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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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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8.03.1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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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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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a~port Liarta - 6장 기사의 꿈 #04

DUMMY

제 6장 기사의 꿈 #04



루치야는 비 오듯이 땀을 흘리며 사냥길을 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 새로 입었던 새까만 원피스가 땀에 흠뻑 젖어 몸에 착 달라붙었다. 오랜만에 아란을 만나기 위해서 입었던 새 옷이다. 최근 루치야는 아란이 놀러오지 않자 불안해진 상태였다. 매일 제집처럼 사야저택을 드나들던 아란이었는데, 요새는 그 발걸음이 뜸해졌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나하고 불안해진 루치야는 요 며칠 동안 만나면 물어 봐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 사냥길을 오르는 아란과 이얀을 보았다는 집사 할아버지의 말에 이렇게 준비를 해서 찾아가고 있었다.

새 옷의 어색함에 땀이 차서 달라붙자 그 특유의 불쾌감이 루치야의 전신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루치야는 한쪽 손에는 도시락바구니를 들고 낑낑대며 사냥길을 오르고 있었다. 소녀의 하얀 양말이 땀과 흙먼지에 쩔어 갈색으로 변색되어있다.

그렇게 얼마쯤 더 올라가던 소녀는 조금 지쳤던지 산 길가에 있는 바위 위에 앉았다.

너무 힘들다. 소녀가 바위에 앉아서 맨 먼저 떠올린 생각이었다. 이것의 이유는 명백했다. 심각한 운동부족과 선천적으로 타고난 뚱뚱한 몸.

루치야는 이런 자신의 몸을 저주했다. 이런 몸 덕분에 함부로 집밖을 나가지도 못하였고, 마을로 나다니지도 못하게 되었다. 아란이나 다른 집안 어른들 없이 마을로 나가는 것은 빅터를 비롯한 마을 소년들의 표적이 되기에 충분한 자살행위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치야가 혼자 집밖으로 나오는 것은 마을로 나가갈 때가 아닌 사야저택의 뒤편의 사냥길을 이용할 때뿐이었다.

루치야는 자기가 이렇게 된 것은 죄다 뚱뚱한 자신의 외모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생각하자 자기 몸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소녀는 자신의 배를 한번 꼬집어본다. 뚱뚱한 몸매답게 또래 소녀에 비해 큰 가슴 아래로 그에 맞먹는 뱃살이 소녀의 손에 잡혔다. -아아 소녀는 좌절했다. 이렇게 현실을 자각할 때마다 죽고 싶었다.

문득, 도시락바구니를 열어 조그만 손거울을 꺼내서 비추어 본다. 하얀 피부에 통통한 볼살을 가진 소녀가 슬픈 표정을 하고 거울 속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볼살 때문에 둥글둥글한 인상을 주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뚱뚱한 얼굴,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소녀는 긴 옆머리를 쓸어내려 볼을 가려본다.

흑단 같은 긴 검은색의 생머리가 소녀의 볼을 가렸지만, 전혀 예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분이 나빠진 루치야는 손거울을 내팽개치듯이 도시락바구니에 던져 넣고는 언젠가 마을에서 보았던 어느 한 소녀를 생각했다.

리리스.

그 소녀의 이름이었다. 루치야 자신이 보기에도 가장 이상적인 외모를 가진 예쁜 소녀. 그 소녀를 생각하자, 굉장히 초라해지는 자신이었다. 만약 자신이 그 소녀만큼만 예쁘고 날씬했더라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을 텐데. 아니, 그 정도 말고도 그냥 자신의 동생처럼 날씬하기만 했더라도 이만큼 걱정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루치야의 여동생, 리나스 사야는 루치야 자신과는 정 반대로 가냘플 정도로 빼빼 말랐다. 어렸을 적에 루치야의 어머니는 그런 리나스가 불쌍해 보였던지 각종 몸에 좋다는 약들을 사서 먹였었다. 그 덕분인지 리나스는 지금까지도 감기한번 걸리지 않는 건강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오히려 아파서 자주 몸져눕는 쪽은 뚱뚱한 루치야였다.

리나스는 언니인 루치야와는 전혀 반대의 특징을 가진 소녀였는데, 성격이 활달하고 밝은데다 아주 활동적이었다. 비록 지금은 엄한 집안의 규율 덕분에 하루 종일 집안에 갇힌 채 가정교사의 수업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루치야는 그런 동생이 내심 부러웠다.

그렇게 앉아 있으려니 땀이 좀 식었는지 괜찮아졌다. 루치야는 앉아있던 바위에서 일어나 치맛자락을 -탈탈 털었다. 이제 다시 올라가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려는데, 길 저쪽 위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듯 한 인기척이 들렸다.

소녀는 갑자기 겁이 덜컥하고 났다. 루치야에게 밖에서 만나는 사람은 소녀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품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빅터나 동네 소년들일지도 몰랐다. 정말 그네들이라면 큰일 이었다.

저번에 자신과 아란을 괴롭히다 이얀에게 두들겨 맞았던 그들은 자신에게 깊은 앙심을 갖고 있을게 틀림없었다. 게다가 그 후로 종종 집안 어른들을 따라 마을로 나설 때, 빅터와 소년들이 무서운 눈초리로 자신을 째려보곤 했던 것이 기억났다. 물론 어른들과 함께 있는 루치야를 어쩌진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소녀를 겁먹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고 굳어있는데, 인기척의 주인공의 모습이 육안으로 확인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놀랍게도 저기 저 앞, 길 위쪽으로 보이는 인영의 주인공은 아란이었다.

루치야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갈색머리의 소년을 바라본다.

소년은 지금 빠른 걸음으로 사냥길을 내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왠지 잔뜩 화가 난 채 성큼성큼 빠른 속도로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씩씩거리며 사냥길을 내려오고 있던 아란은 그 때문인지 아직 루치야를 발견하지 못한 듯싶었다.

루치야는 소년의 화난모습에 겁을 먹기는 했지만, 조심스럽게 소년을 불렀다.

"아, 아란…?"

"……?"

아란은 사냥길을 내려오다 말고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어 앞을 본다. 놀랍게도 루치야가 도시락바구니를 든 채 눈앞에 서있었다. 소년은 당황했다.

"루, 루치야?"

"아, 응……."

"웬일이야? 네가 혼자 여기까지 다오고?"

"아니, 집사할아버지가 네가 아침에 이쪽으로 올라갔다 길래. 같이 점심이나 먹을까 하구……. 그런데, 왜 벌써 내려와? 무슨 일 있었어?"

루치야의 조심스런 물음에 아란은 이얀을 떠올리고는 인상을 팍 찌푸린 채 말한다.

"아니……."

"정말?"

"이얀이 짜증나게 군것 말고는 별다른 일은 없었어."

"이, 이얀이?"

루치야는 의외라는 듯이 놀랬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은 마을에서 친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단짝친구가 아닌가. 그런데 몹시 다툰듯한 말투였다.

"혹시, 둘이 싸웠어?"

"아, 그게… 다퉜달지, 아녔달지 애매한데…쏟아 부을, 그냥 다툰 걸로 하자."

꽁해진 채 횡설수설하는 아란을 바라보던 루치야의 머리위로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루치야가 못 알아들은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자 아란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들어 절레절레 흔든다.

"에이, 그냥 신경쓰지마 아무것도 아냐. 그냥 나 혼자 발끈했을 뿐이니까. 루치야는 몰라도 돼."

"……."

루치야는 괜스레 걱정이 되는지 아란 쪽을 흘끔흘끔 쳐다본다. 소년은 그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말을 돌렸다.

"아, 어쨌거나, 괜찮으니까. 일단 자리를 옮기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도 뭣하니까."

"으, 응……."

일부러 씨익하고 억지로 미소 짓는 아란이었지만, 루치야의 걱정스럽다는 눈빛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아란의 말대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움직이려 할 때 였다. 루치야의 머리위로 물방울이 -톡 하고 떨어졌다.

"어?"

"으음?"

아란도 물방울을 맞았는지 위쪽을 올려다본다. 어느새 하늘 전체를 뒤덮고 있는 먹구름이 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맑은 날씨였는데, 지금은 잔뜩 흐려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야단났다고 여긴 아란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마을까지 내려가기 전에 한바탕 쏟아 부을 것 같은데?"

"응, 그럴 것 같아."

"어쩌지? 지금이라도 뛰어서 내려갈까? 루치야네 집은 그래도 마을보단 가까우니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것 같은데?"

소년은 말해놓고도 곤란해 한다. 만약 자신의 생각보다 일찍 쏟아 붓게 되면, 옷은 고사하고 책까지 홀딱 젖을 것 같았다. 옷이야 뭐 말리면 된다지만, 책이 젖게 되면 곤란했다. 잉크가 번지거나 페이지가 불어나게 되어 못쓰게 되기 때문이다. 아란이 그렇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루치야가 머뭇거리다 제안했다.

"그냥, 소나기 같은데, 근처에서 잠깐 비를 피하다가 가지 않을래?"

"에? 그런 곳이 있어?"

아란은 루치야가 자신도 모르는 그런 곳을 알고 있다는 게 어지간히도 의외였던지,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으응, 지금은 쓰이지 않는 커다란 풍찻간인데, 저쪽 언덕만 넘어가면 보이거든. 그곳이라면 잠시 동안 비를 피할 수 있을 꺼라 생각해."

"아, 거기? 산중턱에 있는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풍찻간?"

"응."

거기라면 아란도 어딘지 알 것 같았다. 사야저택을 기준으로 사냥길과는 반대편에 있는 낡은 풍찻간. 아주 오래전에 세워졌다는 풍찻간은 지금은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폐허가 되다시피한 건물이었다.

바람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였는지, 무지막지하게 높게 세워진 그 풍찻간은 예전에는 하얀 호수마을의 보물이었을지 몰라도, 물레방아를 주로 사용하는 지금으로서는 마을의 골칫거리중의 하나였다.

철거하자니 너무 높게 세워진데다 철거비용도 만만찮게 들것 같아 마을 어른들은 물론 촌장마저도 손을 놓은 사안이었다. 그래서 마을의 숨겨진 명소로 은근슬쩍 물 타기하려는 풍찻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보는 사람은 전무했다. 산중턱에 세워진데다 건물 한 채가 덩그러니 서 있는 것 빼고는 볼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라? 루치야, 그럼, 가본적 있어?"

"아니, 가본적은 없는데……."

"어떻게 아는 거야. 그러면?"

"아, 그게 사실 우리 집에서 창문으로 그 풍찻간이 보이거든. 그래서…."

평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는 건가? 아란은 대충 납득했다. 그런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빗줄기가 서서히 굵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 아란은 루치야에게 말한다.

"루치야, 그럼 일단 거기로 가자."

"응. 알았어."

소년과 소녀는 산중턱에 있다는 풍찻간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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