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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들이 내 펜션을 너무 좋아함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ROHRAN노란
작품등록일 :
2024.08.31 08:05
최근연재일 :
2024.09.18 16:50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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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30
추천수 :
635
글자수 :
111,477

작성
24.09.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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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 산은 이제 제겁니다

DUMMY

양치질하면서 멀거니 고양이를 보니.

터덜터덜 다가온 녀석은 내 앞에 편지 같은 종이를 툭 내려놓았다.

왜 그것이 편지라고 생각했냐면, 땅에 떨어진 종이에 대놓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 펜션 사장 보게.]


그리고 종이를 떨어트리곤 고르릉거리며 내 바짓단에 이마를 비비적거리는 고양이.

그냥 지나가던 길은 아닌 모양이었다.


‘설마 나한테 편지를 전해주려고 온 건가?’


근데 고양이가 그런 게 되나?

당장 내게 벌어진 일이니 믿기 힘들어도 믿을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집어 들었다.


수려한 필체로, 먹과 붓으로 쓰인 듯한 글귀.

발신자는 안 봐도 뻔하다.


‘송화 어르신이구나.’


이런 편지 보낼 사람이 따로 없긴 하지.

옷도 신선처럼 차려입고 다니시더니 글까지 붓으로 기가 막히게 잘 쓰시는구나.

양치질하면서 종이를 슬슬 훑어봤다.


[젊은 펜션 사장 보게.]

[노부도 오랜 기간 유람을 다니지 못했지. 한데 자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니 방랑벽이 도지는군. 하여 산을 떠나 잠시 세상을 유람하고자 하니, 짧은 기간이나마 자네에게 이 산을 부탁함세.]


어르신도 느긋하게 여행이나 다니시려는구나.

근데 산을 부탁한다는 건 무슨 말일까.


[부탁이라곤 하나 특별히 할 일은 없음세. 그냥 산에 불을 지른다거나, 못된 짓을 하는 괘씸한 것이 있으면 좋게 타일러 돌려보내면 될 일이야.]


양치질을 하다가 조그맣게 웃음이 나왔다.

누가 산에 불을 지르면 나도 죽는다.

당연히 쫓아내야지.


‘뭐, 근데 작정하고 그럴 일이 일어날 리가······. 아니지,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한 해에 발생하는 산불만 하더라도 수백 건은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산에 들어온 사람들의 부주의로 불이 나거나, 혹은 낙뢰 등의 자연적인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할 때도 있다던가.


‘그럼 그런 사람들이 있나 없나 앞으로 순찰이라도 돌아야 하는 건가? 그런데 이 산 꽤 넓지 않나? 혼자서 입산객 같은 걸 어떻게 다 관리해?’


그때 눈에 들어오는 다음 글귀.


[게다가 간혹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자네에게 편지를 준 녀석이 알아서 할 일이니 그대는 딱히 신경 쓸 필요도 없고.]


편지를 준 녀석?

고양이를 슬며시 내려다봤다.

녀석은 바닥에 앉아서 허리를 바로 세우고 눈을 지긋하게 감은 채 앞발을 날름날름 핥고 있었다.


‘이 고양이가 뭘 한다고?’


속이 근육으로 튼실하게 꽉 찼고, 앞발도 야무지게 핥는 걸 보니 ‘범상치 않은 고양이다’ 싶긴 한데 입산객들이 행패 부리는 것을 알아서 한다는 말은 이해가 안 간다.


‘이거 그냥 어르신이 잠깐 놀러 가시는데 고양이도 맡기고, 입산객들 통제 잘하라고 하는 말 아냐?’


합리적 의심.

이른바 ‘짬 때리기’가 아닌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실상 나는 남이잖아? 그런데 산을 왜 나한테 맡겨? 자식이나, 친척이나, 아니면 사람 써서 산을 관리하는 게 옳지.’


고양이를 맡기는 건 둘째치더라도, 산은 그렇게 관리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영 이해 못할 편지라 고개만 갸웃거리던 와중.

다음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노부의 유람이 끝나거들랑 그 산은 자네에게 줄 터이니 그리 알고 있게나. 자네 아비와도 진작 오가던 이야기이니.]

[그럼 당분간 잘 부탁함세.]


이게 무슨 소리야.


‘이 산을 나한테 주신다고?’


쉽사리 믿지 못할 이야기였다.

이런 시골 임야는 헐값이다, 돈 안 된다, 그런 소리를 듣긴 하지만.

그래도 뭐 어디 동네 마트에서 ‘산 하나 줘보쇼’ 하고 덥석덥석 챙겨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이 산에는 우리 펜션도 있잖아.’


우리 펜션의 매매가가 정확히 얼만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산과 마찬가지로 푼돈이나 대충 던져주고 살 수 있는 게 아닌 건 확실하다.


‘근데 이 산을 나한테 덥석 주시겠다고?’


아버지와도 오가던 이야기라고 했으니.

당장 교차 검증 들어가야겠다.


“아버지.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

-오, 그래. 무슨 일이냐?

“송화 어르신이······.”


사정을 설명하니 아버지가 껄껄 웃었다.


-그래, 어르신이 그 산 너 준다고 그러셨지. 너한테도 말씀하신 모양이구나.

“······진짜로요?”

-그럼. 어르신은 거짓말 그런 거 모른다. 어르신이 그리 말하셨으면 진짜 그런 거야.


거짓말을 안 하는 아버지의, 송화 어르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보증.

두 분은 서로 꽤 친한 눈치셨는데, 그런 면에서 잘 맞았던 것일지도.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와중.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좀 어떠냐? 살만하더냐?

“······아직 며칠도 안 됐잖아요. 근데 뭐, 마음은 편하고 좋네요. 맞다, 손님도 꽤 와요. 이번에도 객실이 꽉 찰 정도로 예약 잡혔고.”

-오오오, 그러냐?


놀랍다는 듯 추켜세워주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여태 의문이었던 것을 물어봤다.


“근데 그 차후 거리는 애들은 뭔데요? 아버지도 알고 계셨죠?”

-만났구나? 허허, 그래. 알고야 있었지. 근데 뭐 산에 살면 이것저것 많이 만나니까. 멧돼지네 고라니네 해도 대충 넘겼으니, 그것도 그러려니 했지.

“아버지······.”


무신경하신 것도 정도가 있지.

그리고 아버지에게 펜션에 묵고 간 사람들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 등등,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봤다.

물론 이렇다 할 답은 듣지 못했다.


-그거 신기하구만. 나 있을 때는 딱히 그런 일 없었는데. 애초에 최근엔 손님도 없었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음을 흘리던 아버지가 혀를 찼다.


-허허, 아무렴 어떠냐. 다 좋은 일 아니겠냐. 그냥 터가 좋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면 되지.

“그렇게 간단하게······. 휴, 그렇긴 해요.”


다 좋은 일이었다.

원인이야 궁금하지만.

나쁜 일은 하나도 없었다.


허허 웃은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그냥 마음 편히 쉬다 가거라. 펜션은 그러라고 있는 곳이니까.


그렇다.

펜션은 푹 쉬다 가는 곳.

자연 속에서 느긋하게 있다 가는 곳.

괜한 고민은 접자.


“예. 산 타시면서 몸조심하시고요.”

-하하하! 그래. 고맙다. 푹 쉬고 무슨 일 있으면 또 연락하거라.

“근데 언제 돌아오실······. 끊겼네.”


어깨를 으쓱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른 아침, 나무들이 눈 한가득 들어오고.

산새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다.


“······조금만 더 잘까.”


보아하니 설화 씨, 주리 씨도 일어나려면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고.

오후에는 시내에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랴, 차후들 이름도 지어주랴 나름대로 바쁠 것 같으니.


‘그래, 자자.’


자야겠다, 라고 마음먹는 것과 동시에 나른하니 하품이 나왔다.

그리고 바닥에 오도카니 앉아서 이쪽을 올려다보는 고양이를 들어 올려 품에 안았다.


‘와, 씨. 왜 이렇게 무거워.’


고양이의 목을 슥슥 긁으며 말했다.


“너 살 좀 빼야겠다.”

-어호~오옹.


불만스러운 울음을 터뜨린 고양이가 항의하는 것처럼 이마로 내 가슴을 툭툭 밀었다.


* * *


“휴······. 됐다!”


매점 입구에 설치된 경사로.

직접 톱으로 목재를 썰어 만든 거다.

지금까지는 대충 합판을 놓아두고 있었지만 앞으로 꾸준히 쓸 거라면 제대로 된 걸 두는 게 좋겠지.


“어떠냐, 매차후? 이제 매점 다니기 편하겠지?”


내 물음에 ‘매차후’는 경사로를 몇 번 오르락거리더니 신난다는 듯 방방 뛰었다.


-좋은 차후! 이제 필살의 서전트 점프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는 차후! 젊은 주인님의 손재주가 기가 막히는 차후!!


매차후의 금칠은 정당한 평가였다.

처음 만든 것 치고 경사로는 꽤 잘 만들었다.


삐걱-!


근데 기울기가 좀 안 맞나.

뭐, 첫술에 배부르랴.


‘그나저나 설화 씨 일행이 돌아간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구나.’


그쪽은 상당히 바쁜 모양이다.

고 실장, 즉 정석 씨와 번호를 교환했는데.

최근 설화 씨의 입버릇은 ‘아~ 쉬고 싶다! 펜션 가고 싶다!’로 굳혀졌다는 모양이다.


‘예전처럼 우울한 이야기는 안 한다니 다행이지.’


아무튼 설화 씨 일행이 돌아간 지 며칠.

그 사이 우리 펜션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무려 관리인실에 매트리스 도입!’


내 허리 건강은 평안하리라.


‘그리고 세탁기 도입!’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손빨래하던 차후들의 눈물도 이제 그만.


‘그리고 차후들의 작명도 끝!’


매점 차후의 이름이 ‘매차후’가 되었듯.

다른 차후들에게도 제각기 이름을 지어주었다.


숯가마의 차후는 수차후!

밭에 있는 차후에게는 바차후!

그 외에도 밭에 차후가 아주 많긴 한데, 그 녀석들의 이름을 일일이 지어주기는 좀 힘들었다.


‘그래서 일단 밭의 차후들 대표로 바차후.’


결국 완성된 매차후, 수차후, 바차후.

그 이름들을 다시 입에서 한 차례 굴려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나는 이름을 잘 지어.’


키우는 개의 털이 노랗다고 누렁이라 부르던 아버지와는 다르다 이 말이야.

그렇게 차후들의 이름을 지어주던 와중, 송화 어르신이 맡기고 간 고양이에게도 멋진 이름을 지어줬다.


‘강호랑.’


내 성인 강 씨에, 호랑이의 호랑.

잘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

무늬도 호랑이 같고.


‘근데 막상 되돌아보니 우리 펜션이 크게 바뀐 건 없군.’


이런 산골 펜션 생활이 다 그렇지 뭐.

손님이 없으면 이렇다 할 이벤트랄 게 없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아직 경사로에서 방방 뛰던 매차후가 말했다.


-뭐가 다른 차후?

“아, 오늘 손님 오거든.”

-손님 차후?

“응. 좀 많이 와. 그저께 말하지 않았나? 얼마 전에 온 손님들이 단체 모임을 우리 펜션에서 하겠다고 했다고 말이야.”


매차후가 펄쩍 뛰었다.


-기억나는 차후!

“그래, 그러니까 마지막 점검 타임.”


매차후를 어깨에 얹고 매점으로 들어갔다.

근데 점검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완벽하군.’


깔끔하게 정리된 진열대.

꽉 찬 물건들.

먼지 한 톨 없는 매점 바닥.


“훌륭해.”

-차후후훗! 매차후는 훌륭한 차후!

“좋아, 그럼 텃밭!”


텃밭을 가보니 늘 그럿듯 잘 자란 상추들이 푸릇푸릇함을 뽐내고 있었다.

그 사이로 차후들이 바쁘게 쏘다니고 있는데, 손님이 있을 땐 조용히 숨어있지만.

손님이 없을 때의 차후들은 꽤 시끌벅적했다.

술래잡기를 하면서 놀기도 하고.


-거기 서는 차후!

-차후훗! 차후 같으면 서는 차후?

-차후는 서는 차후!


그럼 또 역할을 바꾼다.


-서는 차후! 선다고 말한 차후!!

-차후후훗! 속는 차후가 바보인 차후!!


나름 즐거워보인다.

아무튼 텃밭 역시 멀쩡했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오는 단체 손님들이니 고기 구워 먹을 때 쌈 채소를 서비스로 주면 되겠다.’


텃밭에 가득 자란 게 상추니까.

그때 바차후가 다가왔다.


-젊은 주인님 오신 차후?

“어, 그래. 수고가 많다 바차후야.”


바차후가 가슴을 쭉 폈다.


-차후훗! 바차후는 늘 수고하는 차후! 아무튼 무슨 일로 오신 차후?

“오늘 오후에 오는 손님들한테 상추를 좀 나눠주려고. 괜찮지?”

-물론인 차후! 손님들이 우리가 기른 걸 먹어주면 그만한 기쁨이 없는 차후!


기특한 녀석들.

바차후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고맙다. 그럼 숯은······.”


슬쩍 숯가마를 바라보니, 텃밭 바로 옆에 있는 숯가마에서는 ‘차후후훗! 이게 바로 극락인 차후훗! 불을 더 세게 지피는 차후!!’ 하고 광소를 터뜨리는 수차후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숯이 모자랄 일은 없겠군.’


단체 예약 고객이니, 숯도 서비스로 줘야지.


‘아무튼 손님맞이 준비 끝.’


객실은 아까 진작 준비가 끝났고, 깜빡 잊고 있던 매점 입구의 경사로도 이제 막 완성한 참이다.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며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11시 조금 넘었네. 입실 시간이 3시니까 아직 시간은 한참 남았다.’


고 실장에게 대충 듣기론, 선발대가 몇 명 오긴 하지만 그것도 점심 이후가 될 테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건 3시 이후.


‘기다리면서 스타나 몇 판 해야지.’


투혼 1:1 초보방의 패왕 강형준이 간다.

그리 생각하며 매차후를 매점에 놓아준 후 관리인실로 들어가려던 도중.

펜션 입구로 한 대의 고급 세단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팬텀?’


차가 롤스로이스인 걸 보니, 보통 사람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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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산은 이제 제겁니다 +3 24.09.14 711 29 12쪽
14 설화 씨와 밤 산책을 +5 24.09.13 739 29 12쪽
13 사장님, 주무세요? +6 24.09.12 762 32 15쪽
12 일정은 겹치면 안돼요 +4 24.09.11 798 38 14쪽
11 장설화가 알을 깨고 나왔다 +7 24.09.10 869 37 14쪽
10 고래는 오랜만에 숨을 들이마셨다 +7 24.09.09 897 35 14쪽
9 고래는 숨을 쉬고 싶다 +4 24.09.08 886 37 14쪽
8 물개가 고래를 데리고 왔다 +4 24.09.07 912 36 13쪽
7 물개가 세 마리 +5 24.09.06 937 34 12쪽
6 첫 손님 +5 24.09.05 920 30 12쪽
5 어서오세요 +3 24.09.04 940 31 14쪽
4 앞으로 잘 부탁해 +4 24.09.03 1,026 31 14쪽
3 안 하던 짓을 하게 되네 +4 24.09.02 1,116 30 12쪽
2 매점에 뭐가 있어요 +6 24.09.01 1,298 38 13쪽
1 송화 펜션 +10 24.08.31 1,578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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