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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엘리시아 황녀의 하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2.11.21 23:11
최근연재일 :
2013.09.30 21:22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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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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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1
글자수 :
479,512

작성
13.01.1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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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20화

DUMMY

20.


“아아.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더니. 마마는 그 아름다운 향기만큼이나 가시가 날카롭구려.”

주제에 눈물을 글썽이며 소매로 쓱 눈가를 찍어대는 폼이 딱 상황만 보면 상처받은 비련의 여주인공이라 엘리시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재수가 없었다. 저딴 새끼를 외사촌이라고 두다니, 새삼 자신의 핏줄이 짜증났다.

“카얀, 저새끼 내다 버려.”

두고 볼 필요도 없는 모양새에 엘리시아가 싸늘하게 명령했고, 카얀 역시 슈리엔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평소와 달리 순순히 엘리시아의 말을 들으며 그의 뒷덜미를 잡아 내던지기 위해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이 무슨 해괴한 법칙인지, 사이코들은 하나같이 지랄같이 강한 것이 카얀이 미처 그의 몸에 손 댈 틈도 없이 휘리릭 몸을 피하며 카얀의 뒤로 돌아가 카얀의 목을 노렸다. 흡 하며 카얀이 몸을 피했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슈리엔이 싱긋 웃으며 카얀의 복부에 무릎을 꽂아넣었다. 커헉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카얀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재미있다는 듯 슈리엔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슈리엔은 자신의 뒤통수를 거하게 강타하는 손길에 윽하는 신음을 내며 인상을 찡그렸다.

“마마, 너무합니다.”

주제에 눈물 글썽 초롱초롱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슈리엔이 눈물이 맺혀 촉촉한 눈으로 불쌍한 척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랄, 개삽질하고 자빠졌네. 꺼져, 씹새야.”

정말 모처럼만에 이렇게 단시간에 욕 많이 해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생각에 엘리시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찮냐?”

아무리 그래도 카얀은 그녀의 호위무사였고, 10년을 함께 한 사이였기에 엘리시아가 나름 걱정 비스무리한 뚱한 표정으로 카얀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동안 그녀가 카얀을 많이 때리긴 했지만 그것과 이것은 다른 것이었다. 감히 자신의 것을 함부로 때리다니. 자신은 때려도 되지만 남은 때리면 안된다는 그런 훌륭한 마인드를 가진 엘리시아였다.

왠일로 걱정이실까 하는 생각에 카얀이 수상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고, 기껏 걱정해주었더니 삐딱한 눈길을 보내오자 엘리시아가 무릎을 꿇고 있는 그의 배를 지그시 밟으며 그를 바닥에 눕히곤 꾹꾹 밟았다.

“하, 마마. 그런 겁니까? 제가 카얀의 몸과 닿은 것이 그리도 질투 난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으로 소독이라니. 정말, 이 황송할 정도의 환영이라니.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허. 도대체 어떡하며 저런 쥐가 고양이 잡아먹는 헛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이게 어딜 봐서 질투의 몸짓이란 말이더냐! 아까까지 내가 너한테 한 소리는 귀가 아니라 콧구멍으로 들었냐!

“씨발. 그럼 죽어.”

말을 내뱉은 엘리시아는 정말 죽일 듯 살기를 흩뿌리며 슈리엔에게 달려들었다.


“다소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군.”

오붓하게 만남을 가지고 있을 히산 후작과 엘리시아를 만찬에 초대하고자 엘리시아의 방으로 향하던 아르한은 무언가 부숴지듯 요란하게 들리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어째 걸음을 옮길수록 더욱 커지는 것 같은 것이 아무래도 그 근원이 엘리시아의 방인 것 같았다.

“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정말 저러다 방 하나 아작 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요란스러운 소리에 하리안이 머리를 긁적였다.

“왜 밖에 나와있는 것이지?”

엘리시아의 방 근처에 막 도착한 아르한은 방 문 앞에 서서 처연한 모습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카얀을 발견하곤 이해하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저도 사람인지라 목숨 아까운 것은 아니까요.”

흐음?

무슨 소리인가 싶던 아르한은 계속 해서 들리는 무언가 부숴지는 소리와 미미한 신음소리에 대충 납득이 간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지.”

“꼭 들어 가셔야겠습니까?”아르한이 들어가서 뭔 꼴을 당하던 자신과는 별 상관은 없지만 괜스레 자신의 주군을 황제 죽인 그런 반역자로 만들고 싶지 않아 카얀이 진지하게 물었다.

“들어 가야겠군.”

아르한은 당당히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곳에는 난장판이 된 방안과 하나씩 정리를 하고 있는 무언가 불쌍해보이는 한 청년이 보였다.

“씨발. 제대로 치워라?”

보아하니 저 방 꼴을 엘리시아가 만든 것 같은데 자신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것 마냥 침대에 기대 앉아 팔짱을 끼고 감독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잘 어울렸다.

그보다 설마 저 청년이 슈리엔 히산 후작이던가.

“꽤 화려하군.”

아르한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리자 엘리시아가 그를 힐긋 쳐다보곤 시선을 돌렸다.

“내가 한 감각해.”

저런 뻔뻔함이란.

정말 미칠 정도로 넘치는 자신감에 카얀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설마 저분이 슈리엔 히산 후작인 겁니까?”

아르한의 뒤에 서서 놀라운 방 풍경을 바라보던 시엔이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쟨.... 그냥... 싸이코야. 후작은 얼어죽을. 나라 말아먹을 일이 있나.”

제가 봤을 땐 당신이 황녀인 것도, 그리고 카이로 제국의 황후가 된 것도 충분히 나라 말아먹을 일인 것 같습니다 만이라는 말이 카얀의 입에서 나오지 못하고 뱅글 거렸다.

“아아. 정말 너무합니다, 마마. 나는 오직 마마를 보고자 물을 건너고, 산을 건너 왔는데 어찌 그런 저에게 그런 사랑스러운 애칭을. 정말 마마, 사랑합니다.”

야, 이 새끼야! 넌 분위기 파악 못해? 그렇게 나라 망신 시키고 싶어?

결국 참지 못한 엘리시아가 그 즉시 침대에서 날아가 슈리엔을 향해 화려한 돌려차기를 구사했다. 가볍게 슈리엔의 뒤통수를 가격하고 바닥에 사뿐히 착지하는 그 모습은 얼핏 보기엔 화려한 검무 같았다. 어찌나 깔끔하고 완벽한지. 다만 한가지 흠이라면 그 돌려차기에 실린 과히 보기만 해도 움찔거릴 정도라 과연 맞은 사람이 멀쩡히 살아있을까 싶다만.

어째 저 모습을 보니 새삼 카얀은 엘리시아가 자신을 얼마나 아껴주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최소한 그에겐 저 정도로 과격하고, 조절감 없는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러고 보면 저 작자는 대단한 것일려나. 저렇게 얻어맞으면서 어쩜 용케 엘리시아 성격을 건드릴 생각은 하는지.

“사신치곤 참 독특한 캐릭터군.”

정말 과히 쉽게 볼 수 없는 그 성격에 아르한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건 그냥 돌이야. 신경 쓸 필요 없는 거야. 아버지도 미쳤지. 뭐 저딴 씹새끼를.”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난다는 듯 엘리시아는 바닥에 쓰러진 슈리엔을 히끗 쳐다보곤 다시 한번 발로 그를 살포시 즈려밟았다.


“괜찮으십니까?”

꽤 심하게 맞긴 맞았는지 기어코 엘리시아의 돌려차기에 쓰러져 가까스로 슈리엔이 눈을 떴다. 나긋한 그 목소리에 이 목소리의 주인인 엘리시아이길 바라며 일어났던 슈리엔은 눈에 비치는 시엔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아, 나의 마마는 매정하십니다. 이렇게 환자가 쓰러져 있건만.”

용케도 저런 말을 당당하게 내뱉는구나 싶은 생각에 시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작께서 일어나시면 만찬을 위해 식사를 위한 홀로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따라 오시지요.”

호오?

놀랄 법도 하건만 담담히 말을 잇는 시엔의 모습에 슈리엔이 눈을 빛냈다. 이곳엔 재밌는 사람이 너무도 많아♥

시엔의 뒤를 따라 홀로 향하니 이미 테이블 위엔 맛있는 식사가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

“제이로 제국의 사신, 슈이렌 히산이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잘도 진지하게 정중한 척 인사하는 꼬라지에 엘리시아가 풋 하며 비웃었다. 그에 사랑 가득한 슈이렌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설마 그대가 감히 나의 아내이자 카이로 제국의 황후인 엘리시아를 탐내는 건 아니리라 믿지.”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저는 그저 젊은 베르테르처럼 다른 이의 아내가 된 사랑하는 임을 보며 서서히 죽어감을 느낄 뿐이지요.”

저 무슨 망발인지.

카이로 제국의 황제 폐하인 아르한에 대한 도전이라고밖에 인식되지 않는 그 말에 자연스레 홀 분위기는 심각하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차가운 표정으로 덤덤히 들고 있던 나이프를 깔끔하게 슈이렌에게 던지는 엘리시아의 행동으로 깨져버렸다.

정말 자신을 맞히려고 작정을 한 것인지 조금만 잘못 피했으며 그대로 이마에 꽂혀버렸을 나이프에 슈이렌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어째 돌아보기가 겁나는 것이 굳이 보지 않아도 저 나이프가 딱 자신의 이마 위치의 벽에 꽂혔음을 알 수 있었다.

“모처럼 황후가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하는군.”

“폐하 마음에 들라고 한 것 아니거든?”

엘리시아가 싸늘히 대꾸하며 뻔뻔하게도 자신의 옆에 앉으려는 슈이렌을 아니꼽다는 듯 바라보았다.

“소문과 다른 모습이시군요, 히산 후작은 말입니다.”

누가 알았으랴.

제이로 제국의 황제가 그리도 아낀다는, 정말 제이로 제국에서 그보다 유능한 천재는 없을 거라는 말이 나돌 정도의 인재인 히산 후작이 설마 저런 실체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하리안 역시 이 전혀 예기치 못한 인물의 정체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릇 사내란 적당한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시킬 줄 알아야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지랄을 하고 자빠졌네. 그건 포장이 아니라 사기다. 빌어먹을 놈아. 내 마지막 경고다. 밥 먹을 동안 쓸데없는 헛소리를 지껄여 밥을 먹는데 조금이라도 지장이 생긴다면 내 친히 네새끼를 지붕 위로 올라가 내던져주마.”

이미 그 나이프 건으로 지금 얼마나 엘리시아의 기분이 안 좋은지를 눈치 챈 슈리엔이었기에 이번만큼은 굳게 입을 닫았다. 아무리 그가 겁이 없다고 해도 저 상태의 엘리시아를 건드릴 정도로 겁이 없지는 않았다.

덕분에 그 이후 그들은 무사히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얼마나 머물다 갈 것이지?”

뭘 머물러. 바로 꺼질 것이지.

엘리시아의 싸늘한 시선이 슈리엔을 향했다.

“아무래도 황제 페하께서 마마를 많이 걱정하고 계셔서 말입니다. 새로운 호위 무사를 구해 마마에게 붙여줄 때까지 머무를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제가 호위도 겸할 겸.”

“우습군. 황녀는 이제 카이로 제국의 황후다. 그런 그녀를 왜 제이로 제국의 황제가 신경 쓰는지 모르겠군.”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슈리엔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누구의 편이 아닌 오로지 마마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이왕이면 마마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제가 호위를 선택하고 붙여주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길가다가 벼락 맞아 뒈질 뻔 하다 눈보라 맞고서 옆 대륙으로 날아갈 소리하지 말고 그냥 닥치고 꺼져. 호위는 이녀석으로 됐어.”

애초에 이녀석 호위무사로 두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귀찮고 짜증이 났는데.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지만 더 이상의 귀찮은 존재가 늘어나는 것은 사절이었다.

“제이로 제국에서야 함부로 마마를 건드릴 사람이 없다지만 이곳은 다릅니다. 황후가 되기 위한 다른 귀족들의 암살 시도가 있을 수 있으며, 쓸데없이 정치 싸움에 휘말려 개고생 할 지도 모릅니다. 거기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카이로 제국의 분위기는 제이로 제국의 분위기와 많이 다릅니다. 처음에 보낼 때야 말 안 들어주면 중간에 튈까봐 냅뒀다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이젠 정식으로 결혼도 하고 황후가 됐으니, 이 살벌한 곳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카이로 제국의 사람으로 호위무사를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답지 않게 진지한 꼴을 하며 말하는 모습에 엘리시아가 가볍게 코웃음 쳤다. 하지만 아르한은 그의 말에 관심이 가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러나 호위무사를 그대가 뽑을 수 있도록 하되, 그 자는 나의 선택 역시 받아야 할 것이야.”

뭐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일이니 슈리엔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덕에 귀찮은 존재 한명 더 맡게 된 엘리시아는 완전히 표정을 구겨버렸다.


작가의말

 

은근히 쓰는 재미 있는 슈이렌 입니다. 결국 슈이렌의 분량 증가. 비중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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