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나다요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반지를 주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글써다
작품등록일 :
2021.04.22 01:00
최근연재일 :
2021.05.19 13:4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5,005
추천수 :
384
글자수 :
212,761

작성
21.05.09 14:11
조회
242
추천
3
글자
10쪽

35. 고르드(1)

DUMMY

고르드(1)


세 사람은 누워있는 그들에게 달려갔다.

"이안!"

"에밀리!"

일리오네와 제니는 각자 이안과 에밀리를 받쳐 안았다. 같이 가던 왕은 머쓱해졌다. 이제 남은 건 생판 모르는 여자와 개 한 마리뿐이었다. 자신이 기뻐하며 안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왕은 혹시 아는 사람일까 싶어, 혼자 떨어져 있는 남자에게로 갔다. 왕은 남자의 얼굴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왕은 왜 익숙한지 눈치챘다.

“이안을 닮았구나. 친형제라고 해도 믿겠어.”

스스로 말해 놓고도 깜짝 놀랐다. 친형제라고 말하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12년 전에 죽은 자신의 아들, 1 왕자, 하르트가 생각이 났다. 왕은 설마 하는 의심을 버리지 못했다. 10년 전에 죽은 줄 알았던 이안도 돌아왔는데, 하르트라고 돌아오지 못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혼자 중얼거리는 왕의 말을 들은 일리오네는 이안을 조심히 내려놓고 왕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일리오네는 이안을 처음 봤을 때와 같이 하르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왕을 밀쳐내고 하르트에게 다가가 껴안았다.

“하르트! 살아있었구나. 흑.”

이내 눈물을 흘리는 일리오네였다. 왕은 당황했다. 아까부터 자신이 할 일을 일리오네가 뺏어가는 느낌이었다. 본인도 하르트가 살아있던 게 너무나 반가웠지만, 일리오네의 감정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이안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왕은 이안에게로 가서 가만히 옆에 앉았다. 지하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 느꼈던 벅찬 감정은 이미 많이 희석된 상태였다. 이안을 안고 울고불고할 감정 상태는 아니었다.

“미안하구나. 이안. 너에게 미안한 일을 하였어.”

왕은 이안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야기했다. 오랜시간동안, 이안의 출생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있던 것이 마냥 미안했다. 약의 기운이 빠진 지금, 왜 자신이 이렇게나 자신을 똑 닮은 이안을 의심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저기 일리오네가 안고 있는 하르트도 자신과 저렇게나 닮았건만, 정말로 자식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였다는 생각이 마구 쏟아졌다. 일리오네에 대한 미안함도 덤이었다.

왕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안을 잠시 살펴보다가, 이내 이 지하실에서 유일하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세히 보니 그냥 여인이 아니었다. 수인족이었다. 아인종들의 국가는 대륙 남부에 몰려있기에, 왕도 두 눈으로 직접 수인족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정체가 궁금해졌고, 또한 어째서 대륙 동부 끝에 위치한 이 나라까지 왔는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바라보지 마세요. 아버지. 이제야 만질 수 있게 된 몸. 닳겠어요.”

이안이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이야기했다. 왕은 눈을 뜨자마자 헛소리를 하는 아들의 정신 상태가 걱정되었다.

“아들아. 머리가 다친 것 아니냐? 육안으로 살펴보았을 땐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한번 어의에게 진료를 받아야겠구나.”

일리오네는 이안의 목소리를 듣고 이안이 깨어난 것을 알았다. 이안에게 가고 싶었지만 품안에 있는 하르트를 두고 갈 수는 없었다. 하르트와 이안을 번갈아 보며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정말. 내 아내라지만 귀엽구나.’

뜬금없이 마음속으로 주책맞은 소리를 하는 왕이었다.

“머리를 다치다니요. 전 괜찮습니다. 오랜만에 본 애인을 다른 사람이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부전자전이랄까. 마찬가지로 눈을 뜨자마자 주책맞은 소리를 하는 이안이었다.

왕은 놀랐다. 지금까지 이안에게 애인이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지금 이안의 나이는 20살, 지금 사귀는 사람이라면, 훗날 이안의 아내가 될 것이 분명했다. 왕이 밀리를 보러 가려고 한 순간, 이미 일리오네는 밀리를 조심히 안아들고 이곳저곳 살피고 있었다. 그 재빠른 행동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 아이가 내 며느리라는 거죠?”

애인이라고 했건만, 벌써 일리오네의 머릿속에는 며느리가 된 지 오래였다. 죽은 줄 알았던 아이들이 전부 살아오고 며느리까지 데리고 왔으니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드는 일리오네였다. 그리고 기뻤다. 지하실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두 무사하다는 사실도 좋았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미소가 지어지는 일리오네였다.

"이제 편한 곳으로 데려가서 쉬게 해주자고요."

제니가 말했다. 다들 괜찮아 보이지만 하나같이 힘든 일을 했는지, 안색이 창백했다. 찬 지하실에서 붙잡고 있는 것보다 각자의 처소로 데려다주는 게 좋을 듯싶었다.

"그래요.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이제 쉬게 해주자고요."

그 말을 들은 왕은 일리오네와 제니를 보았다. 일리오네는 밀리의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고, 제니는 에밀리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다녀오시죠. 아버지."

"그래. 내가 가야겠지."

이들을 각자의 방으로 옮겨줄 사람들을 깨우러 가는 것은 왕의 몫이 되었다.


"일어났어?"

밀리가 눈을 뜨자마자 들은 소리였다.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안이 자신의 옆에 누워있었다. 원래는 다른 방에 따로 밀리를 옮겨두려 했던 왕이지만 일리오네의 강력한 주장 때문에 밀리를 이안의 처소로 옮겨둔 것이었다.

밀리는 기분이 좋았다. 이안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동안 오랜 시간 동안 반지를 떠나 있으면 안 됐기에,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안도 기분이 좋았다. 옆에서 곤히 자는 밀리의 모습은 천사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런 기분이 깨지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근데 이안. 잘 못 한거 있지 않아?"

"어? 뭐를···"

"네가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실없는 소리를 해서 그때는 따지지 못했거든."

밀리는 이안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에게 예쁘다는 이야기를 한 것 때문에 혼내야 할 타이밍을 놓쳤었다.

"내가 잘 못 했어!"

이안은 선수를 쳤다.

"뭐를?"

"반지를 뺀 거, 힘을 남발한 거, 일시적인 탈각을 시도한 거···"

이안은 지금 당장 생각나는 자신의 잘못을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밀리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안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이안이 모든 잘못을 고백했을 때, 밀리는 울기 시작했다.

"그걸 다 아는 사람이 그래?! 내가 지난번에 두 번 다시는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안은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밀리를 보고 당황했다. 밀리를 달리기 위해 안아도 보고, 다정하게 말도 걸어 보고, 머리를 쓰다듬어도 보고, 손을 주무르기도 하고. 갖은 노력을 해야했다.


일리오네와 왕은 이안의 방을 찾았다. 왕이 문 앞에서 노크를 하려는데, 안에서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리오네는 급하게 왕의 손을 낚아챘다. 그리고 문에 귀를 대고 엿들었다. 몸을 너무 기댄 탓일까. 문이 조용히 열렸다. 일리오네는 당황해서 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다행히 이안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이안은 밀리를 달래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소리 죽여 쿡쿡 웃는데 밀리와 눈을 마주쳤다. 일리오네는 가볍게 주먹을 쥐어 밀리를 응원했다. 밀리도 눈을 꾹 깜빡이며 대답을 했다. 일리오네는 막 방 안으로 들어오는 왕의 손을 끌고 나갔다.

"며느리가 야무진 게 마음에 쏙 들어요."

"무엇을 보고 그런 말···"

"이제 하르트를 보러 가요."

일리오네는 왕의 말을 듣지도 않고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

'꽤나 주도적인 성격으로 변했구만. 허하.'

왕은 갑자기 바뀐 일리오네의 성격 변화가 신기했다. 원래도 자주적인 성격이긴 했지만, 이렇게 앞장서는 사람은 아니였다.

'흠. 이것도 좋구만.'

그런 바뀐 성격도 마냥 좋은 왕이었다.


모든 혼란이 사라진 후, 고르드 공작과 에나는 구속구가 채워진 채 지하감옥에 갇혔다. 왕이 아군 병사들을 먼저 깨웠기에 반군들을 줄줄이 묶고, 공작과 에나에게 구속구를 채우는 일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공작은 완벽하게 준비했던 일이 허망하게 실패했기에, 망연자실한 상태로 감옥 구석에 조용히 처박혀 있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왕도 죽음으로 몰아갔고, 궁 안의 병력 통제도 어렵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자신의 사람을 왕실기사단장으로 만들었고, 기사단장으로 하여금 왕실기사단 전원을 죽이게 했다. 교단의 힘을 빌려 세력을 키웠고, 자신의 힘도 강화했다. 실패할 이유가 없었다.

"교단! 교단은 안 도와주고 대체 무엇을 하고 있던 거지!"

공작은 모든 책임의 화살을 교단에게 돌렸다. 이제 왕국에 뿌리내렸던 교단이 뿌리째 뽑혀 나갔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에나는 그냥 넋이 나가있었다. 권력과 목숨, 두 가지 토끼를 잡으려 했건만 둘 다 놓쳐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왕후 무고 사건에 연루되어도 목숨만은 잃지 않았을 텐데, 이제 목숨마저 위태로워졌다. 왜일까. 자신은 그저 원래 자신의 것이었던 걸 되찾으려 했을 뿐인데. 억울했다.

둘 다 각자의 상념에 빠져있을 때, 감옥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에나가 고개를 들고 그 남자의 얼굴을 보았을 때, 에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독살한 왕이 멀쩡히 걸어오고 있었다.

"어떻게···당신이···"

"2 왕비. 아니 이런 일을 했다는 건 직위를 버렸다는 뜻이겠지. 에나 고르드. 짐에게 재미있는 일을 시도했어."

에나의 턱이 덜덜 떨렸다. 죽은 사람이 돌아온 기분이었다.

옆에 있던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경악한 눈으로 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은 그런 둘의 표정을 보고 흡족해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반지를 주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연중 공지입니다. 21.05.19 154 0 -
46 45. 라이빌(2) 21.05.19 136 0 10쪽
45 44. 라이빌(1) 21.05.18 105 1 10쪽
44 43. 제국(3) 21.05.17 98 0 10쪽
43 42. 제국(2) 21.05.16 124 0 10쪽
42 41. 제국(1) 21.05.15 130 2 10쪽
41 40. 타국(3) 21.05.14 142 0 10쪽
40 39. 타국(2) 21.05.13 144 1 10쪽
39 38. 타국(1) 21.05.12 164 2 10쪽
38 37. 고르드(3) 21.05.11 193 2 10쪽
37 36. 고르드(2) 21.05.10 217 2 11쪽
» 35. 고르드(1) 21.05.09 243 3 10쪽
35 34. 결(3) 21.05.08 266 4 10쪽
34 33. 결(2) 21.05.07 270 3 10쪽
33 32. 결(1) 21.05.07 295 3 10쪽
32 31. 철의 이름(8) 21.05.06 333 5 10쪽
31 30. 철의 이름(7) 21.05.06 341 5 10쪽
30 29. 철의 이름(6) 21.05.05 340 5 11쪽
29 28. 철의 이름(5) 21.05.05 374 7 11쪽
28 27. 철의 이름(4) 21.05.04 392 6 10쪽
27 26. 철의 이름(3) 21.05.04 410 8 9쪽
26 25. 철의 이름(2) 21.05.03 416 8 11쪽
25 24. 철의 이름(1) 21.05.03 484 9 10쪽
24 23. 왕(4) 21.05.02 494 8 11쪽
23 22. 왕(3) 21.05.02 508 9 12쪽
22 21. 왕(2) 21.05.01 515 10 10쪽
21 20. 왕(1) 21.05.01 573 12 10쪽
20 19. 환궁(3) 21.04.30 583 12 10쪽
19 18. 환궁(2) 21.04.30 562 11 11쪽
18 17. 환궁(1) 21.04.29 605 1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