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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님의 서재입니다.

붕대감고 지구최강으로사는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realtime
작품등록일 :
2020.12.31 19:01
최근연재일 :
2021.01.23 19:5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819
추천수 :
23
글자수 :
165,902

작성
20.12.31 19:06
조회
297
추천
2
글자
10쪽

붕대 감고 지구최강으로 사는 법 # 1

DUMMY

# 1


쾅!!


누군가가 문을 박살내 버렸다. 황토색 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바람에 손수 그려서 만든 달력이 펄럭인다. 년도는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씨발. 이제 들어올 모양인데.”


방금 말을 꺼낸 사람이 갑자기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쿨럭 쿨럭. 괴로운 헛기침을 한다. 손목으로 스윽 닦는데 묻어나오는 피.


냉전이 길어진 사이 우연히 쏘아올린 핵 하나가 인류의 운명을 결론지었다.

이후 대륙간 전면적으로 쏘아올린 핵.

그의 헛기침은 방사능으로 인해 모두가 갖게 된 비극의 결론이었다.


"방금 밖에 인간파괴자 녀석들 맞지?"

"암으로 죽든 저 녀석들에게 죽든 이러나 저러나 나는 죽을거야."


인간파괴자.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세상에서 인간이면서 인간이길 거부한 녀석들에게 붙는 호칭.

사람들을 무작위로 데려가서 노예로 팔거나 그러지 못하면 사람들을 고기로 만들어 판다는 소문이 돌았다.


기혁은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우리 세 명은 노예가 되거나 죽게 된다는 말.

그러나 그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았다.


'쾅! 쾅! 쾅!'


문을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박살내고도 두드리는 저 놈. 이제 시작하겠다는 알림의 의미였다.


앞의 두 사람은 기혁을 돌아서 본다.

그 중 한 명이 조용히 말을 건넨다.


"넌 아직 젊은 나이이긴 하지만.."


주섬 주섬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데스볼(death ball)이다.

구하기 힘든 것이다.

가격이 비싼 점도 있지만 원하는 자들이 많아서 공급이 부족했다.

입에 털어넣자 마자 잠속에 빠지면서 고통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


그는 정확히 세 개를 꺼내서 각자의 손에 쥐어준다.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희망이 없는 이 지역, 호프빌(hopeVill)에서 세 명은 더 이상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저 인간파괴자들은 일반 인간으로는 상대할 수가 없다.

저 왼손의 손목에 박혀있는 특이한 혈류전환장치.

혈액에 지속적으로 광기의 기운을 공급한다.

자신의 생명을 깎아내리면서 그들이 원하는 힘을 갖게 한다.


저 기계를 장착한 채 무리를 지어 조직을 만들고 국가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돈과 힘을 원하는 것이다.


"오호라.. 여기 다들 모여있었네."


발달된 후각으로 우리가 있는 곳을 알아차렸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혁의 앞에 있는 두 사람은 짧은 말을 던지면서 입가로 그것을 털어 넣었다.


"그동안 수고했네."


바로 수면상태로 빠진 채로 삶의 끝을 맺었다.


이제 기혁의 차례.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기억들이 순간적으로 지나갔다.

역설적인 마을 이름을 지닌, 희망이 없는 마을 호프빌.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고향을 떠나 부모님이 터전을 꾸민 곳.

쓰러져가는 허름한 낡은 집 곳곳에 사람들이 가득 차 살고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하는 듯 했는데..


‘씨발. 이대로 끝내지 않겠다. 각오해라.’


기혁은 데스볼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먹지 않았다.


- 끼이익

- 끼이익


인간파괴자가 걸을 때마다 나무바닥에서 소리가 났다.

다른 방으로 몸을 숨겼다.


- 퍽. 퍽


바닥에 쓰러져있는 두 시체를 발로 차버리며 걸어온다.

'쓰읍' 하는 입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뭔가 아쉬워하는 느낌이 전해져온다.

인간을 팔지 못한 기회의 소실에 아쉬워하는 것이다.


기혁은 미리 준비해 놓은 끝이 날카로운 창을 양손으로 쥐었다.

이 걸로는 상대가 안되리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방도가 없었다.


방 한 곳을 다 둘러보고 방문 근처로 나오는 그가 입을 열었다.


"세 명인데, 두 명이 죽었고.. 음.."


그가 나오는 방문 바로 옆의 문에 기혁이 서있었다.

그는 나오면서 앞을 보지 않고 다른 곳을 쳐다본다.


기회다.


두 손으로 창을 그의 머리를, 정확히 말해서 턱 아래를 향해 뻗었다.

방심한 그의 턱 아래에 창이 꽂힐 것이다.

그리고 기혁의 목숨이 연장될 것이다.


그러나 창끝이 닿기도 전에 그는 손을 뻗어 창을 바로 내쳐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창을 바로 발로 밟아버렸다.


"지금 뭘 한 거냐?"


황당한 표정을 짓는 그의 얼굴이 갑자기 씩 웃는 얼굴로 변한다.

별안간 기혁은 몸이 붕 떠있는 걸 느꼈다.

순간적으로 그가 기혁의 멱살을 잡고 위로 치켜든 것이다.


"크흑!"


숨을 쉴 수가 없다.

이대로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안된다. 이대로 끝날 수 없다.


"그냥 이대로 끝낼까? 아니면 팔아버릴까?"


그의 성질 같아서는 죽이고도 남았지만 노예로 잡아가는 실적이 저조한 그였다.

하지만 기혁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니 생각대로 그렇게는 될 수 없지.’


기혁은 오른쪽 발을 그의 오른팔을 향해 힘껏 찼다.


"헉! 뭐야?"


오른쪽 신발밑에 작은 칼을 부착해 놓았다.

일반 사람 같았으면 팔이 잘릴 정도였지만 그는 달랐다.

상처만 낼 뿐이었다.

발을 떼자 칼이 그의 팔목에 꽂힌 채로 신발에서 빠져버렸다.


순간적으로 손이 풀리자 기혁은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니 놈은 죽이고 가야겠다."


낮게 깔린 그의 음성이 들려온다.


웅크려있던 기혁은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허리에 묶어있던 무언가를 담은 천주머니의 매듭을 풀었다.

그대로 인간파괴자의 얼굴로 던져버렸다.


"이건 또 뭐야?!"


눈에 고통을 주는 가루들만 가득 모아놓은 주머니.

그의 얼굴 주위로 가루가 퍼져가자 눈을 뜨지 못한다.

그 순간 기혁은 다시 허리춤에서 다른 단검을 꺼내서 돌진했다.

방향은 그의 심장이다.


거의 닿을 즈음 그가 몸을 숙이는 바람에 어깨에 칼이 박혔다.

온 힘을 다해서인지 인간파괴자 녀석도 칼이 박힌 채 뒤로 밀려 나갔다.


“크윽. 끈질긴 녀석이네. 이거.”


박기혁.

그는 목표가 생기면 끝까지 가는 자다. 포기란 없다.

모두들 인간파괴자에게 굴복할 때 그는 죽음 대신 도전을 선택했다.


뒤로 물러선 그는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몸으로 대응하는 것을 접었다. 대신 허리 뒤에서 은색으로 빛나는 총대가 길다란 권총을 꺼내들었다.


"평범한 인간 주제에 감히 겁도 없이."


총구가 정확히 기혁을 향했다.


기혁도 인간파괴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봤다.

인간파괴자 얼굴의 왼쪽 눈가에 깊은 흉터가 있는 게 보였다.

저 녀석의 면상을 머리속에 깊이 박아뒀다.


그 순간.


- 끼이익

- 끼이익


다른 인간파괴자도 여기로 걸어 들어왔다.


‘인간파괴자 두 명이 동시에 들어오다니..’


"어이. "


그 소리에 기혁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던 그가 다른 인간파괴자를 쳐다본다.

겸연쩍은 표정으로.


"대장. 내가 오늘 정말 열받아서 그런거야. 방금 봤잖아. 저 녀석이 나한테 했던 거."


아직도 눈이 따갑다는 걸 보여주는 듯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서 저 하찮은 일반 인간을 상대로 너의 막강한 힘을 대신해서 총을 쓰겠다고?"


그의 말에 총을 들고 있는 그는 팔을 내려놓는다.


"이거 대장앞에서 모양새가 우습게 됐네. 부탁인데 내 자존심 때문이라도 저 녀석은 내가 처치해야겠어."

"훗. 맘대로 하든가."


그는 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

나를 향해 걸어온다. 이제 진짜 힘을 발휘하려는 건가.


"아니. 아니. 잠시만."

"응?“


대장이라고 불리는 자가 돌아서며 말을 걸었다.


"내가 갖고 있는 실적 3건. 너한테 줄 테니까 저 녀석 내버려 둬."

"무슨 말이야?"

"갑자기 저 녀석이 뭐 하는 녀석인지 궁금해지는데."

"실적 3건이라."


포획 실적이 간절한 그였다.

실적 3건이면 자존심을 내려놔도 될만 했다.


"대장. 나야 뭐 고맙지. 그 정도면 양보하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기혁.

그런 그를 두고 두 인간파괴자는 흥정을 하고 있었다.


‘미친 놈들. 내가 물건이라도 되는 건가.’


결국 한 명이 뒤돌아섰다. 뒤에 온 인간파괴자는 기혁을 향해 걸어왔다. 말을 건다.


"내가 제안 하나를 하지."

"무슨 제안을..“


억지로 몸을 세운 기혁이 응답을 했다.


"다들 우리를 만나면 도망가기 바쁜데, 감히 인간파괴자를 상대로 싸울 생각을 하다니. 너는 좀 다른 거 같아서 마음에 드는데."

"그래서."

"우리처럼 인간파괴자가 되는 건 어때? 그게 제안이지."

"헛. 미친."


즉각적으로 밖으로 실소가 터져나왔다.

내가 증오하는 존재가 되라는 말?

내가 나를 죽이라는 말인가.


"그냥 이대로 나를 죽여. 쓸데없는 말 붙이지 말고."

"오오. 이거 반응이 더 맘에 드는데."

"미쳤군. 그래."

"너의 대답을 충분히 들었으니 알겠다. 대답은 알겠고, 선물이나 하나 주고 가겠다. 이게 너의 인생에 선물일지 독일지 모르지만."


그는 겨우 앉아있는 기혁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기혁의 왼팔을 잡았다.

앞으로 주욱 당겼다.

기혁의 손목위로 무슨 네모난 작은 기계를 올린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자 기계의 네 모통이에서 날카로운 침이 나왔다.

그 침이 그대로 손목의 피부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악! 이게 뭐야?!"

"내가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거지. 혈류전환장치."

"이걸 왜?"

"걱정하지마. 어차피 레드캡슐이 들어가지 않으면 전혀 달라질 게 없으니까."


레드캡슐. 혈류전환장치에 삽입해서 작동시키면 그 캡슐용액이 피를 타고 흐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저들이 힘을 발휘하게 하는 원동력.

그 힘에 대신하여 점점 죽어가며 생명을 깎아 먹게 하는 매개체.

결국 저것이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말.


"마음이 바뀌면 다시 찾아와. 우리 소속이 되면 그 때 이 레드캡슐을 주도록 하지. 이런 영광은 흔치가 않아."


그건 맞는 말이었다.

삶과 죽음이 쉽게 뒤바뀌는 현 시대.

저 레드캡슐을 통하여 힘을 얻는다면 그보다 더한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혁의 대답은 한결같다.


"거절하겠다."

"웃긴 녀석. 마음 바뀌면 찾아와라. 안오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기혁은 그의 손목에 부착된 장치를 쳐다봤다.

후회하게 된다고?

아니, 그건 맞는 말이 아니지. 나를 살려놓은 지금.

이제부터 너희들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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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붕대 감고 지구최강으로 사는 법 # 7 21.01.02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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