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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웅 님의 서재입니다.

당신의 소원이 수리됐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주영웅
작품등록일 :
2021.07.13 13:46
최근연재일 :
2021.07.20 17:12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58
추천수 :
1
글자수 :
19,975

작성
21.07.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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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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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프롤로그

DUMMY

“살아 있으면 말 좀 해 봐. 왜 내게만 가혹한 건데. 말 좀 해 보라고.”


인간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천상에 들리기 시작했다.

통곡과 함께 더 큰 소리로 신을 찾는 그의 소리는 천상의 문을 흔들었다.


‘뭐야? 이 소린?’


인간 세상을 엿보는 일에 관심이 많은 안젤로가 천상과 지상을 잇는 다리를 청소하고 있었다. 사실 청소엔 관심이 없고 인간들에게만 마음이 쏠려 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유난히 구불거리는 금빛 머리카락과 희고 투명한 피부.

수습 천사인 그는 언뜻 보아도 미소년 티를 벗지 못한 모습이다.

등 뒤엔 여느 천사와 같은 크고 아름다운 날개가 돋아 있었고 수습 천사의 상징인 자그마한 흰 봉이 손에 들려 있었다.

수습 기간을 마치면 크고 빛나는 흰 봉이 주어지며 온전한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아직은 이곳저곳을 돌며 정식 천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그였기에 어떠한 능력도 부여되지 않았다.


“신이 있으면 대답해 봐요. 왜 난 노력해도 안 되는데요. 예? 제발 대답 좀 해 보라고요.”


다시 천상을 흔드는 인간의 소리다.


신을 찾으며 울고 있는 인간이 안쓰러운 안젤로.

푸른 눈동자에 맺힌 눈물은 비가 되어 울부짖는 인간의 주위로 떨어졌다.


“울지 마. 내가 꼭 도와줄게.”

“뭐야? 갑자기 웬 비야? 이런 젠장! 되는 일 하나 없네. 에이 퉤!”


안젤로는 매일 신을 원망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인간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음에 속상했다.

대답 없는 신을 원망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간절히 찾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용기 내라고 크게 외치는 안젤로의 소리는 천상에만 울려 퍼졌고 정작 위로를 받을 인간의 귀엔 닿지 않았다.


“이 소린···?”

“우리엘 대천사님! 안젤로가 인간 세상을 향해 외치는 소리입니다.”

“허허! 또?”

“안젤로를 불러올까요?”

“아니다. 내가 가 봐야겠다.”


몸을 둘러싼 후광으로 눈부신 우리엘 대천사.

세 쌍의 날개가 달린 그의 체격은 천사 중 으뜸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금빛이 떨어지듯 반짝이고 있었다.

다리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인간의 소리를 듣고 있는 안젤로에게 그가 다가왔다.


“안젤로! 안젤로야.”

“...”

“안젤로···?”


등 뒤의 큰 그림자를 확인한 안젤로는 허겁지겁 다리에서 내려왔다.


“우리엘 대천사님!”

“세상이 그리 궁금하냐?”

“궁금하다기보단 인간이 안쓰러워요.”

“어떤 점이···?”

“다리를 청소하다 인간들의 소리를 들었어요. 아니, 부르짖음을요.”

“...?”

“저마다 힘들어했어요. 노력하는데도 안된다고.···.”

“네가 정말 인간의 소리를 들었구나. 얼마만의 일인지···. 절대신을 제외한 그 어떤 천사도 지금은 인간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단다.”

“예?”

“악이 인간을 점령한 후 천상과 지상의 대화를 닫아 놓았단다.”

“절대신께선 들으실 수 있다면서요? 왜 그들을 외면하세요?”

“그들을 보호할 수호천사들이 이미 지상에 있단다.”

“있는데도 도와주지 않는다고요? 말도 안 돼요.”

“인간의 마음을 카마엘의 무리가 닫고 있어서 수호천사가 그들을 도와줄 수 없는 거란다,”

“카마엘? 반역의 무리 말인가요?”

“응! 그들은 반역자들과 대항해서 최전선에서 싸우는 자들이었는데 유혹에 넘어가는 바람에 반역자들과 한 편이 된 거야.”

“그럼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진 수호천사들을 보내면 되잖아요.”

“카마엘 보다 강력한 힘의 수호천사···?”

“네!”

“사실은···. 그 일 때문에 내일 대천사들의 회의가 열린단다.”

“강력한 힘의 수호천사요?”

“그렇지. 천사 중 한 명을 뽑아 그 임무를 맡길 거란다.”

“제가 하고 싶어요.”

“그 건 내 혼자만의 권한이 아니란다.”

“그럼 누구의 권한인가요?”

“내가 괜한 말을 했구나. 넌 아직 수습 천사니까 너의 맡은 임무부터 잘 완성하거라. 그래야 세상에 내려갈 기회도 오는 거란다,”

“전 당장 내려가고 싶어요. 할 수 있다니까요. 카마엘 무리 따윈 물리칠 수 있다고요.”


인자한 미소 속에 근엄함이 살아 있는 우리엘 대천사는 안젤로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사라졌다.


‘내일? 내일이라고···?’


우리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안젤로는 무언가 결심한 듯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대천사들의 회의가 열리는 장소.

힘센 천군들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고 불검이 주위를 돌며 혹시 모를 침입자를 색출하고 있었다.


“안젤로! 너 여기 웬일이냐?”

“왜 이렇게 삼엄해요?”

“오늘 대천사님들 회의가 있잖아.”

“대천사님 회의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요.”


수문장 천군은 안젤로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절대신께서 참석하신대.”

“절대신께서요?”

“쉿! 어서 돌아가거라.”

“...!”


‘절대신을 뵐 기회야. 그나저나 어찌 들어가지?’


뒤돌아 나와 여기저기 빈틈을 찾던 안젤로 발밑으로 열쇠 하나가 떨어졌다.


‘아! 이 건 우리엘 대천사님의 열쇠잖아.’


은빛 열쇠를 집어 들자 회의실 문이 열렸다.

문은 안젤로를 빨아들이곤 이내 닫혔다.

빠른 걸음으로 우리엘 대천사를 찾은 안젤로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찌 이곳에 들어왔느냐? 수문장들은 무얼 하는 게야?”


라파엘 대천사의 꾸짖는 소리에도 기죽지 않은 안젤로였다.


“저는 수습 천사···.”

“안젤로? 하하! 정말로 네가 왔구나. 미카엘 대천사님! 이 아이가 안젤로입니다. 제가 말씀드렸던 인간의 소리를 들은 그 아이입니다.”

“네가 안젤로구나.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어린대요.”


‘뭐야? 뭐가 어리다는 거야? 우리엘 대천사께서 내 얘기를 하셨다고?’


대천사들은 이미 안젤로가 그곳에 나타날 거란 걸 아는 눈치였다.

황금으로 둘러싸인 회의실 내부엔 긴 탁자가 놓여 있었고, 탁자 위엔 일곱 가지 색의 보석 꽃들이 눈부신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절대신은 어디 계신 거지?’


두리번거리며 절대신을 찾고 있는 바로 그때.

안젤로를 이리저리 살피던 가브리엘 대천사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우리엘 대천사님! 이 어린아이에게 맡기기엔 너무 중요한 일이에요.”

“맞아요. 안젤로는 아직 어리고 수습 딱지도 벗지 못했죠.”

“아시면서 왜 그런 제의를 하셨어요?”

“그런데도 안젤로에겐 그 일을 하고도 남는 충분한 능력이 있어서예요. 인간의 소리를 들은 유일한 천사예요.”

“능력···.”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과 측은지심은 천상의 누구보다 크니까 안젤로에게 그들의 울부짖음이 들린 거예요.”

“그래도 그 일을 맡기엔 연륜도 없고···.”


따스하고 향기로운 바람이 회의실을 가득 메우며 편안함이 밀려왔다.

안젤로는 가까이에 절대신이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 그분이다.’


-평안할지어다.


모두 머리 숙여 절대신을 맞이했다.


-나의 선택의 기준은 연륜도 능력도 아님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절대신은 안젤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신이시여!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 그들을 돕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세요.”

“하지만 아직 안젤로가 상대하기엔 카마엘 무리의 힘이 너무 커졌습니다.”

“제가 카마엘을 이길 수 있어요. 그 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네가···? 아직 수습 딱지도 못 뗀 네가 무슨 힘으로 할 수 있단 거냐?”


우리엘을 제외한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는 아직 보호받아야 하고 배울 게 많은 수습 천사인 안젤로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넌 조금 더 배우고 힘을 키운 후 그 일을 해도 늦지 않아. 안젤로!”

“아뇨!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천사는 바로 저예요. 제가 할 수 있어요.”


-안젤로! 네가 정말 할 수 있겠느냐?


절대신에게 안젤로가 스스럼없이 다가가자 천군들이 막아섰다.


-그의 길을 막지 말아라.


그제야 길을 내어 주는 천군들.


-안젤로! 네가 능히 카마엘의 무리를 이길 수 있다고?

“네! 이길 수 있어요.”

-무엇으로 이길 수 있단 것인지 말 해 보거라.

“절대신께서 제게 능력 주시면 능히 이기고 남지요.”

-허허허! 뭐라고?


“안젤로는 말을 가려서 해라.”


옆에서 껄껄대며 웃고 있는 우리엘과는 상반된 표정의 대천사들.

안젤로의 철없음을 꾸짖고 있었다.


-안젤로! 너의 믿음이 크도다. 이미 네 안에 능력의 씨앗이 있느니라. 네가 인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다렸단다. 내가 네게 카마엘 뿐 아니라 그 어떤 악의 무리와도 싸워 이길 수 있는 능력의 크기를 더하노라.

“...!”

-안젤로! 모든 악을 물리치는 힘이 네 안에 있으니 고통받는 인간의 수호천사가 되어라.

“정말요? 그럼 제가 당신을 대신해서 그들의 소원도 들어줄 수 있는 거죠?”

-네 소원이 이루어졌노라. 가서 행하라.


급하고 강한 바람처럼 절대신은 그의 따스한 기운을 남기며 사라졌다.


“안젤로! 네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축하한다.”

“언제 내려가면 되는 건가요?”

“지금 당장!”

“잠깐! 안젤로에게 그 얘긴 해줘야죠.”

“무슨 얘기요···?”


쭈뼛쭈뼛 다가온 우리엘은 안젤로의 등을 쓰다듬으며 조건 하나를 건넸다.


“안젤로! 100가지 소원을 들어준 후 꼭 천상으로 복귀해야 한다. 재충전해야 하니까.”

“네! 그거야 어렵지 않죠.”

“그럼 눈을 감거라.”

“잠···. 잠깐만요. 만약 천상으로 복귀를 거부하면 어찌 되나요?”

“영원히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그들의 소원을 들어줄 순 있는 거지요?”


안젤로의 말이 끝나기 전 옆에 있던 대천사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엘 대천사께서 너를 보증한 거라 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대천사께 누가 될 거다.”

“아닙니다. 제가 보장한 게 아닌 절대신께서 안젤로의 때를 기다리신 거예요.”

“막상 인간 세상에 내려가면 여기가 그리울 거다. 100명의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기 전에 다시 온다고 할걸?”

“절대 그런 일은 없어요.”


들뜬 마음의 안젤로는 눈을 감았다.

능력까지 만렙으로 채워진 그의 마음은 벌써 인간에게 다가가 있었다.

우리엘 대천사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오색구름은 크고 밝은 섬광과 함께 안젤로를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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