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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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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7.01 07:20
연재수 :
180 회
조회수 :
531,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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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3
글자수 :
1,093,528

작성
23.11.26 08:15
조회
12,460
추천
173
글자
12쪽

1화

DUMMY

- 치이이익!

- 탕탕탕탕!


나는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준호야! 마늘 다 쓴 거 같은데?”

“엥?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아까 까놨는데?”

“그러니까 다 썼다고!”


정확히는 식당의 부엌이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불길이 치솟고 칼질이 난무하며 고성이 오간다는 점에서 전장과 비슷했다.


“우와~ 미치겠네?”

“미치는 건 네 맘인데 마늘은 다듬어 놓고 미쳐라.”


하필 손님이 제일 몰리는 피크타임에 마늘 까기 같은 잡일을 해야 한다니, 최악이었다.

마늘 먹고 사람이 된 곰이 시조인 민족의 음식에 마늘을 빠트릴 순 없으니 미룰 수도 없었다.

나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급히 마늘부터 깠다.


“후우⋯ 후우⋯.”


엄청난 화력의 업소용 가스레인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펄펄 끓는 각종 찌개와 국의 수증기가 만나 주방을 찜통으로 만들었다.


“후우⋯ 후우⋯ 앗, 따가! 앗, 뜨거!”


덥고 습하고 시끄럽고 바쁜 와중에 정신없이 마늘을 까고 썰던 나는 실수로 내 손가락도 같이 썰어버렸다.


체력 : 538(-2) / 540


순간 내 시야 한구석에 홀로그램처럼 그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모든 각성자들에게 주어진 시스템이었다.


+


[박준호 (24)]

[Lv. 3]


체력 : 538 / 540

마력 : 0 / 0


[능력치]

근력 : 24

민첩 : 13

지구력 : 18

감각 : 9

재주 : 11


[전용스킬 : 없음]


[전용특성 : 힐링팩터]

- 체력재생력이 큰 폭으로 향상됩니다.


+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던전과 몬스터, 각성자와 시스템은 게임과 닮은 부분이 많았다.

처음엔 이게 다 뭔가 했지만 그런 일이 있고 이미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선 이 모든 게 일상이자 상식이 되었다.


『 전용특성 [힐링팩터] 가 발동합니다. 』


체력 : 540(+2) / 540


상처를 입어 체력이 깎이고 얼마 후 그런 메시지가 떠오르며 상처가 말끔히 나았다.

나는 F급 각성자 주제에 황공하게도 전용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남들은 제대로 된 스킬이나 특성 하나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데 그냥 각성함과 동시에 특성 한 개를 가지고 시작했으니 엄청난 장점이었지만 문제는 내가 고작 F급라는 것이었다.

적을 공격하거나 아군을 도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몸뚱이 하나 잘 재생되는 특성은 레이드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오후 8시 59분,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뜨셨다.

매일매일이 힘들고 고되지만 또 어떻게 하다 보면 하루가 지나갔다.

물론 손님이 가셨다고 퇴근은 아니었다.

이제 나 혼자 설거지나 식재료 정리 같은 뒷정리를 해야 했다.


- 딸랑, 딸랑.


테이블을 치우고 문을 닫으려 했는데 하필 손님이 들어오셨다.

이래서 문을 먼저 닫아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마감했어요!”


나는 반사적으로 그렇게 외치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


가게 입구엔 남녀 둘이 서 있었다.

그들은 뭐 저승사자라도 되고 싶은 건지 이 야밤에 새카만 정장에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뭔가 쎄~ 함을 느낀 나는 그렇게 물었다.

직감적으로 이들이 밥 먹으러 온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박준호 씨 되시죠?”

“네, 맞는데요.”


남성 쪽이 다짜고짜 내 이름 석자를 불렀다.

하여튼 불길한 감은 틀리지를 않는다.

이미 내 이름까지 알고 찾아왔다니, 긴장이 고조됐다.


“저희와 함께 가주시길 바랍니다.”

“어딜요?”

“헌터관리국에서 나왔습니다.”


내가 묻자 그는 헌터관리국 요원의 배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래서 어딜 가자는 건데요?”


그런데 어쩌라고?

내가 물어본 질문은 어디서 나왔냐는 게 아니라 어딜 가자는 거냐는 것이었다.


“⋯.”


그는 나름 위화감을 조성하기 위해 배지를 꺼내 보여준 것 같았지만 나한테는 통하지 않았다.

그야 현역 군인 시절에는 대위만 옆에 서 있어도 긴장되지만 민간인에겐 장성조차 동네 아저씨에 불과한 법이니까.

마찬가지로 헌터도 아닌 나는 요원이 아니라 국장이 나와도 주눅들 이유가 없었다.


“우선 가시죠, 가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싫은데요. 가세요, 바쁘니까.”


나는 그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고 정리하던 테이블 위의 식기를 쟁반에 담아 그대로 부엌으로 향했다.

대화는 이걸로 끝이라는 의미였다.


“잠시만요! 이야기 정도는 들어주세요!”


그러자 잠자코 있던 여성 요원이 성큼성큼 나를 향해 걸어와 내 팔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나보다 머리 한 개는 작았지만 힘은 엄청났다.

무슨 야생동물한테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으아아아악!”


- 쨍그랑! 와장창창!!!


몸이 홱 돌아간 나는 중심을 잃고 쟁반을 떨어트리며 쓰러졌다.

쟁반에 올라가 있던 그릇과 컵, 젓가락 등이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가 났고 화룡점정으로 뚝배기가 퍽 하고 깨지며 먹다 남은 청국장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 물론 그녀가 그 정도로 나를 세게 잡아끌지는 않았다.

그냥 나 혼자 스턴트 연기를 했을 뿐이다.


“에엑?!”

“하아⋯.”


슬쩍 잡았을 뿐인데 갑자기 사람이 나자빠지니 여성 요원은 깜짝 놀라 뒷걸음을 쳤고 남성 요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관리국의 요원이라는 것은 적어도 C급 이상이라는 것이고 그 정도 되면 딱밤만으로도 일반인의 머리통 정도는 날릴 수 있는 수준이다.

분명 힘조절을 했겠지만 어쨌든 사람이 쓰러졌으니 혹시 급한 마음에 너무 강하게 힘을 준 건가, 그녀는 당황스러워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말에 여성 요원은 조금 안심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그냥 다 부수세요, 이딴 가게 아주 다시는 장사 못하게 그냥 다 때려 부수고 가세요. 좀 도와드릴까요? 이런 것도 그냥 이렇게!!!”


나는 내가 쉴 때 쓰는 플라스틱 의자를 발로 뻥 차서 날렸고 의자는 벽에 부딪혀 와그작 하고 부서졌다.


“어,어,어, 지, 지, 진정하세요! 제, 제가 잘못했어요! 이건 제가 치울게요!”


내 돌발행동에 크게 당황한 여성 요원은 테이블에서 휴지를 뽑아 바닥에 흘린 청국장을 닦기 시작했다.

좋아, 분위기는 잡았다.

이대로 더 밀어붙이자.


“그 휴지가 당신 거야?! 왜 남의 가게 재산을 마음대로 써!!!”

“꺄악! 죄, 죄송합니다!”


내 호통에 깜짝 놀란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물러났지만.


“치운다면서 어딜 가?! 안 치울 거야?!”

“치, 치울게요!”


그 말에 다시 후다닥 다가와선 양복 소매로 바닥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박준호 씨, 제가 대신 사죄드리겠습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남성 요원이 다가와 정중히 사과했다.

생긴 건 산적 같아도 요원은 요원이었다.


“오늘은 말씀 나누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군요. 내일 다시 정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일어나, 가자.”

“아으으⋯ 죄송합니다⋯!”


둘은 그렇게 급히 가게를 나섰고 나는 그들의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 했다.


“오지 마세요. 어차피 내일도 안 들을 거니까.”




***




“아, 죽겠네.”


다음 날 아침, 어제 갑자기 요원들이 들이닥친 탓에 신경이 쓰여 밤잠을 설쳤다.

벌써 미친 듯이 졸리고 피곤한데 길고 긴 하루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현실이 참 잔혹하게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하지만 거꾸로 매달아 놔도 시간은 간다고 오늘 하루도 어떻게든 끝마쳤다.


- 딸랑, 딸랑.


그러자 어제 예고한 대로 정확히 마감 시간을 맞춰 요원들이 다시 찾아왔다.


“어제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워낙 급한 사안이다 보니 저희가 너무 성급하게 찾아뵀던 것 같습니다.”


남성 요원은 가게에 발을 들여도 되는지 묻는 듯 손에 들고 있는 과일음료 선물세트를 어필하며 말했다.


“⋯앉으세요.”


어제는 은행에 맡긴 돈 찾으러 온 것 같은 태도가 아니꼬워서 문전박대 했지만 저렇게 예의를 차리면 이야기 정도는 못 들어줄 것도 없었다.

나는 테이블에 앉았고 그들도 조심스레 내 맞은편에 앉았다.


“오주한 요원입니다.”

“김민주 요원입니다⋯.”


둘은 명함을 내밀며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김민주 요원은 어제의 일 때문인지 아직도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는 겁니까?”

“바쁘실 테니 본론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박준호 씨께서 참가해주셨으면 하는 레이드가⋯.”

“싫습니다.”


거절했다.

더 들어볼 것도 없다.


“곧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거예요! 박준호 씨가 꼭 필요해요!”

“세상에 제가 필요한 레이드가 어디 있습니까? 저, 뭐, S급이니 A급이니 하는 양반들한테 가서 문의해 보세요.”


나는 F급이다.

나 같은 걸로 100만 대군을 모으는 것보다 S급 헌터 한 명의 협조를 구하는 게 훨씬 유용하고 든든할 텐데?


“파격적인 조건으로 보수를 받으실 수 있도록 헌터관리국이 직접 길드와 중개해드리겠습니다.”

“파격적인 보상이라면 어떤 건데요?”

“그건 길드 측과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최소 1억 이상의 보수를 약속드리겠습니다.”


요주한 요원은 내게 대단한 기회라도 주는 양 말했다.

물론 파격적인 제안이긴 했다.

한 번의 레이드로 억 단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건 최소 A급 이상이었고 나 같은 F급 헌터는 적으면 20만 원에서 역대급 대박 나야 60만 원 선이었다.


‘누굴 호구로 아나.’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했다.

1억이라는 액수만 보면 엄청난 기회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자.

대체 F급 헌터한테 레이드 한 번에 1억이나 주고 맡겨야 할 일이 뭐가 있을까?

만약 있다고 한다면 그게 정상적인 일일까?


‘뭐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던전이라도 나왔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나 만화에 보면 가끔 나오지 않는가.

돈으로 홀려 데려간 뒤 제물로 바치는 그런 거.

차라리 나한테 청부살인을 맡기러 왔다고 하면 더 쉽게 납득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봤겠지만 이건 고민할 가치도 없었다.


“싫습니다, 전 제 뜻을 확실하게 말씀드렸어요. 레이드에는 절대 참가 안 해요. 보수의 액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하기 싫어요.”


나는 그대로 대화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민주 요원이 다급히 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오주한 요원이 그녀를 제지했다.


“⋯이해합니다. 그런 일을 겪으셨으니 관리국의 제안으로 레이드에 참가하는 게 꺼림칙하시겠죠.”


그는 과거에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 굳이 요원이 아니더라도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사건이니 딱히 이상할 건 없다.


“그럼 저희는 물러나 보겠습니다.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주한 요원과 김민주 요원은 생각보다 순순히 가게를 나섰고 나는 마저 퇴근할 준비를 했다.

분명 아무 생각도 없었다.


“⋯잠깐만. ‘저희’는?”


그런데 가게 문을 잠그려는 순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부턴 다른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는 소린가?

아니, 보통 저희는 이라는 말을 그런 의미로 쓰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그 단어가 신경이 쓰였다.

나는 괜히 전기와 가스, 창문 등을 한 번 더 확인해 가게 단속을 철저히 하고 퇴근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0 흑전사
    작성일
    23.12.01 14:12
    No. 1

    재미있군요

    찬성: 1 | 반대: 2

  • 작성자
    Lv.21 Junu1978
    작성일
    24.06.26 01:25
    No. 2

    곰이 마늘 먹었다는 설화 잘못된 거임
    하~ 도대체 한국 교과서는 언제 제대로 된 정보를 쓸까나
    일제시대 일본놈들이 지들 맘대로 만들어둔 역사 그대로 가져다 어직까지 쓰다니 에휴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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