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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몬스터 먹고 영웅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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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작품등록일 :
2023.08.01 11:58
최근연재일 :
2023.08.12 21:37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30
추천수 :
9
글자수 :
105,701

작성
23.08.02 21:47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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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약값

DUMMY

다 된 거요?


아아 이제야! 약이 다 됐군! 장작이 그렇게 많이 필요할 줄은 몰랐소. 뭐 도끼질도 나름 좋은 운동이니 나한테도 좋은 일이었겠지. 팔다리어깨허리 안 아픈 데가 없지만, 그렇게 알겠소.


사슴뿔 말고 다른 재료들도 많이 들어가는 것 같던데. 그건 뭐였는지 알려줄 수 있소?


...비밀이 없으면 마법사가 아니라고?


하아... 아니 그래도 세상 살다 보면 이 일 저 일이 다 생기게 마련 아니오? 누군가 마법사님 집에 불을 지를 수도 있는 거고, 누가 마법사님 뒤통수를 약솥으로 찍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내 입장에서는 갑자기 약을 못 구하게 되는 일만큼 걱정스러운 일이 없지. 안 그렇소?


그리고 약을 계속 먹여야 할 게 아니오? 이 약으로 완치를 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엥? 약효가 1년 이상이나 간다고? 한 번만 먹어도?


허어... 나도 어릴 때부터 약초를 다뤄왔고, 또 그럭저럭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약효가 긴 약은 만들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소. 마법이란 참으로 대단한 거로군. 좋은 재주를 배워놔서 좋겠소.


그럼 앞으로 1년 동안은 약효가 떨어져서 애 상태가 더 안 좋아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단 말이지?


알겠소.


그런데 이게 정확하게 뭐에 좋은 약이오? 여덟 살밖에 안 된 애한테 먹여도 괜찮은 거요?


아하. 기운을 보강하고 원기를 북돋는 효과가 있다?


혹시 지금 그 말은, 힘이 더 좋아진다는 뜻이오? 팔다리 힘이 좋아지면 나쁠 일은 없겠지만, 심장의 힘이 강해지면 피가 더 빨리 돌게 될 텐데.


그럼 더 위험해지는 거 아니오? 약 기운으로 피가 더 빨리 돈다면 상처가 났을 때 출혈량도 많아질 것 같아서 하는 말이오.


이런 건 사냥꾼이니까 알게 되는 산지식이지. 죽어라고 도망가느라 피가 빨리 돌게 된 짐승들은,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상처를 내도 덫에 걸려 잡힌 놈들보다 더 빨리 죽는다오. 덫에 걸린 놈들 모가지를 따면 피가 흘러나오는 느낌이지만, 도망치다가 잡힌 놈들 멱을 따면 피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라고 하면 될 것 같군.


그런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그걸 상회하는 이점이 있다는 말이오?


생존성이 월등히 좋아진다고? 흐음...


지치지 않게 되는 게 이득이라고? 아무리 힘을 써도?


마법사님. 애를 키워본 적이 없으니까 하는 소리겠지만, 그런 건 절대로 이득이 되지 않소. 애가 지쳐서 나가 떨어져줘야만 육아라는 걸 할 수가 있는 거니까.


애들은 원래 굳이 약 같은 걸 먹이지 않아도 지치지 않는 법이오. 꼭 짐승 같은 놈들이지. 지금도 빨빨거리고 멋대로 돌아다니면서 누나의 인내력을 갉아먹고 있을 걸?


흐음... 조금씩 먹이면 된다? 알겠소, 마법사님. 고맙습니다.


아예 완치시킬 수 있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었겠지만, 이 약으로도 더 나아질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오.


...그렇지만 마법사님. 마법사님. 먼저 이 약을 드셔봐야겠소. 내가 보는 앞에서.


꼬박 하루 밤낮을 고생해서 약을 만들어줬는데 이런 얘기는 미안하지만... 나는 마법사님을 협박해 강제로 약을 만들게 한 악인이잖소? 그러면 혹시 약에 독을 타서 나를 골탕 먹일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오?


분명히 말해두겠지만, 혹시 약 가지고 장난을 쳤다면 당장 목을 날려버릴 테요.


아니 무슨 그런 멍청한 소리가 다 있소? 마법사님한테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약이니까, 아까운 약만 날리는 꼴이 될 거라고?


야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 누가 그 말을 믿겠냐? 너 약에다 독 탔지? 그렇지?


어쭈? 이게 또 약솥을? 너 정말 죽어볼래?


아... 그렇군. 지금 마법사님을 죽여 없애면 내 아들의 병을 고칠 방도도 사라지는 거겠지.


하하. 정 의심스러우면 먼저 먹어보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보다 겁이 없는 분이셨군, 마법사님.


좋소. 지금 그 말, 거짓말이 아닌 것 같군. 나는 눈을 보면 알 수 있으니까. 공연히 의심해서 미안하오.


어? 그럼 처음부터 내가 먹을 약까지 만들었다는 말인가? 아니 왜?


아하. 그건 마법사님 말이 맞는 것 같소. 내가 지금보다 더 강한 힘을 얻는다면, 앞으로 또 다른 약재를 구하러 다니는데도 큰 도움이 되겠지. 그렇다고 트롤을 잡을 수는 없겠지만...


깊은 뜻이 있었구려, 마법사님. 나는 그것도 모르고... 미안하오.


그렇지만 내게 이 약은 너무 아깝소. 나는 맛만 살짝 보고 아들에게 약 한 번을 더 먹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나이가 너무 어리면 도리어 소화시키기가 어려운 약이라고? 하긴 내가 만들어본 약들 중에서도 한꺼번에 많이 먹이면 도리어 해가 되는 것들이 있었지.


알겠소. 내가 먼저 먹어보겠소. 남은 약을 아들에게 먹이는 걸로.


아니 이 사람이? 이걸 다 먹으라고? 왜 이렇게 많이 먹이려고 드는 거요?


아 무슨 꿍꿍이냐고 지금? 조금 있어보면 알 거라고? 하아... 아는 게 많아서 참 좋겠소. 무식한 게 죄라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이군.


으으...! 남김없이 다 마셨소. 맛이 정말 더럽군 그래. 그래도 이렇게 귀한 약을 먹어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소.


놀랍군. 몸이, 아니 몸속의 피가 차츰 뜨거워지는 느낌이오! 독한 술을 마신 거하고는 완전히 다른데? 이런 느낌은 난생 처음이군.


모르기는 해도, 좋은 약이라는 건 알겠소. 이런 약이라면 아들에게도 반드시 도움이 될 거요. 고맙소, 마법사님.


그러면 나는 가보겠소. 가서 아들놈 자는 얼굴이라도 봐야겠군.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요? 더 있다 가라니?


아니, 이제는 슬슬 누나 집으로 가봐야 하오. 여기서 마냥 가까운 곳은 또 아니어서.


아들이 잠들기 전에 약을 먹여야 하지 않겠소? 지금도 좀 늦은 감이 있는 것 같은데. 야밤에 약을 먹이려고 하면 이놈이 또 경기를 일으키겠지만, 누나에게 부탁하면 대신 잘 달래서 먹여주겠지.


그렇기는 하지. 내일 아침에 먹여도 되는 일이기는 하오. 그런데 왜?


여기서 면 요리를 먹고 가라고? 갑자기? 아니 이 오밤중에 면 요리를 해주겠다는 거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잖소. 이 야밤에 반죽을 하고 국물을 끓여서 요리를 하겠다는 건가?


글쎄. 자정이 되기 전까지는 다 만들 수 없을 것 같은데? 마법으로 면을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은 말이오.


마음은 고맙지만 그럴 수는 없소. 마법사님도 약 만드느라 꼬박 하루 밤낮을 뜬눈으로 새웠잖소. 피곤할 테니 오늘은 그냥 쉬는 게 좋을 것 같소만?


고양이? 고양이를 보고 가라고? 아아...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나. 알겠소. 하긴. 이렇게 고생을 해줬는데 좀 늦어지면 어때? 자는 애를 깨워서 약을 먹이면 되는 일이지.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소?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사실 나는 동물들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오. 고양이도 마찬가지고. 깔끔하고 도도한 놈들이지. 개들하고는 달라서 정을 잘 주지는 않지만, 보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가는 놈들이오. 물론 아들만큼 귀여운 건 아니지만... 하하.


고양이는 어디 있소? 침실에 있다고 하지 않았소? 어디... 침대 밑에 숨어 있나?


아니 고양이가 있다면서? 아무것도 없는데?


뭐라고? 야옹? 아 지금 그걸 고양이 흉내라고 낸 거요?


아니 바쁜 사람 붙잡고 이렇게 실없는 장난을 하다니...


어억 갑자기 왜 미는 거요? 아 이거야 원...


침대가 없었으면 바닥에 나자빠졌을 거 아니오? 어디 머리라도 찧으면 어쩌려고? 사람 골로 가는 데는 순서가 없소. 평소에 조심을 해야 하는 거요!


잠깐! 잠깐만!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마법사 선생? 어딜 올라타는 거요? 나는 말이 아니니 얼른 내려오시오!


어어? 아니 갑자기 옷을 왜 벗어?


뭐라고? 약값을 달라고?


몸으로 때우라는 거야 지금? 아니 얘가 정말 큰일 낼 소리 하고 앉아 있네?


너 그러다가 열 달 동안 배 불룩해져서 어디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집에 처박혀서 입덧이나 하게 되는 수가 있거든? 그리고 네가 출산이 뭔지 알아? 육아가 얼마나 끔찍한 건지 알기나 하는 거냐ㄱ...


으읍읍! 아니 이게 어디서 요망하게 혀를 놀려 쪼끄만 게? 혼날래?


이... 이러시면 곤란하다?


아오 진짜...! 잠깐만 잠깐만! 뭐야 이거? 몸이 이상하잖아. 너 나한테 뭘 먹인 거야? 내가 이럴 사람이 아닌데?


야 너 그 약...! 그거 무슨 약이야? 원기가 어쩌고 했던 게 이거였어?


아오 이 시발... 이제 나도 모르겠다...


너.

오늘.

혼난다 진짜...!


*


눈언저리를 간질이는 아침햇살에 아르달하는 움찔, 놀라며 잠에서 깨었다.


익숙한 곳에서 눈을 뜬 것은 아니었지만, 잠들기 전의 기억이 아예 다 날아갈 정도로 깊이 잠들었던 것은 아니어서 그곳에서 눈 뜨게 된 것이 퍽 놀랍지는 않았다.


아르달하는 어릴 때부터 잠귀가 밝았다. 그래서 좀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편이었다. 사냥꾼이 되기에는 꽤 유리한 체질이었던 것이다.


길고 긴 정을 나눈 뒤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지만, 그 길지 않은 잠을 자면서도 두 번이나 깨어 품에 콕 박혀 잠들어있는 메를리나의 얼굴을 확인했을 정도였다.


그런 아르달하가 흠칫 놀라며 깨어난 것은, 방금 전까지 꾸던 꿈 때문이었다.


하필 이때... 그 시절의 꿈을 꾸다니.


두 번째 여자를 안았던 새벽, 첫 번째 여자와 보낸 시간의 꿈을 꾸게 되었던 것이다.


숲 속의 작은 호수와 오두막, 하늘의 구름과 해와 달, 그리고 둘만의 시간. 기억은 물론 목소리까지 생생한 꿈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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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숲과 야만 23.08.13 11 0 -
23 꼬일게요 23.08.12 17 0 10쪽
22 검은 매의 순간 23.08.11 8 0 10쪽
21 전역자의 재무장 23.08.08 10 0 10쪽
20 뒷거래 23.08.06 14 0 10쪽
19 또 만났네 23.08.05 14 0 9쪽
18 사소한 시비 23.08.04 14 0 10쪽
17 시그나스 23.08.03 13 0 10쪽
16 약기운 23.08.03 12 0 10쪽
15 먹으라고 23.08.03 9 0 10쪽
14 두 번째 약 23.08.03 9 0 10쪽
» 약값 23.08.02 11 0 10쪽
12 이상하게 서운하네 23.08.02 10 0 10쪽
11 식빵과 약솥 23.08.02 10 0 10쪽
10 살인마 23.08.02 12 1 10쪽
9 베테랑 23.08.02 11 1 11쪽
8 내 눈 23.08.02 9 1 11쪽
7 만남 23.08.02 9 1 11쪽
6 추격자 23.08.02 9 1 10쪽
5 날개 23.08.02 11 1 11쪽
4 호기심이 사냥꾼을 23.08.02 12 1 11쪽
3 뿔과 흙의 시간 23.08.02 19 1 12쪽
2 하늘의 별을 따오라 그래 23.08.02 25 0 11쪽
1 피가 멈춰 23.08.02 6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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