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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로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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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광명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최근연재일 :
2024.09.20 13:00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14,819
추천수 :
308
글자수 :
610,227

작성
24.06.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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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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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3화 천화산(天花山) (25)

DUMMY

제3화 천화산(天花山) (25)






인생은 본디 불공평해.

그 누구는 가난한 집의 자식으로 태어나 본인의 노력으로 성공해야 하고, 또 다른 누구는 남들이 부러워할 재벌가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가 깔아준 레일을 따라가기만 해도 돼.

물론, 노력을 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어쩌면 둘 다 같을지 몰라도, 최소한 사회에서 이미 성공한 인생의 멘토가 바로 옆에서 조언을 해준다는 것은 그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과 가진 사람의 큰 차이를 만드는 길이야.

멘토가 없는 이들은 스스로 많은 실패를 겪으며 스스로 단련해야 해.

사회에 나와보면 많은 이들이 자신이 멘토랍시고 책을 쓰거나, 강의를 하거나, 누군가의 인생에 조언을 주지만 결국 그들은 타인이야.

한 사람의 인생 그래프를 함께 그려주기에는 충분한 시간과 공감 그리고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그러니까. 지금 내가 얻은 행운은 결코 우연히 얻은 것도, 또 쉽사리 지나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기영은 백오공과 심신을 연결하고 곧바로 술법을 외웠다.

왕삼과 맹초롱을 동시에 껴안고, 불과 몇시진 전까지 기영들이 있었던 미후왕의 궁궐 안으로 이동을 하였다.

그러니까. 기영의 이마에 박힌 마름모꼴의 남색 보석 내부로 말이다.


"허억. 허억."


특별히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아닌데, 숨이 가파왔다.

아마 심리적인 압박에 따른 요인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정신이 지치자. 육체 역시 피로감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우끼끼!"

"우끼!"


기영은 두 마리의 새끼 원숭이들이 시키는 대로, 궁궐 중앙에서 엎드려서 죽어 있는 미후왕의 시신을 바르게 눕힌 다음 흑오공과 연결해서 미후왕의 심장을 갈랐다.


콸콸콸!


온천수처럼 뜨거운 김이 서린 미후왕의 핏물이 기영의 옷을 적셨다.

그리고 재빨리 밖으로 나가서 왕삼과 맹초롱을 안고, 그들을 미후왕의 심장 속에 넣었다.


"우끼끼!"


이번에는 백오공이 자신의 차례라며, 기영과 동기화하였다.

재빠르게 갈라진 심장을 술법으로 봉합하고, 기영은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백오공이 말하길 대요괴의 기혈에는 강력한 회복 능력과 생명력이 깃들어져 있어서. 그것들을 왕삼과 맹초롱에게 주입시켜서 둘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물론, 요괴의 피를 수혈하는 꼴이니. 이후 후유증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쉽게 생각이 되는건 역시 탈인간화거나, 요괴화되겠지.'


본래 시나리오상에서 탈락해야 하는 캐릭터가 계속 살아가는 것에 이만한 개연성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 기영의 양 옆에 미후왕의 혼백에서 태어난 새끼 원숭이들이 없었다면 또 그들의 시신을 기영이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면.

그런 추측들을 통해서 자신에게 그나마 실날 같은 희망이 닿았음에 감사했다.


뻥!


순간 가슴에 답답하게 묵었던 것들이 시원스럽게 뚫리는 기분이었다.




***




"뭐, 어차피 결국 정각 대사께서 마인들을 다 쳐 죽이셨겠지."


이곳은 하남성(河南省).

하남성에서 가장 유명한 것들이 무엇인가 하고, 천하인들에게 묻는다면 대다수가 아홉 왕조의 도읍이었던 역사 도시 낙양(洛陽)과 중원 오악 중 하나인 숭산(嵩山) 그리고 그곳에 자리를 잡은 천년고찰 소림사(少林寺)를 꼽을 것이었다.

그런 만큼 하남성에서 소림사를 비롯한 불교의 대사들이 많이 유명했고, 이름난 고승들의 불법들도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소림사 출신의 천수여래장(千手如來掌) 정각대사 역시 그러한 배경에 힘 입어서 많은 백성들과 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주로 소림사에서 기거하는 불생불(佛生佛) 혜능대사와 다르게 정각대사는 활동적으로 탕마멸사에 가장 진취적인 활동을 거듭했고, 비록 명망은 혜능대사가 더 높았으나. 인기는 정각대사가 더 백성들에게 친화적인 고승이었다.

그런 만큼 대꾸하는 행상인에게는 정각대사에 대한 신심이 엿보였다.


"아쉽지만 정각대사의 활약상은 아직 들려오지 않았어. 하지만 다른 소식들이 전해지며 큰 풍파를 끼쳤지. 대표적으로, 많은 협객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서 사망함으로, 도적떼들이 크게 창궐할 것이라는 예측 전망이야."


친구의 대답에 그제야 식사에만 열중하던 행상인들이 하나같이 눈이 망둥어처럼 툭 튀어나와서는 화들짝 놀랐다.

도적떼들이 크게 창궐할 것이라는 소식은, 마을과 도시, 도시와 성도, 성도와 산간 벽지를 오가는 행상인들에게 절대 좋은 소식이 아니야.


"그만큼 많이 죽었단 말인가?"

"맞아. 전쟁도 아닌데 시체로만 작은 언덕을 쌓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무인들이 죽었다더군."


이야기를 듣던 행상인들이 하나 같이 거무죽죽한 얼굴로 말을 잃었다.

앞서 말했듯이 하남성은 정도 무림에서 태산북두로 손꼽히는 소림사가 유명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하남성 내부에서 자잘한 도적떼들은 많으나, 진정으로 패악을 부리는 마도, 사파 세력들은 없었다.

하지만 다르게 말한다면 도적떼들을 통제할 수 있는 중추가 되는 세력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였다.

다행히 또 소림사가 간단하지만 빠르게 강맹한 무공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소림오권이나, 금강권, 나한권 등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널리 퍼뜨렸고, 때문에 많은 협객들이 나타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하남성은 소림사가 있어서 거대 사파 세력들이 없고, 소림사의 무공을 배운 협객들이 있어서 도적떼들 역시 그렇게 많이 활약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통해서 협객들이 많이 죽었다고 말하니.


"좋을 호(好) 시절 다갔군."


도적떼들의 창궐은 행상인들을 비롯한 힘이 없는 백성들에게 생활과 연관이 된 아주 큰 일이었다.

대표적으로 물류 수송에서 이전과 다르게 안전을 위해서 무인들과 상행의 규모를 키워야 했고, 그런 과정들은 당연히 판매 가격의 인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었다.

객잔에 모인 행상인들처럼 자기 몸만한 봇짐과 자신들과 같은 행상인들끼리 모여서 물건을 팔러 다니는 행위는 앞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불만을 토로하는 행상인들을 보며, 정선룡은 몇 마디를 더 걸어보고 싶었지만 곧 그만두었다.


'이제 와서, 내가 그들의 이야기 몇 소절을 더 듣는다고 무슨 영광이 있을까.'


정선룡은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던, 자신의 사라진 팔을 바라보며 급격하게 마음이 우울해졌다.

무인으로써 외팔이가 되었으니. 사실 앞으로 과연 자신이 무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애써 의연한 척을 하고, 담담하게 현실을 마주한 것처럼 세상을 대하고는 있었지만 문득문득 정선룡은 자신의 삶이 끝난 것이 아닌가. 스스로에 대한 강한 자아비판이 치솟았다.


'팔 병신, 추락한 명예, 아버지의 죽음.'


만약 지금 정선룡의 인생에 파천검제(破天劍帝) 노윤에게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조차 없었다면.

진작에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수 십번은 더 끊었을 것이었다.


'천절검사의 허명도, 인방(人幇) 97위의 공적도, 지금 내게는 다 부질없다. 나의 삶은 이제······.'

"요리 나왔습니다!"


어느새 점소이가 소면과 찐빵들을 내왔다.

뜨끈뜨끈한 국물에 거칠게 제면 된 국수들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을 젓가락으로 콕 집어서 입에 넣었다.

찐빵의 맛이 괜찮았다.


'······복수귀(復讐鬼)의 삶 뿐이야.'




***




기영과 막천승, 화린 등은 천화산 산기슭에 자리를 잡은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무접곡으로 갈 때만 하여도 무인 100명과 호호탕탕하게 길을 걸었던 그곳을 지금은 달랑 셋만 남아서 마을로 귀환하는데, 당연히 셋 모두 침울한 기분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특히 왕삼과 맹초롱의 치명상들은 그들과 매일 함께 했던 기영과 화린에게도 큰 심적 부담감으로 다가와 그들을 두고두고 괴롭혔다.


"정말 초롱이가 괜찮은 것 맞지?"

"그 질문만 벌써 1001번은 들은 기분인데, 다시 대답을 해주자면 괜찮아. 걱정하지 마. 이 오빠만 믿어."

"너는······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도 농담할 기분이 나? 그러고도 네가 인간이야."

"······."


기영은 입이 근질근질 거렸다.

그러다가 결국 입을 한 일(一)자로 다물었다.

왕삼의 상세도 아직 제대로 낫지 않았어. 농을 던지기에는 지금은 상황이 그렇게 아주 좋지는 않아.


"미안해."

"알면 됐어. 그리고 앞으로 내 앞에서, 또 '오빠' 소리가 들리면 네놈의 불알을 터트려주겠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기영은 화린의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뭘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난 분명히 말했어. 어디서 고추도 쪼만한게 매번 내 앞에서 오빠야! 내게 오빠는 이 세상에서 오직 1명 뿐이라고!"

"고, 고추가 왜 쪼만해!!!!! 네가, 네가 봤어?!"


화린의 두 눈동자가 기영의 사타구니를 향했는데, 가소롭다는 시선이 가득했다.


"안 봐도 뻔하지. 너처럼 촐싹 거리는 녀석의 고추는 네 알량한 마음처럼 촐싹 거리기만 하겠지. 설마 덜렁 거리기라도 할까 봐."


기영은 화린의 대꾸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 기영이 알던 화린이 아니야. 도대체 그들이 헤어졌던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지?

말하는 투가 결혼하고, 애 셋 정도 낳은 유부녀들의 39금 얼큰한 오뎅 국물맛이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미혹, 의혹, 의심이 들었다.

설마하지만 진천검에 대한 생각이 끼쳤다.

기영이 화린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던 차.


"공자님, 아가씨. 앞에 당충 장로님이십니다."


막천승이 둘을 현실로 이끌었다.


"공자님! 아가씨!"


저 멀리서 당충이 놀란 얼굴로 서둘러 기영과 화린에게 달려왔다.


"장로님!"

"장로님!"


당충은 황망한 얼굴로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기영, 화린 그리고 막천승만 살아남은 것에 형용할 수 없는 눈빛으로 셋을 둘러봤다.

그리고는 감격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아가씨와 공자님이라도 이렇게 살아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정말로 조상님들이 도와주신 덕택입니다."


기영은 당충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살아돌아온 것은 분명히 기쁜 일이지만 죽은 이들을 생각하면 속 편하게 기뻐할 수 없어.


"이리로 오십시오.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셋은 당충의 인도대로 걸어갔다.

기영은 마을 내부의 정경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마을 곳곳에 죽은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향불과 죽은 이들의 가족들로 보이는 참배객들로 인해서 거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하얀 삼배로 만든 옷을 입고서 비틀거렸다.

곳곳에 절에서 온 스님들이 죽어간 이들을 위한 독경을 외우고, 죽은 무인들의 가족으로 추정 되는 이들이 비통과 참담함이 느껴지는 비명소리들로 인세의 지옥을 형성했다.


"아이고. 아이고! 이렇게 갈거면 왜 그리 고생만 하다가 가셨소."

"나쁜 녀석! 나쁜 녀석! 어찌 이 어미만 두고, 그렇게 가느냐. 차라리 나도 데려가라."

"아버지."


그들 사이를 지나쳐서 기영과 화린 등은 하나의 장원에 도착했다.

결코 크기가 작지 않은 장원으로, 입구에 <청운장>이라는 멋진 필체의 간판도 있었다.


"이곳은?"

"죽은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 잠시 장원을 빌렸습니다."

"죽은 이들?"


당충은 가타부타 말로 대답하지 않고, 직접 장원 안으로 들어가서 내부를 보여주었다.

장원의 입구를 지나쳐서 장원 안으로 들어가자 기영은 장원의 마당에 가지런히 놓인 여섯 개의 관을 발견했다.

단단히 밀봉을 하였겠지만 여섯 개의 관에서 염(殮)한 냄새가 은은히 풍겨왔다.


"······."

"······."

"······."


관을 보는 순간 기영, 화린, 막천승 역시 말을 잃었다.

확실히 그들이 싸웠던 곳도 치열했지만 그렇다고 당충들이 갔던 천화산 내부도 간단하지는 않았어. 그곳에서도 드라마가 펼쳐졌을 것이고, 결국 희생 당하는 사람들이 나왔어.


'인생이란 참으로 참담하다.'


눈 앞에 죽어간 이들 모두 천하일절(天下一絶)이라 불리는 사천당가에서도 내노라하는 인재들이야.

어떤 부모의 자랑스러운 아들이고, 형제, 자매들의 자부심이야.

사천당가 정도가 되는 세력이 "우리 세력의 무인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면, 그들 모두 또래에서 가장 실력이 탁월한 이들이었지만 결국 이곳에서 꽃잎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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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4화 등용단(登龍團) (02) 24.06.27 104 3 13쪽
46 제4화 등용단(登龍團) (01) 24.06.26 113 2 13쪽
45 제3화 천화산(天花山) (26) 24.06.25 123 3 13쪽
» 제3화 천화산(天花山) (25) 24.06.24 102 3 12쪽
43 제3화 천화산(天花山) (24) 24.06.21 112 3 12쪽
42 제3화 천화산(天花山) (23) 24.06.20 110 3 12쪽
41 제3화 천화산(天花山) (22) 24.06.19 117 3 12쪽
40 제3화 천화산(天花山) (21) 24.06.18 109 3 12쪽
39 제3화 천화산(天花山) (20) 24.06.17 114 3 12쪽
38 제3화 천화산(天花山) (19) 24.06.14 120 3 12쪽
37 제3화 천화산(天花山) (18) 24.06.13 124 3 12쪽
36 제3화 천화산(天花山) (17) +1 24.06.12 136 3 13쪽
35 제3화 천화산(天花山) (16) +1 24.06.11 135 3 13쪽
34 제3화 천화산(天花山) (15) 24.06.10 141 3 13쪽
33 제3화 천화산(天花山) (14) 24.06.07 145 3 13쪽
32 제3화 천화산(天花山) (13) 24.06.06 145 3 13쪽
31 제3화 천화산(天花山) (12) 24.06.05 153 3 13쪽
30 제3화 천화산(天花山) (11) 24.06.04 148 3 12쪽
29 제3화 천화산(天花山) (10) 24.06.03 152 4 13쪽
28 제3화 천화산(天花山) (09) 24.05.31 164 4 13쪽
27 제3화 천화산(天花山) (08) 24.05.30 14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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