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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분노조절장애 광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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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1.26 14:44
최근연재일 :
2024.01.31 09: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95
추천수 :
30
글자수 :
38,508

작성
24.01.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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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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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현대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1)

DUMMY

한우석을 평생토록 괴롭히던 악마가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다.


[진단서]

[기관 : 현대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병명 : 간헐적 폭발장애]


간헐적 폭발장애.

일명 분노조절장애.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화를 참지 못한다. 그들은 가만히 있어야 할 상황에서도 감정을 분출하고 이성을 상실한다. 폭력과 파괴는 일상이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다.


한우석도 마찬가지다. 그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 남들처럼 직장 다니며 월급 받고 주말에는 게임을 즐기며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

하지만 그런 삶은 불가능하다.

뇌의 특정 부위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가 말했다.


“한우석 님은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신 것 같아요. 호르몬에 문제가 있거나 뇌에 이상이 생긴 거죠. 부모에게 학대를 받거나 하지는 않으셨잖아요. 그렇죠?”

“그런 경험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까요. 우석 님이 화를 참지 못하는 건 본인 잘못이 아니에요. 유전자 탓이죠. 유전자를 노력으로 바꿀 수는 없어요. 그러니 죄책감을 내려놓으세요. 괜찮아요. 우석 님은 좋아질 수 있어요.”


한우석이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새끼손가락이 바깥으로 살짝 휘어져 있었다. 그는 고등학생 때 학교 일진 무리에게 덤볐다가 집단으로 폭행을 당해 손가락 힘줄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었다.

화를 참지 못한 대가다.

그가 의사에게 물었다.


“얼마나 좋아질 수 있습니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습니까?”


의사가 희망차게 말했다.


“그럼요. 당연하죠. 약물치료를 받으면 많이 호전될 거예요. 희망을 가지세요.”


진료가 끝났다.


한우석은 진단서와 일주일치 약을 들고 병원에서 나왔다. 치료비는 1만5천 원이다.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그는 앞으로 매주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고정지출.


그는 수입이 없다. 직장에서 얼마 전에 잘렸다. 대형마트 환불 코너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손님이 수박 반 통을 사서 절반을 먹고 나머지는 맛이 없다며 환불을 요구하길래 규정 상 안 된다며 거부했다가 손님이 쌍욕을 날려 그도 상대에게 육두문자를 박아버렸다.


“환불하라고 씨발놈아!”

“안 된다고 거지새끼야!”


분노를 참지 못한 결과다. 마트 직원은 밑바닥 계급이므로 손님에게 욕을 먹어도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그 단순한 규칙을 한우석은 따르지 못했다.

인내력 부족.

참을성 바닥.

충동 조절 능력 없음.

해고.

그는 21세기 한국에 어울리는 인간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분노를 마음껏 표출하려면 부자가 되거나 권력자가 되거나 대통령에 당선되어야 한다.


한우석이 골목길을 걸으며 의문을 품었다.


‘약을 먹으면 정말로 나아질까? 나도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


미지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다. 먹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려면 직장에 다녀야 한다. 한국에서 수렵채집 생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분노를 억눌러야 한다.

그래야 생존 가능하다.


그가 골목길 모퉁이를 돌았다.


지저분한 담벼락 앞에서 덩치 큰 남학생들이 왜소한 아이를 둘러싸고 있다. 남학생 하나가 왜소한 아이를 윽박지른다.


“이번 달 상납금은 백만 원이다. 얼른 이체해라. 늦으면 하루에 10만 원씩 이자 붙는다.”


왜소한 아이가 울먹인다.


“안 돼. 나 이제 진짜 돈 없어.”

“돈이 없기는 지랄. 만들면 다 나와. 핸드폰 팔아.”

“싫어. 이거 엄마가 나한테 사준 생일선물이야.”

“또 사달라고 해. 잃어버렸다고.”

“엄마도 이제 돈 없대.”

“말 더럽게 많네. 너 여기서 졸라 맞고 병원비 백만 원 쓸래, 아니면 핸드폰 팔고 안 맞을래?”

“흐흑···”


집단 괴롭힘의 현장이다. 덩치 큰 남학생들이 가해자, 왜소한 아이는 피해자다. 대화를 들어보니 약한 아이는 강한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한 것 같다.

부당한 상황.

분노를 일으키는 광경.


하지만 한우석은 눈앞의 광경을 애써 외면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약봉지를 만졌다. 그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 변화할 것이다. 분노를 참고 현대 사회의 규율을 따를 것이다.

저것은 남의 일이다.

그의 소관이 아니다.

경찰이 해결해야 할 사건이다.


‘오지랖 부리지 말자. 지금껏 폭행 합의금 무느라고 돈 많이 날렸잖아. 그냥 지나가자. 모른 척하자. 끼어들면 나만 손해야. 경찰이 알아서 하겠지.’


21세기 한국에서는 평범한 시민이 나쁜 놈을 때리더라도 때린 시민이 벌을 받고 맞은 놈은 보호를 받는다. 그것이 현대 사회의 작동 원리다.

한우석이 심호흡을 했다.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그가 학생 무리 옆으로 지나간다. 통과 직전이다.


폭행 소리가 들렸다.


- 퍽


덩치 큰 남학생이 피해자를 협박했다.


“네 엄마가 아프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너부터 뒈지고 싶어?”


한우석은 실수했다. 청각을 차단하지 않았다. 그의 인생을 망친 악마가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분노.

지나치게 뜨거운 화.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를 괴롭혀 돈을 뜯어내는 쓰레기들.


그가 걸음을 멈추고 일진 무리를 불렀다.


“야.”


일진 무리가 한우석을 보았다. 그리고 비웃었다. 한우석은 혼자고 그들은 다섯이다.


“왜?”

“그만해.”

“병신. 지랄하네.”


한우석이 가장 가까이 있는 일진에게 다가가 엄지손가락으로 상대의 눈을 찔렀다. 일진이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굽혔다. 한우석이 놈의 머리통을 붙잡아 무릎으로 올려 쳤다.


맞은 학생이 피를 흘리며 고꾸라졌다.

나머지 일진 무리가 정신을 차렸다.


“이런 씨발.”


놈들이 공격했다.


한우석이 얼굴에 주먹을 맞았다. 하지만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분노에 사로잡혔다. 이성을 상실하고 감각을 차단했다. 오로지 화를 풀기 위해 움직였다.

그가 다음 타겟을 찾았다.

눈앞에 보이는 일진의 사타구니를 붙잡고 꽉 쥐었다.

일진이 비명을 질렀다.


“끄악!”


잔인했다. 가혹했다. 보통 사람은 치료비를 낼 걱정에 쉽사리 행하지 못할 공격이다. 하지만 한우석은 판단력을 잃어버렸으므로 앞날을 걱정하지 못한다.

그가 상대를 담벼락에 밀어붙인 뒤 사타구니 급소를 집중 타격했다.

한 방.

두 방.

세 방.

놈이 전의를 상실했다.


“끄으으···”


일진 친구들이 경악했다.


“재혁아!”


놈들이 더욱 열심히 덤볐다. 친구를 위한 복수였다.

한우석은 맞으면서 계속 전진했다. 가드를 올리고 턱을 당기고 눈은 목표를 주시했다. 멈추지 않았다. 다섯 놈을 전부 쓰러뜨려야 분노가 해소될 것 같았다.


일진 하나가 한우석의 멱살을 쥐었다.

한우석은 놈의 손가락을 붙잡아 반대로 꺾었다.


- 뿌득


손가락이 부러졌다.

희생자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결국 넘었다. 한우석은 고등학생의 손가락을 부러뜨렸으니 치료비와 합의금을 상당히 물어야 한다.

인생 멸망 예약.

그러나 한우석은 손속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본능을 계속 따랐다. 그가 바닥에 드러누운 손가락 골절 일진에게 싸커킥을 날렸다.


- 퍽


놈이 기절했다.

한우석이 다음 목표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이제 두 놈 남았나? 한 놈은 앞에 있고, 다른 놈은···’


뒤통수에 강한 타격이 왔다.

눈앞이 흐려지고 뜨끈한 액체가 목을 따라 흐른다.

한우석이 뒤를 돌아 자신을 공격한 놈을 보았다. 놈은 손에 벽돌을 들고 있다. 벽돌 모서리에 피와 머리카락이 엉겨 붙었다.


일진이 소리친다.


“개새끼야, 죽어.”


놈이 벽돌을 다시 휘두른다. 한우석은 돌덩이를 팔뚝으로 막았다.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그의 왼손이 축 쳐졌다.

손목이 부러졌다.

한우석은 오른손으로 상대의 턱을 가격했다.


- 쩍


일진 학생이 쓰러진다.

한우석은 앞으로 넘어지듯 상대의 배에 올라타 팔꿈치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광대를 때리고 눈두덩을 때리고 관자놀이를 타격했다.

제압이 완료되었다.

그가 상체를 일으켰다.


“이제 한 놈···”


한우석이 반쯤 일어서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평형감각이 상실되었다. 벽돌이 그의 중요한 신체 기관을 파괴한 것 같았다.

달팽이관.


마지막 남은 일진이 한우석의 몸상태를 눈치챘다. 놈이 발차기를 날렸다.


“씨발놈!”


피할 수 없었다. 물체가 두 개로 보였다. 땅과 하늘이 빙글빙글 돌았다. 한우석은 무력하게 얻어맞았다.

일진 학생이 신을 내며 발길질을 해댔다.


“뒈져, 뒈져!”


한우석이 바닥에 쓰러져 몸을 새우처럼 굽혔다. 복부와 명치를 본능적으로 보호했다. 패배가 목전에 다가왔다. 그는 분노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다 담벼락 밑에서 벌벌 떨고 있는 학교폭력 피해자와 눈을 마주쳤다.

아이는 겁을 먹었다.

너무 두려운 나머지 도망갈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한우석이 힘겹게 말했다.


“도망가.”

“으으···”

“빨리.”


일진 학생이 비웃었다.


“뭐라는 거야, 병신새끼가.”


일진이 한우석의 배를 걷어찼다.

한우석은 놈의 종아리를 붙잡아 살을 깨물었다.


- 으적


일진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한우석은 입안에 들어온 신체 조직을 골목길 바닥에 뱉은 뒤 여전히 떨고 있는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외쳤다.


“가라고!”


드디어 아이가 움직였다. 엉덩이를 바닥에서 떼고 골목길 저편으로 달려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다. 아직은 멀쩡한 일진 남학생이 아이를 쫓아가려 했으나 한우석이 놈의 다리를 붙들고 놓지 않았다.


“크크크크, 너는 못 간다.”

“미··· 미친놈···”


일진이 팔을 뻗어 벽돌을 집었다. 그리고 벽돌로 한우석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최후의 일격.

한우석이 정신을 잃었다.


-


그는 낯선 세계에서 깨어났다.


검은색 천장이다. 사방이 돌벽으로 막혀 있다. 방은 군대 내무실처럼 직사각형이고 침상은 지푸라기와 나뭇잎이다. 높이 달린 창문에서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 사람들이 손과 발에 족쇄를 차고 한 줄로 누워 있다.


불편하다.

병원은 아니다.

한국도 아니다.

그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올드 월드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은 광전사 클래스입니다. 광전사는 분노할수록 강해집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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