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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잼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호빠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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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잼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3
최근연재일 :
2020.05.27 15:25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4,730
추천수 :
358
글자수 :
75,396

작성
20.05.18 09:01
조회
231
추천
20
글자
10쪽

#이세계 #호빠 #천재 (9)

DUMMY

"... 저를 모욕할 셈입니까?"


당혹감을 거둬들인 레이카는 살기 어린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태훈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모욕? 그건 당신이 아니라 내가 할 말이겠지. 당신 말대로 나는 당신이 모시는 분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야. 감사 인사도 모자랄 판에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내는 건 어디 왕국 법이야?"

"그 부분에 대해선 분명히 정중한 사과와 함께 설명까지 드렸을 텐데요."

"뭐? 직책상 어쩔 수 없었다는 말? 그건 당신 입장이고."


스르릉.


돌연 입을 닫은 레이카는 대답 대신 천천히 다시 발검했다. 명백한 위협이었다.


"긴말 않겠습니다. 모욕적인 언사에 대해 사과하시지요. 한 번은 그냥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하아..."


태훈은 진심으로 어이가 없었다.


논리에서 밀리니까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해?

이 여자가 이상한 건가?

아니면 이 세계에선 이따위 상황은 당연한 건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런 감정과는 별개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진짜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


저 살벌한 눈빛을 보면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린 것 같긴 한데···.


그런 의문에 대답하듯 때마침 레이카의 해시 태그에 변화가 생겼다.


[이름:레이카 프레스]

[#이 남자 정말 싫다

#생전 처음 느껴본 살의

#귀족의 명예를 그 누구보다 중요시하는 여자]


어?!

태훈의 동공이 흔들렸다.


헬라스의 경우도 그렇고 또다시 이런 타이밍에 해시태그가 바뀌다니.


해시태그가 도대체 무엇에 반응하며 변화하는진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갑작스레 찾아온 행운을 놓칠 순 없었다.

늘 그랬듯, 일관성 없는 해시태그들을 나열하며 실타래를 풀어간다.


​#이 남자 정말 싫다


이건 두말할 것도 없이 내 얘기일 테고.


#생전 처음 느낀 살의


이것도 내 얘기일 테지만, '생전 처음'이란 말은 나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그럼 목 달아날 걱정 없이 좀 더 몰아붙여도 되는 건가?'


표현이 살짝 애매하긴 해도 생전 처음 운운하는 거 보면 적어도 아무 때나 미친년처럼 칼춤을 휘두르는 건 아니라는 뜻일 테니까.


#귀족의 명예를 그 누구보다 중요시하는 여자


이건 뭐···.


딱히 코멘트를 달 필요도 없었다.


그녀의 재수 없고 고압적인 말투를 통해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그러나 이 해시태그 또한 태훈에겐 이용 가치가 있는 정보였다.


정리를 끝낸 태훈은 태연한 척 여유롭게 짝다리를 짚었다.


"사과하기 싫다면요?"

"그렇다면 왕국의 법대로 당신을 처형하겠습니다."


'법대로'란 말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 보면 좀 전 태훈의 말이 어지간히 분한 모양.


"귀족 이하 신분인 자에게 모욕당한 귀족은 그자를 처형할 권리를 갖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사임과 동시에 프레스 남작가의 일원이지요."


억지에 가까운 말이라는 걸 그녀 자신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사과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


그리고 태훈의 펼친 인의(仁義)에 관한 논리에서 벗어난 사회 규범적 논리.


레이카가 새롭게 꺼낸 그 논리는 태훈의 입을 다물게 하기 충분했다.


현대인인 태훈에겐 황당무계하지만, 이 세계의 법이 그렇다는 데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그러나 여기서 얌전히 수긍해버리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여기까지 온 이상 어떡해서든 우위를 점한다.


별안간 태훈은 뭔가를 찾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장소가 유흥가인 만큼 금세 원하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터벅터벅.


성큼성큼 나아간 태훈은 이름 모를 살롱 앞에 굴러다니는 술병 두 개를 들고선 다시 레이카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눈썹이 꿈틀댔다.


"지금 뭐 하자는..."

"한마디로 노예나 평민 주제에 귀족을 모욕하면 안 된다는 뜻이죠?"


콸콸콸.


레이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연 태훈은 술병을 열어 자신의 머리에 들이부었다.


그러자 타오를 듯한 적색 머리카락이 서서히 그 색을 잃어갔다. 빌리가 당부한 그대로였다.


'어지간해선 색이 안 빠질 거야. 근데 알코올엔 취약하니까 주의해."


그 충고를 무시한 꼴이었지만 계속해서 술을 들이붓자 시뻘건 물이 뚝뚝 떨어진다. 마치 핏물이 흐르는 듯한 모양새는 섬찟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


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본래의 머리카락 색. 그 칠흑 같은 어둠을 마주한 레이카는 크게 동요했다.


"그, 그 머리는···?"


태훈은 젖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맞습니다. 전 동방인입니다."


충격적인 고백에 레이카의 말문이 막혔다. 무성한 소문만 들어봤을 뿐, 실제 동방인을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


"소개를 다시 하지요. 사정이 있어 밝히진 않았지만 제 풀네임은 '테리 파이어'. 코리아 왕국 자작가, 파이어 가문 출신입니다."

"...!"


당연히 순 공갈이건만 레이카는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손을 갖다 댈 정도로 경악하고 있었다.


"대륙과 떨어져 있긴 해도 저의 모국 역시 대지의 신, 가이아의 이름 아래 뿌리내린 왕국."


이젠 이판사판이다.


빌리에게 들은 바론 코리아 왕국은 폐쇄적인 국가다.


어차피 레이카는 진실 여부를 알 수 없을 터.


그 추측이 맞길 바라며 태훈은 있는 힘껏, 최대한 고상한 표정을 지었다.


"확신하건대 같은 귀족끼리의 사소한 다툼에 대해선 그 누구도 처형 권한을 가질 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태훈의 물음에 레이카는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 머릿속을 떠도는 의문들 때문이었다.


동방인이라는 저자의 말이 과연 사실일까?

정말 동방인이라면 어째서 타국에서 거지행세나 하고 있던 거지?

헬라스님은 저자의 출신지를 알고 계신 건가?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당신, 기억상실증이라고 들었는데···.”

“아직 온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거지 촌락에서의 부상 이후,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뭐가 됐든, 쉽게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그러나 마냥 거짓말로 치부하기도 꺼림칙하다.

생전 처음 보는 칠흑 같은 머리카락 색이 그러하듯이.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관청으로 달려가 사실 여부를 파악하고 싶었지만,


'그 대상이 코리아 왕국이라면 무의미하겠지.'


그것이 태훈이 펼치는 논리의 맹점이었다.


설령 그가 거짓 주장을 할지라도 상대가 코리아 왕국이라면 그녀로선 아무런 정보를 취할 수가 없었다.


혹자는 신화나 환상 속에만 등장하는 전설의 왕국이라고 치부할 정도로 베일에 싸인 곳이었으니까.


게다가 불과 며칠 전까지 거지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당당하고 고고한 말투.


그 점이 레이카의 판단을 더욱 흐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방법은···.'


레이카가 뭐라 입을 떼려는 순간, 태훈이 반 박자 빨리 움직였다.


"물론, 모욕을 느낀 당신이 저에게 같은 귀족으로서 정식 결투를 신청할 순 있겠지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검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저에게 정식 결투를 신청하실 정도로 품격이 낮으실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맞나요?"


젠장.


레이카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것마저 선수를 치다니.


마지막 패까지 넘어가 버렸다. 이젠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더는 펼칠 논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여태껏 감히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쌍욕까지 들어먹은 마당에 순순히 수긍할 수도 없는 노릇.


그의 말을 부정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다.


뭐가 됐든 귀족의 품위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을 테니까.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레이카 경의 침묵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의외로 결론은 태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서로의 실수가 있는 만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레이카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태훈은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을 지었다.


“저희에게 예정된 교육 일정은 3개월. 그동안 레이카 경께선 성심성의껏 저를 가르쳐주십시오. 귀족의 명예를 걸고.”

“......”


레이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장난하는 건가?

무슨 말을 하나 봤더니 이 지경까지 와서 웬 뜬금없는 수업 타령이지?


그러나 이어질 태훈의 말은 그녀조차 만족할 만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는 3개월 뒤, 레이카 경의 정식 결투 신청을 받아들이겠습니다.”

“...!”


정말? 진짜로 그래도 돼? 라는 듯한 레이카의 표정.


그녀에겐 두 팔 벌려 환영할만한 제안이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귀족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 없이 녀석을 혼쭐내줄 수 있으니까.


“원하신다면 그리하도록 하지요.”


레이카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정중히 수락했고, 태훈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됐다!’


이걸로 피오넬 영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사에게 최고 수준의 교육을 보장받은 셈이었다.


그럼 정식 결투는 어찌할 거냐고?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결투는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까.


그녀가 잘나가는 귀족가 딸내미든 날고 기는 검사든 전혀 중요치 않다.


어쨌든 그녀 역시 여자.


‘그리고 내가 누구?’


강남권 호빠에서 이름 좀 날리던 에이스 출신이다.


예정된 검술 수업 기간 3개월.


그리고 3개월이면 나에게 원수진 여자조차 날 사랑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


씨익.


태훈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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