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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었니?"

퇴근한 엄마가 구두를 벗으며 말했다. 상체를 구부려 현관 바닥에 시선을 두고서. 오늘도 엄마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한결같았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앵무새처럼 늘 그렇게 물었다. 딸의 끼니를 챙겨서라기보다 달리 할 말이 없어서 내뱉눈 말이었다. 밥은 먹었니? 이 짤막한 한 문장을 무미건조한 어조로 적선처럼 매일 허공에 던졌다.그 때 ,엄마의 시선이 잠시나마 내게 머무는 적은 없었다.

엄마의 귀가 시간은 보통 저녁 8시에서 9시 사이였다. 내 쪽에서는 홀로 저녁 식사를 한 뒤,거살 소파에 앉아 책을 읽거나 휴대폰에 몰두하고 있을 시간이었다.방에 컴퓨터가 있었지만 엄마가 오기 전까지 나는 고집스럽게 거실을 지켰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내 의무인 것 같았다.

"네. 카레가 맛있던데요. 근데 엄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는 한껏 요의를 참고 있었던 여자마냥 잰 걸음으로 욕실로 들어갔다.사고 싶은 책이 있는데요,라는 말은 꿀꺽 목구멍 안으로 삼켜지고 말았다.

그냥 방으로 갈까 했지만 기다리기로 햿다.용돈이 필요했다. 내 학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시선을 마주치는 일조차 거리끼는 엄마였지만 신기하계도 용돈 문제에는 너그러운 편이었다.너무 지니친 금액만 아니면 개의치 않고선뜻 내주었다..어쩌면 사용처를 두고 따지는 일조차 나와 밀착되는 느낌이어서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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