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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요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반지를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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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써다
작품등록일 :
2021.04.22 01:00
최근연재일 :
2021.05.19 13:4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5,008
추천수 :
384
글자수 :
212,761

작성
21.05.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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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29. 철의 이름(6)

DUMMY

철의 이름(6)


"하아. 결국 진짜로 악마에게 몸을 빼앗겼던 건가."

이안은 문 앞에 서 있는 드로를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평소의 드로와 똑같아 보였다.

"이건 의외로구나. 이안, 네가 오다니."

말투도 드로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도 그러했다.

"언제부터지? 언제부터 드로 형님의 몸을 뺏은 거 냔 말이야!"

드로는 이안이 재밌는 소리를 한다는 듯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게 무슨 소리이냐. 난 몸을 빼앗은 적이 없다."

빼앗은 적이 없다니, 그럼 드로가 스스로 몸을 바쳤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형님이 스스로 몸을 내주었을 리가 없어."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구나. 난 타인의 몸에 기생한 게 아니다."

"그럼? 설마···"

드로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처음부터였다. 이안. 태어날 때부터 난 악마였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악마가 아니었던 적이 없어."

이안은 충격을 받았다. 그 다정했던 드로가 처음부터 악마였다니.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말도 안 돼. 악마가 인간의 아이로 태어났다는 걸 지금 믿으라는 거야?!"

"믿고 말고는 네 자유지. 하지만 난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단다."

"그럼···설마 3 왕자와 4 왕자도···?"

같은 몸에서 태어난 생명이었다. 드로의 다른 두 형제도 악마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건 실패작들이고 나랑은 다르지. 이 몸은 두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몸이니까."

이안은 혼란스러웠다. 어렸을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자신과 놀아주던 드로. 그때 그의 얼굴엔 가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의심하지 말거라. 그때는 진짜로 즐거웠으니까. 마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이었다.”

드로는 이안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제 끝내야 겠지.”

드로의 손에서 붉은 손톱이 빠져나와 가만히 있는 이안을 할퀴었다.

‘이안! 뭐 하는 거야!’

이안이 공격에 당하기 전, 밀리는 이안의 몸을 밀쳐냈다. 간발의 차이로 손톱이 이안의 옆을 할퀴고 갔다. 이안이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이 있던 자리에 커다란 짐승이 할퀸 듯 깊은 고랑이 여러 개 파여있었다. 이안은 그제야 깨달았다. 드로가 진짜로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을.

“진심으로 죽이려 했단 말이지.”

“그럼. 이제 가족 놀이는 끝낸다고 했잖니.”

“그래. 그럼 나도 끝내야겠지.”

이안도 마찬가지로 드로를 향해 손을 뻗었다.

“터져라.”

드로가 있던 공간이 폭발했다. 분진이 가라앉고 난 후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끝난 건가. 허무하군.”

이안은 공허한 눈빛으로 드로가 있던 자리를 보았다.

‘이안! 정신 똑바로 안 차려!’

다시 밀리가 이안의 몸을 밀쳐냈다. 드로가 내민 붉은 손이 이안의 가슴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상대는 악마라고!’

이안은 놀란 눈으로 드로를 쳐다보았다. 드로의 몸엔 긁힌 상처 하나 없었다.

“흠. 움직임이 신기하군. 마치 누가 민 것 같아.”

이안은 자신의 가슴을 보았다. 옷은 길게 찢어져 있었고, 찢어진 결 그대로 가슴도 얇게 베여 있었다. 이안은 정신을 차리고 거리를 벌렸다.

“독특하군. 움직임은 그렇다 쳐도. 방금 사용한 건 언령인가? 아니 언령치고는 한계가 꽤 커. 자연 마나에 내리는 명령 정도가 적합하겠군.”

“깨져라.”

이안이 다시 명령을 내렸지만, 깨진 공간에는 이미 드로는 없었다.

“꽤나 큰 힘을 품고 있는 것 같지만 사용하는 법을 전혀 모르는구나. 한심해. 한심하기 그지없어.”

드로는 손가락으로 이안을 가르켰다.

“진짜 언령을 보여주도록 하지.”

[멈춰라.]

그 순간, 이안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전신에 도는 피가 일순간 정지해버렸다. 이대로라면 몇 초 내에 죽을 것이다. 신체의 어디 한군데만이라도 움직여야 했다. 이안은 모든 정신을 새끼손가락에 집중했다. 새끼손가락이 까딱 움직인 후에야.

“헉. 헉.”

이안의 몸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안은 다시 한번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안의 얼굴에 길게 베인 상처가 새겨졌다. 이안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가해진 공격을 이번에도 밀리가 이안을 밀어서 피하게 해 준 것이었다.

“역시 철의 피를 이은 건가. 자력으로 언령을 풀다니. 인간의 정신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야.”

이안은 암담해졌다. 수준이 달랐다. 인격을 유지하기 위해 제약해 둔 힘으로는 상대하기 힘들었다.

싸움은 계속되었다. 밀리의 도움으로 치명상만은 피했지만, 이미 이안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이안. 도망치자. 방법이 없어.'

밀리가 제안했지만, 이안은 도망칠 수 없었다. 악마만 해도 이정도인데 저 문 뒤에서 하는 일이 성공한다면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슬 질리는구나. 꽤나 재미있는 힘을 쓰길래, 기대했더니 그게 끝이었어.”

드로가 보기에 이안은 힘센 어린아이였다. 자신의 힘을 쓸 줄 모르고, 몸을 다룰 줄도 모르는 어린아이. 그렇기에 다른 것을 기대해본 것인데 아무것도 없었다.

드로의 전신이 붉게 물들었다. 이번엔 기묘한 움직임으로 피하지 못하게 전방위로 공격할 생각이었다.

“이제 방법이 없어. 밀리. 언령을 사용할게.”

‘안돼. 그냥 도망쳐! 다른 인간들이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인데! 도망쳐서 우리 둘이 살면 되잖아.’

“너랑 사는 건 당연한 거고, 나는 사람들까지 구하자는 거지.”

이안은 무슨 생각이 있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중간계와 마계가 연결되어 있어서 악마들이 지상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그럼 나도 하면 되잖아.”

이안은 왼손으로 반지를 끼지 않은 오른팔을 잡았다.

“중간계에서 힘을 쓰면 추방당한다고? 그럼 중간계가 아니면 되잖아.”

이안은 왼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오른팔을 힘껏 뽑았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밀리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안은 상관이 없다는 듯 뽑은 오른팔을 땅바닥에 던졌다.

“잘 봐. 재미있는 것을 보여줄 테니까."

이안은 드로에게 말했다.

드로는 스스로 팔을 뽑는 이안의 행동에 궁금함을 느꼈기에, 공격을 중지했다.

"그래. 보여줘라. 만일 별거 아닐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열려라.」

이안이 언령을 사용한 순간, 중간계의 의지가 이안을 찾아내고 배제하려 했지만, 다가오지 못하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안의 오른팔은 녹아 없어졌다. 대신 그 자리에 검은 점이 생겼다. 검은 점은 점점 커져, 마침내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구멍이 되었다. 구멍에서 뜨거운 열기와 끝을 모를 마기, 그리고 강렬한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드로는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이내 몸을 떨며 전율했다.

"설마! 마계와 중간계를 완전히 연결한 건가?!"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기운에이 중간계를 잠식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중간계의 마계화가 진행 중이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런 것이 가능했다면, 교단이 중간계에 숨어지내며, 하나둘씩 마계의 존재들을 소환할 필요가 없었다.

드로는 기뻤다. 이 통로가 있다면 그 어떤 교단들 보다 빨리 대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어떤 방법으로 통로를 열었는지 이안에게 알아내야 했다.

「재생.」

그때 드로의 상념을 깨는 한마디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엔 어느새 멀쩡해진 이안이 있었다.

"하하하. 어떻게 한 거냐. 알려준다면 고통 없이 죽여주겠다."

이안은 말 없이 드로를 보며 웃었다. 그것은 비웃음이었다. 드로의 기분은 급격히 안 좋아졌다.

"그냥 알려줄 생각이 없다면 다른 방법을 취해야지."

드로는 다시 힘을 모았다. 이안을 무력화시킨 후 고문을 통해 알아낼 생각이었다.

"쓸데없는 저항하지 말거라. 귀찮으니까."

드로는 모았던 힘을 폭사시켰다.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 정도면 숨은 붙어있겠지."

드로는 이안이 쓰러졌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먼지 속으로 이안을 찾으러 들어간 순간.

「터져라.」

기습적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드로는 재빨리 피했다.

"쓸데없는 발악을 하지 말라 했건···"

펑.

"크아악!"

원래 있던 자리에서 몸을 피한 드로가 여유롭게 말하는 순간, 드로의 팔이 폭발했다.

"발악이라니. 난 그런 추잡한 거 안해"

"너어···!"

[터져라!]

드로도 똑같이 복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런 걸 발악이라고 하는 거야."

"아악! 죽인다!"

드로는 머리 끝까지 화가 올라, 이안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멈춰라.」

드로의 손은 이안의 머리 앞에서 멈췄다. 드로가 사용했던 언령과 똑같은 문구의 언령이 드로를 강제했지만, 차원이 달랐다.

몸만이 멈췄던 이안과 달리, 드로는 생각조차 멈춰버렸다. 몸을 움직일 수도, 생각을 할 수도 없는 드로는 시체라고 불러도 무방했다.

「닫혀라.」

슬슬 구멍에서 마계의 존재가 기어 나올 낌새를 느꼈기에, 이안은 구멍을 닫았다.

"헉헉."

구멍이 닫히며 마계로 변했던 중간계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갑자기 변하는 환경에 이안은 숨을 헐떡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물에 빠진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몸에 깃든 힘의 차이가 심했다.

"아. 이겼다."

숨이 돌아온 이안은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밀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훌쩍훌쩍.'

"밀리?"

여전히 훌쩍이는 소리만 들렸다.

"코 삼키면 더럽다."

그 말을 들은 밀리가 폭발했다.

'이 미친놈아! 그게 지금 할 소리야! 내가,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흑흑. 팔을 제물로 바칠 거면 미리 말을 해달란 말이야! 엉엉엉.'

"아니, 급하니까 그랬지."

'아무리 급해도! 팔을 산 채로 뽑아?!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흑흑.'

"미, 미안해."

'미안?! 뭐가 미안한데!'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미안하다면 다야? 큽. 내가, 내가··· 으엉엉.'

어쩔 줄 몰라 하며 한참을 밀리를 달랜 이안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어린이가 아니라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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