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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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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8,049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1.11.23 17:30
조회
389
추천
6
글자
60쪽

3rd 08. 크로스 카운터(6)

DUMMY




"예전에 내가 너를 잡았을 때 말했었지."



아란을 만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쉬란과 그녀의 경호원들에게 쫓기게 되었다. 그리고 잡히자 마자 나를 태우려는 그녀를 막아준 것이 아란. 그때 아란이 아니었다면 난 잿더미로 변해서 사라졌겠지.



"아란이 없어지면..."



화륵!



쉬란의 주먹에 붉은 불꽃이 맺혔다.



"네 목숨도 끝이라고."



"......"



그래. 확실히... 아란이 나를 구하고서 쓰러지자 쉬란이 한 말이 그것이었다. 아란이 어떻게 된다면 나도 죽인다고.



"그래서. 지금 그러게?"



"......그것뿐만이 아니야. 언젠간 너도 변할테니까.“



“......”



“지금은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아란을 잊고 다시 웃을 테니까. 그리고 행복해질 테니까. 그렇게 되면 아란이 너무 불쌍해.”



그녀는 그렇게 말을 끝내고 신력을 신력증폭기에 쏟아 부었다.



'......죽어줄까?'



지금 생각 같아서는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았다.



"방어하지 않을 건가?"



"응."



이게 죽이려는 사람과 죽임 당하려는 사람의 대화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말만 들으면 연극 연습하는 줄 알 것이다. 하지만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에게나, 나에게나.



"그럼 죽어."



하지만, 지금 날아오는 불의 신력을 본다면 확실히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 인간에게 사용이 금지 된 공격적인 불의 신력이 담긴 팔이, 내 가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



나는 그 불의 신력을 피하지 않았다. 단지 가만히 눈을 감았을 뿐이었다.



퍼어억!! 화르르륵!



주먹에 맺혀있던 불꽃은 내 전신에 퍼져들어 내 옷을 태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심지어 상의조차 제대로 태우지 못한 채 사그라들고 있었다.



"......"



쉬란은 말을 잃고 있었고, 나도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하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재가 되어서 사라지는 순간에 다시 살이 자라나고 있었다. 게다가 아픈 것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개조 받았나. 이거 완전히 괴물이잖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꽃도 꺼져버렸다.



"쳇. 앞으로 자르카 놀리기도 힘들겠네."



"......"



화악!



다시 한번 불꽃이 덮쳐왔다. 아까의 불은 나를 괴롭히다가 죽이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 이번 것은 확실하게 재로 만들기 위한 불이다.



퍼엉!



주르르륵...



불의 신력이 나에게 근접하자 터져 버렸고, 나는 그 폭풍에 휘말려서 뒤로 밀려났다.



"후우......"



하지만 별다른 상처는 없었다. 몸에 붙어있던 진흙들이 다 말라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을 빼고는 별다른 변화조차 없었다.



"......"



"......"



서로가 말을 잃었다.



“죽어준다고 하지 않았나?”



“응, 그랬는데...... 안 되는 모양이네.”



나도 내가 이 정도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이렇게 신력에 공격당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지금 그렇게 격렬히 싸우면서 다치지 않았다는 것만 하더라도 괴물이잖아.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



“최소한 예전처럼, 인형 같은 얼굴로 있었을 텐데. 그렇게 안타깝고 슬픈 표정으로 다른 여자애들이 연애하는 것을 바라보며 남 모르게 눈물 흘리지도, 그리고 언제까지고 괴로운 얼굴로 기다리지도 않았을 텐데.”



“그건......”



쉬란은 그런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그런 웃음을.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그 웃음에 내 심장은 다시 한번 불안함에 뛰었다.



스륵.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하나의 약을 꺼내들었다.



'저것은...!'



아란의 약이다! 일반인이 먹는다면 바로 죽을 정도로 약효가 강한, 신력반응강화제! 그것을 몸에 신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쉬란이 먹는다면......



"그만 둬!"



내가 말리기도 전에 쉬란은 주머니에서 동그랗게 생긴 구슬처럼 생긴 약을 삼켰다.



꿀꺽.



"?!"



풀썩!



내가 쓰러진 쉬란의 몸을 들어올렸을 때, 이미 그녀의 몸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타닥... 탁...



신관복이 타 들어가는 소리만이 들리며, 그녀는 흐릿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봐! 정신 차려!"



이걸 어떻게... 방법이...



"난...... 약해... 아란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어..."



“제길! 왜 이러는 거야! 나를 죽여야지!! 그래야 하잖아!!”



화르르륵!



쉬란의 몸은 과도한 신력에 타버리고 있었다...... 이 약은 아란에게 주입한 쉬란의 신력을 증폭시켜 주던 효능이 있던 약이었는데... 그것을 먹어버렸으니 몸이 너무 강해진 신력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그 애가 좋아할 일은 해주지 못했어... 단지 허락한다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눈을 감아 주겠다고 말만했다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타닥......



"......"



불의 열기가 위험한 상황까지 이르렀는지 어느새 발현된 성갑이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열 수 없었을까? 그것은 그녀밖에는 몰랐겠지.



타다닥...



불꽃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더 이상 태울 것이 없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내 손에는 검은 재만이 남게 되었다.



"후......"



쉬란... 아란...



'정말...'



지금만큼, 죽음이 끝이 아니기를 바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둘은 다시 만날 수 있을 텐데. 죽은 자의 세계가 있다면... 둘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꼭 그래야 할텐데.......



"오빠!"



이곳으로 뛰어오는 신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 운 모양인지 눈이 퉁퉁 부어서 약간 우스웠지만... 옆에 신예도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나를 발견하고 표정이 밝아졌다.



"......"



두 자매가 죽었지만... 아직 나는 살아있다. 한 명은 증오로, 한 명은 사랑으로 나를 대해준 사람들이었다. 둘의 죽음은 나에게 큰 변화를 주지만, 내 목숨에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



"그래......살아야지."



살아 있어야 한다. 나도, 신아도, 신예도, 자르카도, 아세아도, 파리아도, 병사들도...... 누군가가 죽게 되면 지금 내가 느끼는 고통을 다른 사람이 느낄 테니까.



"......그러려면... 더 강해져야겠지?"



더 이상 쓸모 없는 억지를 쓰지 않겠다. 두 자매의 죽음은 나에게 지켜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신아밖에 남지 않았다는 투정을 깨고, 나에게는 소중한 것이 많이 남아 있었음을 알게 해 주었다.



"라드님!"



나는.......



"여기야."



내 동생과 친구를 지키기 위해......



“다행이야, 무슨 일 없었지?”



“걱정했어요.”



“으응. 난 괜찮아......”



에페레오스를... 사용하겠다.




"어머......"



허공에 환상의 주술을 사용하여 라드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는 결국 탄성을 내뱉었다.



"정말 대단하네..."



"그렇군."



의자에 앉아있는 그녀의 옆에는 갈색의 머리를 마구 흐트러트린 남자가 있었다. 그의 등에는 커다란 글레이브가 걸려 있었는데, 양쪽에 날이 있는 특이한 형태의 듀얼 글레이브였다. 몸은 평균적이었지만 키가 커서 약간 호리호리해 보였다.



"이번에는 제발 성공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이번에는 듀얼 글레이브를 가진 남자의 반대쪽에 있는 남자의 말이었다. 그는 허리에 마치 길다란 삼각형의 옆구리를 판 것 같은 모양의 검을 매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백금발이었는데, 단발의 머리카락을 밖으로 살짝 휘어놓고 눈에는 겉은 나무로 만들어지고 안은 유리로 만들어진 이상한 것을 코에 걸치고 있었다. 덩치는 평범한 사람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상관없잖아? 어차피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여자의 말에 듀얼 글레이브의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 기다림이 싫어서 이러는거 아니냐."



"뭐가 그렇게 급해. 난 이번에는 실패해도 별로 나쁠 것 같지 않은데."



"무슨......."



백금발의 남자가 뭐라고 하려다가 그녀가 바라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뭐 하는 거냐."



"응? 왜. 내가 보고 싶은걸 보는데."



그녀는 자르카를 비추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백금발의 남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변수'야. 어떻게 될지 모르지."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지."



"우리는 재미로 이 일을 하는게 아니야."



그의 말에도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자르카를 바라보고, 다시 환영을 돌려서 라드를 바라보았다.



"흐음... 둘 다 괜찮네."



"......"



"그래도 굳이 고르라면 신관녀석이 괜찮아 보이네. 혼족도 괜찮긴 한데 결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까..."



느긋한 그녀의 말에 백금발 남자의 이마가 찌푸려진다.



"나이 2만살이나 먹어놓고서 그런 말이 나오나? 상대는 아직 22살밖에 되지 않은 애다."



"여자 나이 함부로 말하는거 아니야. 그리고 외모로 따지자면 딱 맞는다고."



"......"



그 말에 백금발의 남자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고, 그 모습을 보며 웃고있던 듀얼 글레이브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도 나이를 40분의 1로 속이는거 보고도 그래? 그 정도는 네가 이해해."



"......2만살은 내가 생각해도 현실성이 없어 보이잖아. 그래서 줄인 거야."



"핑계는."



남자가 움직이자 그의 등에 걸려있던 듀얼 글레이브가 커튼사이로 들어오던 빛을 반사하며,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눈부셔. 치워."



그녀는... 현자였다. 세키가 찾아왔던.



"아, 미안하군."



듀얼 글레이브의 사내가 다시 움직여 자신의 얼굴을 비추던 빛이 사라지자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정말... 요즘은 짜증나 죽겠다니까. 지난번에 찾아왔던 그 세키라고 했던 뱀파이어는 괜히 기분만 나빠지는 상대였고... 이렇게 눈요기라도 하면서 정화를 시켜야지."



"아아. 그때 그 녀석? 너에게 어떻게 모든 것을 아냐고 물어보았던."



"그래. 반대로 생각하고 있더라고. 모든 것을 알아서 오래 살고 있다고 말이야."



그녀의 말은 그녀가 오래 살았기에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에게는 대충 관찰자에 대해 알려주기만 했지."



듀얼 글레이브의 남자가 그녀의 말을 듣고 물었다.



"제대로 알려 준 정보는 없고?"



"응."



"그럼 다행이네. 난 또 네가 떠벌떠벌 다 말할까봐 얼마나 걱정했는데."



"뭐야!"



그녀가 벌떡 일어나며 손에 성력으로 이루어진 창을 생성시켰다.



"해보자는 거냐?"



듀얼 글레이브의 남자도 주변의 차원을 굴절시키며 듀얼 글레이브를 꺼내들 자세를 취했다.



"......집 무너진다."



백금발 남자의 나직한 말에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더니 콧방귀를 뀌며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설명했지?"



약간 토라진 듀얼 글레이브의 남자의 말을 대신한 백금발 남자의 물음에 현자는 잠시 기억을 되짚고 말했다.



"일단 '무엇'인가의 의해서 정해진게 관찰자, 수호자, 집행자라고 했지."



"그것이 '세계', 그 자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았고?"



"당연하지. 그걸 말했을 것 같아?"



"아니. 만약을 대비해서 확인해본 거다."



"......왠지 기분이 나쁘네."



현자는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듀얼 글레이브의 남자는 고소하다는 표정이었고, 백금발의 남자는 별 표정이 없었기에 한숨을 내쉬고 설명을 계속했다.



"어쨌거나 그는 그럭저럭 관찰자로서 잘 해낼 것 같아. 능력은 반쪽이지만."



"집행자와 수호자는?"



"그들도."



"다행이군."



백금발의 남자는 자신들이 한 일을 되짚어 말하며 이번이 성공하기를 바랬다.



"갈레스에게 죽음을 피하는 방법과 죽은 자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전대 마왕에게 인간을 마족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프라스타 가문의 가주를 수호자가 태어날 곳으로 인도하고, 파괴자의 친구를 죽이고 이계에 대한 거짓 정보를 흘리고..."



"이렇게 들으니 우리가 악당 같네."



듀얼 글레이브 남자의 말에 백금발의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악당 같은게 아니라 악당이지. 이번에 카론에게 관문의 증폭법을 알려준 것도 우리니까."



"그래......"



현자도 조금 어두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



언제나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시 잡는 것은 그녀였다. 그렇기에 그녀가 그들의 대장이 된 것이지만.



"우리 '균형자'는 목표가 이루어지는 순간까지 나가야 해. 수없이 많은 생명이 사라지건, 이 세상이 사라지더라도..."



그들의 목적. 그것은...



"우리가 죽을 수만 있다면..."



자신들의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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