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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인간쓰레기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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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1.05.19 22:02
최근연재일 :
2021.05.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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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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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강간과 추행의 죄(2)

DUMMY

한낮이었다.

김성훈이 자기 방 이불 속에서 눈을 떴다. 전날 술을 많이 마신 탓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눈꺼풀은 여전히 무거웠다.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와 잠들었기 때문이다.

어젯밤은 길었다.

김성훈은 공원 화장실에서 아동 성폭행범을 처단하고 이준평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은 부하를 곧 보낼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말했다.

이윽고 검은색 밴이 공원으로 들어왔다.

밴에서 남자들이 내려 성폭행범의 시신을 짐칸에 실었다. 그들은 중국어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불법체류자였다.

김성훈은 성폭행범의 시신이 중국으로 건너가 조각조각 분해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시체를 처리한 뒤에 119에 신고했다. 김성훈은 근처 풀숲에 숨어서 피해 아동이 구급차에 탑승하는 장면까지 확인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어린아이는 그 때까지 실신 상태였다. 아마도 그녀는 누가 자신을 구해주었는지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김성훈이 머리맡에서 물통을 찾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 안에 소주병이 가득했다.

그는 습관적으로 소주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다 멈추었다.


‘마시기 싫다.’


김성훈은 지난 2년동안 매일 술을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마자 소주를 들이켰고, 점심을 먹으며 술을 마셨고, 잠들기 전에 알코올을 들이부었다.

살아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김성훈은 그에게 커다란 쾌락을 주는 행위를 찾아냈다.

그가 냉장고를 닫았다.

즉석밥을 데우고 계란을 부쳤다. 식사를 방으로 가지고 들어와 텔레비전을 보며 꾸역꾸역 먹었다.

텔레비전에서 뉴스 앵커가 속보를 읊었다.


“오늘 아침 8시경 경기도 성남시의 한 공원 화장실에서 7살 여자아이가 실신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아동은 발견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합니다. 경찰은 성범죄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 아는 내용이다.

아마도 경찰은 범인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중국의 시체 처리 기술은 세계 최고다.

김성훈이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끝냈다. 창문을 열어 단칸방을 환기시킨 뒤 샤워를 하고 수염을 밀었다.

거울 앞에 섰다.

얼굴이 많이 상했다. 지난 2년간 쓰레기처럼 살아온 탓이다.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아랫배도 나왔다. 경찰 체력 테스트에서 언제나 최상위권을 기록하던 과거의 김성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모습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인간쓰레기를 상대하려면 건강해야 한다.

김성훈이 방으로 돌아와 스마트폰으로 근처에 헬스장이 있는지 검색했다.

그러던 중 전화가 걸려왔다. 이준평 회장이었다.

그가 전화를 받았다.


“예, 회장님.”


이준평이 말했다.


“쓰레기 처단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소.”

“상대가 술 취한 노인네라 어렵지 않았습니다.”

“피해 아동이 몹쓸 일을 당하기 전에 미리 처단했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지.”

“다음부터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준평이 헛기침 소리를 냈다.


“나는 상사가 아니오. 김 경사도 내 부하가 아니고. 그러니 나를 딱딱한 태도로 대할 것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실 계획이신가?”

“오늘 새벽에 한 일을 계속 할 겁니다.”

“쉬는 날에는?”

“운동으로 몸을 만들 생각입니다.”


이준평이 웃었다.


“좋습니다. 건강해야 업무 능률이 오르지. 하지만 운동만 해서는 건강을 지키기 힘들어요. 밥도 잘 드셔야 합니다.”

“그러겠습니다.”

“우편함에 선물을 넣어 놨습니다. 그걸로 식사 챙기시고, 체육관도 등록하세요.”

“돈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일단 받아요. 나중에 써먹을 때가 올 거요. 정 싫으면 집구석에 처박아 두시든가.”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김성훈이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뒤 집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가 빌라 1층에 다다르니 우편함에 편지봉투가 꽂혀 있었다.

봉투 안에 신용카드가 들어 있었다.


[거산 카드 골드 클래스]


거산 그룹은 국내 최대의 대기업답게 금융권에도 진출해 있다. 거산 카드 골드 클래스는 사용 한도가 무제한에 가까우며, 연회비는 200만 원이나 된다.

당연히 상위 0.1퍼센트 부유층만 골드 클래스 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

이준평 회장은 그런 프리미엄 신용카드를 일개 중년 실업자에게 쥐어주었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김성훈은 별다른 감흥을 받지 않았다. 물질적 욕심은 딸의 죽음과 동시에 사라졌다.

그가 카드를 대충 살핀 뒤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동네 헬스장에 가서 자신의 카드로 회비를 지불했다.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김성훈 님의 계좌에서 15만 원이 인출되었습니다.]

[사용처 : 털보네 헬스]

[잔액 : 121만 원]


그가 역기를 들어올렸다.


-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발생한 근육통이 어느 정도 사라질 즈음, 김성훈이 다음 목표를 물색했다.

범죄 예측 인공지능이 전국 곳곳의 범죄자들을 표시해주었다. 범죄자 놈들은 시골, 도시, 수도권, 지방, 산골, 바닷가 구분할 것 없이 한반도 전역에 가득했다.

범죄자를 모두 벌할 수는 없다. 김성훈은 혼자고, 놈들은 수천 명이 넘는다.

범죄는 독버섯과 같아서 자르고 태우고 뽑아내도 계속 자라난다. 아마도 인류가 멸망하기 전에는 범죄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김성훈은 그래서 더 좋았다. 죽일 놈들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의 눈에 흥미로운 문구가 들어왔다.


[이름 : 박경수]

[나이 : 50세]

[전과 : 강간, 절도, 강도상해 11범]

[예측 결과 : 3일 내에 강간살인치사 가능성 95퍼센트]


강간살인치사는 강간, 혹은 준강간을 벌인 자가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망에 이르도록 만드는 범죄를 가리킨다.

강간 하나만으로도 처단할 이유가 충분한데 살인까지 저지른다니.

죽이기에 아주 적당하다.

김성훈이 장비를 챙겨 사냥감을 찾아 나섰다.


-


김성훈의 아반떼 승용차가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저층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들어섰다.

아파트 단지는 낡았다. 건물 벽에 금이 쩍쩍 갔고, 복도 유리창이 군데군데 깨졌으며, 화단은 관리가 되지 않아 잡초가 무성했다.

경비원은 보이지 않았다. 경비가 없거나, 아니면 농땡이를 피우는 듯했다.

덕분에 김성훈은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예비 강간살인범의 동태를 살필 수 있었다.

범죄 예측 인공지능에 따르면 박경수는 집안에 있다. 오전 11시가 넘어가는데도 밖으로 나올 기미가 없는 것을 보니 놈은 직업이 없거나 혹은 밤에 일하는 모양이었다.

김성훈은 박경수가 백수라는 쪽에 한 표를 던졌다.

범죄자는 성격이 충동적이라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걸핏하면 무단 결근을 일삼기 때문에 금방 해고당한다.

박경수도 그런 놈일 것이다.

시간이 흘렀다. 유치원 가방을 멘 꼬마들이 나타났다. 아이들이 근처 놀이터에서 과자를 나누어 먹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부모는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중학생이 출몰했다. 녀석들이 놀이터 구석에 숨어 담배를 피운 뒤 사복으로 갈아입고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졌다.

역시 부모는 없었다.

김성훈은 가난한 동네의 특징을 또렷이 목격했다. 부모는 일을 하느라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범죄에 노출되거나 혹은 스스로 범죄를 저지른다.

악순환이다.

마침내 박경수가 현관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왔다. 놈은 머리카락을 단정히 빗어 넘기고 군청색 면바지를 입었으며, 하얀색 와이셔츠를 착용했다.

겉모습은 동사무소 공무원 같았다.

그러나 김성훈은 놈이 지금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강간 및 강도 전과 11범이 사무직 일자리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만약 놈이 출근을 한다면 작업복이나 청바지를 입어야 한다. 아니면 정장 차림으로 영업을 뛰거나.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잠재적 범죄자 박경수가 주차장으로 내려와 본인 소유의 모닝 자동차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다.

그 뒤를 낡은 아반떼가 따라갔다.


-


직장이 없는 50세 남자 박경수는 모닝을 몰고 국도를 달렸다. 그는 왼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사타구니를 끊임없이 문질렀다.

성욕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5년 전에 중학생을 성폭행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갔다. 예전에도 성폭행을 여러 차례 저질렀지만, 중학생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박경수는 억울했다.

여중생과 성행위를 하는 것이 어째서 죄가 되는가? 중학생도 어차피 나이 먹으면 남자와 할 텐데, 성을 조금 일찍 경험하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

그러나 박경수는 속마음을 꽁꽁 숨기고 교도소에서 착하고 바르게 지냈다. 덕분에 모범수 판정을 받아 만기보다 일찍 출소했다.

한국의 사법기관은 그가 완벽하게 교화되었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 판단은 틀렸다.

박경수는 출소한 뒤 유흥업소를 출입하여 욕구를 해소했다. 돈을 버는 족족 유흥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에 다다랐다.

키스방은 시시했고 룸살롱은 비쌌으며 안마방은 여자가 너무 늙었다. 박경수는 본인 나이가 50살이지만 스무 살이 넘은 여자에게는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결국 그는 5년 전에 맛보았던 쾌락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옷을 단정히 차려입었다.

모닝이 광주시를 벗어나 논밭을 달려 옆 동네 읍내에 들어섰다. 근처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고생들이 분식집 앞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박경수가 침을 삼켰다.

요즘 여고생은 다들 예쁘다. 치마가 짧아서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고, 발육이 좋아서 가슴도 빵빵하다.

남자를 흥분시키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저러고 다닐 수가 없다.

그러니 박경수는 죄인이 아니다. 그는 여고생의 유혹을 솔직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그가 딱딱해진 신체 부위를 바지 속에 감추고 자동차 창문을 내렸다.


“너희 초원 고등학교 다니지?”


여고생들이 의심 없이 대답했다.


“네.”

“송미숙 선생님 알지? 윤리 과목 가르치시는데.”

“왜요?”

“선생님께서 교통사고가 나서 많이 다치셨어. 나랑 같이 가서 도와드려야겠다. 지금 움직이지도 못하셔.”

“헐, 정말요?”


거짓말이다.

박경수는 송미숙 선생과 일면식도 없다. 단지 학교 교무실에 전화를 걸어 학부모라고 속이고 교사의 이름을 알아냈을 뿐이다.

키가 작고 순진한 인상의 여고생이 걱정스러워했다.


“어떡해. 큰일났네. 얘들아, 가볼까?”


박경수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걸려들었다. 이제 저 아이를 차에 태워서 한적한 장소로 데려가기만 하면 목표 달성이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 늘 그렇듯 목표물의 친구가 훼방을 놓았다.


“선생님이 다쳤는데 왜 저희가 도와드려요? 119 부르세요.”


씨발년.

박경수가 인상을 찡그렸다.

하여튼 어디를 가나 못생긴 친구가 문제다. 나이트 클럽에서도 친구 때문에 2차가 파토난다.

안 되겠다. 저 아이는 보낸다.

그가 창문을 올리고 차를 출발시켰다. 첫 번째 접근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박경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여고생은 아직 많다.

모닝이 학교 주변을 여러 바퀴 돌며 혼자 다니는 여고생에게 끊임없이 탑승을 권유했다. 다섯 차례나 실패한 끝에 여섯 번째에 드디어 목표물이 걸려들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선생님 어디 계세요?”


차에 탄 여고생은 얼굴이 평범하고 안경을 썼으며 머리카락은 단발이었다. 모범생이 분명했다.

그러나 박경수는 나름대로 만족했다. 얼굴은 비닐봉지를 씌워서 가리면 된다.

그가 자동차 문을 잠근 뒤 기어를 바꾸었다.


- 쿵


금속이 깨지는 소음과 함께 모닝의 차체가 앞으로 기우뚱했다. 아반떼가 뒷범퍼를 들이받은 것이다.

박경수가 반사적으로 본성을 드러냈다.


“어떤 씹새끼가!”


낡은 아반떼에서 덩치가 큰 남자가 내렸다. 그가 모닝 운전석으로 걸어와 민망한 듯 웃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깜빡 졸다가 그만··· 괜찮으세요?”


김성훈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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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간과 추행의 죄(2) 21.05.21 22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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