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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없는밤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금 마왕의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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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없는밤
작품등록일 :
2016.12.09 21:20
최근연재일 :
2017.02.24 21:0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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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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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
글자수 :
280,437

작성
17.01.2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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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라진의 행방

DUMMY

사람이 사라져버린 텅 빈 도시에서, 일행은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묵을 곳으 찾던 이들은, 마르몬의 성으로 향했다. 큰 성을 탐색하는 것에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지만, 내부에는 아직 많은 것들이 남아있었다. 오크 몇몇은 남아있는, 심지어 호화로운, 식재료에 환호성을 질렀다. 빌을 맞이하기 위해 오는 동안 보아왔던 것들을 애써 잊으려는 듯. 샤르엔과 프리아니아는 빌을 방으로 향했다. 호화롭다 못해 천박한 내부장식이 가득한 방 안쪽에 푹신해보이는 침대가 있었다. 빌을 그 위에 눕히고, 그 옆에 걸터앉았다. 두 사람은 팔을 뻗어 빌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프리아니아가 샤르엔을 불렀다.

“빌을 부탁할게요.”

“어디 가십니까?”

“성 안쪽을 좀 더 찾아보려구요. 혹시 모르니 빌의 몸 상태도 좀 확인해주세요.”

“맡겨만 두십시오. 혹시 모르니 조심하십시오.”

“걱정 말아요. 잠깐만 부탁해요.”

빌의 곁에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욕심을 애써 억누르고 밖으로 향했다. 방을 나가는 프리아니아의 등을 잠시 바라보다가, 샤르엔은 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프리아니아는 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때 전할 말이 있는지 케퍼가 프리아니아에게 다가왔다. 프리아니아 얼굴에 서린 걱정어린 표정에, 케퍼가 입을 열었다.

“빌님은 괜찮으십니까?”

“그리 좋지는 않아요. 회복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 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온 거죠?”

케퍼의 방문에 의아함을 느껴, 프리아니아의 입에서 물음이 흘러나왔다. 케퍼는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인지 곧바로 대답했다.

“생존자가 있습니다.”

“모두 죽은 것 아니었나요?”

“지하 감옥에 셋 정도가 남아있었습니다. 문에 마법으로 처리를 한 것인지,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굳이 제게 오실 필요가 있었나요?”

“문제가 좀 복잡합니다. 남자가 건드리기도 좀 뭣한 문제라···”

케퍼가 말을 흐렸다. 그의 말에 프리아니아의 얼굴에 의아함이 진해졌다. 말을 꺼내기 힘든지, 케퍼는 우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성노예인 것 같습니다.”

케퍼의 입에서 흘러나온 단어에 프리아니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케퍼는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떨구었다.

“앞장서세요.”

케퍼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섰다. 두 사람은 계단을 내려갔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차가운 철문이 굳건히 서있었다. 케퍼가 그 문을 열자, 불쾌한 냄새가 두 사람의 코를 찔러왔다. 그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자, 사슬로 벽에 매달린 두 여인과, 침대에 묶인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사슬에 매달린 두 여인은 이미 이지를 상실했는지, 눈동자에 한 점의 빛 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입에는 알수 없는 관이 이어져, 그 안에서 액체가 꿀렁거리며 여인들의 목을 넘어가고 있었다. 두 여인의 온 몸이 밧줄로 조여져, 몇몇의 남자가 벽태적인 만족감을 충족시킬 장면을 만들고 있었다. 그녀들의 하반신에는 속옷을 대신한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고, 그녀들의 몸이 간헐적으로 튀어오르며 그 밑으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침대에 뉘여진 채, 양 팔과 다리가 천으로 묶여있는 여인은 그 외의 다른 일을 당하지 않은 것인지, 입에 재갈이 물린 채 다른 여인들보다는 나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프리아니아가 주변의 오크들에게 쏘아붙였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건가요!”

프리아니아의 날 선 말에도, 오크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케퍼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이 친구들이 어려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프리아니아는 이미 두 여인에게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케퍼는 연신 사과의 말을 토해냈다. 프리아니아는 구속구를 잠시 살펴보더니, 그것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오크들의 움직임이 없는 것을 알아채고, 프리아니아의 입이 열렸다.

“미안하지만, 나가있을래요?”

날카로웠던 기색이 꽤나 줄어들었지만, 불쾌감이 잔뜩 배인 목소리로 오크들에게 말했다. 케퍼는 오크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같은 마족끼리 이런 짓을···’

프리아니아의 눈에 동정과

한참동안 구속구를 풀어내려 끙끙대던 프리아니아가, 마침내 두 사람의 몸에서 구속구를 풀어냈다. 풀어낸 구속구 안쪽에는 남성기를 기괴하게 비틀어놓은 듯한 물건이 돋아있었다. 두 사람의 손과 발을 묶고있던 사슬을 풀어내고, 입에 매달렸던 관을 뽑아내었다. 말을 완성하지 못하고, 그저 신음소리에 한없이 가까운 음성이 두 여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프리아니아는 두 사람을 근처의 바닥에 내려놓고, 침대에 묶여있던 여인에게 다가갔다. 침대에 묶여있던 여인은 아직 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이리저리 흐트러진 녹색의 머리카락 사이로 눈동자에 선명한 이지의 빛을 새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풀어주기만을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이 의심스러워, 프리아니아는 여자의 목에 단검을 들이대며 재갈을 풀어냈다. 기다렸다는 듯 여인의 입이 열렸다.

“해를 끼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여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는지, 프리아니아는 그녀의 목에 가져다 댄 단검을 치우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여긴 어디죠.”

“성노예들을 조교하는 곳 입니다.”

“당신은 왜 여기에 있죠?”

“마르몬님의 시중을 들던 중, 급히 나가시더군요. 저는 여기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마르몬은 죽었어요.”

“그렇습니까.”

그렇게 대답한 여인의 눈동자가 작게 떨렸다. 그 눈동자 속에는, 안도, 걱정, 희열이 스쳐지나갔다. 그 감정들은 그녀의 눈 깊은 곳에서, 마치 유화에 쓰이는 물감을 거칠게 섞은 듯, 섞이고 있었다.

“이름이 뭐죠?”

“제르니입니다. 한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뭐죠?”

“라진님과 로디나님을 아십니까?”

제르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에, 프리아니아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제르니는 목에 닿은 단검에 압력이 느껴졌다.

“그 이름을 어떻게 아는거죠?”

“일주일 전 즈음에 이 곳을 지나가셨습니다. 친절하신 분들이셨습니다.”

“자세하게 말해요.”

명령조로 말하고는 있어도, 아직까지는 사근사근했던 프리아니아의 목소리가 차갑게 바뀌었다.

“카데마님과 함께 오셨습니다. 마왕성으로 간다고 하시더군요.”

“카데마는 누구고, 라진은 왜 마왕성으로 향했죠?”

“카데마님은 공작이십니다. 라진님께 말씀하시더군요. 마족은 인간과 싸우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여러가지로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입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군요.”

“믿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프리아니아는 익숙한 말에 찬 물을 뒤집어 쓴 것 같았다. 자신은 라진의 행방을 모른다. 이 상황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제르니라 말한 여인이 전부다.

‘그녀의 말을 믿든 믿지 않든, 정보는 필요해.’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신,”

“대신?”

“좀 풀어주시겠습니까?”

프리아니아은 잠시 생각했다. 짧았던 고민이 끝나고, 그녀의 입이 열렸다.

“지금 당신의 말을 전부 믿을 수는 없군요.”

“그렇습니까.”

그리 대답한 제르니는 말을 더 이상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느끼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손을 묶을게요. 그 정도는 해야겠군요.”

이어진 프리아니아의 말에 제르니의 눈이 천천히 뜨였다. 프리아니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맞았다. 프리아니아는 잠시 제르니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다가, 문을 향해 외쳤다.

“케퍼!”

“예!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인지, 케퍼와 오크 둘이 방으로 들어왔다.

“저기 두 사람을 부탁해요. 그리고 이 사람, 제르니의 팔도 좀 묶어주세요.”

“알겠습니다.”

프리아니아는 근처의 침대보를 찢어 정신을 잃은 두 사람의 몸을 가려주었다. 젊은 오크 둘이 우물쭈물 하며 쓰러져 있는 미인 둘을 안아들었다. 오크 둘이 먼저 나가고, 프리아니아는 제르니를 묶고 있던 천을 풀어내었다. 케퍼가 그 천을 받아들어 제르니의 양손을 묶었다. 세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갔다.


작가의말

요 며칠 푹 쉬었습니다.

잘 하면 1월이 끝나기 직전에는 다시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새 서술을 길게 하다보니, 개행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늘었습니다.

전민희씨의 글에서, 음식을 묘사하는 부분에 큰 충격을 받았던 유년시절이, 이렇게나 제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잡다한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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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라진, 마왕성에서 - 03 +1 17.02.17 299 4 10쪽
70 라진, 마왕성에서 - 02 +2 17.02.16 379 5 11쪽
69 라진, 마왕성에서 - 01 17.02.16 274 3 8쪽
68 행드먼에서의 마지막 밤 -2 17.02.13 267 4 7쪽
67 행드먼에서의 마지막 밤 -1 +4 17.02.08 471 5 8쪽
66 제르니, 륜 +3 17.01.31 432 6 8쪽
65 외눈 +1 17.01.30 338 6 8쪽
64 라진의 소식 +3 17.01.27 392 8 7쪽
63 행드먼에서 +2 17.01.26 341 4 9쪽
62 힘 없는 마족의 삶 +4 17.01.25 385 4 8쪽
» 라진의 행방 17.01.24 521 6 9쪽
60 행드먼에서 +2 17.01.23 322 8 8쪽
59 파괴된 행드먼 +2 17.01.21 425 6 7쪽
58 여명의 햇살이 내려앉았다 +4 17.01.20 372 6 7쪽
57 하고 싶은 말(수정) +2 17.01.19 496 5 10쪽
56 행드먼에서 +5 17.01.18 467 7 7쪽
55 휴식은 허락되지 않았다 17.01.17 360 7 10쪽
54 행드먼으로 17.01.17 395 5 7쪽
53 마왕성으로 17.01.16 421 7 7쪽
52 카데마의 계획 - 01 17.01.16 372 9 7쪽
51 마계 17.01.16 323 5 7쪽
50 마계공작. 17.01.14 412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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