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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p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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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17.06.28 19:33
최근연재일 :
2019.02.03 11:5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9,587
추천수 :
11
글자수 :
557,668

작성
17.06.30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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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6쪽

1장 네보

DUMMY

-시골 마을 '네보'




시골 마을의 아침은 빨리 온다.


검은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들과 어둠을 비추는 '이데아'의 빛이 펼쳐진 밤하늘.


연푸른 하늘에 흰 구름들이 헤엄치고 있고 생명을 보듬어주듯 노랗게 비추는 '에데아'의 빛이 펼쳐진 아침하늘


이 상반되는 두 하늘이 같이 공존해 물흐르듯이 흘러지나갈 무렵, 이 시골 마을 '네보'의 시작이다.


이데아와 에데아가 동쪽 끝 서쪽 끝에서 서로 빛을 비추는 가운데, 넓은 초원, 동북쪽에서 남쪽으로 곡선으로 나아가는 강, 서쪽의 감싸듯 펼쳐진 커다란 산맥들.


이 정경이 마을 '네보'의 평화로움을 상징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런 마을의 남서쪽 마을의 강이 끊어지는 끝자락 2층의 목제로된 2층집에 에데아의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환한 빛의 무리가 2층의 라인의 방에 들어서기 시작한다.


부스스, 감긴 눈에 빛이 들어와 눈살을 찌푸리면서 침대 위를 휘져으며 상반신을 일으킨다.


바로 눈에 들어오는건 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피해서 본 자신의 방.


바로 옆에 위치한 책상 그 반대쪽에 위치한 수납장.


책상 위에는 책들이 놓여있는 책장과 작은 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가 있었다. 라인의 가족, 자신이 들어가 있는 하르의 가족 사진.


라인은 하르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옛날 산 깊은 곳에서 라인을 발견하고 데려와 같이 산 지 언 2년 하르의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4인 가족으로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하르의 아버지의 이름은 '하린', 하르의 어머니의 이름은 '르아' 이다.


하린은 날카로운 눈매와 오목한 코와 날카로운 늑대귀를 짧은 머리에 가지고 있었어 매우 자신감 넘치는 열혈 아버지이다.


르아는 긴 생머리를 끝에 한가닥으로 묶고 동그러한 눈동자와 인자해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고 하르처럼 늘어진 귀를 가져 매우 포근해보이는 어머니이다.


사진에서 하린과 르아 둘이 뒤에서 나란히 서로를 의지해 기대고 있었고 그 앞에 라인과 라인을 꽉 안아주는 하르가 있었다.


활짝 웃은 하르와 살며시 웃음 짓는 라인이 그 앞에 보였다.


눈이 빛에 익숙해져 창문을 향해 몸을 돌려 바깥을 쳐다본다.


산에 얹혀져 있듯 떠있는 따뜻하면서도 눈부신 광원 에데아에 눈이 쏠린다.


한손으로 빛을 가리고 보이는 정경.


드넓은 초원과 정돈된 논과 밭, 그 대지의 옆을 지나가는 푸른 강줄기, 그 위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


평화로움의 상징이자 풍요로움의 상징, 당연한 것이면서 고마운 존재들이 눈에 들어온다.


멍하니 그 장면을 보고 있다가 몸을 일으키는 라인.


챔대에서 일어서 부스스한 머리를 한번 긁어내리고는 침대의 이부자리를 정돈한다.


눈은 창밖을 향하고 손은 이부자리에 놓여있다.


"후아아~~"


크게 하품을 할 때 쯤 모든 정돈을 마치고 창문과 정반대 문을 향해 나아간다.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는 라인. 라인의 방에는 에데아의 따뜻함만이 빈방을 채우고 있었다.



라인이 방을 나오는 동시에 바로 옆에서도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익거리는 문소리가 천천히 소리를 냈고 그와 함께 나오는 소녀.


원피스형태의 잠옷의 많은 주름과 원래는 양갈래로 땋아 정돈되있어야할 머리가 풀어해쳐저 이리저리 날라다니는 모습이 라인처럼 아침잠에 취해있다는 걸 정나리 보여주고 있었다.


"라아인 조으은 아치임~~ 후아암"


눈을 비비며 항상 느린 말투와 낮은 저음, 긴 하품이 하모니가 되어 보는 라인이 더 졸려질려고 한다.


"어 하르 좋은 아침... 후아~"


하품이 전염되어 멈출 수가 없었다.


"히~히~"


손은 뒷짐을 지고 허리를 약가 숙여 라인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크게 웃음져 보이는 하르. 그런 하르를 보면 라인도 웃음지게 된다.


그런 둘만의 아침인사가 끝나고 아침식사를 위해 1층의 거실로 향한다.


거실에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것은 밖으로 이어지는 한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투명한 유리문, 그 너머로는 넓은 마당과 집과 농장을 경계 짓는 낮은 울타리이다.


그 정반대, 문 바로 옆에는 최근 하린이 겨우겨우 마련한 소파가 있었고 문과 문 사이 가운데에 식탁과 의자 4개가 놓여있다.


하린이 자랑의 소파에 앉아 신문을 쫙 펼쳐 보고 있었고 거실과 이어진 부엌에서 고소한 냄새가 흘러들어오고 있다.


"아빠아 아안녀엉~"


하르가 웃으며 아침인사를 하고


"어 하르야 좋은 아침이다. 라인도 잘 잤니?"


"응 아저씨."


라인도 살포시 웃으면 답한다.


하린과 그런 아침인사를 하고 있었을 때 부엌에서


"하르~ 라인~ 밥 먹게 씻고 오렴~"


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네에~"


"다녀와."


힘차게 대답하는 두명에게 하린이 덧붙여서 말한다.


그렇게 거실을 나오고 1층 복도의 끝의 오른쪽, 집 구조상 부엌의 반대쪽을 향한다.


욕실. 욕조와 세면대와 거울을 가진 공간. 보기에는 차가워보이는 타일로 둘러쌓인 육면체 공간.


문을 열면 느껴지는 물내가 그 공간의 역할을 표현한다.


고무로된 슬리퍼를 신고 바닥에 놓인 바가지를 들어 세면대에 물을 받아내는 라인.


"라아인 그거어 해주어!"


"? 아 그거? 괜찮겠어?"


"으응 그거어며언 자암 화악 깨에니까아."


"음... 뭐 괜찮겠지."


그러면서 세면대 위에 놓여 있는 컵에 물을 따라 하르에게 건넨다. 한모금 물을 머금는 하르.


"꼼꼼히 헹궈."


"고고고고고고"


입에 물을 머금은 채 입 열어 말할려는 하르의 말이 물에 의해 일그러진다.


"뱉고 말해 뱉고."


하르한테서 다시 컵을 받아 라인도 물을 머금어 헹구기 시작한다.


"음음음! 음음?"


"??"


입을 닫고 뭔가 계속 말할려는 하르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라인.


그러곤 둘이 동시에 물을 뱉어낸다.


"아아 라아이인도 무어라 망알하아지 나마안 하안소리이 드을었네에~."


"뭐? 그럴려고 그렇게 열심히 였어? 참..."


하르의 못 말리는 작은 장난들과 의미모를 행동은 많이 있었는데 이처럼 알쏭달쏭한 행동은 좀 드물었기 때문이다.


바가지 위의 물이 차 샐려고 하기 직전 라인이 수도 꼭지를 잠그고 바가지를 양손으로 잡는다.


"간다."


"으으응~"


촤악! 라인이 하르에게 바가지물을 뿌려버리는 소리.


물에 빠진 생쥐마냥, 하르의 원피스형의 잠옷이 물에 푹 젖어 몸의 라인이 보일 정도가 되어버렸다.


라인은 일단 다시 바가지를 세면대에 놓고 수도꼭지를 열어 물을 받기 시작하고는


"괜찮아? 춥지는 않고?"


"으응! 괘앤차안나아~ 시워언해서어 기부은 조아~"


그렇게 말하고 얼굴을 양손으로 닦듯 비비기 시작한다.


매우 느릿한 하르를 돕기 위해 팔다리손발을 일일히 손으로 닦아 주었고, 그러곤 다시 세면대 위의 바가지가 물이 차지 않게 물을 잠그고 다시 하르를 본다.


"다 됐지?"


"으응 다아 되엔거가앝에~"


머리카락을 정돈하듯 손으로 빚고는 라인을 본다.


"다 됐으면 마무리 해."


"으응!"


그리 대답한 하르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한다. 물에 젖은 잠옷과 늘어진 귀가 몸과 머리를 철썩철썩 때리는 소리, 흔들리는 하르의 몸에서 떨어져 가는 물방울들.


본래라면 이 물방울들은 이리저리 흩어져 바닥이나 벽에 뿌려져야 되지만 드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푸르른 빛. 물색의 빛이 공간을 채워 가기 시작한다.


마치 물 속에 있는 듯하게 느끼게 만드는 일렁이는 푸르른 빛들의 원천은 하르에서 떨어져나간 물방울들과 젖은 잠옷과 머리의 수분들.


뿌려진 모든 물들이 빛을 뿜어내면서 마치 수중에 있는 것마냥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것이 라인이 말한 마무리.


아름다운 푸른 빛에 넋놓고 보고는 자신도 씻기 위해 세면대로 돌아보는 라인.


?? 그곳엔 바가지가 없었다.


"하르 여기 있던 바가지 못 봤---"


라인의 말은 이어지지 않는다.


푸르른 빛이 감도는 욕실에 물의 덩어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 한순간 물 속에 있는 것같은 느낌, 몸이 물 속에서 부유하듯한 그런 착각이 들 정도의.


촤악!! 그렇게 보고 있던 라인의 얼굴에 물이 직격한다.


아까 하르처럼 물에 젖은 생쥐꼴 마냥 머리와 옷이 물에 젖어 몸에 들러붙어 우스꽝스러운 차림이 된다.


"히히히이~"


범인은 빈 바가지를 활짝 펼치고 웃고 있었다. 푸르른빛과 함께 전신의 물이 사라져 뽀송뽀송해진 하르.


"그러엄 자알 씨잇고오 오아아~"


그러면서 라인의 옆을 지나 욕실을 박차고 나가는 하르.


"어휴 진짜... 못 말린다니까."


혼자 남은 라인은 옆으로 이동해 세면대 벽에 위치한 큰 거울을 통해 자신의 전신을 바라본다.


'뭐라도 말해줄껄 그랬나?'


얼굴을 닦고 생각하는 라인.


'하르의 행동에 잘 반응해야되는데 말야.'


손, 발, 몸 전체를 이리저리 닦으며 생각하는 라인.


'좀 더 자연스럽게 말해야되.'


마지막으로 머리르 정돈을 한다.


7살 아이의 고민치고는 이질적이고 어긋난 고민. 하지만 이 고민은 라인이 여기 살면서부터 시작된 상냥하면서도 순수하면서도 이기적인 고민이다.


그렇게 다 씻고 하르처럼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서 아까와 같은 빛의 현상을 일으킨다.


다만 하르 때와는 다르게 욕실 전체가 빛으로 가득 차지 않는다.


그저 라인의 주위, 몸에서부터 진하면서 은은한 파란빛이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두명이 있을 때랑 한명이 있을 때랑 다른건가? 아니면...'


살짝 아주 미미하게 라인의 눈쌀이 찌푸려진다.


그렇게 은은한 빛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러들고 라인의 몸과 옷 머리카락에서 수분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하고는 욕실을 빠져 나온다.


바가지를 바닥의 대야에 던져놓으면서 탕탕거리는 소리와 물의 깔끔한 소리가 욕실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갔다.


거실로 다시 돌아와보면 하르의 머리를 하린이 땋아 주고 있었고 르아가 아침식사들을 옮기고 있었다.


거실의 유리문을 통해 밝은 빛이 연갈색으로 된 거실 공간을 채우고 있고 아침밥과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들을 빛추고 있었다.


아침밥이 다 식탁에 옮겨지고 하르의 머리도 다 완성되고 아침식사 준비가 완료되었다.


라인은 하르의 오른쪽에 앉고 반대쪽에는 부모님이 앉아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잘먹겠니다." x 3


"자알머억게엤스읍니다아~"


그렇게 아침식사가 시작된다.


달그럭달그럭 작은 소리만이 밝은 빛이 도는 거실을 채울려고 있을 때.


"으음? 오늘 스튜는 맛이 특별한데?"


"오오~ 역시 라인이야 이 차이를 아는구나!"


"모어야? 모어야?"


하린의 자랑스러운 얼굴과 하르의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 라인 앞에 불쑥 튀어나온다.


"새로운 품종 개발 성공한거야?"


"그렇지!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낸 채소인데 끓여 먹으면 구수한 맛이 일품이란다!"


"헤에에 라이인도오 그러언거어 아느은구나아..."


"라인은 나를 이을 후계자니까 당연하지!"


살짝 아주 살짝


"그으렇...구우나..."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모를 정도의, 힘없이 하르가 작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래~ 이건 사나이의 땀과 열정이 담겨진 감사로운 식사인것이야!"


"여보 식사 중엔 좀 조용히 하고 먹어요."


"아니지! 이건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사나이의 노력과 열정은 좀 더 알아줘야된다고!"


그렇게 하린의 소리 큰 자랑이 계속 이어지자.


"아빠라앙 마알 안하알레..."


하르의 기습이 하린을 쾅 때린다.


"하..하르야? 왜...왜 그러니?"


식은 땀과 당황스러움이 크게 들어난 얼굴로 하린은 하르를 쳐다본다.


"뿌우웅 아빠 마알은 자알 모르게엤어어."


느릿하지만 뾰루퉁해진 투로 말하는 하르에게.


"아.. 아니 이건 말이다 하르야---"


변명을 표현하는 말투와 행동이 우스꽝스럽게 되버린 하린. 허나 하르의 기분이 풀리지 않아 얘를 먹고 있을 때 구원의 손길이 펼쳐진다.


"하르야 이 야채들은 말이야 모두 내가 재배했어. 아빠는 그저 옆에서 지켜 봤을 뿐이란다. 그렇죠 여보?"


옆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던 르아가 부드러운 어죠로 넌지시 말했다.


"여보 그건---"


"헤에에 그러언거어야??"


뭐라 할려는 하린을 하르가 반짝이는 눈동자와 시대를 품은 손동작과 함께 물어본다.


"아...아 그래 그렇구나. 으으음 맞아 엄마가 다 키우고 아빠는 수확하기만 했지..."


"그러었구우나~"


어쩔 수 없듯 말하는 하린과 기분 좋은 듯 기뻐하는 하르.


"하르도 나중에 엄마랑 같이 채소를 키워보자꾸나."


"와아이~"


"아빠도 열심히 수확했으니까 그건 잊지 말아줘!"


그런 아침 시트콤을 보면서도 이 시트콤의 발단이 라인은 꾸준히 아침식사를 다해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라인, 너 저번에 훈련소 땡땡이 쳤다면서?"


그런 라인에게 갑자기 급습이 쳐들어온다.


"쉬잇!! 쉬잇!!!"


라인이 검지와 중지를 입술에 대면서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쳐를 하린에게하지만 눈치 1단의 하린은.


"하하하 괜찮아 괜찮아 라인의 나이 또래의 사내아이는 다 그런 거야~!"


싸늘한 공기가 시야의 왼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식은땀과 공포에 젖은 눈동자를 왼쪽으로 굴리자.


"라아아인~!!"


아까까지만해도 넌지시 행동하던 르아가 라인에게는 뿔난 괴물처럼 보였다.


"히익! 죄송해요~!"


일단 사과부터 시작하는 라인. 허나 그런 라인을 더 궁지에 몰고가는 이가 있었으니.


"여보, 사나이는 언제나 땡땡이를 치고 싶은 충동에 살아가는 거라고! 그렇게 라인을 나무라지말아줘."


하린의 눈치0단 공격이 들어온다.


부글부글 르아의 머리가 끓어오면서


"당신이 그러니까 얘 버릇이 나뻐지는 거라고요!!!!"


한 방에 터져버린다.


쾅하며 식탁을 손으로 내려치는 르아. 식탁 위에 있는 음식들이 공중에 떠버린다.


라인은 재빨리 스프를 들어 피하고 하르는 입을 살짝 열고는 '아아'거리면서 아슬아슬하게 흐르지 않는 스프를 불안하게 보고 있었다.


"하하하 여보, 당신은 좀 생각은 유순하게 해야 돼. 나도 저 때쯤에는 땡땡이 한두번은 치고 다녔다고."


"당신하고 얘들이 같아요?!"


언성 높은 르아와 그저 웃으면서 말하는 하린의 말다툼?이 이어진다.


"잘 먹었습니다..."


바쁜 두사람이 눈치 못 채게 작게 속삭이고는 슬금슬금 자신의 빈 스튜그릇을 부엌에 가져다 놓고 현관문을 향해 간다.


"라아인 후운려언소오 가야아돼에에~"


하르의 말에 흠칫 떨었지만 이내 하르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하르를 본다.


그 요란함 속에서도 느릿느긋하게 아침식사를 먹고 좋아하는 하르가 있었다.


'괜찮겠지?'


대단함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거실을 나와 현관문을 열어 밖으로 나간다.


"다녀오겠습니다."


작은 속삭임과 거실의 활기참이 문과 함께 사라져갔다.


차가운 공기가 그윽하게 퍼져있을 것같은 아침. 허나 전현 춥지 않다. 둥그런 금색 광원이 서쪽 낮은 산 바로 위에 떠있고 모든 세상에 금빛이 머무르고 있다. 따뜻한 금빛이 그윽한 공간에는 푸른 하늘과 녹푸른 초원, 청록색의 강줄기가 평화로이 펼쳐져 있고 있었다.


라인은 하르를 기달리고 있었다. 길가 아래 강가의 자갈 바닥, 쭈구려 앉은 라인은 잔잔히 흐르는 강줄기에 손을 얹고 있다.


차갑게 보이는 청록의 강줄기여도 라인에게는 오히려 차가움 속에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라인은 자연을 좋아한다. 이 지루한 시골 마을 속에서도 자연만 있으면 외롭지 않고 쓸쓸하지 않았다. 자연이 무언가를 라인에게 주진 않는다. 허나 자연 그자체가, 보고 만지고 느끼기만 한다면 라인은 그 어느것도 필요치 않았다.


7살의 어린애가 가질만한 생각은 아니지만 어쩔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연은 라인이 태어나 자라면서 같이 지낸 벗이기 때문이다. 자연만이 라인을 떠나지 않고 지켜봐준 존재니까.


라인이 이 행동을 통해 무엇을 느끼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고 라인 자신도 모를 것이다. 그래도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라인은 무언가를 얻어낸다고 느꼈다.


그렇게 사색의 시간이 지나고, 손에 묻은 물을 털어내며 일어서는 라인. 강가를 벗어나 길가로 올라간다.


약간 언덕진 땅위에 집이 보였다. 아직 부모님들은 싸우고 있을라나, 그런 생각도 하면서 엄하니 집 위 하늘을 보고 있잖니 집의 현관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오고 있었다.


하르가 느릿한 몸짓으로 최대한 서두르듯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라아인 오래에 기다알려었어어?"


"아니야 천천히 와도 돼~"


서로 소리쳐 부르면서 하르가 곹이어 라인이 있는 곳까지 도착한다.


"헤엑 헤엑 이제에야아 마안나았네에~"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밥 먹었잖아 참... 그리고 하르 그거그거."


라인이 검지로 하르의 옷을 가리킨다.


"아... 까암빠악해엤다~"


하르의 옷이 잠옷인 채인 것이다.


"자암시마안~"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감고 어딘가 집중하는 하르. 그러자 하르의 잠옷이 사르르 노란빛을 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 초 뒤 하르의 옷이 원피스형 잠옷에서 실외복으로 바뀌어간다.


잠시 뒤를 돌아봤다가 다시 하르를 보는 라인. 거기엔 아까의 원피스 잠옷이 아닌 반팔의 스커트 일체형인 튜닉과 움직이기 쉬운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는 하르가 있었다.


"'환복'은 제대로 하고 나왔어야지."


"까암빠악 해었어어~~헤헤~"


그렇게 말하는 라인의 차림은 움직이기 편한 반팔티와 긴바지를 겸비한 실외복이다.


"자 가자"


"으응~!"


풀내가 가득한 길, 짧은 풀들이 잔뜩 난 땅을 갈아엎어 만든 길. 그 길을 걸어가기 시작하는 라인과 그를 따르는 하르를 금빛의 기운이 감싸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주머니랑 아저씨 어떻게 됐어? 꽤나 난장판이 됬었을꺼 같은데."


아침에 자신에 의해 일어난 참상을 생각하고는 하르와 포복을 맞추면서 물어보는 라인.


"우웅? 나안 바압 머억느은데에 지입주웅 하느으라 자알 모르게엤느은데에?"


'앗차... 집에 돌아가면 혼날려나?'


"그은데에 그으 마악 가압자아기이 아빠아가 어엄마르을 아나주더어니 2츠응으로 안고오 데에려가았어어~"


'좋았어! 오늘은 안 혼나겠구나!---'


주먹을 줘고는 좋아하는 라인.


'---어?! 얘한테 뭘 보여주는거야?! 그 사람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어이없어 하는 라인이었다.


"어르은드른 그으렇게 화해에하나봐아~"


"어? 어어 그렇지 그래!..."


뭔가 허둥대는 라인을 궁금해하듯 바라보는 하르.


"뭐어야 뭐어야 내에가 모르느은 게에 이있어어?"


"아,아니야 아무것도 없어. 으응 그래, 그게 화해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해?"


"우우 라아인 뭐어 수움기고오 있지이!"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양손을 휘져으며 얼버부리는 라인한테 약간 불만인듯 볼을 부풀리는 하르였지만 이내 흥미를 버리듯 라인을 앞서 달려갔다.


"하르~ 그러다가 넘어진다."


라인의 외침에 하르는 뒤돌아 보더니


"메에 롱옹~~"


새침하게 혀를 내밀어 라인에게 불만을 표현하면서도 크게 불만은 없는 장난이 섞여 있는 행동은 하르의 장난끼 가득한 외모와 잘 어울렸다.


'참... 못 말린다니까.'


"기다려 하르~"


그렇게 라인은 하르를 쫓아간다.


그런식으로 달려가다보면 저 가까이 큰 거목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을의 광장의 상징.


중앙에는 높낮이가 낮은 넓은 원형의 터가 있었고 사방으로 계단이 놓여 있으며 거대한 거목이 광장 북서쪽에서 광장을 깜싸듯 뿌리 내려 솟아 올라가고 있었다. 거대한 거목의 줄기 마디마디가 광장에 그늘을 만들고 나뭇잎 사이로 비춰지는 광채가 신비한 무대를 자아내고 있다.


"하아 하아 조옴 쉬이자 라아인~"


열심히 뛰어다닌 하르지만 그녀의 노력에도 느릿함 때문에 라인에게 쉽게 따라 잡혔고 광장까지의 긴 거리를 전력으로 뛰어와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어 했다.


하르가 가장 가까운 계단에 앉았고 라인도 한 계단 위에 앉았다.


"그러게 왜 고생을 자처해."


"부우 라아인이 나알 따도올려었잖아아~"


"그런거 아니래도 참... 그건 나쁜 의도로한건 아니었어."


"후응 그러언거얼로 해주울게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새침하게 말하는 하르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용서해주었다.


"하아~ 지인짜아 히임드러 저버언에 라이인 따라아 사안에 올라아가알 때마안크음이나~"


라인이 계단을 내려와 하르의 밑까지 내려와 하르와 마주본다.


"제대로 하고 다녀야지."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하르의 얼굴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주고 옷가지를 정돈해주고 있었다.


정돈이 완료될 그 때.


"거기 그만!!"


어디선가 남자 아이의 외침소리가 광장을 꽉 채웠다.


라인과 하르는 두리번두리번 사방을 둘러 보았지만아무도 보이지 않을 그 때.


"여기다! 여기!"


위쪽, 고목의 거대하게 뻗은 가지가지들 중에서 2개의 실루엣이 점프해 내려왔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하르보다는 짧은 귀지만 충분히 긴 귀가 숏헤어의 머리위에 바짝 서있어 활기참을 표현하고 있었다. 또롱또롱한 눈동자에 날카로운 눈매가 열정어림을 보여주고 있지만 코가 뭉퉁한 개코의 귀여움이 열정을 2프로 비껴가게 만드는 인상의 남자아이.


반대로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와 외형은 거의 비슷하지만 약간 긴 생머리를 가지고 있어 여성스러움이 보였다. 하지만 남자아이와는 반대로 약간 쳐진 귀가 머리와 거의 붙다시피 있었고 살짝 감긴 눈동자와 약간 아래로 향한 눈매가 자신감 없음과 쑥쓰러움을 표현해 보호 본능을 자극하게 만들고 있었다.


"라인! 또 하르를 괴롭히고 있겠다!" "하르언니, 라인오빠 안녕하세요..."


멋지게 착지자세로 외치는 남자아이와 그런 남자아이 뒤에서 사짤 얼굴만 내밀어 힘없게 인사하는 여자아이.


"그런거 아니야 케스." "아안녀엉 케스야, 카린아~"


그런 둘에게 라인과 하르가 대답한다.


이 둘은 마을 촌장의 손자, 손녀 케스와 카린 남매이다.


"문답무용! 라인! 이번에야 말로 나랑 승부해서 우열을 가려보자고!!"


"아니 나는 그런거는---"


"훈련소까지 달리기 시합이다!!"


"어이 내 말을 끝까지 들---"


"땅!"


그런 출발 신호와 함께 케스가 엄청나 스피드로 저 멀리 뛰어나간다.


"항상 오빠가 실례하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뒤에 남겨진 카린은 라인과 하르에게 허리 숙여 사과하고는 케스와 비슷한 속도로 멀어져가는 오빠를 쫓아간다.


"바이이 바이이~~"


"카린도 참 고생이야 멍청한 오빠를 둬서."


"에이~ 그러언 마알 하지마아~"


"에휴 우리도 슬슬 출발하자 훈련소 늦으면 안되잖아."


"으응!"


그렇게 라인과 하르는 천천히 훈련소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광장을 지나가면서부터는 옆의 초원이 녹푸른 논밭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한다. 촌장님네 논밭이 드넓게 펼쳐지고 있었다. 여러 작물에 의해 형형색색의 명화가 펼쳐지고 있었다.


반대쪽에는 큰 청록색의 강줄기가 길게 나있어 길을 걷고만 있어도 정경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명화 속을 걷다보니 논밭 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 라인과 하르 아니더냐 둘이 같이 보는 건 오랜만이구나."


"안녕 케리브 할아버지." "안녀엉하세에요오~ 하알라버지이~"


흰 민소매를 입은 초로의 노인, 넓게 펼쳐진 농작물의 바다에 헤엄치는 것처럼 착각이 들 것같은 광경 속의.


허리를 구부린 채 물뿌리개를 들고 물을 이리저리 뿌려주고 있는 이 노인은 마을의 촌장님이시다.


"케스랑 카린이라면 먼저 갔구나."


"아까 만났어. 참나 만나자마자 승부니 어쩌니하고는 달려나가더라고."


"허허 얘들은 혈기왕성해서 보기 좋구나."


"하알아버어지느은 무얼 하고 있어요오?"


"새로운 물뿌리개를 지금 사용해보고 있단다."


케리브의 손에는 목제로 된 물뿌리개가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카넬 선생이 새로 개발해서 말이지. 놀랍게도 물이 끝없이 나오는 물뿌리개라는구나."


"우와아 무울이 계에소옥 나오느은 거야아?"


"그렇단다. 아침부터 계속 물을 뿌리고 있는데 계속 나오는구나 참 신기해."


평범해보이는 목제 물뿌리개에서의 입구에는 푸른 빛이 감돌고 있었다. 사라락 거리는 풀들속의 작은 파란빛을 하르는 '와아~'하며 바라보고 있었고 라인도 옆에서 호기심 있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쿠 이렇게 잡아두는 것도 미안하지. 빨리 훈련소에 가려무나."


"으응 바이~ 바이~" "응 잘 있어 할아버지"


손 흔들어 안녕을 표현하면 길을 다시 걸어가는 두 아이.


케리브는 홀쭉한 몸을 이끌면 허리를 굽힌채 밭에 물을 뿌리면서 밭을 헤엄쳐 가고 있었다.


길을 계속 걸어가다 보니 저 멀리 훈련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를 깍아 만든 교문이 덩그러니 놓여있고 그 너머로는 흙으로 된 운동장, 그 뒤로는 3개의 목조 건물이 따닥따닥 붙어서 있었다.


교문에 다가가니 아까 큰소리치고는 멋대로 달려갔던 케스와 그런 오래비에 대해 사과하곤 따라간 카린이 있었다. 광장에서 봤을 때랑 똑같은 포지션으로 서있는 남매


"라인~! 니 놈! 또 승부를 무시하고!"


화가난 케스가 큰 고함을 친다.


"케스... 난 승부에 응하지도 않았고 너를 따라갈려면 마법을 써야되는데 내가 마법을 쓰면 몸이 어떻게 될 줄 알잖아."


"므으으! 넌 그러니까 안된다는거야! 네놈은 의욕이란 것이 눈꼽만큼도 보이질 않아!"


그러면서 케스는 섬큼섬큼 라인에게 걸어가 덥썩 라인의 멱살을 잡고는 얼굴을 드리내민다.


"그러고도 하르를 지킬 수 있겠냐?"


이마와 이마가 닿을 정도 가까운 거리. 케스가 눈을 부릅 뜨며 위협같은 충고같은 강한 어조로 말한다.


"그거하고 니 승부라니 뭐니랑 무슨 상관이야."


그에 대항하듯 라인도 으르렁 거리는 어조로 말한다.


수 초, 아주 잠시동안 그렇게 두 아이는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보다가 먼저 말을 한 것은 케스였다.


"흠! 그거랑 이것이 관계없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넌 틀렸어!"


그러면서 뒤로 껑충 뛰어 간격을 두는 케스.


"좀 더 꼼꼼하게 생각해봐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무슨------."


"그으마안~~!!"


라인의 말을 끊고 소리 친 건 하르였다.


"두울 다 싸우음은 나아뻐어!! 카리인도 무서워서 벌벌얼 떠얼고 있잔안아~?"


하르는 훈련소 입구 나무기둥 뒤에 숨어서는 힐끔힐끔 라인네들을 보면서 떨고 있는 카린을 가르켰다.


두 남자아이들은 하르가 가리키는 쪽에서 카린을 한번 보고 서로를 한번 보았다.


"흥! 이런 놈하고는 싸움조차도 안된다고!"


"마찬가지야. 이런 말도 안 통하는 놈하고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서로를 헐뜯으면서도 말 속에는 가시가 박히지 않는 그런 애매모한, 애매모해서 그 자리의 있는 아이들 모두는 알 수 없는 그러한 말들.


"또오~ 하지이~ 말래엤~ 지~!!"


하르가 눈에 불이 서서히 일렁이는 듯,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투닥거리는 두 남자아이와 그 사이에서 화르르 타오르는 여자아이, 불안불안 터질 것같은 현장에 물을 끼얻는 것은 오돌오돌 떨고 있는 작은 아이였다.


"언니, 오빠들 싸울거야?"


싸움과는 먼, 아니 아예 상관 하지도 않고 하지도 못할 것같은 순진무구한 카린. 어느새 다가와서는 작지만 용기있는 한 마디가 셋한테 날아들어왔다.


"아아~ 아니야아~ 우리가아 얼마나아 사이조은데? 그으치?"


커질려하는 불씨가 물에 맞아 꺼지는 것과 같은 하르가 카린에게 당황하면서도 웃는 표정으로 양옆의 두 남자에게 시선을 보낸다.


"어.어 그래 우리 싸우는 거 아니야 맞지? 라인."


케스도 당황해 일단은 라인에게 어깨동무를 하고는 말하는데.


"맞아. 이 바보같은 놈하고 싸울리 없잖아 내가."


웃는 얼굴로 끝까지 그리 말하는 라인.


"뭐라고?!"


뭔가 한마디 크게 할려는 케스. 하지만


"오빠들 싸울꺼야??"


눈가에 눈물이 고여 흐를랑 말랑하는 카린이 양손을 깍지 끼고 턱에 대면서 세명을 올려다 본다.


어느샌가 하르가 두 남자 뒤에 와서는 등을 꼬집어, '뭘 말해야될 지 알지'라는 압박감을 표현한다.


"하,하하 당연히 안 싸울 거지!. 동생아! 내,내가 얼마나 라.인.하고 친한데. 그러니 뚝 그치고 웃어줘."


분한 듯 딱딱하게 말하는 케스. 옆에서 라인이 웃음을 참는 것인지 하르의 꼬집힘을 참는 것인지 모를 웃는 얼굴로 카린을 보고 있었다.


'두고 보자!! 라인!'


케스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야 카린은 다행이라고 말하는 듯 웃는 얼굴을 펼쳤다.


///


처음 그 놈이 왔을 때, 나는 동갑내기 친구의 옆에 왠 이상한 놈이 생겨 싫증을 마구 뿜어냈다. 마을에서 단 하나, 자신과 나이가 같은 친구를 빼앗겼다는 느낌 때문일까. 실제로 그녀는 가족과 함께 그 놈을 돌보느라 자신하고는 소홀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 놈이 마을에 익숙해지고 생활에 적응해나가면서 처음 그 놈과 만났을 때.


나는 그동안 느꼈던 싫증들을 그 놈에게 풀어놓을 생각만 했었다. 지금까지 같이 지내던 동갑내기 친구가 자신도 모르는 놈을 위해 1년간 자신에게 소홀해졌다는 사실, 나에게 큰 외로움을.


근데 무슨 일인가, 나는 그 놈을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동갑내기 친구한테 돌봐지는 꼴을 보면 되다만 놈이라 생각했었다, 첫 그 놈과의 인상에 놀라움을 느꼈었다. 친근함, 허나 무언가 이상한 이질감이 느껴지는,을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인상을 받았으면서도 나는 표현이 무뎌서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거절했었다. 허나 시간이 지나 머지않아 이 자식하고는 죽이 잘 맞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 놈은 확실히 되다만 놈이지만 착하다는 것만은 잘 알았기 떄문이다. 동갑내기 친구와 이 놈과 동생을 데리고 이리저리 놀고 있었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그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근데 이 놈은 뭔가를 숨기고 있다. 처음 느꼈던 이질감, 어린 내가 느낄만한 어긋난 느낌.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의 즐거운 시간 속에서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고 내가 그 놈을 제일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게 어영부영하게 시간이 지날 무렵 넷이서 사이좋게 시간이 그저 흐를 때. 그 사건이 갑자기 일어났다.


훈련소, 전투전용 공간에서 그 놈이 피투성이 된 손을 다른 손으로 부여잡고는 쓰러져버렸다.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동갑내기 친구와 선생님은 다급하게 그 놈을 감싸고 치료를 해주고 있었다.


그 때. 그 놈의 눈을 보았다. 그 눈에 아른거리는 까만 무언가. 아니 까맣다고 해야될까 이런저런 색깔이 뒤섞여 있는 색. 그 놈의 머리카락과도 비슷한, 그런 빛이 다급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나만은 보았다.


그 때 나의 표정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왜일까? 그 놈도 나의 친구이긴 했는데 당연히 걱정하는 표정이었어야 된다. 하지만 그래도 그 때 자신의 표정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왜일까?


당연한 것이다. 걱정따위 내 얼굴에는 나와있지 않은 것이다. 그 때 그 상황, 친구가 아퍼서 쓰러져있을 때, 나는... 웃고 있었다.


자신이 성격파탄자나 그런 위험한 사람이 아니란걸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웃고 있는 이유.


이질적이지 않는 친구의 본모습. 동갑내기 친구가 1년간 돌보고 1년간 같이 지낸 친구의. 걱정을 해도 모자를 친구의 유혈사태 속에서도 나는 그것이 기뻤다. 어영부영한 그 놈이 아니라 무언가 가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친구를 보는 듯.


그 사건이 지나고 다음날 나는 좀 기대를 하고 훈련소에서 친구에게 인사를 하며 그 놈을 보니.


실망만이 남아있었다. 그 때의 그 빛은 사라지고 빛바랜 문드러져 보이는 작은 빛구슬만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나의 인사를 받아주고는 책상에 앉고 옆의 동갑내기 친구와 대화하고 있는 그 놈이. 나는 맘에 안 들었다.


어떻게하면 그 놈을 끌어내릴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그 때 빛나던 친구를 데려올 수 있을까?


그러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내 옆에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와 고개를 돌려 그 쪽을 보니 거기엔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나는 동갑내기 친구가 그 놈을 아끼니 이 이야기를 다른 이야기로 돌려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으음... 그럼 이런 건 어때? 승부를 하는거야!"


승부?


"그래! 승부를 해서 그 아이를 끌어올리는 거야! 승부를 하면서 걔도 열심히 하면 그 때 본모습을 보여줄거야!"


정말로 그럴까?


"그렇대니까! 내가 하는 말은 잘 맞아떨어지잖아~"


웃으며 말하는 동갑내기 친구. 내 유일한 자랑거리. 그녀가 말하는 거면 옳은 것이겠지!


그렇게 나는 다음날부터 그 놈에게 승부를 걸었다. 처음에는 그 놈은 거절하기도하고 무시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화나기도하면서 슬프기도 했었다.


그래도 난 그 때 그 친구를 보기 위해 노력했다. 도발을 하기도 했고 몸싸움도 하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그 놈과의 사이도 나뻐져 울고 싶은 적도 있었다.


참고 또 참고 계속해서 시도를 한 결과 그 놈이 승부를 받아주기 시작했다. 기쁜 마음에 전력을 다해 상대하였는데 생각외로 그 놈은 약했었다.


압도적으로 내가 유리했고 이김으로써 그 놈은 분한 듯 눈물을 머금기도 했었다. 자존심 강한 그 놈이 눈물을 보였을 때는 나도 덩달아 울고 싶어졌지만 강한 척 그 놈을 계속해서 도발했다.


그렇게 시작한 승부는 내가 이기다가 점차 그 놈이 이기더니 마지막에는 내가 한번도 못이기게 되었다.


그 때 유일한 동성친구는 그 때 보여준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내 동갑내기 친구와 더불어 자랑러운 친우가 되어 있었다.


///


수업이 시작되기 전 라인은 책상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을 넘기는 소리, 삐걱거리는 의자와 책상소리 바람의 흔들거리는 커튼의 춤소리가 교실을 채우고 있었다.


"뭐어 읽고오 있어어? 라이인?"


"흥 또 쓸데 없는거나 읽고 있겠지!"


"오빠 그러지마~."


오른쪽에서 셋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하르는 옆에서 튀어나와 라인의 책상을 팔을 세워 손을 얹고 있었고 케스는 뒤, 자신의 책상에 앉으려하고 있었고 그의 옆 책상에 카린이 소심히 앉아 있었다.


"그래서어 라아인은 뭐어 읽고오 있느은 거어야?"


"어. 도서실에서 꺼낸 책인데 뭔가 소설같은 거 같아"


뒤에서 케스가 "아,아니라니까 카린;;" 식으로 카린을 달래는 소리를 무시하고는 하르에게 답하는 라인.


"헤에 무스은 이야기야아?"


"으음... 주인공의 친구생각이 멋있게 그려진 이야기같은데... 잘 모르겠어."


"헤에 조은 이야기네에~"


하르에 말을 듣고는 약간 생각에 잠기며 창밖을 올려다 본다.


푸른 하늘 아무것도 없을 그 하늘을 멍하니 바라본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와 눈을 찡긋 감겨 바라보는 하늘에 아무것도 없지만 무언가 있는 듯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


검먹은 구름이 스리슬쩍 있는 듯 하다. 바람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자세히 볼려고 하니 옆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왜에 그래에??"


궁금증이 퍼진 얼굴로 하르가 옆에서 보고 있자니.


"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히히 나중에에 나도오 조옴 보여줘어~"


"응."


뒤에서 들려오던 울먹거림과 달래는 말이 끝나갈 무렵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드르륵 교실문 소리가 퍼져왔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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