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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950 귀환자의 인벤토리를 얻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백건우.
작품등록일 :
2024.06.24 19:27
최근연재일 :
2024.06.29 18:5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4,394
추천수 :
108
글자수 :
25,711

작성
24.06.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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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오류

DUMMY

+


게이트.


2008년, 잠실의 테마파크를 그대로 집어 삼킨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떠들고 다니던 싱크홀이 이제야 터졌다고 주장했다.


굉장히 단편적인 주장이었다. 집어 삼키고 끝날 줄 알았던 구멍은 기이한 존재를 토해냈다. 여기가 지옥인 줄 알았지만, 지옥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다시 한번 사람들의 절규와 비명이 잠실을 솟구쳤고, 인류는 각성했다.


몬스터와 맞설 수 있는 존재를 헌터, 그리고 우리는 몬스터를 소환 시키는 포탈을 게이트라 불렀다.


그렇게 40년이 지났다.


+


현성 인력 사무소.

싸구려 인조 가죽이 까지고 푸욱 꺼져버린 소파처럼 한물간 사람들이 잔뜩 모였다.


각자 사연이 있는 음울한 사람들 틈에 가려진 김 소장이 크게 외쳤다.


“방금 떴어. C급 게이트.”


C급 게이트.

게이트를 열어버린 주체를 쓰러뜨리러 가는 무리가 아니다.

헌터들이 본체와 벌이는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잔당 무리들을 소탕하고 뒤처리하는 일.


터진 게이트를 마무리하는 사람들, 좋게 말해 이런 사람들을 클로저라고 부른다.

흔히 말해, 따까리.


C급 게이트라면, 잡몹들이 떨구는 부산물도 꽤 짭짤한데.

운이 좋다. 이번 달 월세는 걱정이 없을 지도.

지금 인력 사무소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다.

대놓고 힘쓰는 일인 만큼, 나란 청년은 경쟁력이 있다.


김 소장은 메시지를 읽었다.


“길드에서 되도록, ‘사람’을 보내달라는데? 버러지 말고.”


김 소장은 웃기지도 않은 농을 이 이른 새벽부터 던진다.


“검기를 쓸 줄 아는 사람?”


녹슨 근접 무기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김 소장 한 마디에 미련 없이 일어섰다.

얼른 다른 인력 사무소로 달려가는 것이 빠르다는 판단이 들었겠지.


검기를 쓸 줄 아는 자, 과연 여기서 얼마나 될까?

검기를 쓸 줄 안다는 건, 단순히 강하다는 증표가 아니다.


무식하게 검만 휘두를 줄 아는 것이 아니라, 체내 순환하고 있는 마나도 다룰 줄 안다는 것. 그런 고오-급 인력은 인력소로 출근 도장을 찍지 않는다. 이미 중소 길드라도 소속되어 있겠지.


꼭두새벽부터 사무소를 가득 채웠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탈락하고 김 소장이 내 앞까지 걸어왔다. 게슴츠레 뜬 눈은 나를 믿지 못했다.


“유씨.”


김 소장은 손을 흔들었다.


“내가 유씨를 못 믿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오늘 컨디션이 어떤가 싶어서.”


김 소장은 굴러다니는 하급 마정석을 건넸다.

마나를 감응해보라는 것. 마나를 머금은 마정석은 발광한다.


신체 마력을 끌어 모았다.

집중된 호흡을 내뱉었다.


“후우-.”


순환 중인 마력을 일부 흘린다면, 발광하며 반응할 마정석은 빛이 나지 않는다.


짧게 호흡을 반복인 내 한 마디는 주위에서 비웃음을 샀다.

하급 마정석은 일말의 빛도 내비치지 않았다. 내 손에서는 그저 돌멩이에 불과한 마정석이 김 소장의 손으로 돌아가자, 반짝인다.

김 소장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저었다.


“이거... 참, 개탄스럽구만.”


앞선 사람들처럼 나도 탈락했다는 소리다.

혀를 내찬 김 소장은 바로 내 옆에서 가볍게 ‘라이트닝’을 외친 장씨를 데려간다. 신난 발걸음으로 움직인 장 씨는 김 소장을 향해 물었다.


“의뢰 길드는 어디요?”

“유성.”


김 소장이 내 눈치를 살핀다.

이거 참, 아직도 내 눈치를 보시나?


더 이상 의뢰를 한 길드는 없고, 현장을 나갈 인력은 뽑혔다.

나는 눈치 있게 인력 사무소를 나왔다. 인력 사무소라 하면, 흔히 그려지는 낡은 건물.


발을 움직일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바닥부터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방음 안 된 소음이 내 발걸음을 멈췄다. 2층 좁은 계단.


밑에서 나를 씹어대는 길막러들 때문에 1층으로 내려갈 수가 없다.


“유일신, 걔 병신이죠? 헌터란 놈이 마나 다룰 줄도 모르고. 유성은 또 뭐고?”

“몰라? 유일신 원래 유성 길드 출신이잖아.”

“에에엑? 거짓말.”

“진짜야. 그 새끼 예전에는 촉망받는 유망주였어.”

“촉망 받기는... 그냥 운빨로 들어간 거겠죠.”

“아니야. 아 ... 씨. 뭐라 했는데, 뭐라더라? 마...”


계단을 막는 남자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직도 내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지 않나봐?


“마고.”

“응? 마고?”

“마력 고자. 마나 감응력 제로라고.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헌터라 함은 원래 마나를 다룰 줄 알아야 해. 그런데 마나를 전혀 느낄 수 없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스타일도 아니고, 이건 뭐... 그냥 짐꾼보다도 못한 거적데기라는 거지.”

“거짓말. 그런데 각성은 어떻게 했는데요?”


박진수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야 모르지. 아까 말했듯이 촉망 받을 때, 따놓았나보지.”


지금 상황과 똑같다. 내 몸에는 마나가 흐르지 않는다.

내 몸 안 마나는 꽉 막혔다. 박진수 말대로 내 몸안에는 마나가 없을지도 모른다.


“네. 그렇죠. 좆같아요.”


사람이 지나가야 하는데, 계단에 앉아 길막을 하면 어쩌자고.

발 디딜 틈도 없다.


계단을 엉덩이로 꽉 채운 두 사람이 뒤를 돌았다. 날 병신이라 칭한 박진수는 창피했는지 흠칫 놀랐지만, 뒤통수는 무덤덤했다.


나는 비키라고 발을 까딱거렸다.


“좆같은 것들이 이리 막고 있으니, 내 인생이 안 풀릴 수밖에.”


박진수가 일어섰다.


“너... 씨발. 지금 우리 보고 한 말이냐?”


나는 손목을 흔들었다.


“아뇨.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이 꽉 막혀 있는 손목 때문에, 그런 거라고. 왜? 찔리셨어요?”

“이 새끼가...”


뒤통수가 박진수를 말린다.


“참아. 불쌍한 놈이야. 밟아서 뭐하려고? 괜히 깽값만 나가지.”


불쌍한 놈.

모두가 나를 인생 실패자로 보고 있다.

나는 뒤통수를 밀치고, 좁은 계단을 나섰다. 건물 밖을 나서자, 그 멍청한 놈들이 왜 계단에서 죽 치고 앉았는지 알겠다.


“씨발. 진짜 좆같은 하루네.”


추적 추적 내리는 비.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진다.


이 빗줄기를 막을 우산은 없다.

이 빗줄기를 막을 스킬 하나 쓸 줄 모른다.


스킬을 시전할 마나조차 없다.


마력이 안된다면 체력으로 때워야지.


거센 빗줄기를 덜 맞을 정도로 뛸 수 없다.

힘껏 달려봐야 일반인보다 조금 더 빠른 정도.


입고 있는 옷이 모두 젖을 정도로 더욱 거세게 온 비였지만, 이 비를 피할 방도는 없었다. 체념했다.


나는 비를 맞으며 걸었다. 다행히 자취방은 멀지 않다.


허탕 친 오늘, 괜히 차비라도 나갔으면 어쩔 뻔 했어.

온몸에 비를 적시고, 옥탑방 자취방으로 올라섰다.


비에 종이 죽이 되어버린 온갖 고지서들이 꽂혔다. 그리고 꼬부랑 글씨로 적힌 집주인 아주머니의 쪽지도 거들었다.


“으음...”


그렇지. 월세는 밀리면 안 되지.

더 이상 돈이 나올 구멍이 없다는 게 문제지.

자꾸만 얼굴을 뒤덮는 비를 닦아내고, 열쇠를 꽂아 문을 열었다.

덜컹거리는 문, 나는 입구에서 옷을 다 벗어내고 뜨거운 물로 샤워하다 말았다.


“아!”


제발...


머리와 얼굴을 뒤덮인 거품, 나는 겨우 눈을 뜨며 수도꼭지를 확인했다. 분명히 빨간 점을 향해 돌아간 수도꼭지. 하지만, 뜨거운 물은 나오지 않는다.


“제발-...”


나는 수도꼭지를 흔들어 제꼈지만, 끊긴 보일러는 내 샤워를 책임져주지 않았다. 일생일대의 고민이다.


여기서 샤워를 멈출까?

찬물 샤워로 마무리를 해야 하나-.


“헹... 헹구긴 해야겠지.”


물도 언제 끊길지 모르니까. 찬물로 빠르게 몸을 끼얹었다.

이가 절로 닫힌다. 오들오들 몸을 떨고 나온 상태로 수건으로 몸을 덮었다. 머리를 말리고,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지켜봤다. 생각에 잠겼다.


“이제 뭘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머리를 긁적였다.


“있는 거라도 다 팔아야 하나?”


꼴에 헌터라고 갖고 있는 장비, 이것만은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꽁꽁 싸맸다. 꼴에 이것들도 장비라고 팔면, 한 두달치 생활비는 나올 텐데-.


나는 장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외쳤다.


“인벤토리.”


【당신은 귀환했습니다】

【차원 #1227 접속...】

【차원 #1227 로딩 중...】

【귀환자 ‘유일신’의 인벤토리가 활성화 중...】


무슨 소리를 해대는 거냐. 지금.


귀환자의 인벤토리가 활성화 되었다니.

나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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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침에 일어나니 유명해졌더라 24.06.29 332 15 12쪽
5 게이트를 뒤집어 놓으셨다 24.06.28 514 17 12쪽
4 아저씨 +1 24.06.27 689 20 12쪽
3 귀환했는데 죽어버렸다 24.06.26 864 19 12쪽
» 오류 24.06.25 1,001 18 9쪽
1 프롤로그 +1 24.06.24 994 1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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