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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B 님의 서재입니다.

다 마법 쓰는데 혼자 주먹 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GreatB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8
최근연재일 :
2020.07.06 14:0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4,898
추천수 :
507
글자수 :
286,062

작성
20.06.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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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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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진짜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다

DUMMY

1.


마법의 해일.

마법을 모아 한 번에 방출할 뿐인, 단순하면서도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이 기술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다.


"이런 젠장..."


이곳에서 가장 강한 자인 크림슨 마저도 미르가 해일에 삼켜지는 것을 보며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밀라 가문 역사상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고는 들었지만.. 저게 막내랑 동갑인 나이에서 나올 수 있는 실력이라고?


크림슨은 두 주먹을 꽉 쥐고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의 소리로 말했다.


"시늉만 하라고 했는데.. 시늉을 하기도 전에 지면 어떡하냐..!"


미르가 이렇게 압도적으로 발려버리면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아는 건 크림슨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를 꽉 깨물고 바랄 수밖에 없었다.


"제발 일어나만 있어라...!"


마법의 해일이 한 바탕 장내를 휩쓸고 난 후, 해일에서 비롯된 짙은 마나의 안개가 피어올랐다.

관중들에게 보이는 것은 고고하게 서있는 흑룡 한 명 뿐이었다.


"...끝났네."

"역시 흑룡왕의 딸인가.. 소문이 과장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과소평가였구만.."

"그래도 이건 크림슨의 막내가 약했다기 보다는.."

"응. 상대가 너무 강했어."


누가 봐도 승패는 명확했다. 관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 중, 저 공격을 맞고 버틸 수 있는 이는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경기장의 모든 이들은 밀라의 승리를 확신했다.


"왜 다들 졌다고 생각하는 거지?"


단 한 명, 포테니아를 제외하고.

그녀는 유일하게 미르와 슬램의 수련을 가까이서 본 사람이었다.


"미르 언니 엄청 쎈데."


포테니아는 미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수련 중에 어떤 것들을 터득했는지를 슬램과 미르를 제외하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마나의 안개 속에서 점멸하는 붉은 빛을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안개 속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목소리에 담긴 붉은 마나가 안개를 날려버렸다.


"아무렇지도 않다 이 솜털대포야!"


목소리의 주인, 미르 크림슨이 모습을 드러냈다. 혈기를 몸에 두른 그녀는 작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관중들의 눈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그 중 가장 놀란 건 크림슨이었다.


"말도 안 돼..."


그에게 막내 동생이란, 자신의 가족 중에서도 가장 재능이 없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크림슨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는 악성재고에 불과했다.

그런 그녀가 저렇게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그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20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20일 전만 해도 막내는 자신만 보면 겁을 먹는, 그가 아는 막내였다. 지금 장내에 당당히 서있는, 크림슨의 이름에 어울리는 저 소녀는 그가 아는 막내가 아니었다.

완전히 달라진 막내의 모습에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래... 막내가 이겨준다면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지."


명예를 더럽히지 않을 수 있다면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본래의 계획을 잠시 미뤄두고, 자리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기로 했다.

자리에 앉은 크림슨의 곁에, 억지로 봉합한 까마귀 가면을 쓴 학생이 다가왔다.


"어, 왔구나."

"예, 크림슨님. 그.."

"그래, 그 미스는 잘 넣고 왔고?"


크림슨의 질문에 루야크는 우물쭈물대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네. 넣고 오긴 했는데..."

"그래? 잘했어. 그럼 이제 나랑 결투나 보자."


그렇게 말하며 크림슨은 결투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순식간에 결투에 집중하는 그를, 루야크는 방해할 수 없었다.


뭐... 일단 넣고 오긴 했고... 마나 부적응자가 진심을 낸 카토르를 이길 수 있을 리도 없으니까... 말 안 해도 괜찮겠지..? 그래, 괜찮을 거야. 그리고 그 계획은 그냥 보험용 계획이었잖아? 있으면 좋고 없어도 나쁘지는 않은. 그래 굳이 크림슨님을 불안하게 하는 것보다는 아무 말 안 하는 게 낫지. 응.


자기합리화를 마친 루야크는 크림슨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도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


"야, 선수필승이라매. 이게 니 선빵이냐? 난 또 모기가 문 줄 알았다?"


조금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흑룡을 비웃으며, 미르는 자세를 잡았다. 양 팔을 넓게 벌리고 몸을 낮춘, 마치 돌격 직전의 야수를 연상시키는 자세였다.


"그렇군.. 그와의 한 달이 의미가 없지는 않았나 보구나."

"오졌지. 나랑 슬램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면 너 잠도 못 자."

"...차..참으로 쓸데없는 도발을..! 그딴 얕은 도발에 내가 넘어갈 것 같느냐!"


쿠구구구...


흑룡이 하는 말과는 다르게 공기가 떨리며, 그녀의 등 뒤에 수많은 마법진이 펼쳐졌다.

방금 전에 나타났던 마법진의 몇 배나 되는 마법진이 하늘의 절반을 가렸다. 미르의 도발에 걸린, 한 번에 낼 수 있는 흑룡의 전력이었다.

마법의 해일을 너끈히 버텨낸 미르도, 저 셀 수 없을 정도의 마법을 받고 무사할 자신은 없었다.


"어... 저기, 그.. 밀라? 사실 그렇게 뜨겁진 않았던 것 같아. 그냥 적당히 따끈한 정도였.."

"닥치고 사라져라!"


하늘로 올라간 흑룡이 손을 내리치자, 마법진이 각양각색의 빛을 내뿜었다.

해일이라는 말도 부족한, 너무나도 넓고 굵고 거대한 마법의 행렬.


극대마법 - 마법의 폭우(‘Heacy rain’ of magic)


빗방울 하나하나가 강력한 마법인, 마법의 폭우가 미르를 향해 쏟아졌다.


"이거..."


불, 물, 바람, 얼음, 바위, 번개, 어둠, 빛.

통상적으로 나와 있는 모든 속성의 마법이 오직 미르를 파괴하기 위해 쏟아져 내렸다.

용종의 눈으로 봐도 재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마법의 폭우를 눈앞에 둔 그녀는,


"별 거 아니네!"


마치 슬램처럼,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몸을 휘감은 혈기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높은 밀도를 가진 채 회전하는 거력에, 결투장의 흐름이 그녀를 향해 모여들었다.

흐름은 혈기를 따라 그녀의 주먹으로 모여들었고, 그녀의 주먹은 핏빛의 구체로 감싸졌다.


"윽...!"


구체에서 붉은 뇌전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실수로 놓친 한 줄기의 압축 혈기였다.


파지지직!


붉은 뇌전은 그대로 하늘로 솟구쳐 수십의 마법진을 가른 후에 사라졌다. 이런 뇌전이 수백 개는 담긴, 핏빛의 구체는 극한까지 압축된 혈기의 집합체였다.


"야, 너는 이거 알지?"

"그.. 그건..!"


마법이 그녀를 휩쓸기 직전, 미르는 한계까지 모은 혈기를 담아, 전력으로 주먹을 뻗었다.


혈기투법(血氣鬪法) - 개(改) - 혈륜(血輪)


"이게 나와 슬램의 결실이다!“

“으으.. 이 도둑도마뱀이!”


슬램의 권륜을 보고 미르가 고안한,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수련의 결실. 혈륜(血輪).

두 사람의 인연이 흑룡의 전력과 부딪혔다.

혈기의 폭풍과 마법의 폭우. 두 거력이 충돌하자,


콰아아아아아아앙!!!


세상을 뒤집을 것만 굉음이 터지고,


쩌적.. 쩌저적!


역사상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던 바벨의 방어막에 금이 새겨졌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포테니아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말했다.


“언니들 싸움 수준 리얼 실화냐? 진짜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다...”


2.


"크윽... 말도 안 돼... 내가 미스 따위에게...!"


카토르의 연구실, 슬램의 발아래에 카토르가 수치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쓰러져 있었다.

평소 같았다면 아구창을 갈겨서 기절시키고 나갔겠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슬램은 그에게 물어볼 게 있었다.


"교관.. 아니지, 이 씹새끼한테 존대를 할 필요는 없지."


슬램은 카토르를 밟은 발에 힘을 줬다. 어지간하면 발을 쓰지 않는 그가 발을 쓸 정도로, 카토르는 아주 씹새끼였다.


"으.. 으으윽..! 이 무례한 놈! 어.. 어서 이 발을 치워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야."


퍼억!


슬램의 발등이 카토르의 복부를 가격했다. 어떤 묘리도 담기지 않은 단순한 발차기에 카토르는 벽에 처박혀 신음을 토했다.


"크허억...!"

"감히 내 사부님을 모욕해놓고 예의를 바라? 존나 웃긴 새끼네 이거."


슬램과 카토르가 싸우기 전, 카토르는 슬램을 보고 '천하고 근본 없는 게 네 스승의 얼굴이 보이는구나. 인간도 아닌 것들이 서로 핥아준다고 생각하니 역겹기 그지없어..' 라고 도발했다.

그 후, 싸움은 초를 세기도 전에 끝이 났다.


"후우.. 이 씹새끼를 어떻게 조질까..."


웃기다면서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을 한 슬램은 교복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강인한 팔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토르에게 다가간 뒤, 쭈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춘 그는 카토르에게 물었다.


"야, 질문 하나 하자. 뭔 짓을 꾸미는 거냐 니들은?"

"마.. 말 못한다! 이 천한.."


짜아아악!!!


채찍처럼 휜 슬램의 손바닥이 카토르의 허벅지에 작렬했다. 파열음이 터지고 그는 아주 잠깐 동안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멈춰있었다.

멍하니 멈춰있는 그의 표정을 보고, 슬램은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동시에,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카토르는 손바닥 모양으로 살점이 떨어져나간 허벅지를 붙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용종인 그로서는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카토르를 내려다보며, 슬램이 스산한 목소리를 냈다.


“자, 다시 물을 게. 뭔 짓을 꾸미는 거냐? 배후는 누구고?”

“끄으으으... 아.. 마.. 말 못한다아..!”

“그래? 그럼 뭐.”


슬램의 어깨 아래가 축 늘어졌다.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흐느적대던 그의 팔은 공기를 터뜨리며 사라졌다. 동시에, 카토르의 등에서 살점이 터져나갔다.


“끄어어어어억!!!”


고라가 전수해준 것 중 파수유권이 아닌 기술, 팔을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 치는 편타(鞭打)는 오직 고통을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술이었다. 노리는 것은 피부, 맞은 곳이 곧 급소가 되는 이 타격엔 상대의 강함과 상관없이 맞은 이가 누구든 동일한 고통을 줬다.

갑옷을 입고 있는 상대에겐 통하지 않는 기술이었지만,


“끄흐으으으.. 으흐으윽..”


지금 바닥을 구르며 흐느껴 우는 카토르는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그가 울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슬램은 다시 한 번 차갑게 물었다.


“뭔 짓을 꾸미는지, 배후는 누구인지, 목적이 뭔지. 말해.”

“흐으.. 흐으...”

“3초 준다. 3.. 2..”

“마.. 말할게! 말하겠습니다!”


세 번 맞기엔 너무 커다란 고통이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그는 용종의 자존심도 버린 채 입을 나불댔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랬다.

크림슨이 밀라에게 도전할 것이라는 것, 그 과정에서 크림슨 가의 장남이 개입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밀라를 죽여 흑룡왕에게 전쟁을 선포할 것이라는 것, 자신은 던크라이를 뒤탈 없이 죽이는 것을 보수로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을 도울 것이라는 것, 아마도 지금 밀라와 크림슨이 싸우고 있을 것이라는 것.


그 모든 것을 들었을 때, 슬램은 카토르의 멱살을 붙잡고 있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캑캑대는 그에게 슬램이 사납게 소리쳤다.


“캑.. 캐핵..”

“너, 순간이동 쓸 줄 알지? 날 거기로 보내. 지금 당장!”


친구끼리 싸우는 것은 괜찮아도, 서로 죽이는 것은 그는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슬램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작가의말

얼떨결에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불쌍한 사람이 된 흑뱀이.. 언제쯤 푸시를 받을 수 있을지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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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다 +4 20.06.24 147 6 12쪽
36 결투 개시 +4 20.06.23 13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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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복실이, 미르 언니. +8 20.06.18 15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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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만난 지 한 시간 만에 코가 꿰인다는 게 말이 돼요?! +2 20.06.16 170 7 16쪽
30 폭풍의 신입생(4) +4 20.06.15 165 7 14쪽
29 폭풍의 신입생(3) +4 20.06.12 160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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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폭풍의 복학생(2) +4 20.06.09 193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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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나와 함께 학교에 가다오 +4 20.06.05 248 8 11쪽
23 해골 원위치 +4 20.06.04 222 9 14쪽
22 죽지 않을 만큼만 +6 20.06.03 223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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