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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하님의 서재입니다.

무정혈귀[無情血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단하[丹霞]
그림/삽화
단하
작품등록일 :
2015.06.30 16:38
최근연재일 :
2017.06.24 18:26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77,305
추천수 :
1,655
글자수 :
204,942

작성
17.06.23 17:18
조회
193
추천
2
글자
7쪽

제3장. 아들을 잃은 두 어머니[1]

DUMMY

“부인. 계속 이리 식음을 마다하고 누워만 있을 작정이오?”


단호는 침대의 휘장을 걷고 누워있는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아들의 실종 소식이 알려진 뒤로 거의 곡기를 끊다시피 한 탓에 혈색을 잃은 파리한 얼굴이었지만 단아한 아름다움은 여전하였다.


이틀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는 시비의 보고에 소유빙을 내방한 단호의 안색 또한 병자와도 같았다. 남편을 올려다보는 여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해요. 저 때문에........”


소유빙은 말을 잇지 못했지만 그 뒤의 말을 단호는 짐작하고도 남았다. 자신 때문에 이 변고가 벌어졌다는 자책일 것이다. 애초에 아들을 혜선사에 보내 형의 도움으로 가무[家武]를 완상하게 하자는 제안은 장로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아들은 남궁세가의 최고무공인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 의 수련 6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원래대로라면 가주인 단호가 지도해야 할 터였는데 본인조차 그 단계를 뛰어넘지 못한 터라 기댈 곳은 형뿐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로들의 입에서 막상 그 말이 나오자 불쾌감이 아랫배에서부터 치솟아 올랐다. 저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형이 남궁세가의 기둥이구나 싶은 자과감에 그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하였다.


“그 분은 이미 속세를 떠난 몸인데 가문의 일에 관여하려 하시겠습니까? 폐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단호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장로들은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그 때 소유빙이 끼어들었다.


“비록 선사께서 법명을 얻으신 지 오래라 해도 가문의 일에 아주 관심을 끊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작년에 이곳에 발걸음을 하시지도 않았겠지요.”


그거야 당신을 보고픈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연유겠지,


목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며 단호는 대신 헛기침을 하였다.


남궁단호는 형의 예상치 못한 출가로 가주[佳酒]의 자리에 올랐지만 어릴 때부터 형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면에서 형에게 뒤떨어졌던 단호는 성인이 되기까지는 그나마 무공에 증진하며 형을 뀌어 넘지는 못하더라도 가명[佳名]에 부끄럽지 않은 무림인이 되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전 가주 남궁사윤은 구파일방에 버금가는 자기 가문에 대한 긍지로 가득치 그 가세[家勢]를 유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의 눈에 무재[武才]가 없는 둘째 아들이 들어올 리 없었다. 가주[佳酒]가 그러하니 단호를 대하는 장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태도 또한 가벼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경시한 가문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던 단호는 무공 수련은 뒤에 둔 채 결국 주색[酒色]으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 아들에 아버지는 처음에는 격노[激怒]했지만 차츰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자신에 대한 그 무관심과 반대로 형을 향한 가인[家人]들의 믿음과 기대는 점점 높아져갔다.


그런데 청천벽력의 일이 일어났다. 어느 날 형이 출가를 선언한 것이다. 온 집안이 뒤집어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단호가 받은 충격도 적지 않았다. 단호는 자신과 일미의 혼인이 그 원인이 아닌가 하여 자책감이 들었다.


형이 소유빙에 대해 연모의 정을 품고 있는 것을 단호는 진작 눈치 채고 있었다. 그녀를 향한 단호의 감정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전혀 마음에 두고 있지 않음을 알고 있던 터라 내색을 삼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룡을 향한 소유빙의 감정 또한 각별하다는 것을 눈치 챈 단호의 가슴에 호승심이 일었다.


형에게 연모하는 여인마저 뺏길 수 없다고 생각한 단호는 소유빙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그의 변화에 그녀는는 당황하였지만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 흔들림이 단룡의 마음에는 오로지 가세와 무공수련만이 있다고 생각한 소유빙의 착각 때문이라는 것을 단호는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회를 단호는 놓치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의 마음을 얻게 된 단호는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형을 이겼다고 의기양양했다.


형은 괴로운 심정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단호의 눈까지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형이 속세를 떠나 불가에 몸담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단호의 마음에도 비통함이 넘쳐흘렀다. 무재[武才]가 뛰어나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형을 질투하고 부러워하긴 했지만 사실은 존경심이 더 컸다. 형을 뛰어넘어 가주의 자리에까지 오르겠다는 야심은 애초에 없었다.


“하물며 남궁세가의 무궁이 당대에 실전[失傳]된다 하면 선사께서도 애통함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당신이 간곡히 부탁하시면 절대 외면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아내까지 장로들에게 힘을 보태자 단호로서도 딱히 거부할 명분이 없었던 터라 얼마 후에 아들 정인이 속가제자로 혜선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남궁정인은 알 수 없는 괴질에 걸려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행방불명되고 만 것이다.


그 비고가 전해진 뒤에 소유빙은 그 모든 일의 사단이 자신으로 인한 것이라는 자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가 그 때 나사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을......."


"당신 탓이 아니야. 너무 자책하지 마. 사람들을 전국으로 풀어 수소문하고 있으니 필히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야. 그러니 당신은 자신의 몸을 이리 경시하면 안 되지. 당신마저 쓰러져버리면 그야말로 우리 남궁세가의 지붕 위에 먹구름이 내려앉는 격이야."


아들의 실종 이 후로 수십 번 아내에게 건넨 말이었다. 이 말이 아내의 애통한 마음에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혜선사에서 남궁세가로 이어지는 길을 중심으로 사방을 샅샅이 찾아 파헤쳤지만 그야말로 아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목격자도 전혀 없고 아들뿐만이 아니라 형님이 딸려 보냈다는 수행원들의 시신마저도 찾을 수 없고 보니 지금 상황으로서는 아들 일행이 어떤 인물이나 세력에 의하여 납치당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였다.


무림에서 시비를 가려야 할 일은 항시 일어나는 법이다. 단순한 비무[比武]의 승패에도 불복하여 마음에 칼을 품는 이도 부지기수였다. 오랜 세월 강호에 이름을 떨쳐온 남궁세가였기에 원한을 가진 이가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감히 남궁세가의 외아들을 납치하다니, 무공이 아주 뛰어난 자나 그 세력이 아주 큰 단체의 짓이 분명하였다. 이렇게 결론을 내린 단호의 수심은 더욱 깊어졌지만 아내에게 그 속을 털어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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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아들을 잃은 두 어머니[2] 17.06.24 224 2 6쪽
» 제3장. 아들을 잃은 두 어머니[1] 17.06.23 194 2 7쪽
59 사인[四人]의 허수아비[6] +2 16.05.23 690 5 11쪽
58 사인[四人]의 허수아비[5] 16.05.23 579 5 6쪽
57 사인[四人]의 허수아비[4] 16.05.22 624 3 7쪽
56 사인[四人]의 허수아비[3] 16.05.21 654 4 9쪽
55 사인[四人]의 허수아비[2] 16.05.21 636 4 7쪽
54 사인[四人]의 허수아비[1] 16.05.13 663 3 7쪽
53 동상이몽[同床異夢][2] +4 16.05.11 869 4 9쪽
52 동상이몽[同床異夢][1] 16.05.05 555 4 7쪽
51 모자상봉[母子相逢][5] 16.05.03 917 4 4쪽
50 모자상봉[母子相逢][4] 15.10.12 713 9 8쪽
49 모자상봉[母子相逢][3] 15.10.11 670 11 7쪽
48 모자상봉[母子相逢][2] 15.10.10 764 9 7쪽
47 모자상봉[母子相逢][1] 15.10.10 635 8 7쪽
46 척귀단[5] 15.10.09 626 8 8쪽
45 척귀단[4] 15.10.09 1,224 9 8쪽
44 척귀단[3] +2 15.10.09 739 12 8쪽
43 척귀단[2] 15.10.08 733 12 7쪽
42 척귀단[1] 15.10.08 669 13 7쪽
41 임종전야 15.10.07 659 13 8쪽
40 죽은 아들[4] 15.10.06 748 12 5쪽
39 죽은 아들[3] 15.10.04 781 16 7쪽
38 죽은 아들[2] 15.10.03 640 13 7쪽
37 죽은 아들[1] 15.10.03 796 15 7쪽
36 단왕[端王]과 채경[蔡京][2] 15.09.14 1,041 15 7쪽
35 제2장. 단왕[端王]과 채경[蔡京][1] +2 15.09.11 1,103 16 5쪽
34 혈귀[血鬼]의 밤-대자산[11] 15.09.10 800 21 15쪽
33 혈귀[血鬼]의 밤-대자산[10] 15.09.09 766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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