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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엘리시아 황녀의 하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2.11.21 23:11
최근연재일 :
2013.09.30 21:22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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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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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23쪽

20,21. 세상이란 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DUMMY

20.


하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카얀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그럴 거면 참석하겠다고 말을 하지 말던가.

기껏 훈련에 지쳐 자고 있는 사람 깨워서 하는 일이 심술부리기 라니!

새삼스럽진 않지만 짜증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한테 불만 있냐?”

용케도 카얀의 기색을 눈치 챈 엘리시아가 띠껍게 물었다.

그에 카얀은 얌전히 고개를 수그리며 부정할 뿐이었다.

대충 그렇게 카얀을 향해 심술도 부리고, 괜히 졸고 있는 이흐란도 툭툭 치면서 온갖 생난리를 치며 가볍게 외출 준비를 마친 엘리시아는 역시나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거슬린다는 듯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드럽게도 크네.

물론 황성 사는 엘리시아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하이른 후작가는 꽤나 으리으리했다. 황성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황성 다음으로 비싼 저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집사의 안내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자 누가 사치스런 귀족 아니라고 할까봐, 실내 역시 최고급으로 이루어진 장식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째 여기 있는 거 하나만 갖다 팔아도 상당히 귀한 검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은 것이.

장식품을 바라보는 엘리시아의 눈에 아주 잠깐 이채가 서렸다.

“어머, 오셨네요.”

시녀의 말을 듣고 나온 것인지 엘리시아가 미처 티파티가 열리는 테라스에 도착하기도 전에 시류가 나와 엘리시아에게 반갑다는 듯 인사를 건넸다.

얼마나 신경을 쓴 것인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휘황찬란하다 못해 제대로 걸을 수나 있을 정도로 온 몸에 치덕치덕 악세사리들이 가득 달려 있었다. 거기다 옷은 어찌나 화려한 지, 옷 한 조각만 팔아도 왠만한 벌이는 되는 듯 했다.

“원래 그런 옷들을 좋아 하시나봐요.”

무도회에서도 느꼈던 사실이지만 심하게 심플한 드레스의 디자인에 시류가 웃으며 물었다. 하지만 드레스가 아니라 옷이라 지칭한 그녀의 말 속에 은근한 무시가 담겨 있었다.

“상관없잖아?”

쓸데없이 보석이니 드레스니 그런 것들로 돈낭비하며 자랑질 하는 것엔 전혀 관심 없는 엘리시아가 뚱하니 말했다.

그럴 돈으로 차라리 검이나 사고 말지.

쯧, 하고 가볍게 속으로 혀를 찬 엘리시아는 시류의 안내를 따라 테라스로 향했다. 그곳엔 온갖 것들로 치장을 한 귀족 영애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비록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얼굴엔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미묘한 분위기를 통해 그리 좋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지 않음을 엘리시아는 깨달을 수 있었다.

하긴, 그렇겠지.

으레 모임이라는 것에 세력 싸움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모두 주목해주세요. 이분은 황후 마마이신 엘리시아 시르 카이로 님이세요.”

시류의 소개에 대화를 나누던 귀족 영애들의 시선이 엘리시아를 향하며 가볍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들 중 몇몇의 시선은 엘리시아의 옷차림에 그녀를 깔보는 듯 했다.

“정말, 황후 마마.. 맞으시죠?”

싱긋 웃으며 물어오는 백작가의 영애를 보며 엘리시아가 피식 웃었다. 보아하니 대놓고 시비를 걸어오는 것 같은데.

애초에 싸움이란 것이 서로의 실력이 어느 정도 비슷할 때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것은 그냥 싸움을 걸어오는 것이 아니라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었다.

“그 말 너 따위가 무슨 황후 마마냐는 그런 황족 모독 발언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건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엘리시아가 물었다. 그에 말을 꺼낸 백작가의 영애는 입을 다물며 분한 듯 엘리시아를 쏘아보았다.

“그렇게 보는 걸 보니 맞나보지?”

불량스런 엘리시아의 어조에 영애가 이내 표정을 풀며 엘리시아에게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정중하긴 했지만 표정은 그닥 미안해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시류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피부가 정말 고우시네요. 비결이 뭐에요?”

약간은 냉랭한 분위기 속 아이 같은 모습의 귀족 영애가 엘리시아에게 호의를 보이며 말을 걸었다. 나름 친해지기 위해 칭찬을 건네는 것 같았지만 그닥 효과는 없었다. 굳이 엘리시아가 좋아할 만한 칭찬이라면 너 예쁘다, 라는 것보단 너 좀 세다, 쪽이니. 그것도 능력 있는 사람이 말했을 경우지 어설픈 놈이 말했다간 네 주제에 뭐라 지껄이는 거냐고 몇 대 맞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귀족 영애의 말에 엘리시아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귀족 영애의 얼굴이 무안한 듯 붉어지며 애꿎은 찻잔을 만졌다.

“그런데 설마 황성에는 그런 드레스 밖에 없는 건가요?”정말 궁금해서 묻는다는 듯, 백작가의 영애 곁에서 친근하게 주절거리던 다른 귀족 영애가 물었다.

“어떨 것 같은데?”

“아뇨. 그냥 아쉽다 싶어서요. 옷이 황후 마마의 외모를 충분하게 받쳐주고 있지 않고 있으니까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저희 디자이너가 만든 드레스를 선물로 드려도 될까요?”

미소를 띠며 묻는 귀족 영애의 물음에 엘리시아가 피식 웃었다. 자신을 도대체 어떻게 보고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얼핏 들어보면 칭찬 같지만 잘 보면 결국 니네 황성엔 그런 옷 밖에 없냐? 괜찮다면 내 옷이라고 줄까? 라는 조롱이 담긴 말이었다.

둔하고 멍청한 황족이라면 저 말에 무슨 의미가 들어있는지 모르고 겉으로 보이는 친절한 미소에 속아 대충 넘어갔겠지만 엘리시아는 그럴 정도로 둔하지도 멍청하지도 않았다.

“아아. 드레스라면 황제 폐하한테 부탁하면 되.”

암만 니네 디자이너가 잘 나도 황제 폐하만 하랴. 내 뒤엔 황제 있다는 은근한 압박이었다. 그에 나름 공격을 시도했던 귀족 영애가 입술을 깨물었다.

하여간 귀족 놈들의 모임은 하나같이 다 이 모양 이 꼬라지인지.

어차피 이곳에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온 것도 아니었던 지라 딱히 아쉬울 것은 없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쯧.

별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다 가볍게 원샷으로 차를 마시고 나온 엘리시아가 작게 혀를 찼다.

역시나 별로 건질 것도 없는 모임이었다.

그나저나 무슨 의도일려나. 설마 진짜로 다른 귀족 영애들과 친해질 기회를 주기 위해 그럴 리는 없을 테고.

뭐, 이유가 무엇이든 별 상관은 없었다. 그 정도 멍청한 계략에 휘말릴 정도로 머리가 나쁘진 않으니까.

그리고 걸어오는 싸움엔 그 어떤 것이든 당당히 맞서서 이겨줄 만큼의 실력도 가지고 있고.


21.


엘리시아가 맞은편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시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적의만 가득 가지고 있는 주제에 이렇게 자주 오는 것을 보면 뭔가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좀처럼 드러내 보이지 않는 탓에 그 의도를 알 수 없어 약간 짜증이 났다.

물론 결론적 의도만 보자면 자신을 황후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이겠지만 뭘 어쩌려고 그러는 건지.

그래도 생각보단 아에 덜 떨어지지는 않은 듯 했다. 나름 이렇게 호의를 보이는 척 열심히 들이대는 것을 보니.

“많이 따분하신가 보네요.”

허이고? 언제 그런 걸 생각했다고?

지 멋대로 찾아와 들어주든 말든 지 멋대로 지껄이고 떠난 주제에 오늘은 왠일로 엘리시아의 표정을 신경 쓰는 듯한 말투에 엘리시아가 조소를 지었다.

“괜찮다면 같이 산책 하시겠어요?”

것보단 그냥 네가 가주는 것도 괜찮은데.

하지만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시류의 모습에 엘리시아가 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시류가 싱긋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굳이 산책을 하자면서 밖이 아니라 안을 뱅뱅 도는 것은 무슨 의미래?

“저에게 불만이 많으신가 봐요.”

흐음?

원래부터 불만이 많았다만 새삼 그것을 끄집어내는 시류를 보며 엘리시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황후 마마께 불만이 많답니다.”

알고 있는데?

잘도 짓고 있던 호의 가득한 미소를 지운 채 싸늘하게 말하는 시류를 엘리시아가 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급변한 시류의 분위기가 어색할 법도 하건만 엘리시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당신 따위가 황후라니. 이렇게 천박한 여자가.”

너따위, 라는 의미를 담은 경멸어린 눈초리에 엘리시아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 얼굴로 황제 폐하를 꼬셔서 어찌 황후가 됐을지 모르지만 곧 당신은 버려질 거에요. 황제 폐하가 당신 따위에게 진심일 리가 없잖아요? 볼 건 얼굴 밖에 없는 천박한 여자에게 말이지요.”

그러는 너는 그마저도 볼 만하지 않다만?

“대답이 없으신 걸 보니 황후 마마께서도 제 말에 동의를 하시나 보지요? 하긴, 그렇겠지요. 자기 분수를 안다면. 어때요, 곧 버려 질 텐데 곧 황후가 될 저에게 애원을 해보는 것은. 그럼 아나요? 제가 당신에게 최소한의 자비를 베풀어 줄지?”

“뭐래, 이 미친년이?”

가면 갈수록 제대로 헛소리를 하고 있는 시류의 말에 엘리시아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어머, 황후 마마가 그런 상스런 말투라니요.”

정말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하는 시류의 모습에 엘리시아가 실소를 지었다.

“지랄하고 있네.”

싸늘한 엘리시아의 대꾸에 시류가 이유 모를 미소를 지었다. 그에 얘가 미쳤나, 라는 생각에 엘리시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크흠,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헛기침과 함께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일련의 귀족들이 엘리시아와 시류가 서있던 복도 부근에 서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들이 있던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던 듯 했다.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얼굴은 확연히 드러나고 있지 않았지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대놓고 불만을 내포하고 있었다.

“황후 마마가 저런 말투라니..”

귀족들 중 한명이 남들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신체 감각이 남들에 비해 뛰어난 엘리시아의 귀에는 정확하게 그 말이 들렸다.

하?

왜 갑자기 산책을 가자고 하고, 느닷없이 시비인가 했더니 목적이 이것이었나보지?

아마도 시류는 일부러 귀족들이 지나갈 복도에 멈춰서 엘리시아를 도발한 듯 했다. 그래서 다른 귀족들이 그녀의 그 욕설을 들을 수 있도록.

꽤나 재밌는 짓을 했다는 생각에 엘리시아가 시류를 바라보았고, 시류는 현재 상황이 마음에 드는 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엘리시아를 향해 가볍게 조소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어색한 분위기를 형성하던 귀족들은 엘리시아에게 인사를 건네자마자 바쁘다는 듯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고, 엘리시아 역시도 미련 없이 그 공간을 벗어났다.


회의로 인해 미리 회의장에 도착해 귀족들을 기다리고 있던 아르한은 회의장 안으로 들어오는 귀족들의 미묘한 분위기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가볍게 넘어가며 아르한은 귀족들이 모두 자리에 착석함과 동시에 회의를 시작했다.

“황제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능한 귀족들 덕분에 길어진 회의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아르한이 한 귀족의 말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별 일 아니면 알아서 하라는 듯 바라보는 눈초리가 싸늘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다가 중간에 황후 마마를 뵈었습니다.”

흐음?

갑자기 황후의 이야기를 꺼낸 저의가 무엇이지.

하지만 무엇 때문에 저리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지 대략 알 것도 같았다.

그냥 보기만 하고 지나쳤다면 별 상관이 없었겠지만, 만약 대화를 나누었다면 그녀의 성격에 대해서 알게 될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저 깐깐하고 고지식한 귀족들은 분명 그녀가 황후가 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 할 것이 뻔했다.

“황후 마마께서는 본인의 자리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신 듯 합니다.”

결국 아르한의 예상과 비슷한 뜻을 담고 있는 귀족의 말에 아르한이 피식 웃으며 그래서 마저 말해보라는 듯 귀족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아무래도 황제 폐하께서 황후 마마의 자세에 대해 단단히 주의를 주심이..”

“그런가? 하이른 후작, 그대도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한데..”

아르한이 연신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하이른 후작을 보며 말했다. 그에 하이른 후작이 조심스럽다는 듯 망설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소인 역시도 시에란 백작과 비슷한 생각입니다만, 다만 황후 마마께 주의를 주는 것보다 다른 황후를 맞이하심이 어떤지.. 무릇 품위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제 와서 황후 마마께 주의를 주어 태도를 고치게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과장된 생각이 아닌가?”

“황후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입니다. 그런 자리의 사람이 욕을 하고 좋지 않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다른 나라의 사신에게 있어 스스로 제나라를 욕보이는 것이며, 황제 폐하와 황후 마마를 따르는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단호하게 제 의견을 말한 하이른 후작은 넌지시 그의 편에 서있는 다른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그에 다른 귀족들 역시 하이른 후작의 말에 동의한다며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하지만 애초에 그들이 뭐라고 하던 전혀 황후를 폐위시킬 생각이 없는 아르한은 그저 우선 생각해본다, 는 대답을 하며 회의를 끝냈다.

그런 아르한의 태도에 하이른 후작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회의장을 나와야 했다.


화창한 오후. 이 나들이를 가고 싶은 만큼 기분 좋은 오후에 카얀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물론 제이로 제국에 있을 때는 이틀에 한번 꼴로 대련을 자주 하긴 했지만 그것도 예전이지, 새삼 대련을 할 생각을 하니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여기 와서 그나마 잠잠해지나 했더만.

“뭐하냐, 검 안 들고? 무기 없이 싸울 만큼 자신 있나 보지?”

그저 잠깐 한탄을 했을 뿐인데.

카얀이 죽을상을 하고 검을 들었다. 맨날 맞느라 삐걱거리는 몸이건만.

어쩌면 실력은 대륙 최고가 되긴 어렵겠지만 맷집은 대륙 최고일 지도 몰랐다. 누구 덕분에.

그보다 선공 정도는 양보해주지?!

검을 들자마자 봐줄 것 없다는 듯 바로 공격을 하는 엘리시아의 행동에 카얀이 인상을 찌푸렸다.

좀 봐주면 어때서!

진짜, 진심으로 저 몸에 상처 하나만 내도 여한이 없겠구만.

그러나 정작 상처를 얻은 건 카얀 본인이었다. 노는 듯 보이더니, 얼마나 열심히 훈련을 한 것이지 아주 실력이 일취월장이었다.

나름 자신도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건만.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엘리시아를 볼 때마다 회의감이 들었다. 웬만큼 실력 차이가 나야 엘리시아를 넘는게 내 목표다 하고 열심히 훈련을 하지. 이건 뭐 넘을 수 없는 벽 같으니 그저 한탄만 나올 뿐이었다. 그래도 엘리시아가 참으로 훌륭한 게 그런 생각이 들어 검이고 뭐고 내팽겨치고 한량이나 될까 하고 고민하고 있으면, 잘도 주어패서 덜 맞기 위해서라도 훈련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니, 애초에 엘리시아의 같이 지내는 것 자체가 삶의 고된 훈련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죽했으면 아무 훈련 없이도 엘리시아와 있는 것만으로 실력이 늘까.

“넌 어째 갈수록 퇴화 하냐?”

기어코 옆구리에 검의 흔적을 남긴 엘리시아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에 카얀이 욱하는 표정을 지었다.

퇴화하기는! 엘리시아의 실력 향상의 폭을 못 따라가서 그렇지, 나름 카얀도 실력이 꾸준히 늘고 있었다.

억울한 마음에 카얀이 드물게 거친 공격을 시도했다. 힘보다는 주로 기술로 승부를 하던 카얀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검에 실린 힘이 평소보다 많았다. 하지만 역시나. 그래봤자 실패하는 것은 여전했다.

분명 여자보다 남자가 힘이 센 것은 당연한 사실일 진대, 엘리시아는 왜 저리 힘이 센 건지.

검에 힘을 많이 실은 만큼 그 반작용으로 평소보다 더 심하게 욱신거리는 손목을 느끼며 카얀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고통 때문에 카얀이 잠시 멈칫하는 사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엘리시아가 카얀의 손목을 노렸다. 가까스로 몸을 뒤로 물리며 검으로 막았지만, 아까의 부딪힘 때문에 저릿한 손목으로는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카얀은 검을 놓쳤고, 엘리시아가 바로 그의 어깨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죽을 뻔 했네.

아슬하게 비껴나간 검을 보며 카얀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검도 없는데! 검을 주울 시간을 주거나, 아니면 끝내거나! 하지만 대련을 멈출 생각이 없는 엘리시아의 모습에 카얀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검 들고 싸워도 지는 판에 무기도 없이 어쩌라고!

그리고 그 순간부터 카얀은 그야말로 수세에 몰렸다. 무슨 토끼몰이를 당하는 토끼마냥 카얀은 속수무책으로 엘리시아의 공격에 휘둘리며 그저 피하기 바빴다.

그렇게 한참을 엘리시아가 놀림 당하듯 이리 팔딱 뛰고, 저리 팔딱 뛰던 카얀은 거의 쓰러지기 직전에 다 돼서야 겨우 대련을 끝낼 수 있었다.

대련이 끝나자마자 기절하듯 바닥에 드러눕는 카얀을 바라보며 한심한 표정을 짓던 엘리시아는 갑자기 들리는 인기척에 인상을 찌푸리며 시선을 던졌다.

“여기서 또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황후 마마.”

단정한 차림새의, 예전 딱 한번 아주 잠깐 만난 적 있던 히르얀 키시네르 후작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나무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나저나 황후 마마께서 검술을 익히셨다니 상당히 놀랍네요.”

꽤나 관심이 있다는 듯 히르얀은 흥미로운 시선을 보냈다. 그에 엘리시아는 그저 뚱하니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여자의 몸으로 검술을 익히시기 어려우셨을 텐데.”

진정으로 놀랍다는 듯 히르얀이 감탄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히르얀이 뭐라 지껄이던 별 관심 없는 엘리시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엘리시아의 모습에 히르얀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여깄었군.”

쟤는 또 왜 왔대?

알지도 못하는 애가 친한 척 말을 거는 것도 짜증나 죽겠구만 기어코 아르한까지 나타나자 엘리시아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그대는 키시네르 후작이던가?”

“소인은 얼마 전 후작위를 계승한 히르얀 키시네르 라고 합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키시네르 후작이 병으로 죽었다고 했던가. 그로인해 회의에 키시네르 후작이 불참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아르한이 가볍게 인사를 받았다.

“그럼 소인은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르한을 향해 정중한 인사를 건네며 히르얀이 사라졌다.

그런 히르얀의 뒷모습을 아르한이 잠깐 바라보다 엘리시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카얀 경과 대련을 했나 보군.”

피폐해진 카얀의 모습과 약간 흐트러진 모습의 엘리시아를 보며 아르한이 말했다.

“그래서, 뭐?”

역시나 퉁명스런 엘리시아의 대꾸에 아르한이 피식 웃었다.

“어제 귀족들과 회의가 있었네.”

근데?

관심 없다는 듯한 엘리시아의 태도를 보며 아르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회의가 끝나고, 한 귀족이 황후가 자신의 자리에 대한 자각이 부족한 것 같다며 그대에게 주의를 주라고 하더군.”

지랄하고 있네.

“거기다 심지어 어떤 귀족은 황후를 폐위 시키고 다른 자를 황후로 맞이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하던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떻게 생각하긴 뭘 어떻게 생각해?

그냥 짖고 있는 구나 하고 생각하는 거지.

어차피 폐위를 시키던 뭘 하던 관심이 없는 엘리시아였다. 아버지의 간절한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한 것일 뿐 결혼 생활에 대한 미련도 없고.

이왕이면 폐위되어 버려서 제대로 황성 떠나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맘대로.”

물론 딱히 엘리시아가 큰 반응을 보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쿨한 엘리시아의 대답에 아르한이 피식 웃었다.

남들은 되지 못해 안달인 황후 자리인데, 오히려 짐 덜어주네 라고 말하는 듯한 엘리시아의 태도라니.

“그래서 내 마음대로 그대를 계속 황후 자리에 앉힐 생각이라네.”

쳇.

아르한의 대답에 엘리시아가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아르한이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되었나요?”

집에서조차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시류가 아버지인 하이른 후작을 보며 물었다. 그 얼굴엔 당연히 황제가 황후를 내칠 거라는 기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시류가 생각하는 것 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크흠, 생각해본다고 하더구나.”

차를 마시며 입을 여는 하이른 후작의 표정은 아르한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미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류 역시 마찬가지인지, 하이른 후작의 대답을 들은 시류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설마 그것이 끝인가요?”

“황제 페하의 태도를 보니, 황후 마마를 폐위 시킬 생각은 없는 것 같더구나.”

하, 어이가 없어서.

그런 여자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그리 하는 건지.

불퉁해진 시류의 얼굴을 보며 하이른 후작이 달래듯 입을 열었다.

“걱정 말거라. 이 아비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황후로 만들어 줄 테니.”

장담하듯 말하는 하이른 후작의 말에 그제서야 시류의 표정이 풀렸다.


쟨 왜 벌써 온 건데!

분명 한달이라고 들었건만, 용케도 일주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야르엔을 보며 엘리시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아르한이 내린 임무가 꽤 험하긴 했는지 단정했던 야르엔의 형색은 며칠 동안 씻지도 않고 바닥을 굴러다닌 것 마냥 흙투성이에 더러워져 있었다.

나름 야르엔으로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엘리시아를 보기 위해 씻을 틈도 없이 황제에게 보고를 하자마자 엘리시아에게 달려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야르엔의 호의가 달가울 리 없는 엘리시아였다.

“..........”

뭔데.

뭔가 할 말이 많다는 듯한 눈으로 엘리시아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야르엔의 모습에 엘리시아가 띠껍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야르엔이 엘리시아에게 다가갔지만 무언가 망설이는 듯 했다. 아무래도 본인의 더러운 형색이 신경 쓰이는 듯 했다. 괜히 그런 몸으로 엘리시아를 만졌다간 엘리시아의 몸도 더러워 질 테니.

그에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포옹 한번 제대로 못한다는 사실에 야르엔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푼 야르엔이 조심스럽게 가져온 것을 엘리시아에게 건넸다.

이거 뭐임?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생물체를 바라보며 엘리시아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겨울에 입으면 따뜻하다.”

그래, 털이 저리 복슬복슬하니 그럴 것 같긴 하다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가죽을 벗겨낸 것도 아닌 그야말로 죽은 그대로를 가져온 야르엔의 행동에 엘리시아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녀가 죽은 동물 시체 보고 꺅꺅 거리며 놀랄 사람은 아니지만 그것과 별개로 저걸 선물로 받는 것은 참, 뭐했다.

이걸 나보고 어쩌라고?

“선물은 감사합니다만, 이왕이면 손질을 해서 주시는 게..”

말없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노려보고 있는 엘리시아를 대신해서 카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름 엘리시아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불쌍한 중생에 대한 배려였다.

그래도 생각해서 가져온 것일 텐데.

“......그렇군.”

그제서야 왜 엘리시아가 자신의 선물을 안 받았는지 알았다며 야르엔이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엘리시아가 다른 말을 덧붙이기도 전에 야르엔이 빨리 손질해서 엘리시아에게 전해주겠다는 듯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갔다.


작가의말

 

 

오늘이 최고의 분량입니다... 그래도 1만1천자는 못 채웠네요..ㅠㅜㅜㅜㅜ

결국 엘리시아에게도 평화가 없네요...

 

 

장한월 님/ 그렇죠, 엘리시아가 있는 이상 황성이 평화로울 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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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3 장한월
    작성일
    13.09.13 00:33
    No. 1

    시류와 영애들에 비하면 야르엔은 신사네요ㅋㅋ 선물 고르는 센스만 더 키운다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레드러너
    작성일
    13.09.13 09:38
    No. 2

    아 야르엔ㅋㅋㅋ
    예상치 못한 선물에 빵 터졌습니다ㅋㅋㅋㅋ
    즐거워하며 나가는 야르엔이 귀엽귀엽ㅋㅋㅋㅋ
    (요번화의 초반에 '대충 그렇게 카얀을 향해 심술도 부리고, 괜히 졸고있는 이흐란(을) 툭툭 ~~ (을)이 빠진걸까요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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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세상이란 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 13.09.12 1,186 7 23쪽
73 18,19. 혹이란 떼어내도 끝없이 생기는 것! +1 13.09.11 861 10 17쪽
72 16,17.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기. +2 13.09.10 762 11 20쪽
71 15. 결국 고생하는 것은... +2 13.09.08 872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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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00. 그렇게 그녀는.. +2 13.07.13 1,773 1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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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특별편-엘데렐라 이야기. +2 13.07.11 1,364 1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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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외전-그녀와 그들의 관계 (엘리시아 과거이야기3) +5 13.05.18 1,321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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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0화 +4 13.04.27 1,315 11 8쪽
42 39화 +4 13.04.20 1,411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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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7화 +4 13.04.10 1,279 12 8쪽
39 36화 +4 13.04.06 1,317 13 9쪽
38 35화 +4 13.03.31 1,369 10 11쪽
37 외전-달의 숲편2 (엘리시아 과거이야기) +4 13.03.26 1,430 16 8쪽
36 34화 +5 13.03.23 1,337 12 10쪽
35 33화 +4 13.03.19 1,231 15 10쪽
34 32화 +3 13.03.17 1,506 11 14쪽
33 31화 +4 13.03.13 1,577 13 13쪽
32 30화 +5 13.03.10 1,472 14 8쪽
31 외전-달의 숲 편 1 (엘리시아 과거 이야기) +5 13.03.08 1,367 14 12쪽
30 29화 +5 13.03.05 1,528 12 14쪽
29 28화 +4 13.03.01 1,392 9 12쪽
28 27화 +5 13.02.18 1,533 11 15쪽
27 26화 +5 13.02.12 1,600 15 12쪽
26 25화 +3 13.02.06 1,661 14 14쪽
25 24화 +5 13.01.29 1,617 16 12쪽
24 23화 +2 13.01.24 1,790 14 13쪽
23 22화 +5 13.01.21 1,729 14 13쪽
22 21화 +2 13.01.17 1,797 16 11쪽
21 20화 +2 13.01.13 1,656 16 12쪽
20 19화 +4 13.01.09 2,024 16 13쪽
19 18화 +3 13.01.06 1,850 19 11쪽
18 17화 +2 13.01.03 1,956 15 13쪽
17 16화 +1 13.01.01 2,079 17 9쪽
16 15화 +2 12.12.27 2,532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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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1 12.12.16 2,341 18 13쪽
10 9화 +4 12.12.10 2,179 20 11쪽
9 8화 +2 12.12.08 2,232 2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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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1 12.11.24 3,080 19 9쪽
3 2화 +3 12.11.22 3,355 2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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