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주영웅 님의 서재입니다.

당신의 소원이 수리됐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주영웅
작품등록일 :
2021.07.13 13:46
최근연재일 :
2021.07.20 17:12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60
추천수 :
1
글자수 :
19,975

작성
21.07.14 16:05
조회
42
추천
0
글자
12쪽

소원을 들어줄게

DUMMY

“아야! 뭐야? 좀 살살 내려 주시지.”


딱딱한 초록 바닥이 세상에 온 수호천사를 반겨주었다.


“인간계에 온 거야? 와! 신기한 것 천지네.”


멀리서만 바라보던 곳.

아래에서 올려 보는 하늘은 위로 깊어 보였다.


“옅은 파란 빛으로 보이네. 우리엘 대천사님! 저 보이세요? 저 여기 있어요.”


온몸의 떨림으로 고이 숨긴 날개가 파닥였다.

한 곳을 주시 못 하는 안젤로.

세상을 담으려는 듯 눈동자는 쉼 없이 움직인다.


“뭐야? 왜 이리 아름다워?”


인위적인 빛에 매료된 안젤로의 흥분된 움직임.

고막을 울릴 듯 큰 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왔다.

천상에서 들었던 익숙한 외침이었다.


“와! 천상에선 너무 작은 소리였는데···. 또렷하게 들리네.”


세로로 길게 확장된 안젤로의 귀.

쏟아질 듯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도드라졌다.


“뭐야? 내가 소원을 들어줄 때인가?”


그의 눈에 별이 하나 들어있었다.

지금껏 인간계를 바라보며 그토록 도와주고 싶던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래! 말해 봐. 소원을 들어줄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음을 직감한 안젤로.


“이석훈 씨! 이러시면 안 됩니다. 가족을 생각하셔야지요.”

“석훈아! 나야. 개 같은 인생이지만 여기서 마감하기엔 너무 억울하잖아. 우리도 좋은 세상에서 한 번 살아봐야지.”

“난간에서 얼른 내려오십시오. 좁은 공간이라 위험합니다.”


지상에서 들은 첫 목소리는 인간을 향한 또 다른 인간의 절규였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안젤로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향하고 있었다.


건물 1층에 있는 주차장.

메가폰을 잡은 경찰들.

친구로 보이는 남루한 옷을 입은 한 사내가 석훈이란 친구를 회유하는 소리.

낙하 예상지역에 설치한 에어쿠션 주위로 소방사들의 분주한 움직임도 보인다.


안젤로는 15층 건물 옥상에 자신이 서 있음을 인지했다.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위로 펼쳐진 데이터.


이름: 이석훈

생년월일: 1980년 4월 3일생

고향: 경기도 시흥시

직업: 백수 (2년 전 실직)


씁쓸한 눈빛으로 데이터를 지우는 안젤로.

특이사항이 담긴 정보는 읽지 않고 지워버렸다.


사내는 자그마한 키에 꼬질꼬질한 회색 작업복.

금방이라도 벗겨질 듯한 검정 신발은 색이 바래 있었다.


‘희망을 잃은 인간이구나. 네게 그걸 다시 돌려줄게.’


조용히 다가간 안젤로는 그의 귀에 속삭였다.


“이석훈! 여기서 뭐해?”

“죽기 전이라 헛것이 들리는구나.”

“죽긴 왜 죽어? 내가 네 곁에 있는데.”

“어···! 어···?”

“놀라지 마. 난 네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여기 왔어.”

“헛소리 집어치워.”

“자! 내 손을 잡고 이리 내려와. 어서!”

“뭐 잘 못 먹었냐? 어린놈이 어른한테 반말이나 하고. 저리 가. 다 귀찮아.”


지구탄생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안젤로.

천사의 나이로는 어린 편이기에 인간의 형상으로는 20대 초반으로밖엔 되지 않았으니···.

석훈의 눈에 그리 보이는 건 당연했다.


“이석훈!”

“누군데 내 이름을 알아? 사복 경찰? 그렇다면 내려가. 이미 난 살기를 포기한 지 오래됐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 말 들어.”


석훈의 입가에선 어이없는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미 마음으론 안젤로를 몇 번이고 곁에서 밀어내는 그였다.

무기력해진 석훈은 그저 빨리 이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난 너의 수호천사야. 내가 너의 소원을 들어주러 왔어.”


이제야 눈을 마주치는 석훈.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힘겨워 보였다.

사내 주위를 서성이던 검은 그림자는 안젤로를 보자마자 급히 사라졌다.

천사의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본 그는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눈부시게 쏟아지는 빛의 다발과 푸른 안개를 발견한 석훈.

눈앞에 있는 이가 하늘의 기운을 담은 자란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당···. 당신이 정말 수호천사?”

“하하! 이제야 알겠어? 좀 둔하네.”

“날 지키려고 온 거야?”

“그럼! 지키는 거뿐 아니라 소원도 들어줄 거야.”

“흑! 흑!”


석훈은 분명 울고 있었지만 좀 전의 그 울음과는 다른 의미의 울음이었다.

자신이 신에 의해 버림받지 않았음을 깨달은 그의 품엔 희망이 다가와 있었다.

사실 석훈은 무신론자였지만 힘든 환경에 내몰리며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신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무언가에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외로움과 공포로 두려웠기에.

하지만 대답 없는 신에 의해 더욱 외로움은 커져만 갔다.


“내가 그렇게 부르짖을 땐 모른 척하더니 이제야 나타났단 말이야? 내가 얼마나 신을 찾고 보호받고 싶었는데.”

“신께서 날 보내신 거야. 널 위해.”


몸을 감싸주는 안젤로에게 뿜어져 나오는 밝은 빛은 석훈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많이 힘들었구나. 이석훈! 미안하다. 이제 내가 옆에 있으니 걱정하지 마.”


진정된 석훈은 안젤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소원을 말해 봐.”

“내 소원은 보육원에 맡겨진 내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자그마한 집과 그 아이들을 양육할 만한 수입이 있는 거야.”

“음···. 너무 포괄적인데···. 구체적으로 말해 봐. 그대로 줄게.”

“그대로라고?”

“당연하지. 수호천사가 거짓말하겠어?”

“그럼 일송그룹 오너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싶어.”

“일송보다?”

“왜? 안돼?”

“안되긴···. 소원이 너무 작군. 계좌번호 불러 봐.”

“잠···. 잠깐! 정말 그렇게 하게?”

“소원이라며?”

“그렇게 많은 재산을 어디다 쓰게. 그냥 한 말이야.”

“한 번밖에 없는 기회일 수도 있는데 많이 주면 나는 좋지.”

“아냐. 그냥 난 우리 아이들과 살 수 있는 자그마한 집 하나와 직장만 있으면 돼.”

“후회 안 하지?”

“응! 난 그것으로 충분해.”

“그 집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어. 직장도.”


집과 직장에 관한 생각에 집중하고 있던 석훈.

눈을 떠 보라는 소리에 눈꺼풀을 게슴츠레 반만 떠보았다.

석훈의 검은 입술이 경련을 일으키며 머리가 쭈뼛 섰다.

놀라 주저앉은 석훈.

웃다 울기를 반복하는 그를 안젤로가 흔들었다.


“하! 이게 무슨 일이야? 정말 내 소원을 이루어 준 거야?”

“아빠!”

“선아! 석아!”


전용면적 59㎡ 깔끔하게 정돈된 아파트.

이석훈이 두 아들과 상봉하고 있었다.


“이거 꿈 아니지?”

“꿈이긴···. 기다려 봐. 아직 한 가지 소원이 남았잖아.”


석훈의 휴대전화에 손가락을 갖다 대자 곧바로 벨이 울렸다.

띠링!

석훈에게 고갯짓하는 안젤로.

얼굴빛이 눈부셨다.



“여보세요?”

“이석훈 씨 맞습니까?”

“네! 제가 이석훈입니다.”

“여기 일송그룹 기획관리실입니다. 내일부터 출근하시면 됩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석훈 씨 맞으시죠?”

“네!”

“회장님께서 당신을 수행비서로 임명하셨습니다.”

“회장님이요?”


일송그룹.

대한민국 재계 순위 5위안에 드는 거대그룹.

일송그룹 회장이라면 재계에선 덕망이 높은 어른으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석훈은 일송그룹의 하청업체 총무과장으로 근무할 때 일송회장을 가까이서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젠틀한 매너와 직원을 존중하는 모습이 여느 회장들과 다른 사람이었다.

열악한 환경과 조건의 하청업체 직원으로선 일송그룹 정직원이 가장 부러운 존재였는데···.

그나마 그 직장에서도 구조조정 당한 지 2년.

실질 상태였던 석훈이 일송그룹 회장의 수행비서라니···.


가지런히 팔짱을 낀 채 창틀에 기대있는 안젤로.

석훈과 마주한 그는 한쪽 눈썹을 살짝 올렸다 내리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잠시 적막이 흐른 후 수화기 너머로 다시 확인해 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내일부터 출근하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눈물을 글썽이는 이석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안젤로.


이렇게 첫 번째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감사는 내게 해야지.”

“감사합니다. 천사님!”

“아! 아니야. 감사는 저기 위에 계신 분께 해야지. 난 그냥 심부름꾼이야.”

“감사합니다. 당신을 원망하던 저를···.”

“그러니 절대신이시지. 그분은 인간의 작은 신음도 들으시거든. 딱 맞는 시간에 주시지.”


눈물과 콧물이 뒤엉킨 그에게 푸른 빛이 도는 흰 손수건을 건넸다.


“내 이름은 안젤로야. 천사님이란 말 대신 그냥 이름 불러.”

“그래도 천사님 이신대. 어찌 이름을···.”

“왜 갑자기 존댓말이야?”

“천사님···. 이라서요.”

“괜찮아. 나 그렇게 꼰대 천사 아니야. 내가 심하게 동안이라 어려 보이기도 하니까 그냥 편하게 얘기해.”

“아니에요. 천사님!”

“소원을 들어주니까 존댓말 하는 거야? 하하!”

“그런가요? 허허허!”

“하하!”

“내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온다더니 그 말이 맞았어요.”

“어때? 안 죽길 잘했지?”

“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선과 석이 안젤로의 두 손을 나눠 쥐었다.


“형! 형이 정말 천사예요?”

“형? 아···! 하하! 형이라 부르니 기분 좋아지네.”

“천사 맞아요?”

“응! 이 형이 천사 맞아.”

“그럼 제 친구의 소원도 들어줄 수 있어요?”

“친구의 소원?”

“예! 들어줄 수 있죠?”

“당연하지.”

“그럼 지금 빨리 가요. 얼른요.”

“친구가 어디 있는데?”

“어디긴요. 보육원이죠.”


안젤로를 잡아당기는 선과 석의 몸짓이 바빠졌다.


“응! 알았어. 가자.”

“그런데 여기서 멀어요.”

“그래? 일단 밖으로 나가자.”


석훈과 두 아들이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오기 전 잰걸음으로 밖으로 나간 안젤로.

그의 손엔 열쇠 하나가 들려 있었다.

삑!

공장에서 갓 나온 자동차가 석훈과 아이들 앞에 있었다.


“혹시···?”

“응! 셋의 생각대로야. 자, 열쇠.”

“자가용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감동할 필요 없어. 이 건 렌터카니까.”

“괜찮아요. 렌터카여도. 오늘은 편히 이 차 덕분에 아이들 맡겼던 보육원에도 갈 수 있잖아요. 감사해요. 천사님!”

“형! 고마워.”

“아! 이러면 재미없는데···.”

“예?”

“이 차도 이 가족을 위해서 준비한 선물이야. 잠깐 놀려 주려고 빌린 거라고 한 거야.”

“와! 정말 우리 차예요? 형?”

“응! 선이, 석이네 차야.”

“완전 멋져요. 시트도 고급 가죽이에요.”

“뭐 이 정도 갖고 그래? 능력 만렙된 천사에겐 뭐···. 아주 쉬운 일이지.”


안젤로는 행복해하는 석훈의 가족과 천상의 편안함을 공유하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이석훈은 익숙한 길을 따라 고속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벚꽃이 흐드러진 길을 따라 펼쳐진 해안선.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소리는 천상의 것보다 아름답게 다가왔다.


“아! 여기가 바다?”

“응?”

“와! 신께서 만드신 세상은 참 아름답구나.”


가느다랗게 뜬 눈 속에서 느껴지는 하늘거림.

바로 바람이었다.

끝없는 천상에서의 생활에 비해 자그맣지만, 오밀조밀 붙어있는 인간 세상.

처음 보는 생물들의 소리도 하나 놓치지 않고 안젤로는 귀에 담고 있었다.


“형! 바다 처음 봐요?”

“응! 처음 봐.”

“천국엔 바다가 없어요?”

“응! 바다는 없어.”

“물도 없어요?”

“아니! 생명수 강이 흐르는 곳인데 물은 당연히 있지. 바다가 없는 것은 폭풍이 없어서이기도 해.”

“신기하다. 가 보고 싶다.”

“지상에서의 긴 여정이 끝나면 천상에서 생활하게 되니까 그때는 가기 싫어도 가게 돼.”

“네?”

“그날에 알게 될 거야.”


안젤로는 그곳 설명을 멈췄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꿈꾸고 해야 할 일이 많음을 알고 있기에···.


‘얘들아! 신께서 너희를 위해 주신 모든 걸 이곳에서 누린 후 그곳에 가는 거란다.’


“어? 멈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당신의 소원이 수리됐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 꿈에 이르는 방법 21.07.20 30 0 11쪽
3 변절자 카마엘 21.07.16 33 0 12쪽
» 소원을 들어줄게 21.07.14 43 0 12쪽
1 프롤로그 21.07.13 55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