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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B 님의 서재입니다.

다 마법 쓰는데 혼자 주먹 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GreatB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8
최근연재일 :
2020.07.06 14:0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4,900
추천수 :
507
글자수 :
286,062

작성
20.06.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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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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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부순다.

DUMMY

1.


몸을 둘러쌌던 수십 겹의 혈기를 잃은 것도 모자라, 전면부의 비늘에 작은 상처까지 남았다. 슬램의 전력을 담은 단(鍛)은 크림슨에게 고작 그 정도의 영향을 끼쳤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전혀 지장이 없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상처에 크림슨은 놀라고 있었다.


- 놀랐다. 인간이, 그것도 미스가 이 정도까지 할 줄이야.


방어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썼음에도 몸에 상처가 났다는 건, 슬램의 공격력이 크림슨의 방어력을 뚫었다는 것이었다. 한 순간이나마 자신의 전력을 웃돈 그를 크림슨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뱀 같은 섬뜩한 목소리가 슬램을 휘감았다.


- 놀란 만큼 정말로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너를 지금 만난 것을 말이야.


드래곤의 몸을 가진 뱀, 크림슨은 인정한 상대를 살려둔 적이 없었다. 그의 아가리가 쩌억 벌어졌다. 날카로운 이빨은 그 어떤 질긴 것도 바로 찢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이빨을 보인 이유는 그것을 무기로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 지금 만난 덕분에, 더 성장하기 전에 이리도 쉽게 너를 죽일 수 있으니까!


크림슨이 심장이 고동쳤다. 소진되었던 혈기가 빠르게 보충되어, 그의 목구멍에서부터 올라왔다. 용종이 내뿜는 파괴의 의지, 숨결이었다.

밀도가 높은 탓인지 검은색에 가까운 붉은 빛이 슬램을 향해 쏘아졌다. 경로 위의 모든 것을 지워버릴 수 있는 파괴의 의지, 자기 몸 하나 피신하는 것은 쉽지만 그렇게 한다면 그의 뒤에 있는 미르와 흑룡이 소멸할 것이 분명했다.


- 날 위협하는 버러지들.. 전부 사라져라!


크림슨도 그걸 노렸고, 슬램은 피할 수 없었다.


“후우.”


들이닥쳐 오는 재해 앞에서 슬램은 숨을 깊게 뱉은 후,


“스읍.”


크게 들이쉰 후,


“어림도 없어!”


아직 단(鍛)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주먹을 뻗었다.


파수유권 – 권륜(拳輪) - 단(鍛)


부순다는 의지를 담은 폭풍이 몰아쳤다.

마법의 극의(極意)인 흑룡의 숨결을, 도시를 집어 삼킨 살점의 바다를 정면에서 박살낸 폭풍이 이번엔 거대한 힘 그 자체인 핏빛의 숨결을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


세상이 뒤집히는 굉음을 내며 두 재해가 충돌하자, 슬램의 표정이 굳어졌다.


“밀린..다고..?”


단발적인 위력 자체는 슬램의 단(鍛)이 더 강했다. 하지만 크림슨의 숨결 또한 강했고, 단(鍛)의 폭풍은 그의 숨결을 한 번에 부술 수 없었다.

한 번 뻗으면 끝인 주먹과 무한으로 공급되는 혈기, 장기전으로 가면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는 명확했다.


쿠구구구...!


점차 폭풍이 잦아들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결국 단(鍛)의 폭풍은 소멸하고 크림슨의 숨결은 세 사람을 집어삼킬 것이 분명했다.

물러설 수 없는 상황,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은 슬램의 기억 속 고라의 가르침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아무 방법도 찾지 못한 채, 폭풍이 흩어지고 파멸이 그의 목전까지 다가왔다.


강력한 파괴의 의지 앞에서 슬램은...



###


폭풍은 내 숨결을 한 번에 집어삼킬 수 없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혈기의 보충에 결국 폭풍은 힘을 잃고 흩어졌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미스는 그대로 숨결에 집어삼켜졌다. 숨결은 그 쓰레기를 잡아먹고도 계속해서 나아가 방어막을 뚫고 나가버렸다. 그 경로에 있던 두 어린 용은 무사할 리가 없었다.

그 증거로 숨결이 지나간 자리엔 파괴의 흔적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미스도, 막내도, 밀라의 딸도 전부 죽은 것이다. 1년만 더 있었다면 분명히 내 목을 노렸을 천재들이 한 번에 소멸했다. 그 사실에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


끝났다고 생각한 탓에 방심한 것일까, 나는 놓치고 말았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이게 되네?라고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2.


죽음이 슬램을 집어삼키기 직전, 슬램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고라가 했던 말 중 가장 난해했던 말.


'천일의 수련을 단(鍛)


만일의 수련을 련(鍊)


무(武)에서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그 긴 시간을 오롯이 수련에만 집중했을 때,


자신이 펼치는 모든 무(武)에 단련(鍛鍊)이 깃든다.'


단련(鍛鍊)에 대한 설명이었다.


어째서 죽음을 앞둔 순간 이 말이 떠올랐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슬램의 머릿속을 스친 이 문장은 지금까지 그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가 생각하고 있던 단련(鍛鍊)과 전혀 다른 길을 제시했다.

될지 안 될지는 몰랐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슬램은 다리에 힘을 주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눈앞의 죽음에서 모두를 피신시킬 수 있을 만큼 빠른, 쾌속(快速)의 의지를 담았다.


파수유권 – 쾌진각(快進脚) - 단(鍛)


슬램의 신형이 사라지고, 동시에 그의 뒤에 있던 미르와 흑룡 또한 모습이 사라졌다. 그 직후,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죽음이 휩쓸고 지나갔다.


“...슬램, 너..”


방금 전까지 죽음을 예감했던 미르가 마치 기적을 목격한 듯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한 팔에 한 명씩 미르와 흑룡을 옆구리에 낀 슬램은 자신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로 작게 읊조렸다.


“이게 되네...”


슬램이 두 용종을 끼고 서있는 곳은 크림슨의 등 뒤, 죽음이 휩쓴 곳의 반대편이었다.

그는 다시 그의 등 뒤에 미르와 흑룡을 안전하게 내려준 뒤, 아직 그를 눈치 채지 못한 채 웃고 있는 크림슨을 향해 몸을 돌렸다.

기습을 할 기회였다. 크림슨이 눈치 채지 못한 틈에 단(鍛)을 때려 박으면, 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한 그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이겨봤자 의미가 없지.”


슬램은 주먹을 쥐었다. 흐름이 그의 주먹을 향해 모여들었고, 무형무색(無形無色)의 흐름은 서로 뭉치고 엮여 백색을 띄게 되었다.

단(鍛)이 아닌, 크림슨에겐 생채기조차 입히지 못할 대단치 못한 일격.


파수유권 – 충파(衝破) - 개(改)


허공을 친 충파(衝破)의 여파가 크림슨의 뒤통수를 향해 뻗어나갔다. 아프진 않은데 기분이 나쁜, 매우 불쾌한 충격에 웃음을 멈춘 그의 고개가 돌아갔다.

뒤통수를 매만지면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거룡을 마주하며, 슬램은 씨익, 하고 미소를 지은 채 외쳤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 핏뱀새끼아!”


- 무슨 수를 써서 살아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가? 의미 없는 주먹을 뻗는 주제에 어찌 그리 미련할 수 있는 거지?


크림슨의 물음에 슬램은 자세를 잡았다. 예전에 지금과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그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크흐흐흐.. 옛날 생각난다. 아니, 그렇게 옛날도 아닌가? 흑뱀이랑 싸웠을 때 죽은 줄 알았던 내가 살아있는 걸 보고, 걔도 너랑 똑같은 소리를 했거든.”


-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크림슨의 아가리가 벌어지고, 그 속에서 혈기가 끓어올랐다. 빠르게 모여든 파괴의 의지가 슬램을 향해 사출되었다.


- 이번엔 아까처럼 피할 수 없을 거다!


일전의 숨결보다 더 범위가 큰, 결투장의 절반을 덮을 정도로 넓은 숨결. 위력은 떨어지지만 피할 수 없는 광범위한 죽음이 슬램을 잡아먹기 위해 이빨을 내밀었다.

흑룡과 미르를 데리고 피하기엔 너무나도 넓은 공격, 막을 방법은 숨결을 받아치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최강의 일격, 단(鍛)으로는 크림슨의 숨결을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기에 사실상 슬램이 살아남을 방법은 없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씨익, 하고 웃을 뿐이었다.


“자, 그럼 어디..”


슬램은 정확한 자세를 잡고, 주먹에 힘이 넣고, 그대로 팔을 뻗었다.


파수유권 – 권륜(拳輪) - 단(鍛)


담긴 것은 전과 같은 쇄(碎)의 의지,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눈앞의 죽음을 부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은 슬램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한 발 더!”


파수유권 – 권륜(拳輪) - 쌍단(雙鍛)


아직 뻗지 않은, 다른 주먹을 뻗었다.

한 쌍의 폭풍, 두 배의 의지가 크림슨의 파괴 의지를 집어삼켰다.


- 뭐.. 뭐?!!


결투장의 절반을 집어삼킬 정도로 광범위했던 숨결은 전부 소멸하고, 그 걸로도 모자라서 폭풍의 여파가 크림슨의 전신을 두들기고 지나갔다.


- 크아아아악!!


푹풍이 지나가고, 크림슨의 거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붉은 비늘에 금이 가고, 그의 속살에 상처가 새겨졌다. 싸우는 데엔 지장이 없는 얕은 상처였지만 그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 나.. 나에게 상처를.. 내 숨결을 부순 것도 모자라.. 상처를 내다니.. 말도 안 돼.. 이런 힘을 어째서 숨기고 있었던 거냐!!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믿지 못하는 그에게 슬램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엔 약간 미안한 기색이 담겨있었다.


“그.. 내가 힘을 숨기거나 한 건 아니고.. 나도 내가 이걸 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 야.”


- ...뭐?


“아니 그도 그럴 게 지금까지는 단(鍛)을 한 번만 뻗어도 상대방이 떨어져나갔으니까 두 번을 뻗을 생각은 못 하고 있었거든? 솔직히 단(鍛)을 쓰고 나면 팔이 아파서 나도 한 번 쓰고 다시 쓰려면 좀 쉬어야 되는 줄 알았어. 너도 알 듯이 단(鍛)이 위력 하나는 절륜하잖아. 뭐랄까.. 나에겐 쓰면 무조건 이기는 필살기 느낌이었다 이거지.”


- 뭐.. 뭐라는 거냐 지금..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크림슨은 슬램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했다간 자신만 바보가 되는 것을 알았기에 머리가 이해를 거부한 것이 더 정확했다.

뒤통수를 긁적이며, 슬램은 그가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뱉었다.


“어... 그러니까.. 단(鍛)이라는 게 의외로 두 번도 뻗을 수 있는 거더라.”


몸이 아플 뿐이지.

결론만 말하자면, 슬램은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할 수 있었는지 몰랐고, 크림슨과의 일전을 통해 자신의 한계가 그의 생각보다 훨씬 멀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말이었다.


“단(鍛)이 몸에 깃든다는 게 이런 말일 줄 누가 알았겠어.”


슬램의 말에 크림슨은 몸을 떨었다. 수치심과 자괴감이 그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만들었다. 미스 따위가 자신을 상대하면서 힘을 숨겨놨다는 것과 그가 가진 힘이 자신이 가진 힘을 훨씬 웃돈다는 것이 그에겐 너무나도 비참한 사실로 다가왔다.


- 크.. 크흐윽...


부들부들 몸을 떠는 블러드 드래곤의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했다. 슬램도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드래곤의 발등을 두어 번 두드린 후, 자세를 잡았다.

갑자기 자세를 잡는 슬램의 모습에 크림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뭐.. 뭘 하려고.. 갑자기 자세를..?


“뭘 하긴? 싸워야지.”


- 이 분위기에.. 싸우겠다고? 내가 치욕을 느끼는 걸로 끝난 거 아니었나?


“뭐라는 거야 이 병신이. 니가 우는 거랑 니가 저지른 짓이 무슨 상관이람? 이거 존나 웃기는 새끼네!”


파수유권 – 권륜(拳輪) - 단(鍛)


제로거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의지의 폭풍이 미처 혈기를 두르지 못한 크림슨의 맨 비늘에 휘몰아쳤다. 그가 태어난 뒤 처음 느껴보는 묵직한 고통, 그는 일격에 금이 간 다리를 붙잡고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혈기투법(血氣鬪法) - 멸군진(滅軍進)


일국의 군대를 멸하는 돌진이 도주기로 쓰였다. 이 행위는 크림슨 가문에 먹칠을 하는 짓이었지만 지금 크림슨의 머릿속엔 그저 살아남아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 크아아아아아아악!!!!


“이정도로 아파해서 되겠냐? 이 개새끼야!”


파수유권 – 쾌진각(快進脚) - 단(鍛)


쫓는다는 의지를 담은 진각은 도망치는 크림슨의 앞에 그의 앞에 슬램을 데려다 놓았다.

그의 눈앞에 슬램이 도달함과 동시에 분노가 담긴 권륜이 거룡의 미간에 꽂혔다.


파수유권 – 권륜(拳輪) - 단(鍛)


저지의 의지를 담은 폭풍에 크림슨의 거체를 휘감은 막대한 혈기가 한 순간에 소멸하고, 힘에서 밀린 그는 돌진하던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콰과과과광!!!!!


결투장 끝에서 끝까지 밀린 크림슨은 방어막에 등을 처박혔다. 혈기로 강화된 방어막에 아주 작은 금이 새겨졌다. 미간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눈살을 찌푸리며 그는 떨리는 두 눈으로 앞을 바라봤다. 저 멀리 슬램이 바닥에 착지하는 것이 보였다.


- 허억.. 허억.. 이.. 이건 있을 수 없어.. 이 내가.. 크림슨이...


“또 그 소리냐? 이젠 지겹다 지겨워.”


- 히이익!


한 순간에 크림슨의 목전까지 다가온 슬램이 자세를 잡았다. 그가 자세를 잡자 크림슨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크림슨은 지금, 자신이 그렇게나 비하하고, 낮잡아봤던 미스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내.. 내가.. 공포를..? 그것도 인간.. 그 중에서도 미스에게..?


크림슨에게는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 더 이상 이성을, 자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 눈앞의 슬램에 대한 공포는 그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었다.


- 시.. 싫어... 싫다고!!!!!!!!!!!!!!!!!


크림슨의 머릿속에서 뚝, 하고 무언가 중요한 것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핏빛 눈은 총기를 잃었고, 그의 아가리에선 침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생각한 것을 포기한 드래곤에겐 본능만이 남고, 블러드 드래곤은 본능적으로 파괴를 행했다.


- 크.. 크으으.. 크아아아..!


펑!


말 그대로 괴물이 된 그의 입에서 혈기의 덩어리가 쏘아졌다. 숨결보다는 떨어지지만 충분히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노리는 것은 슬램이 아닌, 그의 뒤에 있는 흑룡과 미르. 이 결투장에서 그가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이런 미친 새끼가!”


흐름을 통해 빠르게 주먹을 뻗은 슬램은 다행히 혈기를 격추할 수 있었다. 흑룡과 미르가 무사한 것을 본 슬램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쩍 벌어진 아가리를 들이미는 괴물을 바라보았다.

괴물을 보는 그의 눈은 격렬한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곱게 죽을 생각은 마라.”


파수유권 – 권륜(拳輪) - 단(鍛)


아가리를 벌린 채 돌진하던 괴물은 폭풍에 휩쓸려 다시 방어막에 뒤통수를 처박았다.


쾅!!


방어막에 간 금이 크기를 키웠다.

괴물이 일어나려 몸부림쳤지만 그걸 그대로 보고만 있을 정도로 슬램은 멍청하지 않았다.


파수유권 – 권륜(拳輪) - 단(鍛)


두 번째 폭풍이 몰아쳤다. 방어막은 괴물의 거체를 밀어붙이는 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점차 깨지기 시작했다. 괴물의 몸이 방어막에 박혔다. 완벽하게 고정된, 정말로 때리기 좋은 상태였다.


“큭... 후우...”


몇 번이나 단을 쓴 탓에 슬램의 몸도 삐걱대기 시작했다. 모든 관절에서 참기 힘든 고통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슬램은 주먹을 멈추지 않았다.


“흐으읍!”


파수유권 – 권륜(拳輪) - 단(鍛)


몰아치는 폭풍에 괴물의 몸이 방어막에 좀 더 깊숙이 박혔다. 괴물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싶었지만 몸이 고정된 탓에 몸부림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 크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악!!!


그저 비명만 지를 뿐인 괴물을 앞에 두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슬램이 말했다.


“하아.. 하아.. 너가 맞는 이유가 뭔지 알아?”


- 크아악!! 크아아악!!


당연하게도 지금 괴물은 크림슨이 아닌, 크림슨이었던 것에 불과하기에 슬램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슬램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너가 처맞는 이유는, 감히 내 친구들을 건드렸기 때문이야.”


파수유권 – 권륜(拳輪) - 단(鍛)


폭풍이 몰아쳤다.


“감히 내 친구 미르를 울리고.”


파수유권 – 권륜(拳輪) - 단(鍛)


폭풍이 몰아쳤다.


“감히 내 친구.. 흑뱀이를 죽이려 했어..!”


파수유권 – 권륜(拳輪) - 단(鍛)


폭풍이 몰아쳤다.


온 몸으로 단(鍛)을 받은 괴물은 전신의 절반이 방어막에 낀 상태였다. 슬램은 미약한 신음을 흘리는 괴물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게.. 니가 나한테 존나게 처맞다가 뒤지는 이유다.”


그리고 그는 자세를 잡고, 주먹에 힘을 준 뒤, '부순다(碎)'라는 의지를 담았다.


눈앞의 개새끼를 부순다.

미르의 주박을 부순다.

흑뱀이의 위험을 부순다.

부수고,

부수고,

부숴서,

가루만 남아서 아무 의미도 가질 수 없을 때까지 만든다.


그렇게 된다면, 그의 친구들이 상처 입을 일이 없어질 것이기에,


파수유권 - 권륜 - 연단(聯鍛)


설령 자신이 부서지더라도, 그는 눈앞의 괴물을 부수기 전까지 주먹을 멈추지 않았다.


......!!!!!!!!!!!!!!!!!!!!


폭풍의 무리가, 인간의 몸으로 행한 재해가 세상을 비틀었다.


작가의말

으아아아악!!! 연참!!! 대 성공!!! 이렇게 크림슨도 끝! 다음화로 드래곤 아카데미 편도 끝!!! 그 다음 에피소드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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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복실이, 미르 언니. +8 20.06.18 152 6 12쪽
32 계획대로 +4 20.06.17 161 4 16쪽
31 만난 지 한 시간 만에 코가 꿰인다는 게 말이 돼요?! +2 20.06.16 170 7 16쪽
30 폭풍의 신입생(4) +4 20.06.15 165 7 14쪽
29 폭풍의 신입생(3) +4 20.06.12 161 9 13쪽
28 폭풍의 신입생(2) +2 20.06.11 165 7 14쪽
27 폭풍의 신입생(1) +5 20.06.10 180 7 15쪽
26 폭풍의 복학생(2) +4 20.06.09 193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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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나와 함께 학교에 가다오 +4 20.06.05 248 8 11쪽
23 해골 원위치 +4 20.06.04 222 9 14쪽
22 죽지 않을 만큼만 +6 20.06.03 223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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