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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 님의 서재입니다.

미로 속 성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scarface7
작품등록일 :
2019.11.12 21:57
최근연재일 :
2019.12.16 23:5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22
추천수 :
0
글자수 :
162,026

작성
19.11.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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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5

DUMMY

마치 거울로 비춘 듯이 완벽 하게 똑같은 복도.


에리카는 계단 위쪽에서 잠시 멈칫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지 않고 그냥 계단을 내려갔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중앙계단을 급하게 내려가는 에리카.


에리카의 다급한 발소리가 높은 천장까지 울려 댄다.


계단을 다 내려와선 옆을 바라 보는 에리카.


어디로 갈까 잠시 망설이더니 에리카는 왼쪽을 향해 뛰어갔다.


그 곳에는 금박으로 장식된 높다란 문이 있었다.


한 작품 한 작품이라고 불릴 만한 조각품들이 문에 달려 있었다.


아니, 문에 달려 있는 것인지 파서 조각을 한 것인지 모를.


문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손잡이가 없는 문앞에서 에리카는 잠시 동안 당황을 하지만, 곧 그냥 문을 슬쩍 앞으로 밀어보았다.


살짝.


스르르 륵.


문이 스르륵 하며 부드럽게 앞으로 밀렸다.


그렇게 문이 회전을 하듯 열렸다.


에리카는 문을 양손으로 밀치고는 그 방 안으로 들어섰다.


방.


이라고 할 수 없을 것만 같이 넓은 공간이 나왔다.


‘응접실인가...?’


에리카는 거대함에 넋이 나가 멍하니 그 공간을 쳐다보았다.


응접실의 천장에는 여러 개의 촛대가 매달아져 있었다.


에리카는 시선을 옮겨 왼쪽을 쳐다보았다.


왼쪽에서는 커다란 벽난로가 타고 있었고, 그 벽난로를 향해 외로이 놓여 있는 고풍스러운 의자.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길게 뚫려 있는 창문이 있었다.


해는 성의 뒤편에서 뜨고 졌기 때문에. 창문으로는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두웠던 복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밝은 편이었다.


그러나 햇빛이 직접적으로 들어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응접실의 공기는 차가웠다.


천장까지 뚫려 있는 창밖으로는 엄청 난 크기를 자랑하는 미로가 보였다.


에리카는 순간적으로 너무나도 거대한 미로에 넋이 나가서는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창가로 다가갔다.




성에서 바라본 미로는 성의 뒤편에서 비추는 태양들로 인해 뽀얀 물안개를 마치 그림자처럼 제 위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태양빛이 비치자 발광하듯 수 없이 다양한 색을 뿜어내는 물방울들.


그 아름다운 빛의 향연에 홀린 에리카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어온다. 스산히도.


바람이 미로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안개를 숲 속 멀리로 날려 보냈다.


그러자 뿌연 안개에 가려져 있던 미로가 그제 서야 제 참된 모습을 내보였다.


미로의 막다른 곳마다 땅바닥에 쓰러져서는 멍하니 안개 속 신기루만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 중 몇 명은 마치 뭔가에 홀린 듯 한 표정을 한 채로 멍하니 제 주위를 서성거렸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땅바닥에 털썩하고 주저 앉아 그 어떠한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미로의 벽에 제 몸을 기대고 있었다.


정신이 나가서는 마치 혼이 빠져나가 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그렇게.


안개가 걷힌 미로의 모습은 심히 충격적일 정도로 적나라하게 제 모습을 까놓고 있었다.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아 뒷걸음 치는 에리카.


툭.


뒷걸음을 치던 에리카의 등에 누군가의 단단한 몸이 닿았다.


그 순간,


창문에 비친 에리카의 창백한 얼굴 위로 날카롭게 창문 속에서 그녀를 쳐다보는 어느 은발의 사내.


사내는 에리카의 뒤에서 에리카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무섭게도 창백한 사내의 얼굴.


오른쪽 눈은 사내의 은빛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왼쪽 눈은 분노에 휩싸인 듯, 붉게 불타고 있었다.


에리카는 창문에 비친 그 공포스런 생명체의 모습에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온 몸이 얼어 붙었다.


말조차 나오지 못할 정도의 공포감에 휩쌓인 채로.


에리카는 두려움에 목이 뻣뻣하게 굳어서는 서서히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휙!


하고 에리카의 옆으로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분노에 가득 찬 사내의 얼굴.


‘아악!’


에리카의 뒷 목을 확 하고는 잡는다.


푸욱.


길쭉한 사내의 손가락에서 자라난 뾰족한 손톱이 에리카의 목에 상처를 내었다.


‘으으으으’


목이 찔리는 아픔이 에리카의 심장을 관통하듯 온 몸이 순식간에 찌릿하게 아파왔다.


심장을 따갑게 때리는 듯 한 충격에 에리카의 입에선 그 어떠한 아픔의 소리도 나오지 못했다.


“어떻게...... 인간이....... 멀쩡하게 살아서 이곳에.....”


에리카는 목을 관통하는 아픔에 몸이 굳어버렸다.


에리카의 핏줄에서 펄떡이며 떨려오는 그녀의 심장박동이 사내의 손에 닿아 그의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순간 그 떨림에 놀라 에리카의 목에서 제 손을 떼내는 사내.


제 손 끝에 느껴지는 처음 느껴보는 간지러운 떨림에 당황한 표정으로 에리카를 쳐다보았다.




에리카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분노의 붉은 빛에서 서서히 어두운 제 본래 눈빛 색으로 돌아왔다.


에리카는 두려움에, 그는 처음 느껴보는 간지러운 떨림에 당황하여서는, 잠시 그렇게 눈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에리카가 들어온 곳과 마주보고 있는 정반대에 있는 문이 끼익 하고 열리는데, 그곳에 놀란 표정의 로잘린이 서있다.


그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순간이동이라도 하듯이 빠른 속도로 문가에 서 있는 로잘린의 곁으로 간다.


쉬익 _


그가 떠나자, 에리카는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려서는 땅바닥에 주저 앉아 버린다.


두려움에 휩싸였던 몸이 이번에는 덜덜 거리며 떨려왔다.


에리카는 창가에 제 몸을 기대어서는, 붙잡혀 있던 목을 꺽꺽대며 만진다.


“끄어억.. 꺽.. ”


목을 감쌌다 뗀 에리카의 손에는 선홍빛의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에리카의 눈에 로잘린이 자신처럼 사내한테 목이 잡혀 위로 들어 올려 지는 것이 보였다.


“에... 에드윈...... 그.. 그게... 아니라.....”


로잘린은 두려움 속에서 그 사내의 이름을 불렀다.


“네가.. 네가 한 짓이지?”


에드윈이 로잘린의 목을 한 손으로 붙잡은 채로 벽에 밀치더니 그대로 들어 올려 버렸다.


로잘린은 목이 졸려 꺽꺽대었다.


좀 전에 느꼈던 당혹감에 제 자신이 싫어져선 더욱 분노한 에드윈이 로잘린의 목을 더 심하게 옥죈다.


로잘린은 있는 힘껏 자신의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 쥐려 했다.


그러자 그 속셈을 눈치 챈 에드윈은 로잘린을 내던지듯 땅바닥으로 내팽겨쳤다.


그렇게 바닥에 내 던져 지는 로잘린.


쿵.


하는 소리에 밖에서 누군가가 다급히 뛰어오는 소리가 난다.


에리카는 간신히 고개를 돌려 자신이 들어온 문쪽을 바라보았다.


열려 있는 문틈으로 보이는 알린의 모습.


알린이 살짝 열린 문을 더 밀치고 열자, 방의 끝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순식간에 방을 가로질런 알린 앞으로 갔다.


“안 돼.... 알.. 린....!”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흘러내리는 피에 의해 목에서는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순 간, 알린의 머리를 세차게 치는 에드윈 백작.


알린은 그대로 바닥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으어어억....”


옅은 괴로움의 소리를 내던 알린은 창가에 쓰러져 앉아 목에서 피를 흘리는 에리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알린의 눈이 뒤집어 지듯 감겨왔다.


백작은 그런 알린을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창가에 있는 에리카를 날카로이 노려보았다.


“안 돼!! 알린!!!!!”


에리카는 피가 흥건히 묻은 두 손으로 기어서 알린에게 향하려 한다.


그러나, 그 순간 에리카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그.


에리카는 곧 그의 손에 들려선 로잘린처럼 바닥으로 내팽겨 쳐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에리카의 눈이 껌뻑이며 감겼다.


“으으.. 으윽...”


에리카가 힘겹게 제 눈을 뜬다.


눈꺼풀이 너무나도 무거워서 힘겹게 떠진다.


힘겹게 떠진 눈이었으나, 눈 앞은 너무나도 껌껌했다.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에리카는 천장에 매달린 족쇄에 두 손목이 잠겨서는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손이 빠질 것만 같이 아파 와서 에리카는 손에 힘을 주어 족쇄 위에 달린 체인을 꽉. 하고 잡았다.


수 없이 치뤘던 전투에서 길러진 단단한 팔 근육들이 에리카가 그 속에서 버틸 수 있도록 힘을 주었다.


“알린... .. 알린!!!!”


에리카는 완전한 어둠속에서 알린을 불렀다.


그러나 돌아 오지 않는 대답소리.


에리카는 더 큰 소리로 알린을 불렀다.


“알린!!!!!!”


“에리카.... 나 여기에 있어...... 너무 어두워.... 어디야... 에리카...”


힘이 빠진 알린의 목소리가 에리카의 앞 쪽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알린!!!!! 나 여깄어..”


큰 소리로 에리카가 외쳤다.


그 순간, 희미한 등불이 에리카의 앞쪽으로 비쳤다.


터벅.


터벅.


등불과 함께 다가오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순간, 에리카의 앞쪽에 난 작은 창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사내의 모습.


에드윈 백작이었다.


그의 모습에 에리카의 몸이 공포감으로 가득찼다.




곧 그는 뾰족한 손톱을 들어 에리카의 목을 붙잡았다.


그의 얼굴이 에리카의 얼굴에 점차 가까워 졌다.


백작은 에리카의 얼굴을 옆으로 돌린 뒤, 자신의 손톱이 찔린 에리카의 목을 바라보았다.


상처에선 피가 멎어있었으나 목 주변에는 핏자국이 굳어 빨갛게 퍼져 있었다.


굳은 피를 바라보는 백작의 동공이 점점 확장되어 간다.


에리카는 그의 무서운 기운에 꼼짝없이 얼어붙어 있었다.


그러나 에리카의 눈빛은 두려움 속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로 제 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정신차리자, 에리카. 정신차려...’




수 없이 많은 전투를 치루고 수 없이 강한 자들과의 싸움을 치뤘던 에리카 였으나, 에리카의 앞에 있는 자의 두려움이라는 것은 한낱 인간과는 다른 소름끼치는 기운을 뿜어대었기에 에리카는 쉽게 그를 공격하지 못했다.



에리카의 시선을 눈치 챈 듯이 백작은 제 눈을 에리카의 목에서 돌려 에리카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에리카는 속으로는 두려움 속에서 덜덜거리며 떨고 있었으나, 그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보았다.


에드윈의 눈에 그 속에 강인함을 가둔 에리카의 단단한 눈빛이 들어왔다.


이곳에 갇힌 여느 인간들과는 다른 기운을 뿜어대었기에 에드윈은 곧 신기함의 눈빛으로 에리카의 눈 속을 세세히 살펴 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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