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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950 귀환자의 인벤토리를 얻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백건우.
작품등록일 :
2024.06.24 19:27
최근연재일 :
2024.06.29 18:5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4,398
추천수 :
108
글자수 :
25,711

작성
24.06.2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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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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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2쪽

게이트를 뒤집어 놓으셨다

DUMMY

+


테라 길드 C급 헌터 고종석.


용해원처럼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손꼽힐 수는 없지만, C급이란 등급은 어디 가서 꿇릴 만한 등급은 아니다.

대한민국 헌터 평균 이상이며, 어떤 길드를 가더라도 밥값 1인분은 톡톡히 할 수 있는 위치.


그럴 만한 실력을 가졌다.

그렇기에 E급 게이트를 우습게 보기도 했다.

혼자 공략해도 거뜬히 해낼 줄 알았던 땅거미. 자신이 아니라, 숱하게 공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확신이었다.


생성된 게이트가 찢기고, 많은 땅거미들이 땅거미 여왕을 엄호하면서 쏟아졌다. 평소보다 많은 양, 그만큼 먹을 게 많다는 뜻이다. 혼자가 아니기에 서로가 열심히 뛰어준다면, 이 정도 게이트는 무리 없이 클리어 할 줄 알았다.


레이드는 흐름이다.

기세고, 모두가 서로 잘 끼워 맞는 톱니바퀴처럼 모두가 한 데 어우러져야 한다.

작은 톱니바퀴 하나라도, 맞지 않는다면 나머지 톱니바퀴는 굴러갈 수 없다. 지금이 그렇다. 두 개의 톱니.... 바퀴벌레가 제대로 뛰지 않는다. 흐름이 무너졌고, 땅거미는 우후죽순 쏟아진다.


“.... 오버 게이트?”


관리국이 게이트 등급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게이트 생성 전, 파생된 에너지를 E급으로 측정했지만, 막상 게이트를 직접 까보니 한 단계, 혹은 두 단계 이상을 말한다.


고종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버 게이트는 아니다. 쏟아지는 땅거미는 예상한 전투력을 갖췄다. 그동안 상대했던 땅거미와 다르게 특별히 더 강하지 않다. 그냥 공대장으로서 파티원들을 잘못 이끌었다.


창피한 일이다.

C급 헌터로서, E급 게이트 하나를 처리하지도 못하다니.

설령 오버 게이트라 해도, 부끄러운 일이다.


달려드는 땅거미를 겨우 쳐내며, 땅거미 여왕을 살폈다. 아직은 땅거미 여왕의 무적발현. 당장, 게이트를 소멸 시키려고 해도 처리할 수 없다.

공격을 해도, 데미지는 들어가지 않는다. 몬스터의 ‘상태 이상’을 깨트리기 위해서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힘이 필요하다.


‘아신’ 용해원이라면 경질화 된 땅거미 여왕을 베어낼 수 있겠지.

애초에 용해원 같은 헌터가 이런 저급 게이트 레이드에 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땅거미를 베어내는 것이 최우선이 아니다. 목표를 바꾸자.


살아남아야 한다. 땅거미 여왕의 ‘무적발현’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씨이이-발. 이게 E급 게이트가 맞아?”

“아, 잘 좀 죽이라고. 피가 튀잖아!! 이게 얼마 짜린데!!”


대형은 이미 무너졌다. 끼리끼리 뭉친다고, 바퀴벌레들은 지들끼리 뭉쳤다.


류우진도 이미 한계에 도달했는지, 안색이 붉어진다. 그리고 그 앞, 유일신이 도움닫기를 통해, 몸의 중심을 뒤로 밀어낸다. 이제... 와서 뭐하려고.


다 끝났는데-.

고종석이 눈을 감았다, 떴다. 다리를 쭉 뻗고, 검을 뽑아낼 동작은 달라진 게 없었다. 바보 같았다.


유일신은 이미 공격을 한 이후였다.

서걱-.


가만히 서있던 땅거미 여왕의 반쪽이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진다.


“말... 말도 안 돼.”


전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고종석은 이미 들고 있던 도끼를 내려놓았다. 아니, 떨어트렸다. 무의식적으로 놀라, 힘이 풀린 손목. 달려오는 땅거미를 걷어차며, 유일신을 향해 다가갔다.


“... 유일신.”


들어보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막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유망주는 아니다. 가려진 이름만큼, 장비가 빛나지도 않는다. 간혹 있었다. 돈으로 찍어 누른 장비가 본인의 실력인 줄 아는 허세에 가득한 놈들이-.


유일신이 들고 있는 목검, 말 그대로 날붙이가 없는 오로지 원목으로 만들어진 목검이다. 이런 하찮은 장비로 ‘무적 발현’ 중인 땅거미 여왕을 베었다고?


고종석이 돌아봤다.

유일신이 서있는 위치와 땅거미 여왕의 위치를 계산했다.


무자비한 근력으로 때려 잡을만한 거리가 아니다. 휘두르는 목검이 닿을 만한 거리가 아니다. 멀다. 일격 한 번에 상대를 끝내려면, 섬세한 검기가 필요하다.


그것도 강력하고 압도적인 검기.


“유일신 씨...”


상당한 경지에 오른 실력이다. 감히, C급 헌터가 공격이 어떻고, 저렇고 판단할 상대가 아니다. 눈을 마주칠 수 없다. 유일신의 압도적인 기에 눌린다. 머리는 말하고 있다.


‘유일신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반드시 우리 테라로 데려와야 한다.’


귀인이다.

고종석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


깜짝 놀랐다.

나, 유일신이 유일하게 가진 스킬 ‘발도’.

스킬 레벨을 최대한 올릴 수 있을 만큼 올려 두었다.


내가 이렇게 강하다고?

그래봤자 스킬 레벨은 5인데?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목검이 강하다고 해도....

땅거미 여왕을 일격에 잡을 만큼...

아-!


초보자의 목검만이 고강 아이템이 아니지.

다른 아이템도 고강인 만큼, 특별 옵션이 달려있지 않을까?


이게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자.


【초보자의 각반 +13】

【등급 : 일반】


【물리 방어력 : + 234】

【마법 방어력 : + 128】


【특별 옵션 : 0.005% 확률로 공격 대상의 ‘상태’를 무시하고, 관통 데미지를 줄 수 있다.】


지금 내가 끼고 있는 각반의 특별 옵션.

그렇다고 한다.


땅거미 여왕의 ‘무적 발현’이 무시 되었다.


【초보자의 목걸이 +15】

【등급 : 일반】


【물리 방어력 : + 176】

【마법 방어력 : + 98】


【특별 옵션 : 스킬 레벨 +2】


‘발도’의 스킬 레벨이 2가 올라갔다.

이로써 스킬의 공격 데미지는 물론이고, 공격 범위와 공격 속도가 더 강해졌겠지.


【초보자의 귀걸이 +13】

【등급 : 일반】


【물리 방어력 : + 200】

【마법 방어력 : + 172】


【특별 옵션 : 정확도 + 4%】


공격을 하고자 하는 상대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초보자’ 타이틀이 붙은 장비를 4개 이상 착용했다.


【초보자의 장비를 착용하셨습니다!】

【초보자 세트 ‘공격력 +25% 증가’가 일어납니다】


공격력이 25% 향상되었다고 한다.


각각의 특별 옵션들이 비빔밥처럼 한데 어우러져, 극대화된 공격력을 만들어냈다.

한 마디로 운이 좋았다. 그리고 땅거미 여왕은 맛이 좋았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칼짓 한 번에 레벨이 3이나 올랐다.

인벤토리도 똑같이 3칸이 늘어났겠지.

그리고 새로운 아이템이 3개나 더 들어온다는 이야기.


어떤 아이템이 들어올지, 기대가 된다.

고개를 숙였다. 밑창이 다 갈린 신발이 내 눈에 들어온다.


무적 발현이 풀린 땅거미 여왕.

공략 영상을 봤을 때, 빠른 이동 속도로 하급 헌터들을 애를 먹이기도 했었다.


만약 이 레이드가 제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나도 애를 먹었겠지.

원체 이속이 빠른 몸은 아니니까.


빠른 이동 속도를 올려주는 신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시선이 올라올수록 결이 다 갈라진 각반을 대고 있는 청바지와 목이 다 늘어진 셔츠가 보였다.


어쩌면 갑옷이 더 급할지도.

보스가 죽어버리자, 땅거미들은 알아서 살길 찾기 바빴다. 파지지도 않는 아스팔트 바닥을 헤집으며 도망치려던 녀석도 있었고, 저 멀리 이 현장을 도망치려는 녀석도 있었다.


모두 헛된 수고였다.

류우진이 불의 정령으로 마무리 작업을 시작했다. 진이 다 빠진 장재영과 박진수는 진액 범벅된 바닥에 주저앉았다. 흰 아우라로 유지했던 게이트는 소멸 되었다. 고종석만이 아무런 말없이 땅거미 여왕을 향해 다가가, 도끼를 내려쳤다.


땅거미 여왕의 머리가 떨어지고, 밝게 빛나는 핵이 보인다. 고종석은 거리낌없이 손을 넣어, 핵을 꺼내 올렸다. 처졌던 박진수와 장재영의 눈이 반짝거린다.


“씨발. 개쩌네.”

“좀 크다. 저 정도면 돈 좀 받겠는데?”


장재영이 박진수 팔뚝을 툭 건드린다.


“형. 오늘 어때요? 일당이 좋아서, 좋은 데 가야 할 거 같은데...? 크큭.”

“좋은 데가 어딘데? 지금 당장 죽을 거 같은데. 새끼야. 집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


박진수와 눈이 마주쳤다. 박진수가 나를 비웃는다.

생수로 목을 축이고, 입가를 닦았다.


“정체가 뭐야? 유일신. 어제까지 마정석 하나, 밝히지도 못한 사람이 오늘 아침부터 다른 사람처럼? 약이라도 빨았어?”

“와아- 씨. 약 있으면 알려주라. 나도 영약 한번 빨고, 미쳐 날뛰려니까.”


장재영이 한 마디를 거들었다.

다른 말을 할 수도, 할 필요도 없다. 나는 간단하게 압축한 답을 흘렸다.


“운이 좋았지.”

“운이 좋기는. 씨-이발. 그냥 알려주기 싫어서...”


장재영이 한 마디를 늘어놓으려다 말았다. 땅거미 여왕의 핵을 들고 고종석이 내 앞까지 다가왔다.


“이거 받으시죠.”

“네?”


손이 나가질 않는다. 이걸 다 준다고?

고종석은 핵만 가져오지 않았다. 땅거미 여왕의 독샘, 눈알, 앞니, 거미줄.

여왕의 사체에서 제일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모든 부산물을 내 앞으로 내놓았다.


“이걸 다요?”


고종석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신 씨 덕분에 게이트를 소멸 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 전리품을 가져가는 건, 당연한 겁니다.”

“누가 당연하대요? 이거 완전 도둑놈 심보지.”


고종석과의 대화에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장재영이 검을 지팡이처럼 바닥에 꽂아 짚고서 일어섰다.


“다 같이 피 땀 흘려 고생한 사람들이 있는데, 엑기스를 다 준다니? 그건 아니지.”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유일신 씨 덕분에 클리어할 수 있었던 게이트였습니다.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닙니까?”


고종석도 지지 않았다.


“그리고 장재영 씨, 박진수 씨는 레이드를 제대로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보상을 남들과 똑같이 받아가는 거야말로 도둑놈 심보가 아닌가요?”

“그래서요?”


앉았던 박진수까지 일어섰다.


“지금 우리 몫을 떼어내서, 유일신한테 몰아준다? 이 말입니까?”


고종석이 주위를 훑었다.


“다른 분들도 동의를 한다면, 그럴 생각입니다. 사람은 일한 만큼 받아가는 거니까.”


분위기는 점차 험악해진다. 나이가 어린 류우진은 몬스터만 불태울 줄 알았지, 불타는 분위기를 이겨낼 줄은 몰랐다. 다 큰 어른들이 애 앞에서 뭐하고 있는 거야.


나는 땅거미 여왕의 핵을 집었다. 처음부터 다 가져갈 생각은 없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이 아이템을 다 가져간다면, 인벤토리가 꽉 차는 걸 떠나서, 있는 아이템까지 버려야 한다.


내게는 오히려 그게 더 대참사지.

가치가 비교되지 않으니까.


“전 이거 하나면 충분합니다.”


제일 비싼 핵을 집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고종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었다.


“말도 안 됩니다. 일신 씨 아니었으면, 우리는 꼼짝없이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괜찮다고 손을 저었다.

끈질긴 고종석은 끝까지 다 가져가라 퍼부었고, 나는 수차례 손을 저었다.


“농담이시죠?”

“네. 진담입니다.”

“이렇게 착하기까지 하시다니...”


오히려 핵 하나면 됐다는 말에 다른 헌터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리고 저는 장재영의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거절했던 엑기스 사체 부산물을 한쪽으로 옮겼다.

박진수와 장재영 반대편으로 모인 사람들.


“다 같이 피와 땀을 흘린 사람만이 가져 가야죠... 저만 가져가는 건 말이 안 되죠.”


류우진과 같이 고종석과 합을 맞췄던 사람들을 향해, 내 두 손은 갈무리한 사체를 다 밀어 넣었다.

씩씩거린 박진수와 장재영이 나를 노려본다. 나는 쥐고 있는 목검을 더욱 세게 쥐었다.

목검을 보고 장재영이 움찔거린다.


뭐, 너희들이 뭘 어쩔 수 있는데?

뭘 할 수 있는데?


돈은 이미 충분하고, 어차피 가져가지 못할 잡템이라면 이미지라도 챙기자.

류우진 로브에 걸린 바디 캠. 지금까지 우리의 모든 것들을 찍고 있었다.

저녁에 올라 온 이 영상은 헌터넷을 뒤집어 놓으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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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귀환했는데 죽어버렸다 24.06.26 864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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