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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여배우와 잠자리를 가졌더니, 거물들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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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백건우.
작품등록일 :
2024.06.30 09:40
최근연재일 :
2024.07.05 15:16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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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1
추천수 :
76
글자수 :
25,578

작성
24.07.03 11:01
조회
618
추천
10
글자
9쪽

뭐해?

DUMMY



+


[배우 송희서] : 자니?


헤어진 전 연인한테서 올 법한 메세지가 왔다.


자냐고?

한숨 푹 자긴 했지.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은 송희서는 이내, 메시지를 다시 보냈다.


[배우 송희서] : 뭐해?


그냥 있는데-.

누웠던 몸을 일으켰다. 몸을 뒤척이자, 싸구려 이불은 부스럭 거린다.

송희서네 집 이불은 깃털처럼 부드럽던데.


손을 들어, 뺨을 내려쳤다.


“정신차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메신저 채팅 대기 화면을 살폈다.

조연출, 피디들밖에 없는 채팅방 중 제일 위로 올라온 여배우.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음-.”


문제는 무어라 답을 해야 할 지 모른다는 거지. 답을 해야 하긴 할 것 같은데-.


답을 떠나서, 송희서가 갑자기 연락한 이유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입 단속? 어디가서 이야기할 생각도 없지만.

한 밤의 해프닝으로 그냥 흘려보내자.


송희서가 보낸 메시지를 누르자, 입장한 채팅방.


1이 사라진다.

그리고 1이 사라지자마자, 전화가 걸려온다. 모르는 번호.

여론조사는 아니다. 010으로 시작하는 등록 되지 않은 번호지만, 발신자가 대충 누군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큼-.”


호흡을 가다듬고, 통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유일신?

“네, 유일신입니다.”

- 왜? 답을 안하지?


말투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송희서가 보낸 텍스트 메시지하고는 다른 배려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일방적인 말투. 답을 하려고 했다. 바로 전화가 와서 타이핑을 못 쳤을 뿐이지.


친절하게 나가려던 변명이 짧고 굵게 나간다. 콩 심은데 콩 심고, 팥 심은데 팥 나는 거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지.


“제 마음이죠.”

- 제 마음이죠? 그렇지. 답을 할 지 말 지, 결정하는 건 우리 유 피디님 마음이죠.


말을 더 섞어봤자, 좋은 말이 나올 것 같지는 않는데.

서로 간을 보는 건 여기까지. 나는 직진했다.


“왜, 전화하셨습니까?”

- 그냥.


그냥?


- 그때 잘 갔나 해서.


나가라고 내쫓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잘 갔냐고 안부를 묻는다고?

다섯 살 먹은 꼬마도 아니니 서운해 할 필요는 없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섭섭한데요.


“덕분에요.”


짧게 치고 빠졌다. 적어도 이 한 마디는 비꼬듯이 말하지 않았다.

진심이다. 그 날 이후로, 예지몽 같은 걸 꾸었으니까.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 그렇다면...


송희서가 뜸을 들인다.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겨우 감만 잡히는 응어리를 삼킨 송희서는 전화를 끊으려고 한다.


- 다행이고. 나는 또 무슨 일 있다고. 괜한 전화였네.


그렇게는 안 되지.

이왕하고 있는 통화-.


나도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물어볼 게 있어.”

- .... 뭐지?

“<작업자들> 왜, 재미없다고 한 거야?”


유일신의 입봉작. 장르는 범죄 스릴러.

악질 범죄자들이 법의 사각 테두리로 벗어나, 제대로 된 형벌을 받지 못하고 풀려나간 사회.

주인공은 예전 트라우마로 인해, 이 악질 범죄자들을 감금시켜, 자신만의 방법으로 형벌을 주려한다.

그리고 도대체 주인공이 말하고자 하는 정의가 무엇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평소 촬영 기간 동안 호불호가 너무나 명확했던 송희서가 시간을 잡아 먹는다.


다른 건 몰라도 작품에 있어는 열성적으로 말했던 그녀였기에, 지금 대답은 내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 ··· 그냥.

“네?“

- 개취.


둘러댈 변명을 찾았는지, 멈칫했던 대사는 물 흐르듯이 쏟아진다.


- 그냥 개인 취향이라고. 유일신.

- 그리고 너는 가끔씩 네가 어디서 일하는 지를 까먹고 있는 것 같아-. 네가 일하고 있는 방송국. 넷플릭스가 아니야. KBC지.


맞는 말이다.

KBC에서는 이런 수위 높은 드라마는 꺼리지. 제작 해도 넷플릭스나 다른 OTT에서도 수위 조절에 관해 피드백이 많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 나야, 이제 뭐···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제···?

상관 없는 일이라고? 언제는 상관이 있었어?


그런 생각도 했다. 어쩌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걸지도 모른다고.


- 그럼 잘 지내.


성의 없는 인사로 통화가 끊어졌다.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하루였다.


+


잠이 오지 않았다. 이미 충분한 숙면을 취해서가 아니다.

송희서가 던진 말을 해체했다.


뜯고, 조립하고 다시 뜯어보고.

나름 배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해석’ 해보기로 했다.

KBC, 그리고 범죄 스릴러. 단순히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우가 작품을 기피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믿음직스럽지 못한 피디, 유일신을 두고 말했다면 어느 정도라도 납득이 갔지.

그런 언급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내 실력에 의문을 두지 않는다.


통화를 하는 내내, 송희서는 신중했다.

어떤 한 목표를 두고, 서로 협상하는 사람도 아닌데-.

말 한 마디에도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송희서는 분명 숨기는 것이 있다.


이런 경우, 저런 경우를 다 따져봐도 솔직히 지금 나는 사서 걱정을 하고 있다.

아직 편성조차 확정되지 않았고, CP는 정해지지 않았다.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데,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다.


같은 바닥에서 열심히 구르고 있는 누나한테 연락을 해볼까도 했지만, 괜한 잔소리를 듣고 싶지만은 않았다.


”씨발.”


일단 해보는 거지.

뭐, 내가 잃을 게 뭐가 있다고.


그래서 천강 피디를 향해 가는 길이다. 강현성한테 촬영 중인 주소를 받았다.

파주 촬영 스튜디오.


현성 선배는 뭘 그리 급하냐며 얌전히 잡힐 약속을 기다리라고 했지만, 천강 감독.

무척이나 까탈스러운 분이라 들었다. 준비된 자리에서 입에 발린 말도 능청맞게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냥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거지.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고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

방송국에서 마련된 촬영 차량을 올라타고, 몸을 뉘였다.


막히지 않는다면, 대략 1시간 반 이내 도착한다. 같은 팀은 아니더라도 행선지가 같은 KBC 제작진이 버스에 올라섰다. 괜한 말이 나오지 않으려면, 조용히 입을 다물고 가는 게 낫다.


나는 후드를 뒤집어 쓰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가 보였다.


+


꿈.


그것보다는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꿈을 빙자한 미래라고 생각했다.

확신했다.


확실히 지난 번이랑 동일한 느낌, 그리고 생생했다.

진짜 다르다니까.


그리고 꿈 속에서의 나는 잘 마시지도 않던 소주 병나발을 들이키고 있다. 강현성은 말했다.


“괜찮아.”


괜찮다고.

목소리 톤이 잔뜩 죽었다. 위로의 ‘괜찮다‘.


일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강현성이 자주 입고 다니는 작업 복도 아니다. 편한 옷차림, 강현성은 이미 육아 휴직에 들어간 직후 같았다.


“아니에요. 선배.”


내 눈이 풀렸다. 들고 있는 젓가락도 제대로 쥘 수 없다.

허우적거리면서, 포장마차 우동면을 집지도 못한다.


“다아-. 제가 잘못했죠. 제가 나대는 게 아니었는데.”

“열심히 하려고 했던 건데, 뭘 그래. 천강 선배도 너의 그런 노력은 다 이해할거야.”


나댄다고?

내 노력이 잘못된 노력이라 말했다.

일이 확실히 꼬였다.


“으음. 그러쵸오-.”


취해도 단단히 취했다.

조용한 포장 마차 안, 천막을 헤집으며 다른 무리가 들어왔다.


“이모-. 여기 김치 우동 두 그릇하고, 소주요.”


주문한 무리는 빈 자리를 향해 앉지 않았다.

강현성과 나를 보고, 낄낄거렸다.


“이게 누구야. 유일신 피디님 아니신가?”


초점 잃은 멍한 눈으로 나는 상대를 올려봤다. 취한 상태에서도 분함을 잊지 못했다.

아랫 입술을 잔뜩 물고서, 깐족거리는 남자를 향해 올려본다.


“그러니까, 나대긴 뭘 나대. 그냥 적당한 Cp 잡고, 순서표 뽑고 기다리지.”

“야. 조상우. 너 말이 심하다.”

“선배님. 죄송하지만, 말이 심한 건 제가 아니라, 유일신 아닐까요? 크큭.”


조상우가 고개를 돌렸다.


“선배. 유일신, 얘가 분명히 우리 대신 입봉 가져가려고, 천 감독님한테 CP 맡아 달라고 했겠죠?”


옆사람은 피식 웃었다.

긍정의 미소였다.


강현성이 조상우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부으려다, 타겟을 바꿨다.

현성 선배와 같은 기수인 최동호 팀장이 서있다.


“야, 최동호. 너는 후배 관리 안하냐?”


최동호 팀장은 냉장고에서 소주병을 꺼냈다.


“강현성. 너야말로 후배 관리 안 하냐? 천 선배한테 이 머저리가 무슨 짓을 했길래···”


내가 무슨 짓을 했길래.

뭔데?


“선배 입에서 주제 파악 못하고 선을 넘는다는 말이 나와.”


최동호 팀장과 눈이 마주쳤다.

나를 마치 바퀴벌레 보듯이, 바라보는 멸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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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일신 24.07.04 411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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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 트럭은 회귀 트럭인가 +1 24.07.01 1,074 19 11쪽
1 그날 밤 +1 24.06.30 1,511 1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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