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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하님의 서재입니다.

무정혈귀[無情血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단하[丹霞]
그림/삽화
단하
작품등록일 :
2015.06.30 16:38
최근연재일 :
2017.06.24 18:26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77,303
추천수 :
1,655
글자수 :
204,942

작성
17.06.24 18:26
조회
223
추천
2
글자
6쪽

아들을 잃은 두 어머니[2]

DUMMY

이렇게 부부의 마음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을 때 무수선사 일행의 방문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가 내린 격이었다. 시종으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단호가 서둘러 떠난 뒤 소유빙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병색을 감출 최소한의  단장만 한 채 바로 내빈 실로 달려갔다.

 

내빈 실에는 이미 장로들도 모여 가주와 무수선사 일행과 함께 큰 탁자를 둘러 앉아있었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내빈 실에 들어선 소유빙은 이내 방안 가득히 찬 침통한 분위기를 느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단호가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들에 대한 희소식이 없다는 몸짓이리라.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남편 옆에 앉은 무수선사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그녀의 눈길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듯 고개를 숙여 버렸다. 다리의 힘이 풀리면서 휘청거리는 그녀를 곁에 있던 시비가 재빠르게 부축하여 비어있는 가주의 옆자리로 이끌었다.

 

간신히 자리에 앉은 소유빙의 눈에 그제야 무수선사와 함께 온 일행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의무사와 깡마르고 빈틈없어 보이는 인상의 노인, 그리고 중년의 미부인. 기묘한 조합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부인께  인시 올립니다.  노부는 약초꾼 장화순이라 하며 이쪽은 제 아내 호군정입니다. 방장님의 덕을 입어 잠시 남궁세가에 몸을 의탁코자 이리 실례를 무릅쓰게 되었습니다.”


 장화순이 자신들을 살피는 가주부인의 시선에 눈치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였다. 그 말에 단호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일행에 대해서는 형으로부터 이미 간단히 소개받은 터였다.   


하지만 이 노인은 자기소개에 더하여  당연한 듯이 남궁세가에 머무르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었다.  아들의 행방에 대해서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였다는 말을 전해 듣고 심기가 좋지 않은데다 노인의 염치없는 말에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장로들도 같은 마음인 듯 표정이 굳어졌다. 

 

 “저희 부부가 사정이 있어 몸 둘 곳을 찾고 있던 차에 부처님의 가호가 있어 방장님을 만나게 되었네요. 남궁세가의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채약 꾼의 아내 호군정이 나서 앞질러 감사의 말을 하니 단호로서는 이 부부의 체면 없음에 기가 찰 노릇이었다. 무슨 연유인지 물어볼 양으로 형을 보니 그는 입을 다문 채 아직도 아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단호는 아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웬일인지 소유빙은 눈을 크게 뜨고 호군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에 홀린 듯한 아내의 표정에 단호는 어리둥절해졌다.

 

볼품없는 채약노인의 아내라고 보기에는 범상치 않은 여인의 미모에 놀란 것일까? 하긴 행색이 비록 남루하나 소유빙에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은 미모였다. 자신의 아내와 호군정을 번갈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형의 목소리가 전음술로 전해져왔다.


 저 부부를 거두면 정인이를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오. 저 백의 검객의 간청으로 부부를 모셔왔는데, 저 검객의 무공이 심상치 않은 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요

 

저 부부와 검객은 대체 무슨 사이입니까? 그리고 아들을 찾는데 저 검객의 힘을 빌릴 수 있다는 말씀은 또 무엇입니까?


단호 역시 고개를 숙인 채 전음술로 형에게 물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후에 하도록 하지요. 당분간만 저 부부가 이곳에 머물도록 허하여 주시오.

 

무수선사는 동생에게 모든 내막을 알려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조카 정인이가 혈귀가 되었다는 사실은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고 장무정과 장화순의 관계는 자신도 확실하게 아는 바가 없으니 자세히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집안 무사들뿐만 아니라 전국 유명 표국 사람들까지 사서 찾아도 잡히지 않던 단서를 저 자가 찾아낼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저 자의 무공이 설마 선사님보다도 높다 말입니까?

 

단호가 고개를 들어 의심의 눈초리를 무정에게 보냈다.

 

허허. 빈승이 수십 년을 더 수련하여도 저 사람을 꺾지 못할 것이오.

 

형의 말에 단호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아무리 출가한 뒤 무공 증진에 뜻을 두지 않았다 해도 당대의 무인들이 무시할 실력이 아니었다. 헌데 사십도 안 된 검객을 수십 년이 지나도 따라잡지 못한다는 말에 어인이 벙벙할 뿐이었다. 실언을 하지 않는 형의 말이니 사실임에 분명했다.

 

단룡과 단호 두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전음술을 주고받고 있을 때, 소유빙은 다른 의혹에 휩싸여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호군정을 보는 순간 너무 놀라 그녀는 아들의 소식을 물어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엉겁결에 두 눈을 비빈 뒤 그녀는 다시 호군정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 부인은? 설마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지. 하지만 너무 닮았는걸.


 소유빙의 기억이 20여 년 전, 청해성에 위치한 곤륜파 장문인의 장자 양수창의 혼례가 있기 전 날 밤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 날 밤은 다음 날의 경사를 미리 축하하듯 달이 유난히도 밝았다.


 나중에 그녀는 그날 밤이 칠흑같이 어두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 했다. 그랬더라면 그녀는 달구경을 하러 곤륜파의 장원을 거닐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무서운 비밀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살지 않아도 되었을 터.


 소유빙은 다시 한 번 호군정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역시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한 여인과 너무나도 닮았다. 물론 그 기억속의 여인은 이십 세 전후의 꽃다운 소저였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날 밤 그 여인의 인상은 너무 강렬하여 소유빙의 가슴에 깊게 박혀 있었다.


 이름이 호군정이라고? 역시 다른 사람인가?


채약노인의 풍채에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하긴 그 아리따운 소저가 저런 자의 부인이 될 리가 없지. 한데 어찌 저렇게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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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을 잃은 두 어머니[2] 17.06.24 224 2 6쪽
60 제3장. 아들을 잃은 두 어머니[1] 17.06.23 193 2 7쪽
59 사인[四人]의 허수아비[6] +2 16.05.23 690 5 11쪽
58 사인[四人]의 허수아비[5] 16.05.23 578 5 6쪽
57 사인[四人]의 허수아비[4] 16.05.22 624 3 7쪽
56 사인[四人]의 허수아비[3] 16.05.21 654 4 9쪽
55 사인[四人]의 허수아비[2] 16.05.21 636 4 7쪽
54 사인[四人]의 허수아비[1] 16.05.13 663 3 7쪽
53 동상이몽[同床異夢][2] +4 16.05.11 869 4 9쪽
52 동상이몽[同床異夢][1] 16.05.05 555 4 7쪽
51 모자상봉[母子相逢][5] 16.05.03 917 4 4쪽
50 모자상봉[母子相逢][4] 15.10.12 713 9 8쪽
49 모자상봉[母子相逢][3] 15.10.11 670 11 7쪽
48 모자상봉[母子相逢][2] 15.10.10 764 9 7쪽
47 모자상봉[母子相逢][1] 15.10.10 635 8 7쪽
46 척귀단[5] 15.10.09 626 8 8쪽
45 척귀단[4] 15.10.09 1,224 9 8쪽
44 척귀단[3] +2 15.10.09 739 12 8쪽
43 척귀단[2] 15.10.08 733 12 7쪽
42 척귀단[1] 15.10.08 669 13 7쪽
41 임종전야 15.10.07 659 13 8쪽
40 죽은 아들[4] 15.10.06 748 12 5쪽
39 죽은 아들[3] 15.10.04 781 16 7쪽
38 죽은 아들[2] 15.10.03 640 13 7쪽
37 죽은 아들[1] 15.10.03 796 15 7쪽
36 단왕[端王]과 채경[蔡京][2] 15.09.14 1,041 15 7쪽
35 제2장. 단왕[端王]과 채경[蔡京][1] +2 15.09.11 1,103 16 5쪽
34 혈귀[血鬼]의 밤-대자산[11] 15.09.10 800 21 15쪽
33 혈귀[血鬼]의 밤-대자산[10] 15.09.09 766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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