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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잼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호빠 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화룡잼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3
최근연재일 :
2020.05.27 15:25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4,729
추천수 :
358
글자수 :
75,396

작성
20.05.20 19:48
조회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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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1쪽

#이세계 #호빠 #천재 (11)

DUMMY

시간은 금새 흘렀고, 어느새 첫 출근날이 다가왔다.


집을 나서기 전, 태훈은 거울을 통해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옷매무새, 머리 모양, 얼굴의 화장 상태···.


"좋아."


일부로 혼잣말을 하며 기합을 넣는다.


"완벽해!"


적당히 기분 좋게 두근거리는 심장. 문득 현대에서 처음 출근할 때가 겹쳐졌다. 당시에도 이런 감정이었다.


설렘 반, 두려움 반.


'아마 그때는 월 천을 목표로 삼고 첫발을 뗐었지."


그럼 이번에는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


돈?

그래. 그거 좋지. 현실이든 이계든 간에 돈은 무조건 옳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


이곳은 현실과 달리 계급사회다. 단순히 돈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었다.


민주주의 시대에 살던 태훈에겐 부조리한 일이었지만 이곳의 이치가 그러하다면 굳이 저항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귀족 작위부터 얻는다···!'


태훈이 정한 첫 번째 목표였다.


어쩔 수 없이 이계에 왔다고 해서 모든 걸 덮어두고 목숨만 부지하는 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기왕 판타지 세계에 왔으니 즐겨보던 웹소설 주인공들처럼 폼나게 살아보고 싶었다.


​거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많다.


이 세계로 오게 된 경위,

현실 세계의 주태훈과 똑 닮은 현재의 몸,

코리아 왕국과 동방인,


아직 모든 게 수수께끼투성이다.


평민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조금 더 견문을 넓히다 보면 분명 진실에 가까워지리라.


더 앞으로, 더 위로 향하지 않고 제자리에만 머문다면 영원히 진실까진 도달할 수 없을 터. 이건,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었다.


"그래. 해보자!"


차근차근. 당면한 과제부터 해결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태훈은 자신에 찬 표정으로 문밖을 나섰다.


*

*

*


블루문 내부로 들어서자 은은한 푸른빛 조명과 각종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된 복도가 나타났다.


'와···.'


태훈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현실의 호스트바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내부 구조와 분위기 때문이었다.


카운터의 위치는 물론, 룸 형식으로 만들어진 각 테이블까지.


조금 과장하면 인테리어에 공을 들인 현실 세계의 유흥업소를 방문한 착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넋 놓고 두리번거리는 와중에 카운터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곳엔 삼십 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훤칠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헬라스님의 소개로 오늘부터 일하게 된 테리라고 합니다."

"....."


잠시의 정적. 남자는 노골적인 시선으로 태훈의 위아래를 훑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탐탁지 않은 표정의 남자는 5평 남짓한 집무실로 태훈을 안내했다.


"일단, 앉으시죠."


남자가 착석을 권유하며 원목으로 된 책상 앞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책상 위에 떡하니 놓인 명패.


‘총지배인.’


만약 현실과 이계에서의 시스템이 비슷하다면 사장인 헬라스의 바로 밑 직책.


소유한 살롱이 5개가 넘는 헬라스를 대신한 실질적인 블루문의 캡틴이란 뜻이었다.


“블루문의 총지배인, 라이어 블릿츠입니다.”

“테리라고 합니다.”

“테리 씨의 무용담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무용담이라뇨, 과찬이십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오지랖이 넓을 뿐입니다.”

“하긴, 무용담이라고 하기엔 조금 과장되긴 하네요. 결과적으로 직접 해결한 건 없으니까요.”

“...!”


태훈의 미간이 티 나지 않을 정도로 씰룩였다.


‘...이 새끼 봐라. 말에 씨가 있네?’


라이어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원래 무책임한 만용은 화를 부르는 법이지요. 헬라스님과 호위 기사들 덕분에 목숨을 부지하셨다 들었습니다.”

“......”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노골적이고 교묘한 화법.


태훈의 공은 쏙 빼놓고, 되려 헬라스에게 신세를 졌으니 감사하라는 뉘앙스다.


‘...도대체 뭐 하는 새끼지?’


까놓고 말해, 태훈은 적잖이 당황하는 중이었다.


비단 자신을 향한 적대적인 태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헬라스를 등에 업고 낙하산처럼 뚝 떨어졌으니 블루문 측 사람으로선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거란 건 충분히 예상 범위였다.


근데 윗대가리에 앉은 놈이, 그것도 총책임자씩이나 되다는 놈이 저렇게 노골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다니.


‘기분이 나쁘다기보단 실망스럽군. 기대가 너무 컸나?’


태훈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명색의 직장 상사가 될 남자다. 이계엔 어떤 걸출한 놈들이 있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그릇이 쥐좆만하다.


그런 태훈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라이어는 계속해서 밴댕이 속을 드러낼 말만 해댔다.


“솔직히 텃세 없는 가족 같은 근무환경이 될 거라고 말씀드릴 순 없겠네요. 기존 블루문의 방침과 달리 입단 과정이 조금 특별한 경우니까요.”


태훈도 프레디에게 들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원래 블루문에 정식으로 들어오기 위해선 간부급 종업원의 추천 및 라이어를 포함한 총 세 명인 지배인 팀의 허가가 필요했다.


그런데 태훈은 그 모든 과정을 생략한 것도 모자라, 무려 헬라스가 직접 선발한 인원. 그들로서는 거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신분 차이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도 무시할 순 없지요. 블루문 기사단원들은 대부분 귀족 출신이니까요.”


그러니 네놈 같은 거지 출신 놈은 우리와 희희낙락할 깜냥도 못 돼! 라는 듯한 말투.


...슬슬 열 받네.


그래봤자 몰락 귀족이라더니만 문화적 차이는 염병!


태훈이 슬슬 반박하려는 찰나, 라이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별다른 말이 없던 태훈의 반응을 흡족해하고 있었다. 아마 잔뜩 얼어서 꼬리를 내렸다고 생각하는 모양.


“일단 기사 대기실로 가시지요.”


태훈은 하는 수 없이 일단 그의 말에 따랐다.


생각보다 널찍한 대기실에 도착하자 담배 찌든 내와 동시에 분 냄새 뒤섞인 어딘가 그리운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어쩐지 쓴웃음이 나왔다.


‘현실이든 이계든 대기실 분위기는 거기서 거기네.’


대기실 안의 인원은 대략 50명 정도.


그들은 삼삼오오 제각각 무리를 형성하여 모여있었다.


대부분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으나, 간혹 도박판을 벌인 놈들도 보인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프레디의 휴무 날이라 죄다 낯선 자들 뿐이었다.


“자, 주목!”


라이어의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오늘부터 같이 일하게 된 테리씨다. 다들 가족같이 따듯하게 대해주도록!”

가족이란 단어를 유난히 강조한다. 명백한 비꼬기.


“큭큭.”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마왕 직속인데 알아서 모셔야죠.”

“낄낄낄!”


대기실 곳곳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태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병신같은 놈들···. 어떻게 예상에서 1도 안 벗어나냐?'


너무 뻔한 전개 때문에 화는커녕 오히려 안락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역삼동 정빠에 처음 출근했을 때랑 다를 게 없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하다는 그 사실이 오히려 반갑기까지 하다.


그러고 보면 그때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업장에서 끗발 좀 있는 사람의 소개로 들어온 입장이라든가, 거기에 남자라면 누구나 질투할만한 잘생긴 얼굴이라든가···.


‘큭큭.’


씨익.


태훈은 자신 있게 미소 지었다.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생각보다 담대한 태훈의 태도에 대기실엔 정적이 감돌았다.


‘적당히 기 좀 죽여놓으려고 했더니만···.’


그 사실이 못마땅한 라이어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재빨리 입을 열었다.


“태리씨는 견습 신분입니다. 당분간은 손님을 대하는 예의나 예절을 배운 뒤, 보조 기사로 테이블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같은 공간에 있다고 다 같은 기사가 아니다.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태훈은 무심한 듯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냥 바로 방 보면 안 돼요?”

“...!”


호빠 일을 10년 동안 해온 놈인데 굳이 또 배우라고?

차라리 스님한테 불경을 외게 해라, 이것들아.



“...이 새끼가! 우리 일이 우습게 보여!?”


당돌한 태훈의 말에 라이어 대신 기사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오늘 처음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우리와 똑같이 일하겠다고!?”


그걸 시작으로 다른 기사들도 거들었다.


“건방 떨지 마!”

“대마왕 믿고 까부나 본데, 겸손해지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라이어 역시 따끔하게 한 마디 내뱉으려는 순간, 문득 태훈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묘안이 떠올랐다. 그는 하려던 말을 바꾸었다.


“좋습니다. 슬슬 첫 개시 손님이 오실 때가 되었으니 바로 실전에 투입하도록 하시지요.”


그는 고개를 갸웃하는 기사들을 뒤로 한 채, 대기실을 나섰다.


*

*

*


“오랜만에 방문하셨네요. 반갑습니다.”


손님 접대용 룸 내부.


라이어는 듣기 좋은 음성으로 손님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오늘 접대할 기사들은 특별히 엄선했으니 흡족하실 겁니다.”


고급스러운 테이블의 각 모서리엔 척 봐도 비싸 보이는 예복을 착용한 여성 세 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호호, 그런가요?”

“라이어 경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기대가 되는군요.”

“부디 허언이 아니길 바라지요.”


라이어가 그 말에 화답하듯 룸 내부의 문을 열자, 기사들이 하나씩 입장한다.


선별한 기사는 총 30명.


10명씩 끊어서 총 3번에 걸쳐 손님에게 인사를 시켰다.


“크리스틴 상단 출신, 호날두 크리스틴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브라가 용병단 출신, 산토나입니다.”

“십인장 기사 출신, 파브레입니다.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라오테 왕실 기사단 출신, 지미입니다. 세 분을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라이어는 인사를 건네는 기사들을 보며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손님과 기사들의 대면식에선 간단히 이름만 소개하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오늘만큼은 특별 명령을 하달해 두었다.


‘최대한 출신지를 상세히 말하도록 해.’


블루문 기사단 내에서도 특히 그 뿌리가 특출한 놈들만 고르고 골랐다.


거지였던 태훈에게 상대적 박탈감 느끼게 하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설사, 운 좋게 초이스가 된다고 하더라도 대화에 낄 틈이 없도록 수준 높은 대화를 끌어가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이 정도면 녀석도 주제를 파악하고 얌전히 찌그러질 테지.’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태훈의 차례. 라이어는 굳게 다 친 그 입술을 주시했다.


‘어디 지껄여봐라! 죄다 걸출한 출신지를 밝히는 이 상황에서 뭐라고 말할 테냐!?’

“...”


말이 없는 태훈.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손님 한 명을 지목하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처억.


그것도 무려 상석의 여자에게.


“...!”


무례한 돌발 행동에 라이어가 제지를 가할 새도 없이 태훈은 맹랑하게 입을 열었다.


“누나! 내일 아침 해장 스튜는 내가 끓여줄게!”

“...!”


태훈의 그 말에 다른 기사들은 물론, 손님마저도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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