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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꿈
작품등록일 :
2016.04.2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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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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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2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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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2

DUMMY

레벨에 필요한 경험치부터 스텟, 스킬, 아이템 그리고 퀘스트까지. RPG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은 바로 사냥이다. 때문에 유저들은 효율적으로 사냥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고 결국 지금의 싸움 같은 사냥법이 자리 잡히게 되었다.

한마디로 유저들에게 몬스터 사냥이란 사냥이면서 사냥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성장을 위한 반복 노동에 가까운 것이다. 특히 게임 오픈 초기 때 그런 경향이 심했다. 가상현실 게임이 나오고 나서도 말이다.


'너무 맞는 말이라서 NPC가 NPC 같지가 않아.'


확실히 사냥꾼 한이 말한 것처럼 유저들은 기존 시스템에 길들여져서 사냥이 아닌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걸 지적하는 NPC는···.'


이안이 알기로는 전무했다. 그의 눈 앞에 있는 한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사냥을···."


사냥에 대해 질문을 하려던 이안은 생각을 바꿨다. 한의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리얼리티는 그런 시스템과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NPC가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 넌지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 게임 시스템과 관련된 질문을 대놓고 물어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죠?"


순간의 고민 끝에 나온 이안의 질문에 한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을 본 이안은 확신했다. 유저들이 눈치채지 못 했을 뿐이지 숲의 NPC들은 리얼리티의 기본 시스템에 대해 넌지시 알려주고 있었다.


"사냥도 모르더니 그런 단순한 것도 모르는 군. 그렇게 물어보는 녀석은 네가 두 번째야. 수련을 하던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배우던가 그것도 아니면 타고나던가··· 이런 당연한 것들을 왜 묻지?"

"······."

"거참, 이계인들은 왜 그런 것에 집착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예언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가? 인생 참 재미없게 사는 거 같군."


그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과 어느 정도 비슷한 답변이었다.


'방금 전에도 느꼈지만 NPC 같지 않아···.'


대놓고 시스템과 관련된 것을 물어보면 그것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NPC들에겐 그것이 당연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게임이 너무 현실적이었다. 솔직히 NPC와 이런 대화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법사들의 흥미도 이젠 이해할 수 있겠어···. 강해지고 싶다고? 그럼 날 따라오게."


사냥꾼 한은 말과 함께 붉은 액체가 담긴 유리병 하나를 이안에게 툭하고 던지며 자리를 떠났다. 이안도 눈치가 있었다. 아니, 유저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붉은 액체가 담긴 물약에 대해 말이다.


'그래도 포션은 똑같네. 소모품은 그대로 인건가?'


뚜껑을 딴 이안이 막 포션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한의 목소리가 들러왔다.


"꽤 아프겠지만 몸에 곳곳에 바르는 게 좋을 거야. 앞으로 만날 녀석은 네가 상대한 그런 허접한 놈이 아니니까."


포션을 마시던 이안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한이 건네준 포션은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해야 하는 포션이었다.


*


결국 입안에 머금은 포션으로 몸을 치료한 이안은 한을 뒤따라 숲 속을 걷고 있었다.

시간이 꽤나 흘렀는데 신기하게도 컬러풀 노즈와 같은 몬스터와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한가로이 걸어가며 잎사귀나 나뭇가지를 꺾던 한이 말했다.


"수 많은 이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강함이지."

"강함에 대한 착각이요?"

"그래, 강함은 생각 보다 훨씬 단순해. 일단 살아남는 거야. 그래야 강해질 수 있지. 아무리 강한 맹수라도 새끼일 때는 약하고 귀여운 법이니까. 이건 만고불변의 진리네."


보통 유저들이 생각하는 강함이란 누군가의 위에 서 있는 그런 이미지였다. 비교 대상이 있는 그런 강함을 말이다. 하지만 한이 말하는 강함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다.


"역사상 강자라 불린 이들이 얼마나 있을 거 같은가? 그 많은 신화나 전설이 전부 사실이라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


게임 속 이야기 뿐만이 아니었다. 역사 속의 실존 인물들 중에선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을 해낸 자들이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죽고 없어졌네. 지금 당장 의미가 없다는 말이지. 그쪽 세계에서도 이미 죽은 자들 중 누가 더 강하다고 논쟁을 벌이는 이들이 꽤··· 아니, 아주 많을 꺼야. 의미 없는 짓이지. 강자로 불린 그들이 자네들처럼 죽음에서 돌아오지 않는 이상은 말이야."


거대한 나무들을 감싼 덩굴 앞에 선 한은 땅위로 뻗은 나무 뿌리와 덩굴에 조금 전에 꺾은 나뭇가지와 잎사귀로 엮기 시작했다.


"죽으면 소용 없는 것. 그게 바로 강함이라네. 살아남아야, 그래야 비교를 하든지 자랑을 하든지 뭐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죠."

"당대에 강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바로 그런 자들이라네. 그들 모두가 살아남은 자들이지. 치열한 전쟁 속에서, 험난한 투쟁 속에서, 수 많은 죽음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


스포츠라는 문화가 있는 현대와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이안은 한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 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네들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강해지게 되어 있어. 그래, 이 숲의 지배자들 처럼···."

"그 고블린들이 그렇게 강합니까?"

"그들은 천 년을 넘게 살아왔네.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위기나 고난이 없었을까? 그 정도 세월이면 수 십, 수 백 번의 재앙이 일어나고도 남을 시간이데 말이야."


하지만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한 번의 죽음으로 캐릭터가 삭제되는 극악무도한 RPG를 생각하면 말이다. 그런 게임을 클리어할 기회가 인생처럼 단 한 번만 있다면 다른 건 몰라도 유저들은 생존을 가장 우선시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생존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해도 그런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는 유저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많지는 않겠지.'


사망 패널티가 있어도 캐릭터가 삭제되어도 유저들은 다시 도전할 수 있다. 한은 그것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유저'라는 강점에 대해서 말이다.


'단순한 설정을 말하는 게 아냐, 시스템적으로 유저가 NPC 보다 강자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살아남는 것이 강함이라는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태초의 강함이란 바로 생존이네. 마법사들이 입에 달고 사는 세계의 질서가, 자연의 섭리가, 그리고 만물의 의미가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우리들은 그냥 본능이 정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가 덩굴에 나뭇가지와 잎사귀를 엮어 완성한 것은 덫이었다. 과연 저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한이 만든 덫은 겉보기에 단순하고 어딘가 허술해 보였다.


"잘보게. 자네들이 강하다고 말하는 녀석이 이런 초라한 것 때문에 목숨을 잃는 현실을."


덫을 설치한 곳과 그리 멀지 않은 나무 위에 올라간 한이 천천히 활에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그는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이안이 왜 벌써 시위를 당기는지 의아해하는 순간 한이 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섬전 같은 속도로 날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괴성과 함께 거대한 나무들을 쓰러뜨리며 달려오는 거구의 몬스터가 보였다.


'퍼플 노즈? 저런 걸 덫으로 잡겠다고?!'


유저들 사이에서 준 보스급 몬스터로 취급되고 있는 대형 곰의 어깨에 화살이 깊이 박혀 있었다.


"확실히 너희들을 보면 부러운 점이 꽤 많아. 적어도 어디 가서 객사 당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야."


퍼플 노즈의 육중한 왼쪽 앞발이 덫에 걸렸다. 실처럼 끊어지리라 생각했던 것처럼 덫이 끊어졌고 덩굴과 나무 뿌리가 재자리를 돌아가면서 녀석의 나머지 발을 휘감았다.

그럼에도 놈의 돌진을 막을 수 없었다. 우두둑. 퍼플 노즈의 돌진으로 덩굴과 뿌리가 팽팽해졌고 이내 덩굴과 뿌리로 이어진 거대한 나무 하나가 우저적 부러지며 놈을 덮쳤다.

그 결과로 커다란 굉음이 들리고 자욱한 흙먼지가 일어났다. 그르릉. 퍼플 노즈의 울음소리가 새삼 나약하게 느껴졌다.


"저 덩굴은 평범해 보이지만 힘으로 끊어지지 않고 저 거대한 나무는 무겁지. 같은 크기의 돌덩이 보다 훨씬 더···."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들이 이 숲에 있다고 말할 수 있네. 그래서 몇 가지 조건만 채워지면 이런 결과가 자주 일어나곤 하지. 난 그걸 이용 했을 뿐이고."


그렇게 말한 한이 다시 활 시위를 당기며 쓰러진 놈의 숨을 끊었다.


"생존에 대해 깨닫게 되면, 그러니까 이 숲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 자네도 쉽게 따라할 수 있어. 살아남는 방법을 역이용하면···."


활을 등에 멘 한이 단검을 꺼내 퍼블 노즈의 코를 잘라냈다.


"가장 완벽한 사냥이 가능하니까. 참고로 난 이걸로 대륙 최고의 사냥꾼이 되었네."


보라빛으로 빛나는 코를 작은 주머니에 넣은 한이 이안을 보며 말했다.


"이게 자네가 처음에 물어보고자 했던 사냥을 잘하는 방법이지. 그렇다면 강해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존에 대해 깨닫는다? 아니면 생존력을 키운다?"

"둘 다 틀렸어. 조금 더 원초적이고 근본적이야. 잠재력과 비슷하면서 다른 것."


그것은 생존과 가장 밀접하면서 경험으로 습득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바로 본능, 이드(id)라고 말할 수도 있겠어. 그것을 일깨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미지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지."

'본능이라고? 이게 웬 개소리야?'


죽어도 부활하는 유저인 이안으로썬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작가의말

오타수정.

1703210515 목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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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직용사.1 +3 17.03.20 1,462 45 16쪽
2 이안. +3 17.03.20 1,752 48 21쪽
1 엔딩. +7 17.03.20 2,312 5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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