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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같은 만남을 믿으세요? 용사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redneck
작품등록일 :
2020.05.11 13:51
최근연재일 :
2020.06.19 03: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75
추천수 :
656
글자수 :
150,709

작성
20.06.05 02:07
조회
123
추천
20
글자
8쪽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2)

DUMMY

대마족, 이르골. 그 이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아무리 그 마왕을 타도한 용사 일행이라 해도, 마족들을 전부 구축할 수는 없었다. 퀘스팅 비스트-마족은 아니더라도, 그들에게 사역된 마수였다-처럼 끝끝내 쓰러트릴 방법을 알지 못해 봉인한 존재도 있으며, 마지막까지 결착을 짓지 못하고 사라진 자도 있었다.


이르골도 그런 마족의 하나였다. 몽마들의 군주, 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적, 한 번에 천의 꿈을 먹는 자. 몽환세계에서 그를 이길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오직 이르골 한 명에게 하룻밤 사이 삼천의 병사가 죽은 날은, 지금까지도 '슬픔의 날'이란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을 테지.


" 숨통을 끊지 못했지. "


세실은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비명과 저주를. 그날 눈을 빼앗기고 만 동료를. 악몽 속에서 조우한 몽마의 지배자를. 어떤 의미에선 마왕 이상으로 위험한 적이었던 그는, 결국 전쟁이 끝날 때까지 세실의 앞에 돌아오지 않았다.


" ...그 녀석이 숨어 사는 마을이라고? "


물론 에이페에 남은 마족들은 그런 식으로 조용히 살아간다곤 알고 있지만, 이르골에 한해선 실로 낯선 말이었다. 차라리 나라를 통째로 점거해 그림자 실세로 군림한다면 모를까. 고작 마을 규모에서, 그것도 외부에 소문이 새어나갈 정도라니?


" 뭐, 숨어 산다는 말은 맞지 않을 지도 모르겠네. 이미 이르골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어. 왕들의 군대가 그 마을에 다녀갔지만, 어째서인지 별다른 무력 충돌 없이 그를 내버려두고 돌아갔다는군? "


" 그럴 리 없어. 이르골은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마인 중 하나였다고. "


세실이 자신을 찾아왔던 왕의 밀사를 떠올렸다. 그런 자들이 에이페 각지에서 첩보를 수행하고 있다면, 그 존재가 알려진 이르골 같은 자를 방치할 리가 없다. 어지간한 실종 사건이나 사교 의식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 그게 꼭 그렇지는 않단 말이지~ 뭐, 흥미는 생겼나? 선배님. "


" ...찾아가서 어쩔 셈이지? "


" 당연히 죽일 거. "


패드레이그가 수려하게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 왕들이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 지는 몰라도 살아서 좋은 존재는 아니란 게 분명하지. 그러니 나는 당신과 만났다는 우연을 기회로 삼도록 하지. 이르골과 한 번 싸워본 전사라면, 적어도 내 짐이 되진 않을 거잖아? "


" 위험한 일이야. 이르골의 능력에 대항하려면 최소한 성인의 협력은 있어야 해. "


" 난 퀘스팅 비스트를 죽였어. 당신네들은 하지 못한 일이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위업들을 해내겠지. "


" 정말 네 말대로 연합왕들까지 이르골을 방치 중이라면 이유가 있을 텐데, 괜한 짓을 한다곤 생각하지 않나? "


" 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성창의 용사. 다른 사람들이 주저하고 있을 때 올바른 선택을 내려주는 게 영웅이잖아. 우리같은 능력있는 사람들이 에이페를 좀 더 살기 좋은 세계로 만들자고. "


세실이 턱을 괴며 곰곰히 생각했다.


' 이 자식, 하는 말은 그냥 자기 힘에 취한 머저리 같은데? '


위대한 붉은 용, 레무스를 뒤잇는 검사, 호수의 검을 뽑은 청년... 파드마의 반응으로 보건대 그 명성은 진짜배기겠고, 실제로 냘의 분신들을 베어가른 일격은 놀라운 것이었지만, 세실은 이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연기,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가. '


젊은 전사 특유의 선민사상? 정말 어쩌다 손에 넣은 힘으로 자만했다 생각하기엔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뻔히 보이는 의도와 발언으로 본심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패드레이그가 그에게 윙크를 했다.


" 빚을 졌지. 나 한 명의 목숨도 아니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겠어. "


하지만 괴물에게 구해준 은의를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실이 마지못한 얼굴로 동의의 말을 전하며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 용사님과 영웅 펜드래건이 힘을 합친다니... 이건 정말 대박날 소재네요?! 혹시 두 사람 이왕이면 손도 잡아줄 수 있나요? 저, 이 순간을 글로 남기고 싶어요!! "


이야기를 전부 들은 파드마가 눈을 반짝이며 세실에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 하하하, 아까 전부터 생각했지만 하는 행동이 꼭 강아지 같은 아가씨야. 뭘 먹고 그렇게 기운이 넘친데? "


" 목소리도 크고, 말도 많지. "


패드레이그의 말에 세실이 입술을 삐죽이다 한숨을 쉬곤, 그에게 손을 건넸다.


" 잘 부탁하지. 호수의 마검사. "


" 그건 또 재밌는 별명인데, 성창의 용사. "


....


" 당신 손에 언제나 할 일이 있기를. "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여신상 앞에 한 남자가 있었다.


" 당신 지갑에 언제나 한두 개의 동전이 남아 있기를. "


그는 여신상을 향해서 무릎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 당신 발 앞에 언제나 길이 나타나기를. "


담쟁이넝쿨이 뒤덮은 사원에 여명이 스며들고 있었다.


"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기를. "


그 기도는 누구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일까.


" 당신의 얼굴에는 해가 비치기를. "


남자의 얼굴에는 짙은 눈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 이따금 당신의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


남자의 머리에는 산양과 같은 뿔이 자라나 있었다.


" 불행에서는 가난하고 축복에서는 부자가 되며. "


남자의 이는 톱날과 같이 날카롭고 촘촘했다.


" 적을 만드는 데는 느리고 친구를 만드는 데는 빠르기를. "


남자의 손톱은 짐승처럼 거칠지만, 그 손은 희고 아름다웠다.


" 이웃은 당신을 존중하고 불행은 당신을 아는 체도 하지 않기를. "


남자의 붉은 눈동자는 경외와 전율에 젖어 떨리고 있었다.


" 당신이 죽은 것을 악마가 알기 30분 전에 이미 당신이 천당에 가 있기를. "


남자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는 씻을 수 없는 피냄새가 배어 있었다.


" 앞으로 겪을 가장 슬픈 날이 지금까지 겪은 가장 행복한 날보다 더 나은 날이기를. "


여신에 대한 공물을 바치며, 남자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그리고 신이 늘 당신 곁에 있기를. "


남자는 울고 있었다. 그의 뺨을 타고 검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 콜록, 콜록콜록! "


남자는 가슴을 움켜쥐며 벽을 짚고 불안한 걸음으로 사원에서 걸어나왔다.


" 또 여기 와계셨네요, 선생님. "


그 인기척에 남자가 고개를 돌리면 회색 두건을 쓴 젊은 여인이 빵을 담은 바구니를 들고 손을 흔들었다.


" ...이제는 습관이 되었으니까. "


" 마을 안에 교회가 있는데, 왜 매일 교외까지 나가서 이름모를 여신한테 기도하는 건지 모르겠다니까요 참. "


여인이 바구니에서 사과향이 나는 스콘-빵의 일종-을 집어 남자에게 던졌다.


" 그 누구도 자신이 잊혀지길 바라는 자는 없을 거야. "


남자가 스콘을 잡아 한 입 물면서 말했다.


" 오늘은 맛이 좋구나. 카라 씨가 옆에서 도와주기라도 했느냐? "


" 제가 혼자서 만들었단 생각은 못하세요? 뭐, 도움이 되는 조언을 조금 받기는 했죠. "


여인이 혀를 내밀었다가 말을 이었다.


" 하지만 이르골 선생님은 몸 상태가 많이 나쁘니까, 이렇게 혼자 다니고 그러면 큰일나요. "


" 괜찮다. 내 몸 하나는 간수할 수 있어. "


" 그렇게 얘기하다 먼저 떠난 어른들의 이야기를 굳이 드려야 할까요? "


이르골, 그것은 한때 에이페의 사람들을 두렵게 했던 마족의 이름이었다.


" ...후후, 걱정을 끼친 거라면 사과해야겠군. 돌아가자꾸나 올라. 오늘부턴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기로 했지. "


" 네네, 저한테 기대시죠 선생님. 가는 길은 부축해드릴게요. "


그렇지만 올라라고 하는 여자는 그를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그와 친근한 관계인 것처럼 팔짱을 끼며 남자를 데리고 갔다. 그녀는 같은 마족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에 불과할 텐데도, 이르골에겐 그것이 익숙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곳의 마을 이름은, 아킬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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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소설 표지를 등록했습니다. +1 20.05.23 118 0 -
30 6화 - 성창의 용사 (完) +9 20.06.19 122 13 15쪽
29 6화 - 성창의 용사 (4) +8 20.06.17 71 13 18쪽
28 6화 - 성창의 용사 (3) +10 20.06.16 85 14 18쪽
27 6화 - 성창의 용사 (2) +6 20.06.14 91 13 18쪽
26 6화 - 성창의 용사 (1) +6 20.06.12 111 14 18쪽
25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完) +8 20.06.11 105 14 9쪽
24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5) +7 20.06.09 114 16 9쪽
23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4) +8 20.06.08 114 16 9쪽
22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3) +12 20.06.06 132 18 14쪽
»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2) +12 20.06.05 124 20 8쪽
20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1) +12 20.06.04 136 22 10쪽
19 4화 - 수마 (完) +6 20.06.03 123 19 12쪽
18 4화 - 수마 (3) +12 20.06.01 115 19 9쪽
17 4화 - 수마 (2) +11 20.05.31 124 20 9쪽
16 4화 - 수마 (1) +4 20.05.30 129 18 12쪽
15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完) +10 20.05.28 150 21 11쪽
14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4) +2 20.05.24 137 18 7쪽
13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3) +8 20.05.23 153 20 9쪽
12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2) +10 20.05.21 153 24 9쪽
11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1) +6 20.05.20 183 21 10쪽
10 2화 - 상승의 레무스 (完) +2 20.05.18 156 20 9쪽
9 2화 - 상승의 레무스 (2) 20.05.16 160 21 11쪽
8 2화 - 상승의 레무스 (1) 20.05.15 167 23 12쪽
7 1화 - 워터빌의 유령(完) 20.05.13 169 19 10쪽
6 1화 - 워터빌의 유령(5) 20.05.12 183 18 8쪽
5 1화 - 워터빌의 유령(4) 20.05.11 204 21 10쪽
4 1화 - 워터빌의 유령(3) +2 20.05.11 206 26 12쪽
3 1화 - 워터빌의 유령(2) +4 20.05.11 271 31 8쪽
2 1화 - 워터빌의 유령(1) +1 20.05.11 313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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