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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하님의 서재입니다.

무정혈귀[無情血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단하[丹霞]
그림/삽화
단하
작품등록일 :
2015.06.30 16:38
최근연재일 :
2017.06.24 18:26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77,304
추천수 :
1,655
글자수 :
204,942

작성
16.05.23 14:34
조회
578
추천
5
글자
6쪽

사인[四人]의 허수아비[5]

DUMMY

동관과 고구가 물러난 뒤, 무거운 정적이 내전에 흘렸다. 황제의 입장에서는 채경이 혈귀와 척귀단에 대하여 실제로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으므로 섣불리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역시 먼저 입을 열어 정적을 깬 것은 채경이었다.


“저들을 물리치심을 보면 황상께서도.......”


잠시 뜸을 들인 뒤


“이제 혈귀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하십니까?”


황제의 생각이 맞았다. 하지만 채경의 입에서 혈귀라는 말이 나오자 그 단어에 생생함이 더해져 등줄기에 서늘한 기운이 돌았다.


"그 일은 황제에게만 내려오는 왕실의 비밀이라 들었는데 채공께서는 어찌 알고 있습니까?"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공포를 들키지 않으려 황제는 일부러 무뚝뚝한 어조로 물었다.


“애초에 사마광 나리의 명을 받아 척귀단을 조직한 것이 소신입니다.”


새로운 사실에 황제는 적이 놀랐으나 내색을 하지 않았다. 황제가 알기로 채경은 할아버지 신종 말기에 개봉부의 장관직에 올랐다. 그때 당시는 신법파였으나 신종 붕어 후 철종이 즉위하자 사마광의 구법파로 재빨리 갈아탄 인물이었다.


“포연에게 대략의 이야기는 들었으나, 그 또한 윗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세세히 모르는 모양이었습니다. 자세히 그 내막을 들려주시지요."


“선왕께서 즉위하신 해, 벌써 이십 오년 전 일입니다. 선왕의 나이가 어려 선인태후께서 정사를 맡아보시는 중에 혈귀에 대한 일을 알게 되셨다 하옵니다."


'태후께서는 어떤 경로로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답니까?"


"그에 관해선 소신도 들은 바가 없나이다."


채경이 송구스런 표정으로 답했다.

지금까지 황제가 궁금히 여기던 의문중의 하나가 혈귀와 황실이 어떤 관계에 있는가였다. 포연이 들려준 대수삼을 입고 '마마'라고 불렸다는 흑묘녀의 이야기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선안태후께서는 혹시 그 여인을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셈이었다.


"계속하십시오."


손을 흔들며 황제가 재촉하자 태경이 말을 이었다.


"태후께서 당시 재상 사마광 나리와 의논하신 바, 두 분께서는 나라의 안녕을 생각하여 이 일을 천하에 숨기되, 비밀단체를 만들어 요괴를 퇴치하고자 뜻을 모으셨습니다. 그리하여 은밀히 소신을 부르셨습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채경이 개봉부 장관이었고 사마광의 신임이 두터운 때였으니 납득이가는 일이었다.


"소신은 포청천 나리의 아들 포억이 이 비밀단체를 이끌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보았습니다. 생각대로 포억은 그 일을 훌륭히 수행해 내었지요."


"그리고 그 비밀단체의 수장 자리는 그 아들 포연에게 대물림 되었다는 이야기군요."


"그러합니다."


"헌데 그런 막중한 일을 맡은 채공께서 어찌하여 항주로 좌천되었단 말입니까?"


황제의 직설적인 물음에 채경의 얼굴색이 변하였다.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소신을 시기하는 자들의 모함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태후마마의 은덕으로 관복만큼은 계속 입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실 신종 때까지 구법파가 득세할 때 함께 했던 채경은, 선안태후가 신법파인 사마광을 재상으로 등용하자 세상이 바뀌었다 재빨리 판단하였다.


사마광은 모역법의 폐지와 차역법의 부활을 도모하면서, 이를 오[五]일 내로 시행하라 명하였다. 다들 기일이 촉박하다 고개를 흔들 때 채경은 수도 개봉에서 그 법령의 개폐를 이루어내 사마광의 신임을 얻어내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구법파와 신법파를 넘나들며 박쥐같은 처세술을 보이는 채경을 구법파의 급선봉이었던 유안세(劉安世), 왕암수(王巌叟) 등이 못마땅하게 여겼다. 조정대신의 의견을 섭정중이던 선안태후는 무시할 수 없었다.


원래는 무관직으로 하야해야 할 처지였지만 태후와 사재상의 배려로 항주 감사직이나마 받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항주로 떠나는 날 사마광은 배웅의 술자리를 마련하고 조용히 그를 불렀다.


"일이 이렇게 되었지만 너무 낙담하지 말게나. 언젠가 자네의 때가 반드시 올 것이야."


격려의 덕담 끝에 사마광은 눈을 부릅뜨며 낮게 말하였다.


"대신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항주 감사직을 자네에게 내린 것은 태후마마의 은덕일세. 잊지 말게나.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그 은혜가 언제 비수로 변할지 모른다네. 자네가 개봉에서 도모한 일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게. 포옥을 만나서도 아니 되고"


반협박에 가까운 말을 하는 사마광 앞에서 채경은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염려 놓으십시오. 저는 그 일을 절대로 발설하지 않을 것이며 이후로 관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맹세하고 항주로 떠나온 채경은 과연 자신의 때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선안태후의 지지 하에서 권세가 영원할 줄 알았던 사마광도 다음 해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채경은 살아남았고, 이제 드디어 자신의 때가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네 명의 반백치인. 그들이야말로 그를 다시 정치의 중심부 개봉에 입성시켜줄 든든한 동아줄이었다. 이 날을 위하여 몇 년을 공들였고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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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아들을 잃은 두 어머니[2] 17.06.24 224 2 6쪽
60 제3장. 아들을 잃은 두 어머니[1] 17.06.23 193 2 7쪽
59 사인[四人]의 허수아비[6] +2 16.05.23 690 5 11쪽
» 사인[四人]의 허수아비[5] 16.05.23 579 5 6쪽
57 사인[四人]의 허수아비[4] 16.05.22 624 3 7쪽
56 사인[四人]의 허수아비[3] 16.05.21 654 4 9쪽
55 사인[四人]의 허수아비[2] 16.05.21 636 4 7쪽
54 사인[四人]의 허수아비[1] 16.05.13 663 3 7쪽
53 동상이몽[同床異夢][2] +4 16.05.11 869 4 9쪽
52 동상이몽[同床異夢][1] 16.05.05 555 4 7쪽
51 모자상봉[母子相逢][5] 16.05.03 917 4 4쪽
50 모자상봉[母子相逢][4] 15.10.12 713 9 8쪽
49 모자상봉[母子相逢][3] 15.10.11 670 11 7쪽
48 모자상봉[母子相逢][2] 15.10.10 764 9 7쪽
47 모자상봉[母子相逢][1] 15.10.10 635 8 7쪽
46 척귀단[5] 15.10.09 626 8 8쪽
45 척귀단[4] 15.10.09 1,224 9 8쪽
44 척귀단[3] +2 15.10.09 739 12 8쪽
43 척귀단[2] 15.10.08 733 12 7쪽
42 척귀단[1] 15.10.08 669 13 7쪽
41 임종전야 15.10.07 659 13 8쪽
40 죽은 아들[4] 15.10.06 748 12 5쪽
39 죽은 아들[3] 15.10.04 781 16 7쪽
38 죽은 아들[2] 15.10.03 640 13 7쪽
37 죽은 아들[1] 15.10.03 796 15 7쪽
36 단왕[端王]과 채경[蔡京][2] 15.09.14 1,041 15 7쪽
35 제2장. 단왕[端王]과 채경[蔡京][1] +2 15.09.11 1,103 16 5쪽
34 혈귀[血鬼]의 밤-대자산[11] 15.09.10 800 21 15쪽
33 혈귀[血鬼]의 밤-대자산[10] 15.09.09 766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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