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386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1.01.15 22:38
조회
100
추천
0
글자
12쪽

마녀의 기사

DUMMY

왕궁을 갔다 오고 바로 다음 날 바빠지기 시작했다.


케르디의 지휘하에 저택의 모든 사람이 이곳저곳을 바쁘게 움직였고 시겔의 방까지 찾아와서 다양한 것을 준비시켰다.


“제가 지금부터 어떤 행동을 보여드릴 테니 그걸 그대로 따라 하시면 됩니다.”


옆구리에 목검을 든 채로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다가 멈춰서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는 목검을 뽑고서 옆으로 눕힌 뒤 두 손으로 받쳐서 머리 위로 올렸다.


주인에게 검을 바치는 듯한 그 모습은 어쩐지 익숙하면서도 그리움마저 느껴졌다.


“자 해보시죠”


앞서 본 시범처럼 따라 했고 분명 처음 한 행동임에도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시겔의 모습에 케르디는 놀란 듯 보였다.


“잘하셨습니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케르디는 방을 나갔고 잠시 뒤에 옷 한 벌을 가지고서 다시 돌아왔다.


“이걸 한번 입어보시죠”


새 하얀색 옷이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기사의 옷 아닌가요?”


“맞습니다.”


시겔은 옷을 조심스럽게 만져보았다.


옷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만져보는 알 수 있을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저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네요.”


빈민가를 떠난 지 한참이 지나기는 했지만, 출신이 변하는 것이 아니었고 자신이 정말로 이 옷을 입을 자격이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렇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당신에게 정말 잘 어울립니다.”


단순히 옷 자체가 어울린다는 얘기가 아닌 옷이 가진 의미가 시겔에게 잘 어울린다는 말이었다.


“정말로 저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네”


자신조차도 확신할 수 없어 망설이는 데 타인이 오히려 더 확신하고서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당신이 당당하게 실력으로 기사의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니 이 옷을 입는 것에 대해서 망설일 필요 없습니다.”


케르디의 말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기는 했지만, 조금의 찝찝함은 남아있었다.


“고마워요”


약간의 찝찝함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케르디의 조금이나마 거부감이 줄어들었기에 옷을 받아들고는 갈아입었다.


망토도 같이 있는 옷 이어서 케르디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잘 어울리십니다.”


단순히 입에 발린 칭찬일 수도 있었지만 그런 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준비가 다 되면 데리러 올 테니 잠시만 이곳에서 기다리고 계시죠”


“알겠어요”


케르디가 나가고 방에 홀로 남아 앞으로 일어날 입에 대해서 생각하니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한때는 기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 적은 있었으나 정말로 이루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필사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사가 되기 바로 직전이었다.


“준비가 다 됐습니다. 가시죠”


긴장된 마음을 안고 케르디를 따라나섰다.


매일 걷던 복도가 낯설게 느껴지고 마치 다른 공간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중앙홀을 지나 앞마당으로 나오니 처음 보는 사람들이 바닥에 깔린 하얀 카펫의 양옆으로 서 있었다.


“여기 서시죠”


케르디의 안내를 받아 찬찬히 카펫의 양옆에 선 사람들을 보던 중 카일이 보였다.


낯선 얼굴들 사이로 아는 얼굴 하나가 껴 있으니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손이라도 흔들어주고 싶었지만, 자신이 서 있는 위치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눈인사만을 했다.


카일도 그것을 본 것인지 살짝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와”


사람들 구경이 끝나고 시선을 앞으로 옮기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의 하얀색과는 비교도 안 될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허리까지 곱게 뻗은 붉은 머리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이런 표현은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진짜 여신이 하늘에서 강림한 게 아닌가 싶었다.


“아까 하신 던 대로 하시면 됩니다.”


“아! 네!”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케르디가 말을 걸어준 덕분에 정신 차릴 수 있었다.


“후우”


한번 심호흡을 한 다음 조심스럽게 한 발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향하고 있는 카펫의 끝에 서 있는 에밀리는 여태껏 본 적 없는 도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처음 본 사람이라면 마녀라는 이름에 걸맞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평소의 모습을 알고 있는 카일은 괜스레 웃음이 나오려 했다.


겨우 참고 있기는 했지만, 에밀리는 그것을 눈치챈 것인지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둘이 끝에서 만났을 때는 둘 다 표정이 미묘했다.


한 명은 조금씩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가에 힘이 들어가다 못해 미세하게 떨렸고 한 명은 그 모습이 이상했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어쨌든 지정된 위치까지 도착했으니 해야 할 일을 할 때였다.


연습한 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검을 뽑아 두 손으로 받쳐서 머리 위로 들어 올렸고 에밀리가 검을 가져가 높이 들어 올렸다.


햇빛을 받은 날이 번쩍였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에밀리는 조심스럽고 천천히 검으로 시겔의 양쪽 어깨를 가볍게 한 번씩치고는 검 끝을 머리로 향한 뒤 입을 열었다.


“그대는 나의 기사가 되어 내가 위험에 빠지면 목숨을 바쳐 나를 지키고 나의 권위를 떨어뜨리려 하는 자가 있다면 명예를 걸고 대립하고 죽음 앞에서도 나에게 충성하겠는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질문은 기묘한 여운을 남겼고 시겔은 그 여운을 즐기는 듯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


마치 이런 질문을 들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처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대답은 시겔의 각오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불의 마녀의 권한으로 너를 나의 기사로 임명하겠다!”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게 큰소리로 외친 에밀리는 검을 돌려준 뒤 시겔을 일으켜 세웠고 나란히 선 둘은 사람들을 향해 인사했다.


둘이 인사함과 동시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와 한참 동안 지속되었다.


“축하한다.”


모든 것이 끝나고 빠르게 사람들은 돌아갔지만 유일하게 카일 만이 남아서 축하해주었다.


“고맙습니다.”


웃고 있기는 했지만 그리 밝은 웃음은 아니었기에 카일은 단번에 시겔이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렸다.


“기사가 너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냐?”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렸다는 사실에 놀라우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보통 기사가 되면 좋아해야 그런 하찮은 이유로 걱정하며 기뻐해야 할 일을 기뻐하지 못한다는 것은 한심하지 않나?”


“그렇기는 하지만 저랑 대결했던 그 기사 했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려요”


“네가 만약 그 대결에서 졌다면 애딘의 말이 맞는 것이 되었겠지만 네가 승리함으로써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된 거다.”


카일이 하는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출신이 빈민가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만약 네가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자들도 나중에는 입을 열 것이고 너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계속 조언과 경고를 말하고 있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강해져라. 왕국 최고의 기사가 되어 그 누구도 너에 대해서 의심하지 못 하게 해라”


단호하고 힘 있는 카일의 목소리에 약간 남아있던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시겔의 표정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것 같아요”


“그럼 다행이다.”


대화라기보다는 충고와 조언을 해주는 영락없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었고 이제는 카일도 돌아가려 했다.


“아! 그리고 네가 대결에서 보여줬던 마력 운용은 놀라웠다.”


“칭찬 감사합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카일 마저 떠났다.


이 임명식을 기점으로 왕국에 불의 마녀와 기사의 존재가 널리 퍼졌다.


식에 참석한 인원은 별도 되지 않았지만, 누군가 일부러 퍼뜨리기라도 한 것, 마냥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예언, 불의 마녀인 에밀리 그리고 기사를 이긴 시겔 까지, 사람들은 신분,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온통 같은 얘기만 했다.


이 일에 대해서 왕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해서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기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저택으로 사람들이 접근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저택의 위치를 철저히 비밀로 했고 주변에 감시자들을 두었다.


“쳇 밖에 나가고 싶었는데”


저택에만 있었던 에밀리였지만 비교적 외출이 자유로운 하녀들에게서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혹시라도 자신도 밖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반대로 감시가 심해지자 외출은 거의 불가능이 되었다.


“나중에 말이라도 해보지 그래?”


“그게 말한다고 될까?”


“말하지 않으면 모르지”


에밀리뿐만 아니라 시겔 역시 이곳에 갇혀 지내는 것이 답답했기에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밖에 나가고 싶었다.


“그럼 나중에 케르디한테 말이라도 해봐야지”


케르디한테 말한다고 한들 될지 안 될지는 미지수였다.


“너도 네 스승한테 말이라도 해보는 게 어때?”


“나도 그러고는 싶지만 연락할 수단이 없어”


외진 곳에 떡하니 자리 잡은 이 저택은 화려하고 컸지만, 감옥 같기도 했다.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었고 둘의 행동 특히 에밀리의 모든 것이 케르디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예언 때문이니 별말 안 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관리라기보다는 감시라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그나저나 하룬델은 잘 지내고 있을까?”


에밀리는 이런 답답한 생활에 싫증을 느낄 때면 자연스럽게 밖에 나가 있는 하룬델의 생각이 났다.


“벌써 못 본 지 10년 정도 되었네”


가끔 날아오는 편지 말고는 거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시겔의 기억 속에서 얼굴이 희미해져 갔다.


“부럽다 밖에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진심 어린 부러움과 바깥세상을 향한 열망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고는 에밀리는 잠깐 멍하니 있었다.


“아!”


그러다가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인지 갑자기 에밀리는 큰 소리를 냈다.


“우리 밖에 나가자!”


“어떻게?”


“몰래 나갔다 오자”


“몰래?”


“그래”


에밀리는 자신이 대단한 생각이라도 한 것, 마냥 좋아했지만 시겔은 그리 탐탁지 않았다.


“몰래 나가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아?”


“뭐가 위험해?”


“넌 일단 불의 마녀인데 함부로 밖에 나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설마하니 무슨 일 생기겠어? 너랑 나인데”


너랑 나, 한 명의 불의 마녀로서 강력한 불의 마법을 쓰고 한 명은 기사였다.


행여나 누군가 건드린다면 반대로 그 사람이 큰일 날 게 뻔했지만 시겔의 불안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건 둘째치더라도 몰래 나간 것이 들키기라도 한다면 케르디에게서 어떤 말을 들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럼 내일 점심 먹고 나가자”


아직 시겔이 동의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지만 이미 에밀리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듯 했다.


“잠깐만! 나 아직 나간다고 안 했어.”


“넌 내 기사니까 내가 어딜 가든 따라와야 하는 거 아니야?”


할 말이 없었다.


어찌 되었든 시겔은 이제 에밀리의 기사였다.


그렇기에 에밀리가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이 있든 무조건 에밀리 옆에 붙어 있어야 했다.


“더 할 말 없지?”


당황하여 시겔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에밀리는 내일 나가는 것을 확정해버렸다.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


에밀리는 신신당부하면서도 즐거워했다.


“그러면 내일 점심까지 확실하게 준비해 둬!”


즐거워하는 에밀리의 모습을 보니 시겔도 덩달아 기대감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불안감 또한 커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가 사는 이-세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5 하얀 가면 21.01.22 80 0 11쪽
44 무엇을 잊었는가? 21.01.21 86 0 11쪽
43 마녀척살단 21.01.20 94 0 11쪽
42 괴한들의 습격 21.01.19 89 0 12쪽
41 은밀한 외출 21.01.18 87 0 11쪽
» 마녀의 기사 21.01.15 101 0 12쪽
39 이건 재능인가? 21.01.14 99 0 11쪽
38 애딘의 검 21.01.13 99 0 11쪽
37 왕의 부름 21.01.12 103 0 12쪽
36 뭐라도 해야겠어 21.01.11 101 0 12쪽
35 좀 더 강해지기 위해서 21.01.08 98 0 12쪽
34 마력을 느끼다. 21.01.07 99 0 12쪽
33 승리의 태양 21.01.06 108 0 12쪽
32 검술 수업 21.01.05 106 0 11쪽
31 예언을 따르다 21.01.04 101 0 12쪽
30 부탁할게요 21.01.01 105 0 13쪽
29 너를 기다리며 20.12.31 109 0 13쪽
28 내 친구들과 함께 20.12.30 123 0 14쪽
27 아이들 20.12.29 119 0 12쪽
26 자장가 20.12.28 124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