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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자동차왕 마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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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23.01.06 18:47
최근연재일 :
2023.01.15 18:5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570
추천수 :
17
글자수 :
49,524

작성
23.01.09 18:50
조회
78
추천
4
글자
11쪽

2. 더럽게 못 파는 딜러 (2)

DUMMY

수상한 손님이 다녀가고 며칠이 지났다. 당연하게도 석구의 일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럼 그렇지. 염병. 뭘 기대한 거야? 정말 그 아저씨가 ‘어둠의 임원’이기라도 기대한 거야? 정신 차리자 마석구.”


잠깐이나마 석구는 그런 기대를 품긴 했었다. 수상한 남자가 혹시 시찰 나온 그룹의 임원이 아닐까? 일전에 읽었던 소설에서 본 ‘언더커버 보스’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 것 때문에 당장 그만두려던 생각을 잠시 보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성 없는 이야기다. 입사 한 이후부터는 미르자동차의 사장이나 주요 임원들의 얼굴은 알고 있는 석구였다. 게다가 만약 정말로 ‘언더커버 보스’를 기획한 어둠의 임원이라면 지금쯤 무슨 소식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석구의 일상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 내 주제에 무슨. 그럼 이제 진짜 일을 그만둬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진 석구는 커피나 한 잔 하며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 어디에 부딪히기라도 한 듯 그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아 이 새끼 이거 또 왜 이런데? 얌마. 괜찮아?”

“용식이 형. 이, 이거 뭐예요?”

“뭐가 임마.”

“형 이거 안 보여요?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홀로그램?”

“홀로그램? 뭔 개소리야."

"아니 형! 이거 진짜 안 보여요?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용식은 잠시 안타깝다는 듯 그런 석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아무래도 스트레스 많이 받은 모양이다? 뭐 충분히 이해는 한다만. 그래 눈에 이상한 게 보인다고?”

“네 형! 마치 컴퓨터게임 설정 창에 들어간 것 같은...그런 그림이 보이는데요?”

“석구야| 일단 진정하고 일 걱정하지 말고 지금 병원에 좀 갔다 와 봐.”

“병원이요?”

“그래! 지금 당장.”


마치 자신을 정신병자처럼 취급하는 용식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지만, 자신의 눈에 보이는 이 비현실적인 홀로그램은 현실이었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감았다 떠 봐도 홀로그램은 사라지지 않았으니.


그 길로 석구는 근처에 있는 안과로 향했다. 아직 점심시간이 되기 전이라서 그럴까. 병원은 한산했고 석구는 도착하자마자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눈에 이상한 것이 보인다는 말에 안과 의사는 온갖 기구들을 동원하여 석구의 눈을 검사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석구에게 말을 건넸다.


“이상하군요. 검사 결과 양쪽 눈 모두 정상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게 보이시는 겁니까?”

“그...홀로그램이 보이는 거 같아요.”

“홀로그램? 설마 게임에서나 나오는 그거 말하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그게 자꾸 보입니다.”


잠깐이지만 의사의 표정에 짜증이 몰려왔다. 그러고는 침착하게 석구의 손을 잡고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래도 병원을 잘 못 찾아오신 거 같습니다. 환자분 같은 경우는 안과가 아니라 정신과로 가보셔야 할 거 같아요.”

“네? 갑자기 정신과라니요?”


용식과 같은 말을 하는 의사를 보며 석구는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자신의 눈에 또렷이 보이는데 모두가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하고 있다.


“선생님! 저 멀쩡합니다. 제발 다시 한 번 검사를 해주세요.”

“검사를 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현재 환자분의 눈 상태는 단순한 정상 정도가 아니라 일반 사람보다 훨씬 상태가 좋아요. 소견서를 써줄 테니 대학병원 정신과에 방문해 보세요.”


그러고는 가차 없이 ‘다음 환자!’ 라는 말을 하는 의사. 석구는 난동을 부릴 힘도 없다는 듯 의사가 준 소견서를 들고 병원에서 나왔다.


‘내가 진짜 미친 건가? 안 그래도 되는 일도 없는데 왜 내게 이런 일만 생기냐고!’


문득 억울해진 석구는 노려보듯 홀로그램을 쳐다봤다. 기왕 이리 된 거 머 어떤 말이 쓰여 있는지 보기라도 하려는 듯 말이다.


자세히 관찰한 홀로그램에는 버튼 모양으로 여러 개의 탭이 있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쓸데없이 고퀄이었다.


‘보자. 탭 같은 게 4개가 있네? 임무와 상점? 스탯? 인벤...?’


문득 자신이 ‘왜 이걸 집중하며 보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뱃일을 할 때 간간히 했던 모바일 게임을 떠올리며 석구는 4개의 탭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임무? 게임처럼 임무를 주는 건가? 근데 달랑 임무라고만 쓰여 있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 클릭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


석구가 속으로 ‘임무’ 라는 말을 되뇌자 갑자기 홀로그램 화면이 바뀌기 시작 했다. 그리고 웬 기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임무창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아 씨발! 깜짝이야. 이건 또 뭐야?”


놀란 석구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길을 가던 시민들이 그런 석구를 힐끔 쳐다봤지만 너무 놀란 석구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이건 뭐냐고 물으시니 답을 드리겠습니다. ‘임무’는 말 그대로 석구님이 수행하실 수 있는 임무입니다. 이 탭을 통해 새로운 임무를 받으실 수 있고 그에 따른 보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뭐야? 이거 말도 통하는 거였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냐고!’


[두 번째 ‘상점’ 은 석구님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각 아이템마다 정해진 가격이 있으며 포인트를 이용하여 구입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지금 판매하는 아이템은 ‘회복포션’ 하나지만 추후 포인트를 모으신다면 더욱 다양한 아이템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친절한(?) 시스템 메시지의 설명에 자신도 모르게 상점에 들어가 보는 석구. 시스템 메시지의 말대로 회복포션이 보였고 옆에는 자그맣게 30포인트 라는 가격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다음 ‘스탯’은 현재 석구님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이 역시 추후 포인트를 사용하면 스탯을 올리실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벤’은 석구님이 현재 시스템 상에서 획득하신 아이템을 저장하는 공간입니다. 이 ‘인벤’도 레벨이 있습니다. 현재는 1레벨로서 최대 10가지 아이템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10개의 회복포션이 저장되어 있으니 원하시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 이러니까 진짜 게임 속 주인공이라도 된 거 같네. 이거 진짜 현실 맞는 거지? 어디 넥손이나 엠씨소프트 이런 데서 나온 신작 아니지?’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레벨이 올라가면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도 더 늘어납니다. 석구님에게 해가 되는 것들은 하나도 없으니 잘만 이용하신다면 석구님의 꿈을 이루실 수도 있을 겁니다.]


‘이거 참 고맙다고 해야 할지 욕을 해야 할지 몹시 고민되네. 어이! 기계 양반! 아니 기계 양반은 좀 그렇고, 그렇다고 계속 어이, 저기라고 부를 수도 없고. 내가 널 어떻게 불러야 하지?’


[제게 주어진 호칭 같은 건 없습니다. 석구님이 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내가 편한 대로라...’


문득 석구는 예전에 봤던 히어로 영화에서 이 시스템 메시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놈이 떠올랐다.


‘이제 부터 니 이름은 짭비스여.’


[....]


‘어이 짭비스. 왜 말이 없냐? 마음에 안 들어?’


[...아닙니다. 어찌됐든 첫 임무가 생겼으니 임무 탭에서 확인을 해보시겠습니까?]


‘그래 기왕 이리 된 거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느 새 익숙해졌는지 임무 탭으로 들어가는 석구.


「임무 : 현재 영업장 앞에 있는 72세 김말숙에게 24시간 내 자동차를 판매한다. 보상 - 100포인트」


‘이 지나치게 현실적인 임무는 뭐지?’


석구는 내심 안도를 했다. 혹시나 지구를 구하거나 악당을 물리치라는 말도 안 되는 임무가 나오는 건 아닌가 하고 내심 쫄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야 짭비스. 옆에 이상한 타이머가 돌아가고 있는데? 1시간? 저건 또 뭐야?’


[임무 수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타이머입니다. 1시간 내로 임무 수락을 하지 않으시면 자동으로 임무가 거절됩니다. 임무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아 그거군. 일단 차 파는 게 임무라면 지금 내 일과 다른 것도 아니잖아? 일단 고!’


[임무를 수락하셨습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주어진 시간 내에 김말숙에게 자동차를 판매해야 합니다.]


그리고 임무 창이 변함과 동시에 1시간이었던 타이머는 이제 24시간으로 변경된 채로 표시되어 돌아갔다.


‘그런데 짭비스. 김말숙이 대체 누군데? 내가 아는 사람이야?’


[임무 진행에 관련된 내용은 직접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더럽게 빡빡하게 구네. 뭐 영업장 앞에 있다니 일단은 가볼까? 어차피 가는 길이기도 하고 말이야.’


병원에서 대리점으로 여유롭게 걷던 석구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아직도 마음 한 편에는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다 꿈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묘하게 기대가 되기도 했다. 짭비스의 말처럼 자신이 정말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아등바등하며 사는 것보다는 조금 더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리라.


“보자 저 할머니가 김말숙?”


서둘러 매장으로 달려간 석구의 눈에 매장 앞을 서성이는 한 할머니가 들어왔다.


“음. 그런데 저 할머니 역시 아무리 봐도 차를 살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말이지.”


가까이서 김말숙을 본 석구는 왜 손님이 서성이는데도 아무도 나와 보지 않은 건지 알 수 있었다.

일전에 본 남자 손님만큼은 아니지만, 지금 눈앞의 손님(?) 역시 아무리 봐도 차를 살 것 같지는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보통 70세 이상의 여자가 혼자서 차를 사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지만 보통은 남편이나 자식들과 함께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할머니의 복장은 마치 재래시장에서 나물을 팔 것 같은 몸빼 바지에 국물이 묻은 헐렁한 티셔츠가 전부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김말숙은 매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는 돈 많은 할머니라면 적어도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석구 역시 평소라면 신경도 안 썼겠지만, 저 사람이 만약 임무 대상인 김말숙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저기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곳 수정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마석구라고 합니다. 혹시 차를 보러 오셨나요?”

“깜짝이야! 총각!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걸면 어떡혀? 음...그게 말이여. 차를 보러 온 건 맞는디 내가 찾는 게 없어 보이는데...”

“고객님. 힘드실 텐데 왜 밖에 서 계셨어요? 자자. 들어가요. 저기 앉아 계시면 일단 제가 따듯한 차라도 한 잔 가지고 갈게요.”


자동차 매장에 온 것은 처음인지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는 김말숙을 자리로 안내하는 석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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