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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 님의 서재입니다.

마 왕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현대판타지

완결

rlaalstn719173
작품등록일 :
2021.03.24 09:17
최근연재일 :
2021.03.28 06:0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200
추천수 :
1
글자수 :
28,792

작성
21.03.26 06:00
조회
29
추천
1
글자
11쪽

마왕 3편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DUMMY

나는 사내의 손끝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풀죽은 모습의 젊은날의 내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며 사내가 말했다.


" 사람들은 남 탓을 하지...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해선 남들보다 아는 게 없지...."


그 말을 들은 나는 얼굴이 후끈 달아 올랐다.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고개를 돌린 곳엔 소영이가 잔디밭을 가로지르며 달려 오고 있었다.

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지은 채....


" 건우야...."


소영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일주일 동안 연락도 안 하고...

내가 전화 할려다 자존심 상해서 연락 안 했는데...

그렇다고 끝까지 연락을 안 해...

내가 네 생각을 모를 거 같아?

한번만 더 그러면...."


소영이는 눈을 한번 흘키고는 종달새처럼 조잘 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소영이를 보며 말했다.


" 아무래도 소영이가 저 아이한테 호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내 말을 들은 사내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 틀렸네..."


사내의 단호한 말에 나는 무안해졌다.


'그럼 그렇지...

나같이 못난 놈에게 소영이가 호감을 느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나를 보며 사내가 말했다.


" 저 소녀는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네..."


그 말을 들은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 그럼...

소영이와 저 아이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는 말입니까?"


내 말을 들은 사내는 감정이 묻어 있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 쯤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 아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건...

저 풋내기가 아니라...

연륜과 관록이 쌓인...

늙은 자네란 말일세..."


나는 그 말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 그럼 두 사람은?...."


" 만남이 이어질수록 저 아이는 자네에게 실망을 하겠지...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 말게...

평생 사랑만 받고 자랐던 그녀 가슴에 성숙한 남성의 모습이 이상형으로 자리하게 되었으니...

그 덕에 그녀는 결국 속 깊은 남자를 만나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평생 행복했다네...

그러니 그녀는 평생 자네에게 감사 해야겠지...."


나는 사내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학처럼 고귀 했다.

모두가 그녀를 좋아했으며 그녀가 원한다면 모든 걸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젊은 날의 나와 소영이를 바라보았다.

팔짱을 낀 채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왠지 한없이 쓸쓸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사내가 말했다.


"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지는 말게...

젊은 날의 자네는 기대 이상으로 성공을 했으니까."


나는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 결국 제가 성공을 했군요."


" 그 프로그램 만으론 젊은 날의 자세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꺼네..."


나도 그 말 뜻을 지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 자네의 연륜이 젊은 자네를 성공 시켰더군...

특허 신청을 마친 자네가 그 기술에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큰 역할을 했더 군...

사실 그 이메일이 아니었다면 자네의 기술은 그대로 버려졌을테니까...."


나는 입을 꼭 다문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 불편한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내의 말이 이어졌다.


" 사실 자네가 만든 프로그램은 그리 대단한게 아니었어...

자네 표정을 보니...

자네도 알고 있는 것 같군...

그런데도 왜 이메일을 받은 기업들이 연락을 했을까?

더구나 기술을 사는 대신 파트너십 계약을 맺다니...

사실 그 기업에서 연락을 한 진짜 이유는 자네가 이메일에 적어 보낸 미래산업 비전 때문이었네...

그들이 예측하고 있던 걸 자네는 정확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젊은 자네와 파트너십 계약을 하게 된 거라네...

재미있지 않나?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는 그런 젊은 자네가...

자 그럼...

젊은 자네의 인생이 얼마나 화려하게 변했는지...

한번 가보자고...."


사내는 또 다시 내 등 뒤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주저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사내가 재촉하듯 말했다.


" 도대체 뭘 망설이나?

자.. 어서 가자고...."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이곳은 내가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던 곳이며...

지금의 아내를 만난 곳이었다.

지금은 사라져 없어진 낡은 빛바랜 5층짜리 건물...

나는 지금 그 앞에 서 있었다.


처음 입사 했을 때는 하루에 수십번 아니 수백 번도 넘게 오르내리던 그 건물이었다.

나는 사내를 돌아보며 말했다.


" 이곳은 오롯이 제 청춘과 함께 한 곳입니다.

죽기 전에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는데...

고맙습니다."


그때의 기억들이 마치 영화처럼 머릿속에 떠오르자 가슴이 먹먹해 왔다.

바로 그때 최고급 스포츠카 한대가 건물 앞에 멈춰 섰다.


그러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그들 중에 7년 전에 돌아가셨던 배불뚝이 대머리 사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김 과장님과 이 대리님까지...


나는 너무 반가워 그들을 불러 댔지만 내 목소리는 대답 없는 메아리 일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스포츠카의 문이 열렸다.

그런데...

그곳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젊은 날의 나였다.

나는 사내를 돌아보았다.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서 였다.

그런 나를 보며 사내가 말했다.


" 보통은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기존의 인생과 별반 달라지지 않지...

하지만 그대는 달랐다.

젊은 날의 그대는 그 기회를 이용할 줄 알았지..."


" 제가 말입니까?"


" 자 저기를 보게..."


나는 사내가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여기는!..."


사장실 쇼파에 앉아있는 내 모습!...

그때 커피를 들고 들어오는 여인이 보였다.

아내였다.

나는 아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젊은날의 아내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 저럴 때가 있었지!...."


나는 사내를 돌아보며 물었다.


" 제가 우리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는 건가요?"


사내는 무심한 시선으로 말했다.


" 아니.. 이 회사를 인수 하게 되지..."


" 그럼 제가.. 이 회사의 사장이 된단 말입니까?"


"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군..."


" 어떻게 그런 생각을?....."


" 자네가 대기업을 마다하고 이 회사에 입사한 건 이 회사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 아닌가?

마찬가지로 젊은날의 자네 역시 이 회사의 가능성을 알아본 거지...

자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젊은날의 자네는 이 회사에 취직하는 대신 아예 이 회사를 인수했다는 점이겠군...."


나는 고개를 돌려 쇼파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젊은 날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그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 졌다.


사장과 마주앉은 채 서류를 검토하던 젊은 날의 내가 좀 전보다 더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이곳은 전체적으로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군요."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말입니다."


" 아!.. 네...."


젊은날의 나는 서류 이곳저곳에 볼펜으로 체크를 하고 있었다.


" 여기 개발 인력과 여기 여기 체크해 둔 인원을 빼곤 모두 해고 하십시오."


" 해고라고 하셨습니까?...."




나도 회사를 다닐 때 우리 회사가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서류를 건네받은 사장의 얼굴에 당혹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 아니.. 한번에 이렇게나 많이!...."


나는 사내를 돌아보며 젊은 날의 나를 변호라도 하듯 말했다.


" 제가 다닐 때도 느낀 점이지만 우리 회사는 좀 비효율적이긴 했습니다.

조금만 더 효율을 높였다면 더 많은 돈을 연구에 투자할 수 있었을 거고 회사는 더 성장할 수 있었을 겁니다."


" 그럴 수도 있겠군...."


사내가 또 다시 손을 들어 내 등 뒤를 가리켰다.

나 역시 습관처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젊은 나와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젊은 내가 앉아 있는 곳은 예전에 배불뚝이 대머리 사장님이 앉아 있던 바로 그 자리였다.

결국 나는.. 사장이 되고 말았다.

문득 사장님과의 일들이 떠올랐다.

사장님은 정말 우리를 한 가족처럼 대해 주셨다.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김 과장과 이 대리가 건물 뒤편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 젠장...

더러워서 때려치던지 해야지...."


김 과장의 말을 들은 이 대리도 거들고 나섰다.


" 김 과장님...

가실 거면 저도 데려가 주세요.

저 거머리 기생충 같은 놈아곤 더이상 같이 일 못 하겠습니다.

아주 우리가 무슨 기계인 줄 안다니까...

역시 구관이 명관 이었어요.

우리 대머리 사장님이 그립다 그리워..."


나에 대한 두 사람의 끝없는 불평불만은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애사심이 깊은 상사들이었다.

내가 30년 가까이 이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두분 때문이었다.


난 단 한 번도 두 분이 남에 대해 험담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 이들이 나에 대해 험담을 하고 있지 않은가...

문득 사내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차마 그를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내는 결코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릴 뿐이었다.

내가 슬쩍 사내를 쳐다봤을 때 사내가 말했다.


" 그대는 부유해 졌으며 또한 명성을 얻었다.

저기를 보게 그대의 화려한 인생을...."


나는 또 다시 사내가 가리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놀란 눈이 퉁방울처럼 커지고 말았다.

나는 너무 놀라 벌린 입을 담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또 다시 사내를 처다 보았다.


" 저.. 저게 뭡니까?"


사내는 무심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자네의 화려한 인생이 아닌가...."


나는 제차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또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뒤틀린 욕망 처럼 젊은 날의 나와 사랑을 나누고 있는 수많은 여인들의 모습이 마치 활동 사진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구역질이 치밀었다.

나는 아내에게 용서받지 못 할 죄를 지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죄를 짓고 말았다.




다음편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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