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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늑대의 여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정증영대근
작품등록일 :
2023.02.02 11:53
최근연재일 :
2023.02.24 19:4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76
추천수 :
26
글자수 :
80,674

작성
23.02.06 11:59
조회
103
추천
1
글자
3쪽

영웅전

DUMMY

유사 이래로 악은 불의를 동반하여 언제나 강성했다. 한 순간도 약했던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강맹할 것이다.


그것은 대단히 파괴적이면서도 탐욕적인 권세다. 악은, 그 권능과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늘 무고하고 정의로운 선인들의 생명을 무수히 집어삼켜왔다.


반면, 의로움이라는 것은 언제나 작은 씨앗 혹은 유충 정도의 몸집에 지나지 않았다. 밤보다 더 검고 광막한 악의 잔가지를 물고 늘어져 그 잎과 순을 갉아먹곤 했을 뿐.


그 작은 유충이 끝내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는 일은 없었다. 악이 내뿜은 입김에 마음과 뼈가 다 꺾여버리거나, 악의 잎과 꽃을 먹는 사이 증오와 분노라는 악의 양분에 중독되어 또 다른 악이 되거나 했다.


의라는 것은 살아서 이루지 못할 꿈이었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목숨까지 내걸어도 맺을 수 없는 열매.


그러나 의인이 숨을 거둔 뒤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불의에 맞서 일신을 내던지고 명예를 지킨 고결한 이들의 영혼은, 사후세계로 가기 전 정의로운 신이 보상으로 설계한 세계 “이스타이아”로 간다.


이스타이아.


살아있는 세계와 사후세계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자적이면서도 중립적인 세상. 하지만 그곳은 신이 친히 무릎 위에 올려놓고 쓰다듬고 지켜보는, 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세계다.


죽은 선인은 그곳에서 두 번째의 생을 선사받는다.


어쩌면 그 또한 그저 유예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나,


그곳에서 새로 받은 삶은 허상이 아니다.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두 번째로 태어나 영웅의 길을 닦고 생전의 한과 응어리를 푼 영혼들은, 신이 다시 내려준 시간을 다 살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사후세계로 가게 된다.


하지만 생이라는 것은 본디 고통이었다. 그 고난의 바다에서 몸부림친다고 해서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릇 한 단독자일뿐인 한 인간이 영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는 법.


금방이라도 살을 발라내고 뼈를 부숴버릴 듯한 고난과 시련 앞에서도, 영웅은 결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거나 의를 저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삶 또한 연장된 고통쯤일는지도 모르나,


신은, 이전 세계의 삶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더 첨예한 난관과 역경 속에서 다시 살아난 선한 영혼들을 위해 단 하나의 선물을 안배해 두었다.


그것은 ‘기억’이다.


세상의 모든 기억은, 신의 우주에 남김없이 기록된다. 그곳은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정보의 저장소다. 신은 그 저장소에 남겨진 전생의 기록을 의인에게 허락하여 새로운 세계에서 입신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것은 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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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놓여난 이후에는 +2 23.02.17 27 1 10쪽
12 욕먹음 +2 23.02.16 30 2 10쪽
11 야만인들 23.02.15 20 0 10쪽
10 발각됨 23.02.14 22 2 10쪽
9 물개와 미녀 23.02.13 18 1 10쪽
8 아룬달 호수에 23.02.12 23 2 10쪽
7 회색악마 +4 23.02.11 43 1 10쪽
6 은신처 23.02.10 27 3 10쪽
5 학대 받는 저녁 23.02.09 30 2 10쪽
4 늑대의 숲 23.02.08 31 1 10쪽
3 전생의 마지막 23.02.07 41 2 10쪽
2 불운한 새벽 23.02.06 53 2 10쪽
» 영웅전 +4 23.02.06 104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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