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고싶다.

인간쓰레기 사냥꾼

웹소설 > 작가연재 > 추리

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1.05.19 22:02
최근연재일 :
2021.05.27 10:21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228
추천수 :
35
글자수 :
30,571

작성
21.05.27 10:21
조회
155
추천
4
글자
13쪽

유기와 학대의 죄(2)

DUMMY

세입자가 이마를 짚으며 고백했다.


“윗집에서 애를 쥐잡듯이 패요. 퍽퍽 맞는 소리, 비명 소리, 욕하고, 고함치고, 온갖 난리를 다 피워요. 거의 매일 그러는데, 이제 더는 못 견디겠어요. 위약금 물더라도 이사 가려고요.”


그는 자신이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증명하기 위해 머리통에 생긴 땜빵을 보여주었다.


“원형탈모예요. 제가 35년 살면서 머리가 빠지기는 처음이에요. 원래는 풍성했다고요.”


남자가 진심으로 호소했다. 말투에서 층간소음의 괴로움이 절절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김성훈은 세입자의 고통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윗집에서 벌어지는 폭력 행위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김성훈이 물었다.


“윗집에 항의를 안 하셨습니까? 말씀만 들으면 오히려 세입자분께서 보살이시네요.”

“항의했죠. 왜 안 했겠어요. 그런데 윗집에서는 오리발을 내밀어요. 본인은 아이를 절대로 때리지 않는다면서요.”

“집주인이 여자입니까?”

“부부예요. 남편도 있어요.”

“아이의 상태는 어땠습니까? 몸에 상처가 있거나, 피부에 멍이 들거나 하지 않았습니까?”


세입자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애는 멀쩡해요. 그래서 더 어이가 없어요. 윗집에서 애를 그렇게 패는데도 겉보기에는 너무 건강하다고요. 그러니 저는 항의를 멈추고 내려올 수밖에요. 윗집에서 층간소음을 발생시킨다는 증거가 없으니까요.”

“윗집에 아이가 몇 명입니까?”

“하나예요. 아들.”


편의점에서 만난 영양실조 아이는 머리카락이 길고 골격이 가늘었다. 몸이 너무 말라서 확신하기는 힘들지만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에 가까웠다.

잘못 짚었나? 조민영은 아동학대범이 아닌가?

그렇다면 아이를 때리는 소리가 왜 들린다는 거지?

김성훈이 세입자에게 목례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구경 잘 했습니다.”


세입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 집으로 들어오실 거예요?”

“저도 층간소음은 싫습니다.”

“아니 그러면 왜 꼬치꼬치 캐물으셨···”


김성훈이 집에서 나왔다.


-


공인중개사가 빌라를 벗어나자마자 멋쩍게 웃었다.


“아유, 죄송해요. 층간소음이 저렇게 심한 줄 몰랐어요. 알았으면 내가 이 집은 소개를 안 시켜드렸지.”


상인의 변명에는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 공인중개사가 집의 단점을 몰랐다면 능력 부족이고, 알았다면 양심이 없는 것이다.

그녀는 이 집에 층간소음이 심한 줄 알면서 김성훈에게 팔아먹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김성훈 역시 공인중개사를 이용해 정보를 캐내는 중이다.

그가 언덕 아래에 우뚝 서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가리켰다. 높이가 30층은 되어 보였다.


“저 집은 어떻습니까? 매물이 있습니까?”


공인중개사가 흠칫 놀랐다.


“저기는 비싼데.”

“상관 없습니다. 되도록이면 높은 층이 좋겠습니다.”

“높을수록 더 비싸요.”

“얼마나 비쌉니까?”

“10층 넘어가면 전세가 8억이야.”

“괜찮습니다.”


공인중개사가 입을 잠시 벌리고 있다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


공인중개사가 데려간 집은 비어 있었다. 그녀가 방문을 열며 집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여기는 최고급 자재만 썼어요. 대기업에서 지었잖아. 층간소음 걱정은 하나도 없어. 겨울에 따듯하고, 여름에 시원하고, 벌레 없고, 주민들 전부 매너 좋고. 이만한 집 어디서 구해? 못 구해. 다들 들어오고 싶어서 난리야. 돈이 없어서 못 들어오지.”


김성훈이 그녀의 설명을 한쪽 귀로 흘리며 창문 앞으로 걸어갔다. 바깥을 내려다보니 조민영의 집 테라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잠복 근무를 펼치기에 최상의 위치였다.

김성훈이 끄덕였다.


“마음에 드네요. 계약하겠습니다.”


공인중개사가 기뻐했다.


“어머, 정말요? 잘 결정하셨어요. 집주인 분들도 아주 신사예요. 정년퇴직한 공무원이신데, 고쳐달라는 거 다 고쳐주고, 벽지랑 장판도 새로···”

“공사는 필요 없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좋습니다. 당장 이사를 들어오고 싶네요.”

“남자다우시네. 화끈하셔. 보증금은 어떻게, 대출 끼셔야지?”

“전액 현금으로 내겠습니다.”


김성훈이 거산 그룹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현금 8억 원을 요청했다.


-


김성훈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전세 계약서에 서명한 뒤 집주인에게 현금을 이체했다. 그리고 근처 마트에 들러 세면도구와 먹을 거리, 낚시용 의자를 구입해 새로 얻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창문 앞에 앉아 참치마요 김밥을 씹으며 쌍안경으로 조민영의 집을 주시했다.

조민영의 집은 옥상 발코니를 단독으로 사용했다. 발코니 중앙에 빨래가 걸려 있고, 철제 난간에 쇠사슬이 묶여 있었다.

쇠사슬 끝에는 목줄이 달렸다. 개를 키우는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개는 발견하지 못했다. 조민영 아래층에 사는 남자도 개소리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개를 키우지 않는데 옥상 난간에 목줄을 왜 설치했을까?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김성훈은 화장실을 다녀올 때를 제외하고 계속 자리에 앉아 조민영의 집을 관찰했다.

해가 졌다. 집들이 불을 밝혀 내밀한 속살을 밖으로 드러냈다.

조민영이 외출을 마치고 거처로 돌아왔다. 그녀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있었다. 아들은 어린이집 명찰을 목에 걸었고 덩치가 또래에 비해 컸으며 머리카락을 단정히 빗어 넘겼다.

아들에게서 학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김성훈이 쌍안경을 내리고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피곤하군. 눈이 뻑뻑해. 나도 이제 늙었어. 잠시 눈을 붙일까?’


그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 겨우 반 나절을 관찰했다. 잠복근무는 원래 며칠씩 간다. 깜빡 졸다가 범인을 놓치면 그 동안의 고생이 물거품으로 변한다.

피로는 약물로 해소할 수 있다.

김성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허리를 몇 차례 돌린 뒤 비닐봉지에서 자양강장제를 꺼내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쌍안경을 눈에 댔다.

저녁 8시가 되자 남편이 돌아왔다. 그의 손에 피자가 들려 있었다.

조민영과 아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피자를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남편도 캔맥주와 함께 저녁식사를 즐겼다. 화목하고 훈훈한 가족이었다.

그들은 피자 안쪽의 부드러운 부분만 섭취하고 바깥쪽 딱딱한 빵은 그대로 남겼다.

김성훈이 속으로 탄식했다.

그는 예전에 딸과 피자를 먹을 때 딸에게는 부드러운 속살을 주고 딱딱한 바깥 부분을 그가 처리했다. 음식을 남기기 싫어하는 성격 탓이다.

그런데 저 가정은 딱딱한 빵을 그냥 버린다. 남편의 벌이가 꽤나 좋은 모양이다.

김성훈이 생각을 마치자마자 의외의 장면이 펼쳐졌다.


‘응?’


그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눈에 힘을 주었다.

조민영이 먹다 남은 피자 바깥쪽 부위를 강아지 식판에 담아 현관 바로 옆에 달린 작은방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그리고 빈 손으로 나와서 문을 닫은 뒤 바깥쪽에서 자물쇠를 잠갔다.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개를 방에 가둬서 키우나? 아니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방에 설치했나?

어느 쪽이든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의문은 두 시간 뒤에 풀렸다.

어린 아들이 꾸벅꾸벅 졸았다. 조민영이 아들을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이불을 덮어주고 불을 껐다. 그리고 거실에서 남편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았다.

그러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작은방으로 가서 자물쇠를 풀고 들어갔다.

소란이 벌어졌다.

그녀가 한 손에 강아지 식판, 반대쪽 손아귀로는 여자아이의 머리채를 붙들고 나왔다. 식판에 피자 찌꺼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김성훈이 여자아이를 알아보았다. 편의점에서 목격한 그 아이였다.

조민영이 아이를 질질 끌고 와 거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발로 아이의 배를 서너 차례 가격한 뒤 강아지 식판을 던지며 아이에게 삿대질을 했다. 피자 찌꺼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라고 줬는데 먹지 않아서 화가 나는 듯했다.

아이가 두려움에 떨며 두 손을 비볐다.

김성훈은 아이의 의도를 읽었다.

때리지 마세요.

그러나 조민영은 아이의 애원을 무시했다. 그녀가 아이의 뺨을 갈긴 뒤 뒷덜미를 붙들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피자 찌꺼기에 아이의 안면을 짓눌렀다.

아이가 버둥거렸다. 숨을 쉬기 힘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는 울지 않았다.

남편이 소파에서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채널을 돌렸다. 그는 눈앞에서 구타가 벌어지는데도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런 사태가 늘상 벌어진다는 의미였다.

조민영이 약 30분간 구타를 이어갔다. 살집이 꽤나 붙은 성인 여자가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를 밟고 던지고 흔들고 뒤틀었다.

아이는 무기력하게 당했다. 머리가 장식장 모서리에 부딪히고, 팔뚝이 뒤로 꺾이고, 다리가 식탁에 끼었다.

하지만 아이는 울지 않았다. 도망치지 않았고, 반항도 하지 않았다.

다만 슬픈 표정으로 애원할 뿐이었다.

때리지 마세요.

아파요.

김성훈은 아이가 왜 울음을 터뜨리지 않는지 알아챘다.

울어봤자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아프면 운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본능은 진화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거스르기 힘들다.

그러나 저 아이는 다르다. 아파도 울지 않는다.

아마 저 아이도 원래는 평범한 아이처럼 울었을 것이다. 그러나 울면 울수록 구타가 심해지고, 결국 아이의 생존본능은 반대로 작동하게 되었다.

학대받는 아이는 무기력하다.

조민영이 드디어 숨을 헐떡이며 구타를 멈추었다. 운동부족이 의심되었다. 그녀가 학대를 편하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녀가 여자아이를 옥상 테라스로 끌고 나왔다. 그리고 아이의 윗도리와 아랫도리, 속옷까지 모두 벗긴 뒤 개목줄을 채웠다.

김성훈이 깨달았다.

아하.

목줄은 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 설치되었다. 목줄의 사용처는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아니다.

목줄은 짐승을 위해 설치한 것이 맞다. 조민영이 저 아이를 인간으로 여긴다면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없다.

조민영에게 저 아이는 인간 이하의 생물이다.

그녀가 아이를 발코니에 묶어둔 뒤 피자 찌꺼기를 놓아두고 집안으로 들어가 창문을 잠갔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웃었다.

재미있는 모양이다.

아이는 벌거벗은 채로 발코니 타일 위에 멍하니 앉아 창문을 통해 거실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조민영이 커튼을 쳐서 시야가 차단되자 뒤로 돌아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택가 언덕에 교회 십자가가 여럿 빛났다.

김성훈이 쌍안경을 내리고 휴대전화를 꺼내 날씨를 검색했다.

현재 기온 영상 13도.

밤 사이에 비가 내릴 예정.

옥상 테라스에 지붕은 없다.

김성훈이 결론을 내렸다. 명백한 아동 학대다. 조민영은 저 아이를 10일 내에 88퍼센트의 확률로 살해한다.

그 전에 조민영을 심판해야 마땅하다.

김성훈이 쌍안경을 다시 올렸다.

나체 상태의 아이가 피자 찌꺼기를 집어먹고 있었다.


-


김성훈은 한국 재벌 기업의 정보망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늘 궁금했다.

자산 규모가 15조 원에 달하는 초갑부, 게다가 이동통신사와 보험사, 금융사까지 소유한 거산 그룹의 회장이라면 일개 국민의 사생활 따위는 쉽게 파헤칠 수 있지 않을까?

이준평 회장은 기대에 100퍼센트 부응했다.


“조민영. 28세 여성. 수도권의 4년제 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여행사에서 3년간 근무. 같은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남성과 2017년에 결혼. 요즘 젊은이 답지 않게 결혼을 일찍 했구만. 남편을 아주 사랑하는 모양이야.”


김성훈이 물었다.


“가족관계도 알 수 있습니까?”

“어디까지 알기를 원하오? 사돈의 팔촌?”

“거기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자식이 몇 명인지만 알면 됩니다.”


이준평이 서류를 한 장 넘겼다.


“둘이오. 아들 딸 하나씩. 아들은 2018년에 낳았고, 딸은 작년에 입양했어.”

“입양아였군요.”

“딸은 아홉 살이야.”

“여섯 살처럼 보입니다.”

“못 먹어서 그렇겠지.”

“혹시 조민영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아십니까? 취미라든가, 관심사, 혹은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

“뭘 하고 싶은데? 선물이라도 보내려고?”

“미끼를 던질 겁니다.”

“낚시를 하려는가?”

“그렇습니다.”


김성훈이 손가락을 낚시바늘 모양으로 구부리고 입안에 거는 시늉을 했다.

이준평 회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낚시라! 기대가 되는군. 이 여자는 해외여행을 좋아하오. 돈만 생기면 해외로 뜨려고 작정을 했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이 여자가 거산 통신을 쓰거든.”


예상대로였다. 회장의 정보력은 통신사에서 나온다.

김성훈이 의견을 구했다.


“여행지로 어디가 좋겠습니까?”

“멕시코가 어떤가? 정글도 있고 사막도 있고 반군도 있어. 시체를 찾아내기 참으로 힘든 환경이지.”

“멕시코. 저도 마음에 듭니다.”


김성훈이 회장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간쓰레기 사냥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취미로 쓰는 글입니다. 21.05.19 159 0 -
» 유기와 학대의 죄(2) 21.05.27 156 4 13쪽
4 유기와 학대의 죄(1) 21.05.24 177 7 13쪽
3 강간과 추행의 죄(3) 21.05.22 186 5 14쪽
2 강간과 추행의 죄(2) 21.05.21 228 5 12쪽
1 강간과 추행의 죄(1) 21.05.20 472 14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