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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B 님의 서재입니다.

다 마법 쓰는데 혼자 주먹 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GreatB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8
최근연재일 :
2020.07.06 14:0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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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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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
글자수 :
286,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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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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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폭풍의 신입생(3)

DUMMY

1.


"더 해."

"어?"

"더 하자고. 그 캐치피스트인가 뭔가."


크림슨은 핏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팔꿈치를 당겼다. 목소리는 낮았고, 말투에는 오기가 담겨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마나 부적응자의 주먹에 맞았다는 걸,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뭐 하냐? 자세 안 잡고."


크림슨의 분노로 가득 찬 표정에, 슬램은 안쓰럽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친구랑 노는 게 즐거운 거구나... 그래, 얼마든지 놀아주자.


그는 슬프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자."


슬램이 자세를 잡자 크림슨은 주먹에 힘을 불어넣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용종, 그것도 용종 중 최강의 육체를 가졌다는 크림슨 가문의 악력은 주먹 속 빈틈을 없애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 내 차례다?"


슬램의 눈이 크림슨의 주먹으로 향했다. 대련장 내부의 흐름이 그녀의 주먹을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런 힘을 갖고 있으면서 왜.."


예상치 못한 괴력에 그가 놀란 눈으로 크림슨을 바라보던 그 때, 그녀의 정권이 슬램의 어깨를 향해 발사됐다.


파앙!


공기의 벽을 부수며 날아드는 주먹엔 인간의 뼈 따위는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이 담겨있었다.

슬램은 막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자신의 어깨에 주먹이 착탄되어 그대로 날아갔다. 그는 벽에 처박혀 전투불능이 되었다.


"...너 진짜 인간 맞냐?"


그녀의 예상대로라면 분명 그랬어야 했다.


"응. 인간 맞지."

"그럼 지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인간 따위가 S클래스의 레드 드래곤조차 한 방에 실신시키는 내 주먹을 이렇게 쉽게 잡아낸다고?"


그녀가 전력으로 뻗은 주먹은 그의 손바닥에 가볍게 막힌 채 잡혀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슬램의 손바닥이 그녀의 주먹과 충돌할 때, 쾅! 하고 세게 부딪히는 소리는커녕, 터억 하고 캐치볼을 할 때 공을 받는 것 같은, 가벼운 소리가 났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한 거냐."

"뭘?"

"어떻게 내 주먹을 그렇게 가볍게 받은 거냐고!"


그녀는 지금 매우 짜증이 나있었다.

야심차게 뻗은 주먹이 가볍게 잡힌 것과, 슬램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짐작도 되지 않는 것, 그리고 여유를 잃지 않는 슬램의 얼굴까지,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불타는 짜증에 기름을 부었다.

슬램은 역정을 내는 그녀를 보고, 자상하게 웃었다.


"그랬구나, 크림슨이 주먹이 너무 쉽게 잡혀서 화가 많이 났구나."


전설의 그랬구나 화법이 슬램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친구와 노는 것이 서투른 크림슨을 위한 슬램의 특별 조치였다.


"...뭐? 지금 나 놀리냐?“


물론, 당연하게도 역효과였다. 크림슨의 목과 이마에 핏줄이 두둑하고 올라왔다. 그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표시였다.

그런 것도 모르고 슬램은 여전히 자상한 말투를 유지하며, 방금 전 주먹을 잡은 방법을 설명했다.


"그냥 네가 주먹을 뻗는 것보다 먼저 손바닥을 뻗어서 본래의 위력을 내기 전에 잡은 거야. 주먹이 어딜 향할지, 언제 올지 알고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


하늘에 높이 뜬 공이 어디에 떨어질 지만 알면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슬램의 의도치 않은 기만질에 잠시 말을 잃은 크림슨은 작게 실소를 뱉었다.


"하... 쪽팔리게.."


자신의 주먹질을 공중에 뜬 공 취급하는 슬램의 말에 결국, 그녀의 머릿속에서 짜증이 폭발했다. 분노와 흥분이 이성을 누르고 겉으로 튀어나왔다.

자상했던 말투가 깨질 정도로, 그녀의 입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럼.. 이것도 한 번 막아봐.“

“..크림슨?”


그녀의 오른팔에 핏빛의 마나가 휘감겼다. 크림슨 가문의 일원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이속성의 마나, 통칭해서 혈기(血氣)였다.

통상적인 마법에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 신체를 강화할 때 진가를 내는 혈기가 크림슨의 특출한 신체와 만나 극적인 시너지를 발휘했다.

척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기운에 슬램이 표정을 굳혔다.


"표정이 영 좋지 않은데? 무슨 문제라도 있냐?"

"크림슨, 이건 놀이지 싸움이 아니야."

"친구라는 건 대등한 거잖아?"

"..뭐?"


슬램에게 잡힌 왼 주먹을 기준 삼아, 크림슨은 주먹을 뻗어야할 곳을 정했다. 맞더라도 죽지는 않을 곳. 그녀가 노리는 곳은 그의 두꺼운 왼쪽 팔뚝이었다.


"내 진심을 담은 주먹 정도는 받아내야. 진짜 대등한 친구가 되는 거지."


그녀는 활시위를 당기듯 팔꿈치를 천천히 당겼다. 오른팔에 내재된 혈기가 서로 부딪히며 붉은 뇌전을 일으켰다.


파직. 파지직! 파직!


붉은 뇌전이 공기 중에 퍼져있는 마나의 덩어리들을 불태웠다. 그녀의 팔 주변으로 작은 불티가 튀어 올랐다.


..치익!


"간다!"


바닥에 떨어진 불티가 색을 잃은 것을 신호로, 한마디 경고와 함께 크림슨의 주먹이 핏빛으로 화했다. 팔꿈치에 응집된 혈기가 밖으로 발산되며 주먹을 가속시켰다.


크림슨 가(家) 고유 마법 - 혈기투법(血氣鬪法) - 산쇄격(山碎擊)


기술의 명칭 그대로, 산조차 부술 기세의 주먹이 슬램의 팔뚝에 도달했다.


외팔이 친구가 생기겠군. 허전한 어깨 아래를 볼 때마다 내 생각을 하겠지? 상상만으로도 즐겁잖아!


슬램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 그녀에겐 무엇보다도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주먹을 감싼 혈기가 주인의 감정에 따라 더 격렬해졌다.

그녀의 얼굴에 핀 광적인 미소를 보고, 슬램은 그녀에 대한 평가를 정정했다.


“...내가 아무래도 너에 대해서 착각을 했나보다.”


슬램이 뭐라고 하든지 상관하지 않고, 크림슨은 그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주먹을 덮은, 날카롭게 회전하는 혈기의 장갑이 슬램의 팔을 부수기 직전,


파수유권 – 완륜(腕輪) - 개(改)


슬램의 팔이 작은 원을 그렸다.

원의 궤도에 크림슨의 주먹이 걸린 순간, 슬램은 손목을 비틀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카가각!


슬램의 손바닥 안에서 혈기가 날뛰었다. 그녀의 팔을 덮은 혈기는 그것만으로도 흉기였다.

하지만 그의 단련된 손바닥에 상처를 입힐 정도는 아니었다.


“너는 왕따가 아니었구나. 학교폭력을 당하는 쪽도 아니고, 오히려 가하는 쪽이었어.”


처음으로 선보인 그녀의 진심은 너무나도 쉽게 슬램의 손 안에 들어왔다. 양손을 다 붙잡힌 크림슨은 떨리는 눈동자로 슬램을 올려다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머리 하나만큼 키 차이가 났다.


“그 주먹으로 얼마나 많은 상대를 부숴왔을지, 감도 안 온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강타했다.


“크림슨.”

“어.. 어?”


처음 듣는 차가운 목소리에 깜짝 놀란 크림슨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와 눈을 맞췄다. 그와의 눈맞춤은 이번이 두 번째지만, 깊고 투명한 눈동자는 여전히 적응이 안됐다.


“왜.. 왜! 왜 부르는데!”


슬램은 말없이 크림슨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지금까지의 자상하고, 따뜻하며 어딘가 슬퍼 보이는 눈빛이 아닌, 그저 담담할 뿐인 눈빛이었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에, 그녀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화를 냈다.


“아니 보자보자 하니까 누굴 진짜 보자기로 아나, 야! 나 크림슨이야 크림슨! 너 따위 인간이, 그것도 마나 부적응자가 감히 쳐다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진짜로 죽고싶..”

“크림슨.”

“...응.”


슬램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그녀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깝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크림슨의 머릿속을 관통했다.

입을 다물고 자신을 지그시 볼 뿐인 그녀의 모습에, 그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만약 네가 내 친구가 되기 전에 네 본성을 알았더라면 너에게 이런 말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어쩌겠어? 이미 우리는 친구 사이가 되었는데.”


슬램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도와줄게.”


크림슨은 눈앞의 이 남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내민 손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저 손만 잡으면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는 걸까? 손을 잡지 않으면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는 건가?

그녀로서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그녀의 심장을 옥죄었다.

당장이라도 그의 손을 붙잡고 싶었지만, 그녀의 가슴속에 아직 남아있는 한 덩어리의 자존심이 입과 성대를 움직였다.


“뭐.. 뭘 도와줄 건데?”


크림슨을 아는 용종들이 들으면 경악할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녀의 물음에 슬램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분노조절.”

“...뭐라고?”

“쭉 보니까 크림슨은 화를 못 참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상처 입혔고, 결국 외톨이가 돼서 혼자 쓸쓸하게 빈 교실에 숨어있는 처지가 되었고. 내 말 맞지?”

“...허.”


외톨이, 쓸쓸하게, 숨어있는.

바벨에서 가장 강한 학생인 크림슨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세 마디의 말이었다. 방향만 달라졌을 뿐, 그는 여전히 그녀를 착각하고 있었다.


“너..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데..”

“손이 먼저 나가는 걸 후회하는, 한 대의 매보다 한마디의 따뜻한 말이 필요한 비행 청소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온 그의 대답에 그녀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비행 청소년..? 한마디 따뜻한 말..? 외톨이..? 분노.. 조절?”

“크림슨?”

“나를.. 이 크림슨을.. 그따위 잡스러운 단어로 정의내렸다.. 이건가..?”

“잠깐 크림슨 갑자기 왜 그러는..”

“닥쳐라 인간! 너는 나를 모욕했다!”


심장을 옥죄던 감정이 순식간에 힘을 잃고 흩어졌다. 감정이 사라져 텅 비어버린 가슴에 분노가 차올랐다. 빠르게 차오른 분노는 눈 깜짝할 새에 한계를 넘어 그녀의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너는.. 너는..내 친구도 아니야!”


심장에서 우러나온 혈기가 그녀의 전신을 감쌌다. 혈기로 이루어진 핏빛의 구체가 그녀를 집어삼켰다. 그녀를 집어삼킨 구체는 급속도로 크기를 불려나갔다.

슬램은 이와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그가 생각한 상황이 맞다면 가만히 보고 있어선 안됐다.


파수유권 – 쾌진각(快進脚) - 개(改)


쾅! 콰광!


대련장의 단단한 바닥에 발자국이 새겨졌다. 슬램의 신형이 사라지고, 동시에 커다란 주먹이 그가 있던 장소를 파괴했다.

멀찍이 떨어진 슬램이 구체를 찢고 나온, 검붉은 비늘로 덮인 팔을 보고 외쳤다.


“갑자기 왜 그래 크림슨! 내가 뭔가 잘못했어?”


대답 대신 핏빛 구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마치 알을 깨고 나오듯, 다른 부위들이 구체를 부수며 모습을 드러냈고, 구체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깨지자 강력한 충격파를 일으키며 붉게 빛나는 거체가 전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젠장.. 이런 방식으로 보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어떠한 마법도 튕겨내고 웬만한 물리력으로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 비늘, 이 넓은 대련장을 거의 꽉 채울 정도로 거대한 몸집, 하늘을 가릴법한 넓은 날개, 용에게는 없는 굵직한 두 팔과 두 다리, 모든 것을 씹어 삼키고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는 커다란 아가리.


“그래도, 생각한 것보다 훨씬 멋있네.”


슬램의 시야를 가득 채운 건, 그가 언젠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던 바로 그 생물, 드래곤이었다.

블러드 드래곤 크림슨이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포효했다.


- ......!!!!!!!!!!


용종의 마법으로 강화된 대련장의 벽에 금이 갈 정도로, 격한 마나가 분출되었다. 완륜으로 포효를 흘려낸 슬램은 크림슨을 향해 자세를 잡았다.


“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크림슨!”

-닥쳐라 인간! 널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다!


혈기투법 – 멸군진(滅軍進)


혈기를 몸에 두른 크림슨이 슬램을 향해 돌진했다. 군대를 멸할 수 있는, 스치기만 해도 목숨을 잃을 것 같은 위력의 돌진에도 그는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피하는 대신,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흐름이 모여들었다.

고라에게 배웠던 분노조절이 힘든 사람의 고민을 해결하는 법이 그의 머릿속에서 번뜩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한 슬램에게 크림슨의 거체가 쇄도했다.


콰과과과과과!!


지척까지 다가온 거체를 향해 슬램은 주먹을 뻗었다. 흑룡을 기절시켰던 바로 그 주먹이었다.


파수유권 – 권륜(拳輪) - 굉(轟) - 개(改)


크림슨의 이마와 그의 권륜이 충돌했다.


쩌어엉!!


대련장 전체를 흔들 정도의 굉음이 퍼져나갔다.

극에 달한 슬램의 권륜에 크림슨의 거체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슬램은 뇌가 진탕이 되어 일어나질 못하는 크림슨을 보며 외쳤다.


“분노조절이 안 되는 사람의 분노를 조절하는 법! 분노가 조절될 때까지 팬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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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무용(無用) +4 20.06.26 115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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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결투 개시 +4 20.06.23 133 5 13쪽
35 얼마든지 와도 돼! +6 20.06.22 129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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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복실이, 미르 언니. +8 20.06.18 152 6 12쪽
32 계획대로 +4 20.06.17 161 4 16쪽
31 만난 지 한 시간 만에 코가 꿰인다는 게 말이 돼요?! +2 20.06.16 170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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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의 신입생(3) +4 20.06.12 161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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