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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편지 님의 서재입니다.

과학자 버리고 마법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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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편지
작품등록일 :
2023.12.12 14:48
최근연재일 :
2023.12.15 01: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18
추천수 :
1
글자수 :
36,003

작성
23.12.13 01:05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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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마나 제1 법칙. (1)

DUMMY

크리마님을 모시고 강의실로 이동하는데 허겁지겁 뛰어오는 노예, 아니 대학원생들이 보인다.


“누가 신성한 연구실에서 뛰어다니나!”


이것들이 정말. 나때는 말이야. 발꿈치도 못 붙이고 다녔어!


“““ 죄송합니다!!! ”””


“뛰면서 날린 먼지 하나가 모든 실험을 망칠 수도 있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나!”


다들 자기들 마탑에서는 나름 잘나가던 놈들이라 그런지, 제놈들이 생각하기에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주 그냥 개무시를 해버린단 말이지...


“아이고, 교수님. 제가, 제가 확실히 단속하겠습니다. 고정하시고 이만 이동하시죠.”


한바탕 하려는데, 뒤에서 티토가 뛰어나와 나를 말렸다. 하, 티토 이 녀석도 저놈들을 이렇게 받아만 줘서는 안 되는데... 다 좋은데 너무 착한 게 문제다 이놈은.


아, 그러고 보니...


“티토. 미안하지만 여기 크리마님이 급하셨는지 실험실을 그대로 내팽개쳐 두고 그냥 오셨네. 자네가 좀 가서 마무리 좀 해줘. 어차피 자네는 초반부 이야기는 들을 필요도 없지 않나?”


“... 예...”


아우, 티토 이놈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크리마님이 무섭지도 않은지 대놓고 노려보며 걸어 나가는데 내가 다 떨리네...


아니, 크리마님 당신은 뭘 또 잘했다고 그렇게 의기양양해요?! 이 세상에서 좀 친다는 마법사들은 왜 하나같이 저 모양인지 모르겠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검게 칠해진 판자가 칠판처럼 세워진 단상으로 올라갔다.


크라마님도 눈치란 게 있긴 한지, 아무 말 안 했는데도 단상 밑의 좌석으로 알아서 이동했고 말이다.


“큼!”


저 사람 또 뭐 하냐...


그래도 눈치는 있는 줄 알았는데, 단상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는 제자 앞에서 괜히 헛기침만 쏴대고 있다. 에휴...


“자네. 자네가 오늘은 양보 좀 해드리게. 크리마님은 워낙 바쁘셔서 들을 기회도 많지 않지 않나.


아, 거기 신입! 신입이 왜 제일 뒷자리에 있나! 얼른 신입도 앞자리 좀 내어주고!”


아... 신입 이름이 뭐더라... 이게 꼰대들이 알려준 대학원생 마음을 붙잡는 101가지 방법 중에 이름 불러주기가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난 단 두 명의 자리만 바꾸라고 지시했을 뿐인데, 아주 대대적인 자리 이동이 일어나고 나서야 강의를 시작할 분위기가 갖춰졌다. 이게 뭐, 군대도 아니고 짬별로 한 칸씩 움직이는 꼴을 보니... 쯧.


“자, 오늘은 치유 마법사이신 광휘의 크리마님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그런고로, 오늘은 제대로 된 치유 마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오, 치유 마법 얘기는 처음 아냐?”, “맞아, 맞아.”


음... 그런가? 치유 마법은 잘 다루지 않았었나? 하긴, 치유 마법 얘기는 백탑에 소속된 놈들을 잡아오고 나서야 하려고 아껴두긴 했다. 지금 여기 있는 놈들이야 다른 할 일도 넘쳐서 사람이 부족한 지경이니까.


“그래도, 크리마님은 이런 얘기를 처음 들으시니... 마법의 기초부터 다시 해볼까요?”


앞자리의 짬 좀 찬 녀석들은 표정이 썩어가는 게 보인다. 호, 벌써 표정이 썩을 정도라 이거지? 오늘은 예시를 좀 바꿔야겠다. 음... 뭐가 좋을까...


“자자, 우선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있죠?”


“뷰 마나 포스입니다!”


항상 앞자리를 차지하다가 짬에서 밀렸는지 중간으로 밀려난 여학생이 잽싸게 대답했다. 로젠... 저 아이도 골치가 아프다... 열심히는 하는데... 정말 열심히만 한단 말이지... 후...


“맞습니다. 크리마님? 뷰 마나 포스를 시전해 주시겠습니까? 제 몸의 마나를 좀 살펴봐 주시죠.”


“음? 뷰 마나 포스를? 뷰 마나 포스!”


벌떡!


“아니, 자네! 서클이 없잖나!!!”


그래. 적어도 마법사로 사는 동안은 저 나이가 되어도 무릎 걱정은 안 해도 되나 보군. 지구에서처럼 골골 대진 않겠어...


“예. 바로 보셨습니다. 저는 서클이 없습니다. 제가 5서클의 마법사라고 알려진 것도 제가 가진 마나의 총량이 보통의 5서클 마법사와 비슷해서죠.”


“어, 어떻게... 서클도 없이 마법을...”


이러니까. 이러니까 항상 신입이 오면 첫 시작을 뷰 마나 포스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거다. 제일 뛰어난 치유 마법사니 뭐니, 이거 한방에 완벽하게 집중시킬 수 있으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저는 크리마님이 아는 대부분의 마법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몇몇 개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죠. 뭐, 뷰 마나 포스라던지, 라이트 같은 몇몇 개만요.”


“그래봐야 전부 1서클 마법 아닌가?!”


“예. 하지만 그게 1서클이라 그런 것은 아닙니다. 뭐, 지금부터 제 설명을 들어보시면 다 이해되실 겁니다.”


학생들이 자기 올챙이 때는 생각도 못 하고 크리마님 반응을 재밌게 지켜보고 있는 게 느껴져서 얼른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리 그래도 황실 마탑 소속 마법사들이 크리마님을 무시한다는 소문이라도 퍼져 나갔다가는...


“우선, 마법이란 무엇일까요?”


“마나를 대가로 발현되는 현상입니다!”


... 로젠... 방금의 무엇일까요는 정말로 대답을 바라고 던진 말이 아니었단다... 화두를 던진 것뿐이지... 게다가 방금 대답도 항상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말한 것뿐이잖아... 하...


“예. 무수히 많은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단 하나,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정의를 해보자면 마법은 마나를 대가로 발현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로 이어질 질문이 있죠.”


““ 마나란 무엇인가? ””


아주 이제는 내 강의패턴을 완벽히 외워버렸는지, 나와 완전히 동일한 타이밍에 같은 말을 내뱉기까지... 로젠 저 아이한테 저 공책을 뺏든지 해야겠다. 외워서 되는 학문이 아닌 것을...


내 아니꼬운 시선을 느꼈는지 로젠이 이제야 고개를 푹 숙이는 것이 보인다. 미워할 수도 없고... 참 곤란하다니까.


“우선, 마나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전에, 마나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알아보도록 하죠.


앞자리 학생들이 벌써부터 지루한 것 같으니 오늘은 새로운 것을 좀 다뤄볼까요? 불? 불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마법으로 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불이 갑자기 나타나죠. 그렇다면 이 불은, 세상에 존재하는 불과는 다른 무언가입니까?”


“당연하지! 나무를 태워서 만드는 불은 마법으로 만든 불처럼 뜨겁지 않다네!”


오, 그래도 배운 사람이라 다르군. 불에도 온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짚다니. 여태까지 처음 듣는 학생들은 그냥 수긍하고 말던데 말이지.


“예. 불이라고 다 같은 불이 아니죠. 말씀하신 대로, 불마다 온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법으로 만든 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타오르고 있을까요?”


“허공에서 타오르는 불이 어떻게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으로 타오른단 말이냐!”


티토가 실험실 정리가 끝났는지 뒤늦게 들어오다가 크리마님이 소리치는 걸 보고 얼어붙어 있는 게 보였다. 고갯짓을 해 어서 앉게 하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음... 그렇다면 크리마님은 마법이 아니라 우리 세상에서 불이 타오르려면 어떤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연료와 바람!”


와... 내가 이래서 마법사들한테 제대로 된 물리와 화학책을 준 것이다. 과학적 지식이 없어도 오랜 세월 축적한 경험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역시. 대단하십니다. 불이 나면서 연료가 소모되죠. 그렇다면 그 연료는 모두 사라집니까?”


“재가 남지.”


다시 냉정함을 찾았는지 자리에 앉으며 대답하는 건 좋은데, 왜 이렇게 사람을 죽일 듯이 째려봐?


“그렇다면 원래 연료에서 재가 된 부분을 뺀 나머지가 불이 나는데 필요한 재료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겠지요?”


“그렇군.”


“그럼 바람은 왜 필요할까요?”


“불은 계속 이어지는 현상이다. 바람은 그 현상이 이어지도록 돕지.”


캬, 산화 과정도 얼핏 이해하고 있구만. 설명하기 한결 편하겠어.


“정확한 설명을 위해 먼저 설명해 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마 크리마님도 귀에 박혔을 겁니다. 제가 항상 하는 말이니까요.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기억하시죠?”


“그래. 네가 여러 가지를 보여줄수록 점점 믿으려고 하고 있다. 아까 그 ‘세포’도 원자인 건가?”


누가 치유 마법사 아니랄까봐. 기초부터 배우라고! 세포만 배우려고 하지 말고!


“아뇨, 그건 아닙니다. 그건 좀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원자는 원자끼리 모여 분자, 아니... 음... 원소를 만듭니다. 원소라는 단어는 익숙하시죠? 왜 이곳 마법사들은 저에게 세상이 불, 물, 땅, 바람 이 네 가지 원소로 구성되었다고들 하시더군요.”


“그래. 하지만 자네가 보여준 것들은 그 네 가지에 포함되지 않지.”


“예. 불은 연료 안에 존재하는 탄소나 수소가 공기 중에 존재하는 산소와 만나면서 그것들이 변질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지금은 각각의 이름에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불은 연료 안에 있는 원소와 공기 중의 원소가 만나 서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타난다고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그래, 그래서 그 탄소인지 수소인지가 아닌 원소는 재로 남고, 그래서 바람이 필요한 거군.”


좋다, 좋아. 아주 빠르게 받아들이는구만! 지루해하던 놈들은 예시를 물에서 불로 바꿨을 뿐인데도 대답할 생각도 못 하고 있건만.


“자,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그 원소들이 자기들끼리 합쳐지는 것과 불이 무슨 상관일까요?”


“...”


흠, 이 사람들한테 전자까지 설명할 수도 없고... 결국 비유인가.


“우선, 제가 설명해 드리는 비유는 정확한 것이 아닙니다. 항상 말씀드리듯이, 정확한 설명은 책에 적혀있죠. 원자를 블록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원자가 모인 것을 블록이 쌓인 것으로 생각해 보시고요.”


마법으로 빛을 만들어 레고 블록을 만들었다. 레고사가 여기 세상에서까지 저작권을 요구할 순 없을 테니까. 뒤에 검은 판자는 이렇게 빛을 활용한 판서를 잘 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하나짜리 원자와, 여러 개가 모인 분자 중 뭐가 더 안정적일까요?”


“용어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여러 개 쪽이 더 안정적이겠지.”


이것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잘도 이해하는구나. 그래도 학생들을 위해 조금 보충이 필요해 보인다.


“뭐, 항상 하나보다 여러 개가 더 안정적이라는 건 아닙니다. 지금은 그냥 직관적으로 생각하세요.


이렇게 안정적으로 쌓은 블록이, 하나만 있는 블록보다 더 단단하지 않겠습니까? 왜, 성벽도 돌을 여러 개 쌓다 보니 돌 하나보다 튼튼하지 않습니까.”


여기저기서 나지막한 탄성이 들려온다. 에구... 내가 일반인 대상 강의를 나온 것도 아니고, 내가 직접 가르치는 학생들한테도 언제까지 이런 왜곡된 비유로 가르쳐야 하는 건지...


정말 오늘따라 여황이 밉다. 가르칠 대로 가르쳐 놓으면 다 쓸어가 버리고 말이야. 한둘이라도 남겨줘야 노예가 알아서 자가 복제를 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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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버리고 마법사 합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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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나 제1 법칙. (2) 23.12.14 10 0 12쪽
» 마나 제1 법칙. (1) 23.12.13 19 0 11쪽
3 과학자와 마법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 23.12.12 21 0 12쪽
2 과학자와 마법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 23.12.12 27 0 14쪽
1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과학자입니다. 23.12.12 35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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