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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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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7.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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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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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DUMMY

퇴근 직전 갑자기 든 생각에 괜히 찝찝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뭐, 딱히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 쨍그랑!


주방에서 한참 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깨지는 소리가 우렁찬 게 접시 따위가 깨지는 소리가 아니었는데 깨진 유리는 다름 아닌 가게의 창문이었다.

멀쩡한 창문이 혼자 깨질 리는 없었고 당연히 커다란 돌덩이가 유리 잔해와 함께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누가 돌을 던졌다는 소린데 그게 누군지 찾을 필요도 없이 가게 밖에 엉거주춤 서 있던 30대 중후반의 남자 하나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냅다 튀었다.


“어⋯ 식사하세요! 식사하세요! 죄송합니다!”


손님들이 수저를 놓고 모두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못한 건 하나도 없지만 나는 일단 사과하며 누가 다치지 않도록 급히 유리 조각을 치웠다.

깨진 유리를 맨손으로 만지다 피가 났지만 어차피 금방 나으니 개의치 않았다.


- 따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르릉!


세 대나 되는 가게 전화가 쉴새 없이 울렸다.

나는 한 손에 유리조각을 든 채 급히 전화를 받았다.


[이 개새끼야! 네가 사장이냐? 애새끼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인생 똑바로 살아!]


- 뚝.


“뭐, 이런⋯.”


뭐라고 대답할 시간도 없이 다짜고짜 쌍욕을 박더니 전화가 끊겼다.

나는 어이가 없어 화도 나지 않았고 여전히 울리고 있는 두 번째 전화를 받았다.


[이 매국노 새끼야! 내가 가게에 확 불 질러 버릴 거니까 기대하고 있어!]


- 뚝.


또다.

이쯤 되면 세 번째 전화를 받기가 무서웠고 역시나 세 번째 전화도 마찬가지였다.

전화기가 쉴새 없이 울렸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번 더 전화를 받아봤지만 모두 일방적으로 육두문자를 내뱉고 끊어버리는 전화였고 결국 전화기의 전원을 다 뽑아버렸다.


“대체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유리 조각을 계속 손에 쥐고 있을 순 없으니 일단 그것을 버리려 터덜터덜 움직이던 중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아나운서의 말이 귀에 팍 꽂혔다.


[여명길드는 여전히 담당한 A급 던전 공략에 어려움이 있으며 A급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모든 길드와 협의 중이나 아직 공략권을 이양받은 길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문제의 던전 공략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는 B씨는 완강히 레이드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혀 B씨를 대동한 공략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으며 헌터관리국은 던전브레이크 경고령을 발령했고 근시일 내에 순차적으로 인근 주민을 대피시킬 예정이라 공표했습니다.]


“에잉~ 저, 저 나쁜 놈.”

“아니, 들어보니까 여명길드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는데 저 B씨라는 놈은 대체 왜 저러는 거야?”

“뭐 뻔한 거 아니겠어, 똥줄 좀 태워서 한 푼이라도 더 뜯어보겠다 그거겠지!”

“에휴~ 애국심도 없는 놈. 나 같으면 공짜로라도 가서 해주겠다!”

“사는 주민들만 안타까운 거지⋯. 망할 놈 하나 때문에 대체 몇 명이 피해를 보는 거야?”


그리고 뉴스를 본 손님들의 비난도 들려왔다. 난 워낙 바빠 평소에 뉴스 같은 걸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듣는 소식이었지만 급히 알아보니 여명길드라는 곳에서 A급 던전 하나를 처리하지 못해 문제가 된 건 벌써 꽤 된 이야기 같았다.

얼마 전 박진홍 헌터가 사망한 던전도 바로 저 문제의 던전이라고 했다.


아니, 근데 이거 뉴스에 나오는 저 B씨⋯ 아무리 봐도 내 얘기 아닌가⋯?




***




창문이 깨지고 욕설과 협박 전화가 난무했지만, 어제는 그래도 장사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으니 괜찮았다.

하지만 오늘 출근하니 상황이 꽤 심각해져 있었다.


“아니⋯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엄마도 나도,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밤새 가게 앞에 누군가 온갖 쓰레기를 버려두고 갔고 벽에는 온갖 협박성 메시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전이라도 부칠 생각인가 여기저기 깨진 계란도 보였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아침부터 ‘던전에서 안전한 세상’이라는 이름의 시민단체에서 열댓 명의 사람이 나와 팻말 같은 걸 들고 서 있었다.


“이, 일단 쓰레기부터 치우자.”


가게 앞을 정리하려 다가가자 우리가 이 가게를 운영하는 모자(母子)임을 알아챈 시민단체가 갑자기 우리를 향해 들으라는 듯 외쳤다.


“던전은 돈벌이의 수단이 아닙니다!”

“모든 국민에겐 던전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권리가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 잡은 미친 치킨게임 멈추어라!”

“““멈추어라! 멈추어라!”””


시위를 시작한 시민단체는 집에 갈 생각도 없는지 하루 종일 가게 앞을 막아섰다.

단골손님 몇 분이야 시위를 뚫고 가게에 들어왔지만 대부분의 손님은 발길을 돌렸고 덕분에 오랜만에 가게가 휑했다.

열받은 나는 곧장 경찰을 불렀다.


“아니, 왜 안 되는데요! 지금 명백히 영업 방해하고 있잖아요!”

“선생님, 말씀드렸잖아요, 법적으로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하지만 경찰은 허가받은 정당한 시위이고 딱히 폭력을 쓰거나 사유지를 점령한 것도 아니니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다 돌아갔다.

결국 내가 시민단체와 직접 이야기해보려 했지만 그들은 나와의 대화에 전혀 응하지 않고 앵무새처럼 시위 구호만 반복했고 그렇게 하루가 갔다.


그리고 또 다음날, 다음 날은 더 가관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얼마 뒤, 온몸에 문신을 한 덩어리들이 우르르 가게로 들어오더니 모든 좌석을 꽉 채워 가게를 점거했다.


그 상태로 10분, 20분, 30분.

그들은 주문도 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이보세요,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주문 안 할 거면 나가세요.”


참을 대로 참은 나는 그들에게 따졌다.


“여긴 뭐 먹을지 생각할 시간도 안 주나? 손님이 고민도 좀 하고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야?”

“와, 살다살다 손님한테 갑질하는 가게는 처음이네. 장사 좀 잘 된다고 이래도 돼?”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단체로 낄낄거렸다.


“어이, 할아버지, 밥 먹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세요~ 여기보다 맛있는데 많으니까~.”


그들은 찾아오는 손님들을 내쫓기까지 하며 점심을 넘긴 시간까지 뻐겼다.

험상궂은 덩치 수십 명이 위협적으로 가게를 점거하고 있으니 겁먹은 손님들은 도망치다시피 가게를 떠났다.


“어이! 여기 주문!”


가게를 점거한 지 약 3시간.

이번엔 또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깡패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주문을 받으러 나갔다.


“김치찌개.”


내가 앞에 서자 그는 그렇게 말했다.


“몇 인분이요?”


사람이 족히 50명은 됐다.


“내가 돈이 없어서 우리 애들이 밥을 굶고 다녀요. 그러니까 김치찌개 1인분, 여기 인원수대로 나눠서 담아 줘봐.”


그는 6천 원짜리 김치찌개 하나를 50접시로 나눠달라고 했다.


“허.”


그 말에 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주방으로 돌아왔지만 엄마는 이미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왜 끓여. 하지 마.”

“됐다, 난 먼저 집에 가 있을 테니까 이것만 주고 가게 문 닫고 와.”

“⋯알았어.”


잠시 후, 나는 완성된 김치찌개를 깡패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냥 빨리 처먹고 가줬으면 좋겠지만 그는 당연히 순순히 김치찌개를 받지 않았다.


“아~이 씨발! 사람 수대로 나눠서 가져오라니까! 손님 말이 말 같지 않나?”

“흐음.”


이젠 화도 나지 않았다.

활활 타던 분노가 이젠 새하얀 재가 된 기분이다.


“야! 나눠서 가져오라고~ 나눠서~!”


나는 꼬장을 부리는 깡패를 가만히 쳐다봤다.

지랄하는 모습을 보니 확실하게 결심이 섰다.


“지금 나눠 드릴게요.”


- 빠아악!


그리고 나는 김치찌개가 담긴 뚝배기로 그의 대가리를 내려쳤다.


“끄아아아악!”


뚝배기가 깨지며 펄펄 끓는 김치찌개로 세수를 하게 된 그는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졌다.

그러자 깡패들은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주먹을 쥐고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F급 각성자다.


하지만 그 일반인이나 다름없다는 말은 손가락을 까닥이면 빌딩이 날아가고 발을 구르면 지축이 흔들리는 S급 각성자와 비교할 때 하는 말이었다.

일반인과 F급 각성자를 정확하게 비교하자면 인간과 고릴라쯤의 차이가 있었다.

거기다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는 중, 고등학교를 통틀어 5년 정도 복싱도 했다.


- 퍽! 빠각! 퍼억! 빡!


복싱하는 고릴라라니, 격투기 챔피언이 와도 목숨을 걸어야할 텐데 술배나 불록 나온 깡패들이 나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숫자가 숫자다 보니 몇 대 맞기는 했지만 아마추어의 물주먹 따위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 그나마도 전용특성에 의해 곧장 나았다.


“후우~ 시원~하다.”


일방적으로 깡패들을 두드려 팬 나는 만족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인간이 가진 가장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성질인 폭력성을 실컷 쏟아내고 나니 속이 아주 후련해졌다.

이렇게 상쾌한 기분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인지, 깡패에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이⋯! 개새끼야!”


그때, 나한테 실컷 얻어맞고 씩씩거리던 깡패 하나가 갑자기 달려들어 내 옆구리에 칼침을 넣었다.

길쭉하고 날카로운 회칼이었다.


- 푸욱!


“욱!”


체력 : 475(-65) / 540


한 번에 무려 65의 데미지가 들어왔다.

일반인의 통상적인 체력이 약 70~90 정도 된다고 하니 만약 내가 일반인이었다면 출혈이나 장기 손상 등의 추가적인 데미지에 억하고 비명횡사했을 치명적인 공격이라는 뜻이었다.


“윽⋯! 으윽⋯!”


영화에서 주인공이 칼에 맞고도 멀쩡히 싸우는 건 다 거짓말이었다.

칼침에 들어오자 몸이 부르르 떨리며 다리에 힘이 축 풀렸다.


“야, 야! 일어나, 빨리!”


내가 쓰러지자 깡패들은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나자빠진 놈들 치우는 것도 일이었는데 알아서 수거해가니 나는 딱히 도망치는 깡패들을 제지하지 않고 그들이 물러가는 것을 가만히 구경했다.


“아이고, 죽겠다⋯.”


깡패가 모두 물러간 것을 확인한 나는 몸을 일으켰다.

보통같으면 절대 혼자 일어나지 못할 상처겠지만 내겐 그렇게 의미 있는 상처가 아니었다.


『 전용 특성 [힐링팩터] 가 발동합니다. 』


사실 칼에 찔린 상처는 진작에 다 나은 상태였다.

그저 생명엔 별 지장 없지만 고통은 그대로 느끼기에 혹시 또 다른 놈이 칼빵을 먹일까, 그게 싫어서 놈들을 돌려보낸 것뿐이었다.


“흐음⋯ 완전히 개판이구만.”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쓰러진 테이블과 의자, 쏟아진 컵과 젓가락으로 아주 난장판이었다.


“오늘 장사는 아주 다 했네.”


당장 치우기 시작해도 저녁 전에 치우긴 힘들 것 같았다.

어차피 청소보다 먼저 할 일이 있기도 하고.

나는 일단 가게 문단속을 하고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곧장 헌터관리국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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