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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편지 님의 서재입니다.

과학자 버리고 마법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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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편지
작품등록일 :
2023.12.12 14:48
최근연재일 :
2023.12.15 01: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17
추천수 :
1
글자수 :
36,003

작성
23.12.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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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마나 제1 법칙. (2)

DUMMY

“사실 원자가 세상 모든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것도 아닙니다. 그 원자조차 그보다 더 작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죠.


아아, 그렇게 동요하실 것 없습니다. 지금은 전혀 몰라도 되니까요.”


내가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들에 대해선 강의를 한 적이 없나? 전 기수 애들이 있을 때 하고 그 뒤론 안 했나 보다. 내 강의를 자주 들었을 학생들마저 동요하는 걸 보니.


빛으로 만든 블록을 흔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은 그저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제가 여기 이 블록이 원자라고 했죠? 원자들이 이 블록 모양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이 블록 내부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거죠.”


으음... 반응이 별론데? 아무도 이해 못 한 것 같다. 크리마님까지도.


“자, 그런데 여기 이렇게. 블록 3개를 쌓아서 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블록 내부의 에너지는 어떻게 될까요?”


“음... 필요 없어지나?”


오, 이것마저 이해를 해?!


“자자, 다시 설명하죠. 블록 세 개가 모인 덩어리에는 블록 하나의 모양을 유지할 힘이 세 개나 있었겠죠? 하지만 이 블록 더미는 블록 하나일 때보다 더 안정적이죠. 그 모든 힘이 필요 없어요. 남는 힘이 생기는 거죠.


이럴 때, 블록 더미는 내부의 힘을 밖으로 방출합니다.”


“그럼 불이 그 남는 힘이라는 건가?”


음... 크리마님은 따라오는 것 같은데 학생들 쪽이 전멸이라니...


“잠시만요. 학생들을 위해 조금만 더 설명하겠습니다. 자, 원자가 이렇게 공 모양이라고 해보죠. 거기, 자네 이름이 루크 맞나?”


“예! 카이렐님의 수제자 루크 맞습니다!”


... 미안하지만 난 카이렐이 누군지도 몰라, 이 친구야.


“그래. 루크 자네가 이 공 모양을 손에 쥐어 아까 블록 모양이 되도록 누르고 있다고 생각해 보게. 분명 손에 힘을 줘야겠지?”


“““ 아...! ”””


드디어 몇몇 놈들이 이해를 하기 시작했나 보다. 이제야 반응이 나오는구만.


“이번엔 공 세 개를 손에 쥐는 걸세. 공 세 개를 지금처럼 블록 더미 모양으로 만드려면, 자네 손에 얼마만큼의 힘을 줘야 할까?”


“그러니까... 블록이 블록 더미가 되면, 더 말랑말랑해진다고 이해해도 됩니까?”


쯧. 이게 문제다. 나름 연구실까지 세워서 대학원생들을 양성하고 있는 건데도, 지식 차이가 너무 심해 비유로 설명을 하려다 보니 비유로 인한 오류가 생겨버리니까.


“음... 이것도 자네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를 든 것이다 보니 맞는 말은 아니지만... 이 경우엔 말랑말랑해진다기 보다는 탄성이 줄어든다고 하는 게 더 맞겠네. 원래 공 모양으로 돌아가려는 힘이 더 줄어든달까?”


“아...! 그러면 분명 공 세 개를 따로 쥐고 있을 때보다 힘이 덜 필요할 겁니다. 네. 이제 이해했습니다.”


... 애들 반응도 그렇고 이해했다니 넘어가긴 하지만 영 찝찝한 것이 사실이다.


“자, 그러면 남는 힘이 있겠죠? 그 힘이 외부로 방출되는데, 그게 바로 열과 빛입니다.


열과 빛이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불! 불입니다!”


그래. 로젠. 너까지 이해했다니 내가 안심이 되는구나.


“자, 여기까지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불은!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이다! 이 정돈 이해되죠?”


“““ 네!!! ”””


“자, 그렇다면 다시 묻죠. 마법으로 만든 불은,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이라면 확실히 에너지를 방출한다고 할 수 있네.”


좋아. 다음으로 넘어가도 되겠군.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크리마님. 제게 페렐님의 불을 어떻게 끄셨냐고 물어보셨죠? 실은, 불 안에 물을 만들어서 불을 끈 게 아닙니다.


자, 이 블록들을 상자 안에 가득 넣고 마구 흔들었다고 가정해 보죠. 어떻게 될까요?”


“... 블록 더미가 되는 건가?”


“상자 안의 모든 블록들이 블록 더미가 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블록들이 부딪히거나, 몇몇 블록은 블록 더미가 될 수도 있죠. 그럴 때도 에너지는 방출됩니다.


왜, 박수를 마구 쳐보신 적 있죠? 그때 손바닥이 조금 따뜻해지지 않습니까? 추운 겨울이라면 더더욱?”


설명을 하다 보니, 제대로 된 이론 없이 비유만으로 강의를 이끌어 가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 그냥 포기해 버렸다. 어떻게든 이해될 만한 비유를 갖다 붙일 뿐.


“페렐님이 이렇게 상자를 흔들어 에너지를 방출시켜 불을 만들었다면, 제가 한 일은 간단합니다. 그 상자를 흔들지 못하게 막은 거죠. 그 안에 블록이 얼마나 있건, 서로 부딪힐 일조차 없게끔요.


물은 뭐, 그래서 불이 약해진 사이에 얼른 만들었죠. 하하...”


벌떡!


“지, 지금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아나!? 자네 말대로라면 자네는 모든 화염 마법을 파훼했다는 말 아닌가!”


왜 니들이 그렇게 의기양양해 하는 건데? 크리마님의 말이 맞는 것도 아닌데, 배울 대로 배운 것들이 말이야.


“아뇨.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은 이것 말고도 많습니다. 상자 안이 블록으로 가득 찼는데도 강제로 블록을 더 집어넣는다든지, 블록을 강제로 반으로 쪼개 버린다든지요.”


“으음...”


그리고 그게 그렇게 쉬우면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겠냐고. 다 뚜드려패서 무릎 꿇리고 강제로 가르치지...


“게다가 지식만 있다면, 제가 상자를 흔드는 걸 방해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화염 마법을 파훼했다기보다는, 페렐님이 제가 아는 만큼 알지 못해 막지 못한 것이 더 맞는 표현이죠.”


저 양반 아니라는데도 아직도 표정이 심각하구만. 오해가 생기기 전에 빨리 진행해야겠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닌데 말이야.


“자자,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지금부터가 핵심이죠!


요점은! 마법으로 만든 불조차 우리 세상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는 겁니다! 원자니, 블록이니는 다 그걸 설명하기 위한 보충 설명이었을 뿐이고요.


그런데! 페렐님이 과연 저처럼 이 모든 것을 알고 불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요? 꼭 불이 아니어도, 마법사들이 저처럼 많은 걸 알고 있어서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걸까요?”


일단 이곳에 있는 학생들부터가 각각이 마법사다 보니, 고개를 빠르게 흔드는 것이 보인다. 그래, 지들도 뭘 알고 마법을 쓰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겠지.


“아니겠죠? 마법사는 그저 마나를 적절히 배치한 뒤에 바라는 것뿐입니다. 마나가 자신이 바라는 불을 만들어 주기를!


그러면 마나가 어떻게 해줍니까? 저따위는 알 수 없는 신비한 방법으로 불을 만들어 냈습니까? 아니죠. 그렇다면 제가 페렐님의 불을 끌 수도 없었겠죠?”


이 양반 왜 흥분해서 일어나서는 아직도 서 있어? 뒤에 애들 안 보이게.


“마나는! 시전자가 마법을 구현할 때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법칙을 우선적으로 따릅니다. 저는 이것을 ‘마나 제1 법칙’이라고 명명하고 있죠.”


“...”


크리마님이 자리에 풀썩 쓰러지는 게 보인다.


... 이게 그렇게 충격적인가?


“물론 마나가 우리 세상에 존재하는 법칙‘만’ 따른다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도저히 상상도 못 할 마법이 존재하기도 하죠. 물론, 제가 모든 법칙을 알지 못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지만요.”


크리마님을 제외한 학생들이 제각기 허공에 작은 마법을 구현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어휴, 지금 니들이 하는 마법들 정도는 원리가 눈에 훤하다. 훤해. 누가 그런 걸 모른대?


“마나 제1 법칙이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데? 이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죠?


이제껏 마법사들은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그저 마나를 잘 배열해서 자신이 바라는 것을 구현해달라고 징징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요? 그러면, 이런 일도 가능해지는 거죠.


... 헤븐스 레이(Heaven`s ray)!”


백탑주 프렐님의 독문 마법인 헤븐스 레이가 강의실 내에 펼쳐진다. 실은, 겉모습만 따라한 그럴싸한 것일 뿐이지만.


적당히 빛을 뿜어 신성한 느낌을 내는 구름 사이로 떨어지는 고에너지 전자기파를 만들어 내는 것쯤이야.


“어, 어떻게, 5서클이... 아니, 그것보다 이건 프렐의... 아니! 너는 서클도 없는데...!”


“만약 우리가 그 현상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그리고 정확히 어떤 현상을 구현해달라고 부탁한다면!


마법을 구현하는데 마나의 배열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이게, 제가 서클도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죠.”


“...”


내가 헤븐스 레이를 학생들한테도 처음 보여주던가? 프렐님을 처음 만났을 때 깐깐하게 나오는 양반을 꼬시느라 만든 마법인데, 그때 프렐님한테만 보여줬었나 보다. 학생들까지 입을 쩍 벌리고 아무 반응이 없는 걸 보니.


“마나의 배치가 의미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어마어마한 의미가 담겨 있죠.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조차 마나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그렇다면, 저처럼 모든 것을 이해해서 마나를 배치하지 않고 사용하는 마법은 무엇이 다를까요?”


“마나의 소모?”


5서클로 알려진 내가 8서클 마법사의 독문 마법을 선보인 것이 꽤나 충격이 컸나 보다. 이렇게 바로 즉답을 하시는 걸 보니.


“예. 맞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마나 제1 법칙을 좀 더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마나는, 어떤 현상을 구현하는데 가장 적은 에너지가 드는 방법을 더 선호합니다. 그 방법이 보통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법칙일 경우가 많은 것뿐이죠.


그리고 시전자가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마나의 소모는 극도로 적어집니다. 마나를 뭉텅이로 배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예를 들자면... 마나의 배치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지식의 대가를 치르는 거라고 볼 수 있죠.”


“... 그렇다면 시전 속도가 빠른 것도 이해되는군.”


정확히 이해하지 못 한 것이 분명한데도, 직관적으로 따라오고 있다. 과연, 가장 뛰어난 치유 마법사인가.


“거기 신입! 그래, 자네 맞아! 지금 다시 물 생성 마법을 해보게.”


무슨 강의든지 학생들이 잘 이해했나를 살펴보려면 신입부터 조지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무슨 천재 괴물 신인이 흔한 건 아닐 테니까.


신입이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감더니,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아까 내 앞에서도 분명 만들어 냈었잖아. 갑자기 뭐가 문젠데? 너 기죽이려고 시킨 게 아니라, 아까보다도 마나의 소모가 줄었을 테니 자신감을 북돋아 주려고 시킨 것 뿐인데...


“... 불 생성.”


이번 신입도 보통 또라이는 아닌지, 물 생성을 해보라니까 대놓고 불 생성을 하고 앉았다. 역시 이 세상의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정상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도 서클만 만들었지, 마법을 하나도 구현할 수 없던 놈이 불까지 생성해 냈으니 칭찬을 해줘야겠-


“물 생성!”


치이익-


... 저놈... 뭐지? 내가 뭘 주워 온 거지? 설마, 아무 생각 없이 주워 온 놈이 천재라고?


마치 아까 내가 했던 검증 발표 때와 같았다. 불을 만들어 내고, 또 그 불 안에 물을 만들어 내서 불을 꺼버리다니... 이런... 횡재가 다 있나...!


다급히 티토에게 시선을 주자, 티토가 신입이 안 보이도록 허공에 빛으로 글자를 만들어 낸다.


‘베른.’


역시 내가 믿는 몇 안 되는 쓸모 있는 놈 중 하나라니까. 눈빛만으로 내 의도를 파악하다니.


“어떤가, 베른. 제대로 공부해 볼 생각이 좀 드나?”


저런 놈을 잡으려면 또 무슨 방법이 있지? 이름을 불러주는 거야 기본이고, 어떻게든 저놈을 잡아 앉혀야 하는데... 꼰대 교수들이 이럴 때 어떻게 했더라?


털썩!


그런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나 보다.


“이곳에... 저 베른의 뼈를 묻을 것을 맹세합니다!”


저렇게 무릎까지 꿇고 엄숙하게 지랄을 하는 걸 보니 말이다.


골칫덩이 로젠의 질투로 불타는 눈빛도 마음에 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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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과학자와 마법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 23.12.12 27 0 14쪽
1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과학자입니다. 23.12.12 35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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