 걸었다. 맑은 눈망울로 빛나는 소년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나는 철패왕의 후예이다... 그래서 적이 많다."


``헉, 형님이 소문의 절대지존이었어요? 황제의 오른팔이 형님이었어요? 그럼, 어제 데리고 온 누나는 진짜 여왕이고요?"


연속적으로 터지는 질문에 철장패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에 동민이와 내가 의형제를 맺은 사실을 나를 죽이려고 하는 원수들이 알게 된다면 동민이와 상아의 목숨이 위태롭다. 또한, 황제의 목숨조차 죽이려고 하는 자들이 어둠에 숨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들에게 너희 남매가 드러나면 내가 난처해진다. 나는 동민이가 강해졌으면 좋겠다. 누나의 목숨을 지켜줄 정도로 강해지면 좋겠다. 그럼, 떳떳하게 너희를 세상에 공개하겠다. 그 전까지는 꾹 참고 견뎌라. 최소한 성인이 되면 동민이가 약하더라도 세상에 공개하겠다. 그때는 호위기사를 붙이더라도 신변을 보호할 작정이다. 그때까지 참고 견뎌라. 알았지?"


남자와 남자끼리의 대화가 끝나자 소년은 활짝 웃었다. 철장패의 한쪽 다리를 꼭 껴안고 올려다보았다.


``강해질게요. 대충 수련했었는데 열심히 할게요."


초롱초롱 빛나는 소년의 눈동자가 아름다웠다. 남자끼리 통하는 흐뭇함을 느끼며 창문 너머로 보이는 호수를 보았다.


저녁이 되자, 이웃집에서 놀러왔다. 펠리시아를 보자마자 떨어지지 않던 이웃집이었다. 여자들의 수다가 지겨워 철장패는 진작에 자리를 피한 상태였다. 뻔뻔하게 주커백작이 여자들의 수다에 합류해 웃고 떠들었지만 철장패는 낄 마음이 없었다. 알고 보니 종종 찾아왔던 시녀가 공주라고 해서 놀랐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세상은 기인과 이사가 모래알처럼 많았다. 정체를 숨긴 귀족이 이웃집에 살고 있다고 해도 제국에서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식탁에 앉았다. 가까운 사이만 참여한 자리였기에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모두 거리낌없이 웃는다고 해서 해상아마저 함부로 웃을 수 없었다. 어린 동생은 멋도 모르고 간혹 기뻐서 고함까지 질렀지만 탓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었다. 오히려 동생의 행동에 같이 웃으며 고함을 질렀다. 마야공주만 눈살을 찌푸렸지만 뭐라 말하지 않았다.


``공부를 열심히 하던데 도시설계사는 재밌니?"


다정하게 묻는 은공이 있어 좋았다.


``모두 은공의 덕분입니다. 제가 소귀족이라는 게 밝혀지자 처우가 완연히 바뀌었어요. 그래서 기분이 꿀꿀하기도 하고 좋기도 해요. 이번에 도시설계사를 견습이라는 딱지를 걸고 배우기 시작했거든요. 다른 아이들은 아직도 건축, 성(城)의 역사를 배우고 있는데 저만 특혜를 받는 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특혜라기보다 책임이라고 해야겠지. 특혜를 받았음에도 얼렁뚱땅 배움을 익히면 귀족이 되어도 욕을 먹는다. 그러니 앞만 보고 열심히 하는 게 좋아."


철장패의 충고에 해상아는 마음을 굳혔다.


``도시설계사가 저의 천직인 거 같아요. 뭐랄까, 제 마음대로 성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잖아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여러 가지 기능을 배우는 것도 재밌어요. 물레방아로 물을 공급하는 방식이라던지, 마법이나 정령을 통해 분수대와 공원을 꾸미는 것은 너무나 신기해요. 아직은 사무실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모두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설계 도면을 수십 장 똑같이 그리는 일, 모형 건축을 만들 때 필요한 색점토 다지기, 현장에 가서 지을 건축물을 구상하기 등등 다양했어요. 가장 힘든 건 건축을 하시는 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장난이 심해서 우울해질 때도 있어요."


``세 명의 호위는?"


슬그머니 집사 주서태를 뒤돌아보았다. 허리를 숙여 대처하겠다는 자세를 보내어 왔다.


``같이 있지만 여자라서 무시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큰 문제는 없었어요.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만날수록 이야기를 자주 나누어야겠다고 작심하게 됐어요. 대체로 들을 만한 건 없지만 가끔 생각이 깨어 있는 분들이 말씀을 주시는 것들은 금과옥조라서 가볍게 여기지 못해요."


몇몇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해상아에게서 열정을 발견했다.


``저는 나중에 좋은 영주 밑에서 일하고 싶어요. 도시설계사가 된 어느 언니의 말로는 재능이 있어도 영주를 잘못 만나면 고생만 죽도록 한다고 하셨어요. 도시설계사는 영주가 주는 돈의 액수에 따라 급수가 정해진다면서 투덜거렸어요. 그렇지만 저는 돈은 적더라도 수많은 건물을 설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영주 밑에서 일하고 싶어요. 이왕이면 하나의 성채를 제 손으로 실용성이 넘치고 아름답게 설계하고 싶어요."


성 안에서 사람들은 밀집해서 생활한다. 그래서 성의 가치는 무척 높았다. 빽빽하게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상하수도가 고려되었다. 사람이 사는 사회는 어디나 똑같았다. 특히 사람이 밀집할수록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망은 강했다. 그 욕망을 가장 잘 드러낸 직업이 도시설계사였다. 건물을 짓고 싶다고 촌장이나 관청에 말하면 도시설계사가 나와 여러 건축모형이나 설계도를 제시한다. 원하는 건축 모형을 건물 주인이 선택하면 가격이 정해지고 도시설계사의 소개로 건축업자가 나와 시공한다. 건물 감정평가를 책임진 사람들이 나와 등급을 매기면 등급에 따라 영주의 포상급이 지급되었다. 등급에 따른 포상금은 일정하게 정해진 상태였다. 건물이 뛰어날수록 도시설계사의 이름은 드높아졌다. 명성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수다를 떨며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해상아의 얼굴만 보고 있었다. 조용해진 걸 깨달은 해상아는 자신만 보자 얼굴이 새빨개졌다.


``무슨 일 있나요? 갑,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살피는 해상아의 태도에 식사하는 소리와 수다는 다시 이어졌다.


식사가 끝나고 가볍게 후식을 먹으며 주커백작이 마야공주 앞에서 신나게 춤을 추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마치 사랑의 세레나데를 펼치는 장면처럼 보였다. 내 사랑을 받아주세요라고 열변하는 장면 같았다. 펠리시아가 빙긋 웃으며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주커백작은 마야공주를 사랑해요. 갑자기 사라져서 한동안 시체처럼 움직였어요. 호호호, 그때의 주커백작을 보다가 지금 저런 모습을 보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네요."


얼굴이 발그랗게 상기된 마야공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바이올린을 들고 있어 머뭇거리는 주커백작에게 은집사가 손을 내밀었다.


``못난 솜씨지만 제가 연주하겠습니다."


``고맙네... 집사.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단순한 호의를 깊은 은혜로까지 받아들인 주커백작은 마야공주의 손을 잡았다. 바이올린에서 음악이 흐르자 춤을 췄다.


``당신... 같이 춤을 춰요."


펠리시아의 끈적끈적한 눈초리에 철장패는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괜히 싫다고 말했다가 된통 혼날 기세였다. 무엇보다 펠리시아의 애교가 싫지 않았다. 여왕으로서 과감하면서도 당당한 태도가 매혹적이기까지 했다. 늦은 저녁에 사랑의 세레나데가 잔잔하고 은은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바이올린을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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