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단하님의 서재입니다.

무정혈귀[無情血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단하[丹霞]
그림/삽화
단하
작품등록일 :
2015.06.30 16:38
최근연재일 :
2017.06.24 18:26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77,302
추천수 :
1,655
글자수 :
204,942

작성
15.09.11 17:42
조회
1,102
추천
16
글자
5쪽

제2장. 단왕[端王]과 채경[蔡京][1]

DUMMY

1100년 1월 말. 구정을 다음 달로 앞둔 수도 개봉성 안은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였다.

집집마다 기와지붕 아래에 홍등이 달렸다.

많은 상인들이 짐수레에 과일이며 어물, 오곡을 싣고 열심히 성문을 드나들었다.


성문에서 얼마가지 않아 도달하는 넓은 광장에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상인들의 호객 소리와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감탄 소리, 흥정하는 소리들이 뒤섞여 왁자지걸하였다.


한 쪽에 기예를 뽐내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서 한 소녀가 비파를 타며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조무래기들을 모아놓고 인형극을 보여주는 노인도 보였다,


또 한 편에는 큰 북 앞에 무도 자리가 있어서 어느 정도 무술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 창이나 도검 들고 초식을 뽐내었다. 문파에 들어가지 못하고 귓동냥으로 배운 무공을 뽐내면서 돈을 버는 무리들이 꽤 있었다.

상승 무공을 구경할 기회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하수[下手]들의 무술도 충분이 신기한 것이어서 마음에 들면 동전을 주발 안에 던져 주곤 하였다.

지금은 한 사내가 긴 봉을 들고 무예를 자랑 중이었다. 이리 저리 허공을 가르던 사내의 봉이 초를 향하자 촛불이 꺼졌다. 구경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광장 서쪽에서 큰 가마솥을 불에 걸어두고 염색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천을 담궈 염색의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하얀 천이 솥에 들어갔다가 기묘한 색을 입고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염색가는 높이 만들어진 뻘래줄에 곱게 물든 천을 걸었다. 형형색색의 천들이 바람에 나풀거리는 광경이 아름다웠다.


오늘 하루 무료로 뜸을 놓아주는 의원 앞에는 차레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었다. 약국 앞에 놓안 기다란 평상에는 추위를 무릅쓰고 한 사내가 윗 등을 드러낸 체 엎드려 있었다. 의원은 종이에 불을 붙여 부항기를 달궜다.


가마 안에서 이 풍경을 구경하던 채경[蔡京]의 한 쪽 눈썹이 갑자기 위로 올라갔다. 그의 눈길이 머문 곳은 성내 소년들이 모여서 축국을 하며 뛰어노는 곳.

축국은 돼지 가죽으로 만든 공으로 노는 놀이였다. 시중 잡배였던 고구[高俅]가 발재간 하나로 단왕[端王]의 눈에 들어 출세한 뒤에 개봉에서 가장 유행하는 놀이가 되었다.


흥. 공을 희롱하는 재주로 건달 놈이 왕야의 측근이 되다니.


단왕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귀한 수석이나 서화[書畵]를 조공해온 채경으로서는 심사가 편할리 없었다. 이 번에도 왕야에게 바칠 새해 인사 선물로 범관[范寬] 의 산수화 한 점을 어렵게 구한 참이었다.


향년 53세인 채경은 신종 시절 신법파에 들어가서 개봉의 지사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철종 즉위 후 선인 태후가 정권을 잡고, 구법파의 선봉장 사마광이 재상으로 오르자 그는 재빨리 구법파로 몸을 옮겼다.

하지만 그 발빠른 처세는 구법파에게도 믿음을 주지 못앴다. 결국 좌천되어 지금은 향주 감사로 부임 중이었다.


항주 부임 중에도 언젠가는 개봉으로 돌아가 중앙 정계에 복귀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은 채경은, 황궁의 환관과 궁녀들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들의 입을 통하여 다음 후계자 자리를 두고 단왕과 간왕 파로 갈리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병약한 철종은 후사가 없었다. 철종의 동복 동생 간왕[間王], 이복 동생 신왕[申王]과 단왕[端王]중에, 신왕은 눈이 멀어 일찌기 후계자 자리에서 제외되었다.


나이로 따지면 단왕이 위였지만 예율로 따지자면 간왕 쪽이 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앞 일은 알 수 없는 법, 신법파와 구법파를 이익에 따라 옮겨 다니던 처세술은 지금도 여전하였다. 채경은 간왕에게 공을 들이면서 단왕에게 눈도장을 찍는 일도 잊지 않았다.


가마를 선두로 호위 무사를 태운 두 필의 말, 네 명의 시종. 채경 일행은 저만치 웅장한 저택이 보이자 멈춰섰다.

왕가[王家]임을 알리는 붉은 대문. 그 위에 단왕부[端王]라고 금색으로 쓰여진 현판이 걸려 있었다. 대문 앞에 자리 잡고 있는 두마리의 해태상이 부릅뜬 눈으로 이쪽을 노려보았다.


왕부를 방문함에 대문 앞까지 가마를 타고가는 것은 그야말로 불충[不忠]. 채경은 시종의 시중을 받으며 가마에서 내렸다.

채경을 단숨에 알아 본 수문장이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수하를 시켜 늘 적잖은 은자를 찔러주는 채경인지라 수문장에게도 반가운 손님이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정혈귀[無情血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드디어 제1장이 끝났습니다. 15.09.10 897 0 -
61 아들을 잃은 두 어머니[2] 17.06.24 223 2 6쪽
60 제3장. 아들을 잃은 두 어머니[1] 17.06.23 193 2 7쪽
59 사인[四人]의 허수아비[6] +2 16.05.23 690 5 11쪽
58 사인[四人]의 허수아비[5] 16.05.23 578 5 6쪽
57 사인[四人]의 허수아비[4] 16.05.22 624 3 7쪽
56 사인[四人]의 허수아비[3] 16.05.21 654 4 9쪽
55 사인[四人]의 허수아비[2] 16.05.21 636 4 7쪽
54 사인[四人]의 허수아비[1] 16.05.13 663 3 7쪽
53 동상이몽[同床異夢][2] +4 16.05.11 869 4 9쪽
52 동상이몽[同床異夢][1] 16.05.05 555 4 7쪽
51 모자상봉[母子相逢][5] 16.05.03 917 4 4쪽
50 모자상봉[母子相逢][4] 15.10.12 713 9 8쪽
49 모자상봉[母子相逢][3] 15.10.11 670 11 7쪽
48 모자상봉[母子相逢][2] 15.10.10 764 9 7쪽
47 모자상봉[母子相逢][1] 15.10.10 635 8 7쪽
46 척귀단[5] 15.10.09 626 8 8쪽
45 척귀단[4] 15.10.09 1,224 9 8쪽
44 척귀단[3] +2 15.10.09 739 12 8쪽
43 척귀단[2] 15.10.08 733 12 7쪽
42 척귀단[1] 15.10.08 669 13 7쪽
41 임종전야 15.10.07 659 13 8쪽
40 죽은 아들[4] 15.10.06 748 12 5쪽
39 죽은 아들[3] 15.10.04 781 16 7쪽
38 죽은 아들[2] 15.10.03 640 13 7쪽
37 죽은 아들[1] 15.10.03 796 15 7쪽
36 단왕[端王]과 채경[蔡京][2] 15.09.14 1,041 15 7쪽
» 제2장. 단왕[端王]과 채경[蔡京][1] +2 15.09.11 1,103 16 5쪽
34 혈귀[血鬼]의 밤-대자산[11] 15.09.10 800 21 15쪽
33 혈귀[血鬼]의 밤-대자산[10] 15.09.09 766 2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