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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같은 만남을 믿으세요? 용사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redneck
작품등록일 :
2020.05.11 13:51
최근연재일 :
2020.06.19 03:02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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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
글자수 :
1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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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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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 워터빌의 유령(3)

DUMMY

이 세계의 신과 신앙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아득한 먼 옛날, 바다의 닫힌 벽을 넘고 이 땅을 찾아와 정착했다는 지상의 신들이며, 하나는 교회를 중심으로 세력을 이룬 자들이 섬기는 천상의 신이었다.


지상의 신은 자연물의 모든 것과 하늘의 형상, 그리고 문명의 태반에 이르기까지 각기 관장하는 영역이 다를 뿐만 아니라, 다른 필멸자들과 같이 그 육신이 실존하며 자신의 자손을 남기기도 했노라 믿어졌다.


천상의 신은 본래 동일한 존재이나 방향성이 완전히 다른 세 가지 측면을 지녀, 해석하는 자들의 기호마다 교파가 갈린다고 한다.


세실 아델베이트는 예전부터 신실한 신자는 아니었지만, 둘 중 지상의 신들에게 좀 더 정감을 느끼곤 했다. 남자의 집 앞에도 그런 존재들로부터 기인한 미신을 나타내는 표식-문에 걸린 꽃을 엮어 만든 부적 등- 따위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천상의 신을 믿는 자들을 기피하는 것도 아니었다. 사이가 좋냐 나쁘냐를 따지면 오히려 좋다고 말해야 하겠지.


남자는 선택받은 용사이자 교회에서 말하는 운명의 대전사였다. 저 마왕의 군대 앞에서 왕국이 자랑하는 정예병들이 속수무책으로 패주해, 강성했던 나라의 수도가 함락되고 멸망하는 재난 속에서 인류 전선에게 내려진 하나의 예언.


북방의 산골 사이 세워진 작은 마을에 신의 피를 이어받은 청년이 있어, 사악한 마왕을 무찌를 것이라고.


물론 세실은 무적의 반신반인이 아니었다. 그건 전혀 근거 하나 없는 이야기다. 산골 사람인 건 사실이지만, 당시에 사람 아닌 것이라곤 신과 정령은커녕 알브나 드베르그조차 보지 못했다.


부모님 세대나 그 윗세대는 간혹 오래 전 교류했던 이종족의 증언을 들려주곤 했지만, 만나본 적이 없으니 실감은 들지 않았다. 굳이 따지면 그는 호로자식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평범한 시골 처녀였고, 아버지는 이름도 듣지 못했다. 아마도 여행자였던 것 같지만 아주 잠깐 마을에 다녀간 사람일 뿐이다. 어머니는 외지인에게도 친절한 성격이었고, 둘 사이에 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게 세실이었지만, 어머니가 그를 임신한 걸 알았을 때 이미 사내는 마을을 떠난 뒤였다.


마을에서 유명한 악동, 말썽꾸러기. 남편 없는 여자의 밑에서 오히려 속 썩이는 짓은 더 많이 했다. 매일 학교에서 도망쳐 글 읽기를 소홀히 했으며, 소나 닭을 분장시켜 어른들을 놀래킨 적도 있고, 또래 여자 아이들에게 짖궂은 말을 던져 울려버리거나, 마을에 들어온 늑대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맞서 싸워 죽을 뻔도 했던가.


그러니 그것은 그와 교회만이 알고 있는 자작극의 주인공이었다. 인류는 희망이 필요했고, 적당한 사탕발림으로 대역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거기에 반신반신은 없었고, 천상의 신이 속삭인 예언도 없었다.


교회의 성녀는 마왕의 군대를 피해 마을로 피난왔던 것에 지나지 않으며, 사람들은 앞선 2년의 전쟁 동안 지쳐버렸다.


세상물정 모르는 16살이었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피곤에 찌든 성녀의 얼굴을 보고 느끼는 게 있던 것일까. 그조차 아니라면 말썽꾸러기의 변덕에 지나지 않을까... 이유가 어찌 되었던 간에 세실은 그날 교회에게 기막힌 자작극의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용사의 탄생이었다.


아무런 능력도 없는 마을 청년은 인류의 희망을 자처하며 교회의 성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용사 일행의 첫 번째 동료가 되었다. 불가능이라 말해진 교회의 시험을 완수했으며 운명의 성창을 다룰 자격 또한 손에 넣었다. 그리고 모험을 떠나 수많은 시련과 과업을 해결한 끝에, 마침내 마왕을 물리쳤다.


모험의 시작이 되었던 계기를 떠올리던 세실은, 눈앞의 상대를 천천히 훑어내렸다.


" 오... 쓰읍, 괜찮으신가 아가씨? "


" 보지만 말고 도와주시면 복 받을 거에요... "


사흘동안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그들이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그물 덫에 걸려 공중에 대롱대롱 뒤집혀 있는 여자.


사냥꾼들이 설치한 덫 중에선 자기도 잊어서 방치하는 게 꽤 된다던데, 세실은 눈 먼 함정에 걸리는 것이 비단 짐승들만 있진 않다고 깨달았다.


세실은 옆에서 뭐라고 떠들며 옆구리를 찔러대는 파드마를 무시하고 검으로 그물을 잘라냈다. 팔다리와 뒤엉킨 줄을 끊어내는 동안 이런 긴 칼 외에도 단검을 챙겨뒀으면 좋았을 거라 느꼈다.


물론 다음 번에는 이렇게 나올 일 없겠지만. 토옥, 하고 나뭇가지와 연결된 그물이 떨어지면서 여인을 받아주었다.


알브였다. 물론 겉보기로는 인간과 다를 바 없어보이나, 지난 모험의 경력으로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들은 인간과 비슷한 체형과 외관을 지녔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 나오기 힘든 모발색이나 눈색, 근육이 붙지 않은 얄상한 팔다리, 빛에서 영양소를 흡수하는 체질 등.


특히 몸을 받아낸 두 팔에서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음이 그랬다. 알브는 큰 요정이라고도 불리는데, 체적에 비해 그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고양이와 같은 유연함 또한 있어 아무리 좁은 틈이라도 빠져나올 수 있는 걸로 아는데, 이 여자가 몸이 둔한 건지 그물 덫은 무리였던 건지까진 알 수 없었다.


" ...흐우우, 풀어주셔서 고마워요. 정말 이렇게 죽는 줄 알았다니까. "


" 뭘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할 도리를 한 거죠. "


파드마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 내가 발견하고 내가 구했는데 왜 네가 생색내는 거야. "


여자는 지친 얼굴로 바닥에 천천히 발을 딛었다. 다리에 쥐가 풀리지 않았는지 엉거주춤한 자세가 영 미묘했지만, 세실과 파드마는 그녀를 기다려주기로 했다.


" 저는 시오프라에요. 시오프라 닉 에일리스. 리머릭 교구의 성직자구요. 아, 가장 먼저 해야했을 말을... 흠흠. "


그녀가 몸을 세우며 목청을 다듬었다.


"하늬바람에 몸을 싣고 자유로운 날갯짓을 할 수 있기를. "


파드마가 고개를 갸웃였다.


" 저건 무슨 말인가요 용사님? "


" 교회의 인사말 중 하나야. 리머릭 교구라고 했잖냐? 교구마다 다른 인사를 건네는 거지. 아마 뉘앙스로 보건대 자유의 정신을 믿는 사람이고... 아니 그런 것보다, 어째서 나한테 물어보는 거냐. 일단은 이야기꾼이잖아 너. "


"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꾼이라도 교구마다 다른 인사말 같은 걸 외워두진 않는 걸요! "


그런 주접을 들으며 자신을 소개한 여인은 옷매무새를 고쳤다. 옅은 황갈색 긴 벼머리에 청록색 눈동자, 약간의 주근깨와 살구빛 감도는 피부색이 인상적인 미인이었다. 옷차림은 푸른색 펑퍼짐한 수녀복으로 손목에 걸린 로자리오를 제하면 눈에 띄는 장식은 없었다. 겉보기로 나이는 스물 초반, 혹시나 서품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보다 많을 수도 있다.


" 그래서 수녀님께선 어연 일로 이런 곳에... 음, 덫에 걸려서? 이만한? 고초를 겪게 되셨는지? 그것도 혼자서? 호위 없이? "


세실의 장난스런 물음-옆에 있는 소녀가 들으라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기도 했다-에 살짝 홍조를 띄우며 시오프라는 말했다.


" 저는 워터빌에 가는 중이었습니다. "


두 사람에겐 익숙할 지명이 나왔다. 그리고 그 대답은 단 한 번으로 수녀의 의도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세실과 파드마는 시선을 한 번 교환한 뒤 그녀를 돌아봤다.


" 어째서? "


" 사람을 찾아야 하니까요. "


' 확실하군. '


먼저 대화의 전말을 듣기 전에 세실은 자신의 식량을 그녀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내색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물에 잡혀있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시오프라의 음성에선 피곤한 기색이 짙게 묻어나왔다.


처음 한 번은 예의상 사양이란 걸 할 법도 한데, 허겁지겁 달려들진 않아도 곧잘 빵을 받아먹으며 수녀가 사정을 설명했다.


" 앨런 신부님은 제 은사세요. 지역 사람들에겐 존경과 신망을 받고, 교회에서 인정하는 뛰어난 구마사제시죠. 저를 비롯해 많은 전쟁 고아들이 그분에게 거둬졌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끔 가르침을 받았어요. 대부분은 자기 적성을 찾아 직업을 구했지만, 저처럼 앨런 신부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 성직자로 남은 경우도 없잖아 있네요. "


" 전쟁 고아라면... "


" 마왕에게 부모를 잃은 아이들. 다들 운이 좋았던 거죠. 그 시대에 살아남기도 했지만, 엇나가지 않도록 붙잡아줄 귀중한 인연과 만날 수도 있었으니. "


" 흐음. "


" 이 빵 너무 딱딱해요. 마치 벽돌을 씹는 것 같은데요. "


" 보존식이니까 말이야. 뜨거운 물에 불려서 먹는 게 보통이야. 하지만 지금 당장 물을 데울 방법이 어딨겠어? "


" 히유... 아무튼 앨런 신부님은 지금껏 단 한 번도 구마 의식에 실패한 적이 없어요. 몇 번 따라가 지켜본 저도 알 수 있을만큼 뛰어난 신앙심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진짜 악마가 나타나더라도 물러서지 않으실 거에요. "


" 그런데 문제가 생겼군. "


" 맞습니다. "


시오프라의 안색에 음울한 기운이 드리웠다.


" 워터빌에 유령이 나타났고, 유명한 사제가 도우러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


첨언하듯 파드마가 말을 덧붙였다. 두 사람이 앞서 예상했던 내용이었다.


" 당연히 이번에도 문제없이 돌아오실 줄 알았어요. 그분은 저희에게 믿음이 뭔지 알려주셨으니. 하지만 며칠 동안이나 전서구한테 답신을 받지 못한 건..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라 봐야겠죠. "


그 말에 세실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 신부의 실종 사건은 열흘 전에 일어났다 했으니, 우리랑 비슷하거나 좀 더 일찍 출발한 셈이 되나. '


" 앨런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뭔가 알고 계신 게 있나요? "


그녀가 파드마에게 물었다.


" 은광에 들어간 신부님이 돌아오지 않으셨데요. 주민들은 마을 전체가 저주를 받았다 생각해서 도망쳤어요. "


" 으잉? "


" ...아, 그럴 수가. "


소녀가 전하는 담담한 사실에 시오프라는 데꾼한 표정을 지었다.


" 뭐어, 일단 진정하고... 아직 늦지 않았을 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


그 분위기가 곤란한듯이 재빨리 선수치며 세실이 끼어들었다.


" 우리 둘도 마침 소문의 진상을 알고 싶어 워터빌로 가는 중이었거든. 이것도 인연이니까, 앨런 신부...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같이 확인해보자고. 어때? "


시오프라는 로자리오를 움켜쥐며 눈을 감고 기도문을 외웠다.


" 제발 신부님에게 별 일 없기를... "


그의 입장에선 참 메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저 계집애가 설마 바로 진실을 말할 지도 몰랐고, 별 일이 없을 것이란 건 불가능한 시간이 흘렀단 점도 문제다. 아니, 진짜 평범하게 광산 안에서 길 잃기만 한 거여도 이 시간이면 굶어죽는다고?


하지만 사정을 들은 상대의 걱정을 본 이상 남 일처럼 생각할 성격은 도저히 못됬다.


" ...조금 진정은 됬어? "


" 예에, 고마운 말씀을 해주신 덕분에. "


" 좋아. 그럼 지금부터 마저 움직일 생각이거든. 최대한 서둘러야 하고. "


"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여러분과 만나지 못했다면 저 혼자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었을지... 역시 무서운 기분을 전부 떨쳐내진 못했을 거에요. "


" 저희에게 믿고 맡겨주세요! "


옆에서 손을 흔드는 파드마를 보며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 너 말이야, 뭐가 우쭐해서... "


" 먼저 책에 쓸 소개문이 떠올랐네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세실 아델베이트는 소문대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요. "


" ...잠깐, 너 혹시 일부러 그런 거냐? "


진짜 귀찮다고 이런 방식은. 조금 봐주라.

일행에 임시 멤버가 한 명 늘어난 세실이었다.


....


그리고 이튿날, 세실과 파드마 일행은 워터빌 초입에 도착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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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6화 - 성창의 용사 (完) +9 20.06.19 122 13 15쪽
29 6화 - 성창의 용사 (4) +8 20.06.17 71 13 18쪽
28 6화 - 성창의 용사 (3) +10 20.06.16 85 14 18쪽
27 6화 - 성창의 용사 (2) +6 20.06.14 91 13 18쪽
26 6화 - 성창의 용사 (1) +6 20.06.12 111 14 18쪽
25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完) +8 20.06.11 105 14 9쪽
24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5) +7 20.06.09 114 16 9쪽
23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4) +8 20.06.08 114 16 9쪽
22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3) +12 20.06.06 132 18 14쪽
21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2) +12 20.06.05 124 20 8쪽
20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1) +12 20.06.04 136 22 10쪽
19 4화 - 수마 (完) +6 20.06.03 123 19 12쪽
18 4화 - 수마 (3) +12 20.06.01 115 19 9쪽
17 4화 - 수마 (2) +11 20.05.31 124 20 9쪽
16 4화 - 수마 (1) +4 20.05.30 129 18 12쪽
15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完) +10 20.05.28 150 21 11쪽
14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4) +2 20.05.24 137 18 7쪽
13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3) +8 20.05.23 153 20 9쪽
12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2) +10 20.05.21 153 24 9쪽
11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1) +6 20.05.20 183 21 10쪽
10 2화 - 상승의 레무스 (完) +2 20.05.18 156 20 9쪽
9 2화 - 상승의 레무스 (2) 20.05.16 160 21 11쪽
8 2화 - 상승의 레무스 (1) 20.05.15 167 23 12쪽
7 1화 - 워터빌의 유령(完) 20.05.13 169 19 10쪽
6 1화 - 워터빌의 유령(5) 20.05.12 183 18 8쪽
5 1화 - 워터빌의 유령(4) 20.05.11 204 21 10쪽
» 1화 - 워터빌의 유령(3) +2 20.05.11 207 26 12쪽
3 1화 - 워터빌의 유령(2) +4 20.05.11 271 31 8쪽
2 1화 - 워터빌의 유령(1) +1 20.05.11 313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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