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단하님의 서재입니다.

전체 글


[글 비축] 1

상대가 권하는 술을 뱓아 들이킨 덱스는 순간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불안감이 그 술을 타고 비명을 지르며 식도를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랫동안 검정을 감추는 훈련을 해온 탓에 베라는 무표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상대가 뺨을 붉히며 눈썹을 치켜세웠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아마 베라의 말을 칭찬인지 비꼬는 것인지 가늠하고 있는 듯 헸다.


나이보다 훨씬 흰가닥이 많은 머리는 제대로 손질이 되지 않은채 제멋대로 얼굴을 감사고 있었다. 살이 찐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입가, 짧은 다리가 받치고 있는 펑퍼짐한 상체, 전체적으오 무해한 인싱을 주는 상대였디만 베라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정치적인 야망이 대단하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술수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었다.


전장의 전설로 추앙받던  어느 새 아버지도 지난 세월의 흔적이 마른 낙엽처럼 얼굴에 앉은 노인네가 되었다.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절도 있는 한 평생을 보냈고 인생의 고비에서도  절대로 타협을 몰랐던 분이다. 뼈마디가 두드러지고 이제는 검버섯이 앉은 손이지만 젊은 시절 그 손에 쓰러진 수많은 적들은 해아릴 수도 없었다.


전장에서 한 번의 패배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실패가 두 세번 거듭되면 총사령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게 되리라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막힘없이 망를 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주저함이 없었고 과장도 미화도 없었다. 과장이나 자신을 위한 변명도 늘어놓지 않았다. 어투와 표정에 모순도 없었다.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태도는 좌중의 사람들에게 신뢰와 감동을 주었다.


 “네 오빠가 반란군에 가담했다는구나.”

 아버지는 그 말을 너무나 건조하게 내뱉았다.

 라일라가 믿을 수 없나는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을 때 그들을 둘러싼 군인들이 적개심과 노려움을 담은 눈으로 노려보았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걸 라일라도 알고 았었다, 의심이 마음을 파고틀 틈을 주면 안된다. 말을 많이 할수록 거짓말은 길을 잃고 헤매게 될 것이다. 심문을 받을 때는 당당한 태오를 유지하되 변명하느라 말을 길게 늘여서는 안된다.


 “지금 나를 연행해가겠다는 것이냐?”

 아버지의 말에 씁슬함이 묻어났다. 그의 앞으로 다가서던 군인이 잠시 멈칫했지만 입을 열었다.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7 글 비축 | 1 24-02-06
» 글 비축 | 1 20-10-06
5 내 일상 | 고요한 악의 연못 19-02-12
4 내 일상 | 고요한 악[惡] 눈 19-02-11
3 글 비축 | 고요[2] 19-02-09
2 글 비축 | 무제[1] 19-02-08
1 글 비축 | 3. 17-06-30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