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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 님의 서재입니다.

기괴사신(奇怪邪神)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rorkon
작품등록일 :
2021.03.25 12:51
최근연재일 :
2022.01.03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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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6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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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마도의 주인 2

DUMMY

‘어휴... 저 노인은 도대체가, 아니라고 해도 저러내.’


무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마교도들을 뚫어주는 저 노인 덕분에 편하기는 했지만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만난 그는 무영의 검을 보며 곧바로 절부터 박은 이상한, 아니 좀 미친 것 같은 노인이었다.


혈검이 그의 기운이 혈교의 것이라 해서 망정이었지, 아니었음 곧장 베었을 것이었다.


그를 본 혈검은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 패황께서 역류혈천공(逆流血淺功)을 익힌 분을 만나신 적 있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저분이...-


패황에 대한 설명들은 노인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맞다고 외쳤다. 그리고 노인은 무영의 말을 잘 들었다.


-그럼 길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소?-


-천가의 후손을 보필하는 것이 이 몸의 일입니다.-


무영이 혈교도들이 있는 곳에 대해 묻자 곧장 그곳으로 안내했다. 솔직히 조상필과 악광우에게 들은 것만으로 달려가는 것보단 그가 안내해준 데로 가는 것이 훨씬 빨랐다.


그 덕분에 하룻밤은 더 걸릴 것을 단축시킬 수 있던 것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혈검은 곧장 가장 앞에 있는 벽을 넘은 자를 향해서 이기어검술을 내질렀다.


‘급하긴 한가보군.’


무영은 파를 펼치기 위해서 잠깐 멈춰섰다. 그러자 그것을 다른 의미로 받아드린 광인이 소리를 지르며 협곡의 입구에서 혈교도들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마교도들을 향해서 덤벼들었다.


“나와라, 벌레 같은 놈들 어느 분의 길을 막고 있는 것이냐!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이 종복이 길을 터겠습니다.”


이곳으로 오느라 내기를 상당히 소비한 무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아서 길을 터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노인이 마교도들을 향해서 덤벼들고 무영은 지금 쓸 수 있는 파를 최대한 전개했다. 그리고 마교도들도, 혈교도들도 행동을 멈추었다.


저 먼 곳에서 싸우던 벽을 넘은 자들 역시 멈춰 섰다. 무영은 얼굴을 흑무로 가리면서 광인이 치워버린 마교도들 사이로 걸어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안쪽에 있는 자들 중 혈교 특유의 기운이 담긴 이를 제외한 벽을 넘은 자는 총 다섯, 상당히 격렬한 싸움을 하고 있었는 듯, 모두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투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 정도 기운이면 잠시 이쪽을 향하긴 하겠지.’


무영의 생각처럼 싸우던 이들이 멈추며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단 한명 혈검과 대치하고 있는 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무영은 혈검을 지나치면서 말했다.


“저 자는 그대에게 맞기겠소, 혈검.”


“알겠소. 대사(大邪)”


혈검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들이 나눈 말에 검마군(劍魔君) 위백찬은 자신들에게로 온 저 말도 안 되는 존재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정도의 세 왕을 정면으로 이겨낸 무림삼존(武林三尊) 중 일인인 패황(覇皇)이 길렀다는 괴물, 사도를 대표하는 구사(九邪)의 정점


그를 칭한 말은 많았다. 하지만 검마군은 그것을 믿진 못했다.


소문이 말하는 대사는 신교의 신이자 태상(太上)인 파천마제(破天魔帝)에 근접한 자, 태상에 대한 믿음이 강렬한 마군들은 그와 동등하다 여겨지는 패황(覇皇)과 무신(武神) 역시 파천마제에 비하면 모자라다 라고 생각 될 따름이었다.


방금까지는 말이다.


‘말도 안 되는...!’


고수들에겐 적을 만나면 확 닿게 되는 느낌이란 게 있었다. 마치 경종이 울리듯이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본능이었다. 그리고 그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저 자는 괴물이다.


파천마제의 역안(逆眼)을 똑바로 마주할 때와 똑같은 느낌이 온몸을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괴물은 지금 자신을 지나쳐 들어가고 있었다.


이 사실을 눈치 챈 것은 검마군 그만이 아니었다. 철혈도군(鐵血刀君)과 흑백쌍사(黑白雙師), 중심부에서 싸우던 이들도 바뀐 하늘과 갑자기 느껴지는 존재감에 싸우던 것을 멈추었다.


전력을 다한 전투이기에 숨조차 고르지 못한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나타난 존재에 고정천이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당황한 것은 그만이 아닌 듯, 전쟁을 벌이고 있던 모두가 멈춰 섰다는 것이었다.


“도대체가 무엇이 온 거지?”


어깨가 무거워지고 몸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서 있는 자세에서 몸이 계속해서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파천마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압박감을 주는 자가 또 있을 줄이야.’


아직 무엇이 온 것인지 눈치 채지 못한 철혈도군 고정천이었으나 느껴지는 존재감은 그의 스승인 혈마(血魔)보다도 윗줄이었다. 고정천은 자신과 함께 멈춘 흑백쌍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너무나도 창백해져 있었다.


“흐...흑사야, 이건!”


“그래.... 패황의 무공이다. 하지만 당사자는 아닌 듯 하군.”


그들은 무엇인가 짐작하듯 검게 물든 하늘과 바뀐 주변의 기운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뒤에서 싸움을 벌이던 창마군(槍魔君) 사공휘와 강윤이 함께 그들의 곁으로 다가왔다.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그들이지만 강적의 등장으로 잠시 멈춰선 것이었다.


“이것 참... 웃음도 안 나는데?”


강윤은 저 먼 곳에서부터 모두를 멈춰 세운 채로 자신들에게 오는 자를 보며 말했다.


창마군과의 싸움이 제법 격렬했는지, 그는 어깨 죽지에 피를 흘린 채로 오고 있었다. 그리고 사공휘 역시 강윤과의 싸움에서 다리와 한쪽 팔에 상처가 난 채로 왔다.


‘하나같이 구사 쯤 되는 자들이군. 한 두 명 정도 더 있었다면 힘들 뻔했어.’


무영은 자신의 앞으로 모인 마교의 고수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미 적들이 얼마나 있는 지 확인하고 온 상태였지만 혹시나 마군들이 전부 다 있으면 어쩌지 라고 생각한 무영이었다.


그리고 그가 마교의 고수들의 앞에 도착하자 뒤를 정리한 광인이 이곳으로 달려왔다.


“이 노복이 함께하겠습니다!


광인이 무영의 옆으로 다가왔다. 광인이 옆으로 온 것은 본 고정천은 저 자가 그들을 구원하러 온 자 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무영은 부상당한 채로 도를 들고 있는 고정천을 보면서 말했다.


“그대의 사제가 이곳으로 왔소. 그는 앞에 있는 자와 싸우고 있을 테니. 혈교도들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시오. 금방 정리하고 나가겠소.”


“알겠소.”


앞의 인물들이 누군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단언을 하는 모습에 고정천은 그저 알겠다고 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광인은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지 고정천을 향해서 소리쳤다.


“이놈! 자랑스러운 혈교도면 이분께 존칭을 붙여라! 이분은 구주천가(九州天家)의 후예시다!!”


광인의 외침에 고정천과 흑백쌍사의 표정이 바뀌었다.


‘구주천가!(九州天家)’


저 자의 존재가 무엇인진 몰라도 그들 역시 구주천가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다. 이젠 마도에 몸 담고 있는 이 중 그 이름을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물었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예외였다.


흑백쌍사는 마교주를 보필하는 위치에 있기에 마교의 진혈(眞穴)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고정천 역시 그의 스승에게서 들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가 구주천가의 후예라고?’


흑백쌍사는 서로의 눈을 보면서 앞의 존재가 과연 구주천가의 후예가 맞는 지 가늠했다. 하지만 느껴지는 것은 형용할 수 없는 기운뿐이었다.


“구주천가인지 뭔지는 내 알바 아니고, 네놈 정체가 뭐냐?”


구주천가가 무엇인지 모르는 강윤은 다른 이들의 반응과 상관없이 무영을 향해서 앞으로 나섰다. 무영은 자신에게로 오는 강윤을 보며 말했다.


“내 정체라... 다른 이름은 설명할 필요 없겠지. 난 대사(大邪)다.”


그 이름을 들은 모두가 흠칫거렸다. 흑백쌍사는 패황과 연관이 있으리라 짐작한 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창마군과 강윤은 그 위명과 이름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흐흐흐 어쩐지 장난 아니더니. 유명한 괴물이었군! 좋다 좋아”


강윤은 무영의 정체를 알고 웃음을 흘렸다.


‘뭐야 저건 저 놈도 맛이 갔네’


무영은 강윤이 보이는 행동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의 옆에선 노인도 그렇고 앞의 저놈도 그렇고 하나같이 맛이 좀 간듯했다.


상관은 없었다. 광인은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지 않았고 눈앞의 저놈은 그저 쫒아내면 그만이었다.


“자.... 이제 내가 누군지 알았으면 이곳의 전투를 멈춰라. 특별히 살려서 보내주지.”


무영은 팔짱을 끼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자들을 보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그리고 그는 옆에 서 있는 광인을 보면서 말했다.


“앞으로 간 철혈도군을 도와 혈교도들을 인솔해주시오. 마교도들은 못 움직일 겁니다.”


무영의 말대로 마교도들은 무영의 파(波)에 짓눌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패왕적가의 무공인 파(波)는 개인의 영역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영역에서 적들은 제약을 받았다.


소패왕(小霸王) 적위신의 파(波)는 둔화를 걸었다. 패천도(覇天刀) 적연강의 파(波)는 적들의 기감을 교란했다.


그리고 무영의 파는 적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그것은 무영의 몸속에 있는 흉(凶)의 존재로 인하여 더욱 강해졌으며, 흉과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그의 존재 자체가 인간의 천적과 같아졌기 때문이었다.


흉은 악신(惡神)이었다.


그것도 인간을 잡아먹고 괴롭히고 재앙을 불러오는... 그런 존재와 하나가 된 무영의 속에도 그런 기운은 내재되어 있었다.


무영이 일으키는 파(波)는 그렇기에 본능의 영역에서 나오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이곳에 혈교도들이 있어서 조절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마교도들이 멈춰서는 것으로 끝난 것이지, 만일 피아식별을 하지 않고 전력으로 파를 발휘하면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정예라 할만한 이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실성을 할 것이었다.


패왕적가의 세 무공 중 하나, 투신투로(鬪神鬪路)에서 파가 필요한 이유도 이와 같았다.


영역을 발휘하여 절대다수를 상대하는 것,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으며 홀로선 패도(覇道)의 방식 그것이 바로 적가의 무공이었다.


“무시 하는 거냐!”


자신을 포함한 마교의 고수 전부를 무시한다 생각한 강윤이 참지 못하고 그를 향해서 덤벼들었다.


양손으로 참악살극무(慘惡殺棘武)로 만든 가시를 두른 그는 무영이 고개를 돌려 광인에게 말하는 틈을 타 왼쪽의 사각에서부터 찔러 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창마군도 움직였다.


고정천을 향했던 마화신창(魔火神槍)의 섬뢰관창(閃雷貫槍)이 이번에는 무영을 향했다. 대단한 속도를 보이는 두 공격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에도 죽립에 가려진 무영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강윤의 광기는 이미 확인했고, 그가 덤벼들 것도 이미 예상한 바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오자마자 말없이 긴장을 한 다른 한 놈도 마찬가지였다.


“말로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군, 이래서 마교 소리를 듣는 거다.”


무영은 몸을 낮췄다. 왼쪽의 사각에서 나온 가시와 창마군의 창이 죽립을 부수며 서로 겹쳤다. 무영의 손이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잡았다.


‘그래도 한 수 있는 자들이라 적당히 할 수는 없겠지.’


“제천신검(霽天神劍)”


패왕적가를 대표하는 검법인 제천신검, 투선(鬪仙)이라 불리는 미후왕(美猴王)을 본 따 만든 검법이 무영의 손에서 펼쳐졌다. 오른손으로 흑검을 뽑는 동시에 무영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함께 솟아올랐다.


그리고 발검과 함께 검은 기운이 검면을 따라 동시에 흘렀다. 검면과 동일한 넓이의 검기가 사각을 만들며 강윤과 창마군 두 명을 쓸어버렸다. 그리고 무영은 그것을 한번 휘둘렀다.


제천신검(霽天神劍) 용포(龍袍)


마치 의복처럼 자유자재로 몸 주변을 감싸며 늘어나는 검기를 사용하는 검법이었다.


한순간에 쓸려나간 두 고수는 자신들을 쓸어버리는 무영의 검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호신강기로 몸 내부가 상하는 것을 막았을지라도 그 이상을 버텨내진 못했다. 흑검이 외부로 나온 호신강기를 그대로 잡아먹었기 때문이었다.


쾅!! 콰 쾅!!


그렇기 때문에 둘은 검기를 따라온 그 힘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쓸려나간 강윤과 창마군은 온 그대로의 방향으로 굉음을 울리며 협곡의 양끝으로 쳐 박혔다.


그 모습을 본 흑백쌍사의 눈이 커졌다. 그들의 눈은 무영이 들고 있는 검에 집중되었다.


“저것은 무극천마(無極天魔)의 상징!”


“정말로 구주천가의 후손인 것인가?!”


흑검, 그것은 단순히 무극천마가 사용했던 검이 아니었다.


마교의 적통을 상징하는 마교의 신물이자 모든 마를 지배한다고 전해지는 역대 천마들의 징표였다.


그리고 삼천(三天)의 시대, 신물을 들고 있는 자를 절대자로 만들어준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는 열 가지 무구 중 정점으로 꼽히는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사라진 구주천가와 천마의 검... 정황으로 봤을 때는 확실하다!”


구주천가의 명맥과 그 전설은 아직도 마교의 오래된 원로들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원로들은 몰라도 원로들의 부모, 그리고 그들의 조부의 세대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천하를 호령한 무극천마의 모습을 어릴 적이나마 본 자들이었다.


지금 당장 흑백쌍사만 하더라도 눈앞의 대사라는 자의 정체 때문에 흔들리고 있지 않았는가!


전대천마도, 파천마제 북리강도 구주천가의 이름을 무시할 순 없었다.


무림의 진정한 부흥기라 불린 삼천의 시대, 그 삼천 중 하나이자 마교의 역사에 이름을 날린 모든 천마들은 하나같이 구주천가의 혈통이었다.


‘구주천가 출신의 천마는 모두 천하제일은 못 되었더라도 천하의 정점을 꼽는 자리엔 항상 있었다.’


‘그리고 본교의 역사를 장식한 천하제일인도 모두 구주천가의 인물이었고....’


하지만 지금 마교엔 구주천가의 이름이 필요치 않은 것 같았다. 파천마제 북리강, 그의 존재가 흔들리는 흑백쌍사의 마음을 붙잡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마제께서 계시는 한, 구주천가의 전설은 더 이상 교에 필요하지 않을 수 있어.’


‘태상께선 당장은 아니지만... 훗날엔 신교의 전설 중 한 켠을 만드실 게 확실하신 분이다.’


마제의 광기는 그들에게도 두려운 것이지만 동시에 그의 힘만큼은 마교인인 흑백쌍사를 납득시키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흑백쌍사는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음을 정한 흑백쌍사 역시 무영을 향해서 덤벼들었다.


자신을 향해서 달려드는 두 노인을 보며 무영은 생각했다. 저 두 노인은 광인이 말하는 것을 보면서 무영을 적대하는 것을 머뭇거리는 눈치였다.


‘눈치 보던 늙은이들도 결국 움직이는 건가?’


하지만 이제는 결심을 세우고 덤벼드는 흑백쌍사, 무영은 좌우로 밀려나 아직 정신을 못차리는 강윤과 창마군에게 흑검을 겨누었다.


촤자자작


무영의 흑검에서 나오는 용포가 또 다시 강윤과 창마군을 쓸어버릴 듯 휘둘러지는 강윤의 앞에는 흑사가 창마군의 앞에는 백사가 나타났다.


각자의 손에서 흑과 백, 두 가지 기운이 원을 그리며 막아섰다. 백양과 흑음이 따로 펼쳐진 것이었다.


밀려오는 무영의 용포에 두 노인의 몸이 점차 뒤로 밀렸다. 하지만 창마군과 강윤과 달리 두 노인의 양손에서 나오는 기운은 흑검에게 잠식되어 먹히진 않았다. 오히려 막아내는 데 성공하는 모양새였다.


“흑검이 잡아먹질 못 했다?”


무영은 그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흑검은 자신보다 격이 낮은 마기를 잡아먹는 신물이었다. 정확히는 자신보다 낮은 마기가 흑검의 주변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 했다.


그런 흑검의 공격에서 저 두 노인은 버텨내는 데 성공했다. 저들에게서 느껴지는 투기와 마기는 확실하게 그들이 마교인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흑백쌍사는 흑검에게서 벗어난 마기를 사용했다.


“신기하군. 흑백쌍사라고 했나? 한번 더 막아봐라.”


저들이 사용한 초식이 방어에 관한 초식이여서 그런 것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무영은 이번엔 흑백쌍사에게 직접 용포를 휘둘렀다.


길게 뻗어가는 검은 기운이 흑백쌍사에게 직진했다.


“흑사야! 한데 모이자!”


자신을 향해서 오는 기운을 보며 백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흑사는 백사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그의 옆으로 왔다. 용포는 그들을 끝까지 따라갔다.


검기가 오는 것을 본 흑백쌍사의 손이 겹치며 흑색과 백색의 기운이 겹친 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과 넓은 검기가 부딪혔다.


콰드드득


무영이 내보낸 검기를 정면으로 막은 흑사와 백사의 목과 얼굴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강기도 아닌 검기를 막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력을 다해야했다.


‘흑검도 문제지만!’ ‘저 괴물에게서 나오는 기운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강윤의 공격도, 창마군의 공격도 여유롭게 막을 수 있던 흑백쌍사가 무영의 공격을 힘겨워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흑검의 존재, 자신보다 격이 낮은 마를 허락하지 않는 흑검은 전부를 먹지는 못했지만 흑백쌍사의 마기도 지속적으로 잡아먹고 있었다.


두 번째, 무영이 뿜어내고 있는 검기의 양이 통상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벽을 넘은 고수의 내공은 일반적인 초절정의 끝자락의 고수보다 최소한 배 이상, 많으면 세 배까지도 많았다. 그렇다면 그 중에서도 특별한 구사나 십무성은 어떨까, 그들의 경우 다섯 배를 뛰어넘는 경우도 허다했다.


지금 무영이 그들에게 보내고 있는 검기는 벽을 넘은 고수가 전력을 다해서 검기만을 만들어 낼 때의 총량과 비슷했다. 흑백쌍사나 마군들의 총 내공의 절반을 일격에 담는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이런 미친!!!!”


“버텨라! 밀리면 바로 죽어!”


마치 해일처럼 밀려오는 검기에 이를 버티는 백사가 욕을 내뱉었고 평소 점잖던 흑사마저 그 공격에 다급함을 숨기질 못했다.


“계속 막고 있어라 늙은이들!”


공격을 막고 있는 흑사와 백사를 향해 누군가 소리쳤다. 벽으로 한번 밀렸던 강윤과 창마군이 무영에게로 각자의 절기를 담고 달린 것이었다.


참악살극무와 마화신창의 절기들이 또 다시 무영을 노렸다. 하지만 난전의 상황도 아닌 단 두 개의 벽밖에 없는 협곡에서 그들의 하는 공격은 너무도 파악하기 쉬운 것이었다.


‘저렇게 대놓고 와서야.... 한 놈은 어리니 그렇다고 쳐도 다른 한 놈은 제법 나이 들어 보이는 데도 그러는 군.’


강윤과 창마군에 대한 무영의 평가가 박해졌다.


지금 저들이 혈교와의 싸움에서 지쳐서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임은 무영도 잘 알았다. 강윤과 창마군은 각 각 상처들을 지니고 있었고, 흑백쌍사는 정면으로 철혈도군과 붙어서 지친 상태였다.


그럼에도 저들은 결투의 개념은 있을지 언정, 전쟁의 개념은 희박했다. 1대1이라면 저들이 구사와 십무성에게 밀릴 일은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모자랐다.


무언가의 이상함을 느끼던 무영은 저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래 오대세가의 애송이들과 같군! 경지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문제였어.’


저들은 지금까지 마도 내에서의 싸움 그 이상을 해 본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적을 향해서 덤벼드는 데에 정도의 애송이들과 같이 정면으로 덤벼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 전쟁을 벌일 만한 세력이었던 혈교는 습격으로 인해 단 열흘 만에 밀렸지, 쌍사라는 자들은 몰라도 저 둘은 제대로 된 전쟁을 겪어 본 적이 없는 거야.’


저런 이들을 보며 말하는 단어가 있었다.


“우물 안 개구리들 같으니라고.”


무영이 검을 들지 않은 왼손을 땅에 대었다. 그러자 어둡지만 형용하기 힘들게 수많은 색들이 섞인 기운이 흔들리는 그림자 같으면서도 타오르는 불길이 되어 무영의 몸을 휘감았다.


“월식야(月蝕夜)”


흉의 힘이 섞인 어두운 기운이 둘의 공격을 그대로 막아냈다.


“강기가 이대로 막힌다고?!”


자신들의 공격이 그대로 막히는 모습이 보이자 강윤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강기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며 지금 무영이 내보인 이상한 기운에 막히는 것은 너무나도 기괴한 상황이었다.


‘크윽.. 도대체가..’


그 상황을 보며 당황한 것은 창마군 사공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겉으로는 티내지 않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동시에 네 명의 고수가 묶여있었다. 그것도 강기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대에게 말이다.


강윤과 사공휘의 공격이 월식야를 뚫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져 나왔다. 뒤로 튕겨져 나온 둘은 낙법을 취하며 멈춰섰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공격을 막고 있는 흑백쌍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둘이 함께하면 마군들 전원을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전력을 다하면서 막고 있음에도 벌써 일장여를 밀린 상태였다.


그 사실이 강윤은 너무나도 싫었다. 자신이 무기력해지는 느낌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자 강윤의 두 눈이 커지며 입꼬리가 찢어질 듯 아래로 내려갔다. 목으로 따라 핏줄이 솟아오르며 강윤은 소리쳤다.


“감히 내게 이딴 느낌을 느끼게 해!! 죽여주마! 죽여주마! 죽여주마!”


“시끄러운 꼬마, 너로는 무리다.”


강윤의 광기어린 외침에도 무영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벽을 넘고 강한 자인 것은 무영도 인정했다. 만전의 상태였다면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음도 알고 있었다.


“정신도 못 차리는 짐승은 이미 몇 번이고 죽여 봤다.”


강윤의 모습은 지난 날 죽인 흉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나마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이 조금을 달랐을 지도 몰랐으나, 하지만 무영이 느끼기엔 죽으면서도 짐승의 모습으로 죽은 십이령과 십일령 둘과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용포를 쓰던 것을 멈추고 무영이 또 다시 흑검을 들어올렸다. 월식야로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긴 하지만 지금 그대로 있는 것은 그저 상황 유지였다.


이미 싸움이 벌어진 이상 최대한 적들을 죽여야 했다.


제천신검(霽天神劍) 여의금고(如意金箍)


무영이 사용하던 검법의 모습이 바뀌었다. 본래 서있던 자세가 발검술을 하는 낮은 자세였다면 이젠 봉법을 사용하듯이 검을 든 손을 뒤로 당기는 자세였다.


봉법과 거의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는 창술을 익히고 있는 사공휘는 그 자세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


‘찌르기 위한 자세다.’


무영의 자세가 바뀌며 그를 향한 공격을 막은 월식야도 흑백쌍사를 압박하던 검기도 모두 동시에 사라졌다. 그리고 그 기운들 전부가 소용돌이처럼 검에 뭉쳐졌다.


.....!


무영이 공격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눈치 챈 사공휘가 소리쳤다.


“창이나 봉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찌르기가 올 것이오! 옆으로 피해야 돼!”


사공휘는 무영이 사용하는 여의금고의 형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다.


하지만 그가 파악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초식의 형태가 찌르기, 그것도 봉과 같은 찌르기 인 것은 정확했다.


무영의 팔이 움직이며 검이 손아귀에서 돌면서 정면을 찔렀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서 검 주위를 맴돌던 기의 소용돌이가 터져 나왔다.


‘몇 번의 공격이 올지 모른다. 최대한 검이 찌르는 방향에서 벗어나야 돼.’


네 고수의 머릿속에서 같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사공휘가 알려준 것이 확실하다면 저 괴물이 사용하는 초식은 긴 창이라고 봐야 되었다.


사공휘의 조언도, 네 고수가 한 대처 방식도 모두 맞는 것이었다. 하지만 범위가 달랐다.


“이전 초식의 범위도 그렇게 넓었었는데 이번 초식은 좁을 것이라 생각한다니. 어리석기는”


콰-가가-강


무언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네 고수가 피할 위치를 잡지도 못한 채로 정면의 모든 것이 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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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사신(奇怪邪神)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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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구주천가(九州天家) +1 21.09.06 643 13 11쪽
109 파천마제(破天魔帝) 북리강 2 +2 21.09.03 703 12 11쪽
108 파천마제(破天魔帝) 북리강 1 +1 21.09.01 716 15 11쪽
107 마도의 주인 5 +2 21.08.26 782 13 15쪽
106 마도의 주인 4 +2 21.08.23 721 12 19쪽
105 마도의 주인 3 +3 21.08.19 725 14 21쪽
» 마도의 주인 2 +3 21.08.16 750 14 24쪽
103 마도의 주인 1 +1 21.08.13 752 13 26쪽
102 혈교의 위기 3 +1 21.08.11 751 13 13쪽
101 혈교의 위기 2 +1 21.08.10 686 13 11쪽
100 혈교의 위기 +1 21.08.04 787 12 16쪽
99 추적 5 +1 21.08.01 777 11 11쪽
98 추적 4 +1 21.08.01 795 14 15쪽
97 추적 3 +1 21.07.27 833 13 10쪽
96 추적 2 +1 21.07.26 804 13 11쪽
95 추적 +1 21.07.25 908 13 13쪽
94 알아낸 사실들 +1 21.07.21 914 12 10쪽
93 조우 +1 21.07.21 956 11 15쪽
92 서문가에서 있었던 일들 2 +1 21.07.19 954 13 22쪽
91 서문가에서 있었던 일들 +1 21.07.18 972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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