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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같은 만남을 믿으세요? 용사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redneck
작품등록일 :
2020.05.11 13:51
최근연재일 :
2020.06.19 03: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74
추천수 :
656
글자수 :
150,709

작성
20.05.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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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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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 상승의 레무스 (2)

DUMMY

세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목소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동료의 것이 맞았다. 승리자 레무스, 칸카르의 사냥개, 사람의 몸으로 이계의 용을 베어낸 자, 마족의 공주마저 꾀어낸 호색한. 하지만 레무스의 목소리를 내는 저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 레무스...인가? "


주저하는 세실을 보며 뒤룩뒤룩 살찐 사내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손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일행에게 빈 자리를 가리켰다.


" 내가 레무스가 아니라면 누가 감히 레무스의 이름을 댈 수 있겠나. 자, 숙녀분들과 같이 앉아도 좋아. "


" 실례하겠습니다, 리 베네. "


자연스레 양해를 구하며 의자에 앉는 파드마.


" 으음, 어떻게 된 거죠? 소문과는 많이... 달라보이는 분입니다만. "


시오프라 또한 세실에게 귓속말로 물으며 따라서 앉았다.


물론 그런 의문을 들었다 한들 세실이라고 알 방법은 없었다. 혹시 옛 동료가 그를 놀려먹기 위해 대역이라도 데려다 앉힌 것인가? 하지만 주위의 눈치를 살펴봐도 그들이 속이고 있단 기분은 들지 않았다.


" 다들 잔을 들어주시오! 쉬고 있던 악사들은 나와서 흥을 띄우시오! 당신들의 눈 앞에 산 전설이 나타났소! 누구나 머리맡에서 노파가 들려주는 까마귀 여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오. 하지만 그 여신들조차 이 영웅의 앞에선 순진한 시골 마을 처녀와 같이 굴었단 사실을 알려드리리다! 이 사내야말로 에이페에 가장 큰 재앙을 가져온 마왕을 쓰러트린 당대의 용사임을 나 레무스의 명예를 걸고 보장하겠소! "


레무스의 외침에 그의 전사와 가족들이 환호하며 마주 잔을 들어올렸다. 분위기에 휘말린 세실은 자신 또한 조용히 그들과 합석할 수밖에 없었다.


" 살아생전에 용사님과 만나뵙다니 영광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동경해 레무스 전하의 근위대가 될 수 있었습니다! "


젊은이 중 한 명이 세실에게도 잔을 내밀며 말했다.


" 어, 그러냐... "


세실은 이게 아닌데 싶은 표정으로 술잔을 부딪혔다.


" 세실! 어째서 이제야 나를 찾아왔는가. 난 자네가 원체 소식이 없길래 술통에 빠져 죽은 줄 알았다네. 으하하핫! "


레무스가 부풀어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배를 팡팡 두들기며 말했다.


" 그냥 뭐 살다보니 신경도 못쓰고 지냈지. "


" 다들 자네를 그리워하고 있을 거야. "


" 그런가. "


세실이 술을 한 모금 홀짝였다.


' 에일 따위랑 비교도 안되게 맛좋은 포도주구만. '


그는 한동안 자신에게 이야기의 진실과 거짓을 물어오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했다.

그 사이 파드마 쪽을 확인하면 롱하우스 안의 풍경을 수기로 남기고 있는 것 같았다.


" 당연하지만, 그냥 네 생각나서 찾아온 게 아니라 용건이 있어서 온 거다. "


세실이 슬슬 기회를 보고 이야기를 꺼내자 시오프라가 귀를 쫑긋이며 대화에 집중했다.


" 많이 바뀌었구나 너. "


소왕은 블루 치즈를 한 조각 집어 물었다.


" 정말로 많이 바뀌었지. 사실 나도 자네에게 궁금한 게 생겼는데, 진짜 반신이었나? 어째 혼자만 10년 동안 얼굴이 달라지지 않았군. "


" 그럴 리가 없잖아. "


" 역시 거짓말인가? 뭐, 나라 하나를 굴리고 있으면 자연스레 먹을 낙을 쫓게 되더군. "


" 결혼은 했어? "


" 했지. 두 아내를 들였는데 둘 다 아이를 낳다 죽었어. 지금은 재혼 생각이 없다네. "


" 자식들은. "


" 여기 없어. 이 시간이면 보모들이 가르치고 있을 거다. "


" 살 좀 빼지 그래. "


" 결국 말하고 싶은 건 그거잖나! 흐하핫. 이 뚱뚱한 몸도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닐세. 후덕한 인상이 아랫사람들에게 편안한 이미지를 주는 효과가 있거든. "


세실도 블루 치즈 한 조각을 가져가며 물었다.


" 레무스. 요새 탈주 전사들이랑 어울리고 있냐? "


그 발언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떠들썩했던 롱하우스에 정적이 찾아왔다.


"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세실. "


소왕은 그의 의중을 가늠해보듯 눈매를 이그러뜨렸다.


" 다 알고 왔어 새끼야. 베르세르크 탈주병이랑 놀았다며. "


세실의 말에도 레무스는 담담히 수염을 쓸어내렸다.


" 그 사실을 숨기려는 게 아니야.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걸세. "


" 뭐? "


"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묻잖나. 이해하지 못했소 용사? "


전사들이 입가를 씰룩이며 웃음을 참았다.


" ...워터빌에서 한 짓. 제정신이냐? "


세실의 말에 소왕이 쿵하고 테이블을 내리쳤다.


" 자네가 내 친구라 해도 말을 삼가는 게 좋을 것이오. 여긴 내가 가장 높은 사람이고, 나에 대한 존중과 배례가 요구되는 자리요. 그 누구도, 설령 지고왕이라도 클루인 멜라 안에서 날 비난할 수는 없소. "


그리곤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 그 불쌍한 놈들을 거둔 것이 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군. 워터빌에서 주민들을 내보낸 것도 내 뜻대로 한 일이었지. 하지만 세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지 모르겠어. "


" ...모르겠다고? "


" 나는 워터빌의 사람들을 구한 거나 다름없네. "


세실은 머리에 피가 쏠리는 기분을 느꼈다.


" 그 야만족들이 여자 아이를 물에 던져 죽인 사실은 알고 말하는 거냐? "


레무스는 알고 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 왜 듣지 못했겠나? 되도록 그런 일은 피했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지. "


" 하아? "


" 곧 전쟁이 있을 거야. "


레무스가 시종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 신후알란의 유력자가 자신의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내 보호 아래 있는 마을의 여자를 납치해갔소. 여자의 부모는 나에게 정의를 호소했고, 신후알란의 소왕은 유력자의 후원을 이어가기 위해 몇 푼 안되는 배상금으로 해결하려 하지. 그러니 피를 흘리지 않고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어디 있겠소? "


레무스가 자신의 전사들에게 동의를 구하듯 좌중을 둘러보면, 곳곳에서 신후알란에 대한 저주와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 ...그렇다고 두 나라간에 전쟁을 한다구요? '


시오프라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 전쟁에는 많은 비용이 나가지. 그리고 하필이면 재수없게도 워터빌은 클루인 멜라와 신후알란의 중간 지점에 있었다. 우리가 원치 않더라도, 전쟁이 시작되면 신후알란에서 군자금을 위해 은광을 점령하려 들 걸세. 그러니 우리가 먼저 그들의 피해를 줄이고 전쟁을 빠르게 끝내려는 거야. "


레무스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실을 응시했다.


" 그 애가 불쌍하긴 해도 필요한 일이었어. 나는 소왕으로서 가장 선한 결정을 내린 걸세, 벗이여. "


" ...넌 그런 녀석이 아니었어. "


" 자네도 그런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었지. 10년 동안 허송세월만 보낸 너와 클루인 멜라를 번영시킨 나. 둘 중 누가 비난받아야 마땅하겠나? "


" 이제 됬어. 지금 너하곤 더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다. 앨런 신부는 어디 있지? "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세실을 근위병들이 막아섰다.


" 뭐야? "


그리고 다음 순간, 세실 일행에게 수십 자루의 무기가 겨눠졌다.


"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어, 세실. 너희를 다치게 하고 싶진 않으니 내 전사들에게 순순히 따라주길 바라네. 아마 젊은 시절의 우리도 놀랄만큼 강할 거야. "


레무스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벽을 짚었다.


" 광전사들의 소지품을 검사해보진 않았나? 물러졌군. 그들에겐 내가 맡긴 전언석이 있었다네. 이미 자네가 찾아올 걸 알고 있었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나를 용서해주게. 정보가 새나가지 않는단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


" 꺄악! 이, 이러지 마세요...! "


전사의 손에 팔목이 붙잡혀 끌려나온 시오프라가 비명을 질렀다. 파드마는 순순히 두 손을 들고 걸어나왔다


" ...돌았냐? "


세실이 옛 동료의 행동을 믿을 수 없다는듯 얼빠진 얼굴로 근위병들을 바라봤다.


" 아무리 세실, 너라고 해도 지켜야 할 사람이 둘 있는 이 상황에선... "


레무스가 말을 멈췄다.


" 마녀는 구덩이에 뛰어들어 맥주를 진탕 마셨지요~♪ 꼴깍꼴깍. "


전사들에게 붙잡혀 있던 파드마가 갑자기 이상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흠...? "


" 하지만, 아뿔싸! 바닥을 드러낸 구덩이에선 두꺼비가 튀어나왔네요. 불쌍한 마녀는 배탈이 나 죽고 말았...아븝. "


" 조용히 해라, 꼬맹아! "


갑자기 무슨 짓인가 지켜보고 있던 전사들 중 한 명이 파드마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팔린 한 찰나, 건물 안으로부터 벼락이 쳤다.


" 와아악!! "


물론, 정말로 느닷없이 벼락이 친 것은 아니었다.


세실이 검을 뽑아 휘둘렀다. 그것으로 세실을 겨누고 있던 근위병들의 무기가 깨져나가며 마치 그곳에 벼락이 친듯한 소리가 일어난 것이었다.


아니, 그들만이 아니었다. 거리가 있는 파드마와 시오프라 쪽의 무기들은 물론, 테이블 위의 그릇들조차 반발력에 튕겨나갔다. 세실의 근처에 있던 자들은 귀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 잘했다, 파드마. "


세실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레무스에게 다가갔다.


" 물러진 건 나 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레무스. 이런 녀석들로 날 붙잡아 둘 수 있다 생각하다니 말이야. "


레무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 이런, 네게서 눈을 떼지 말라는 주의를 깜빡했군. "


세실이 그의 멱살을 틀어잡아 벽에 밀어붙였다.


" 마지막이다. 앨런 신부를 데려가겠어. 이제 너하고 볼 일은 없다. "


" 서로 아쉽게 됬다네, 세실. "


" 개자식. "


" 날 죽이진 않을 건가? 간만에 클리오나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


레무스의 빈정거림에 대답은 없이 세실은 돌아섰다.


" 감옥으로 안내해라, 얼간이들. "


무기를 잃은 근위병들이 레무스의 눈치를 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 수고하세요~ 마녀의 연인 씨. "


파드마가 소왕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약올리듯 깡총깡총 뛰어 나갔다.


이윽고 건물에서 세 사람이 빠져나가면 레무스가 힘없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 ...세실.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그 핏줄의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거냐. "


남은 사람들은 소왕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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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6화 - 성창의 용사 (完) +9 20.06.19 122 13 15쪽
29 6화 - 성창의 용사 (4) +8 20.06.17 71 13 18쪽
28 6화 - 성창의 용사 (3) +10 20.06.16 85 14 18쪽
27 6화 - 성창의 용사 (2) +6 20.06.14 91 13 18쪽
26 6화 - 성창의 용사 (1) +6 20.06.12 111 14 18쪽
25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完) +8 20.06.11 105 14 9쪽
24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5) +7 20.06.09 114 16 9쪽
23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4) +8 20.06.08 114 16 9쪽
22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3) +12 20.06.06 132 18 14쪽
21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2) +12 20.06.05 123 20 8쪽
20 5화 - 무지개 끝에는 황금 솥이 숨겨져 있다 (1) +12 20.06.04 136 22 10쪽
19 4화 - 수마 (完) +6 20.06.03 123 19 12쪽
18 4화 - 수마 (3) +12 20.06.01 115 19 9쪽
17 4화 - 수마 (2) +11 20.05.31 124 20 9쪽
16 4화 - 수마 (1) +4 20.05.30 129 18 12쪽
15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完) +10 20.05.28 150 21 11쪽
14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4) +2 20.05.24 137 18 7쪽
13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3) +8 20.05.23 153 20 9쪽
12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2) +10 20.05.21 153 24 9쪽
11 3화 - 고양이의 꼬리를 밟으면 처녀가 운다 (1) +6 20.05.20 183 21 10쪽
10 2화 - 상승의 레무스 (完) +2 20.05.18 156 20 9쪽
» 2화 - 상승의 레무스 (2) 20.05.16 160 21 11쪽
8 2화 - 상승의 레무스 (1) 20.05.15 167 23 12쪽
7 1화 - 워터빌의 유령(完) 20.05.13 169 19 10쪽
6 1화 - 워터빌의 유령(5) 20.05.12 183 18 8쪽
5 1화 - 워터빌의 유령(4) 20.05.11 204 21 10쪽
4 1화 - 워터빌의 유령(3) +2 20.05.11 206 26 12쪽
3 1화 - 워터빌의 유령(2) +4 20.05.11 271 31 8쪽
2 1화 - 워터빌의 유령(1) +1 20.05.11 313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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