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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디 님의 서재입니다.

권능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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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디
작품등록일 :
2020.05.11 21:07
최근연재일 :
2020.05.13 20:30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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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7
글자수 :
16,284

작성
20.05.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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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장 012108

DUMMY

3장

012108










[다음 라운드는 이틀 뒤에 진행됩니다. 미션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자정에 발송되는 문자로 안내되오니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부디 완주하시길 바라며. 마스 세르카 데 디오스. 당신을 응원합니다.]


“자, 잠시만!!”


급히 전화를 끊으려는 그녀를 붙잡았다.


[남은 용건이라도?]


당장에 은행이 사라져버렸으니 이제 경찰에 붙잡힐 걱정은 사라졌다.

게다가 소매치기한 천만 원이면 두서너 달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새로운 직장이야 차츰 구하면 될 일이고.

문제는, 이런 수상한 단체와 엮여서는 매우 위험하단 것이다.


“분명 게임 중간에 참가를 포기해도 된다고 했었죠?”


[기권 말씀이신가요?]


“네.”


[물론 가능합니다. 그럼 다음 라운드를 진행하지 않고 지금 「갓-핑거」를 그만두시는데 동의하십니까?]


일이 너무 쉽게 진행되는 느낌이라 오히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몰려왔지만 은행이 사라져버린 지금, 이 여자로부터 협박받을 게 사라졌으니 더 이상 거리낄 것도 없지.


“네. 동의합니다.”


[시작도 전에 과감하게 포기하시다니, 역시! 신의 권능을 누리실 자격을 얻으셨던 분이라 용기 있는 결단력 또한 남다르시군요.]


빈정거림 같은 칭찬을 이토록 상냥한 어조로 듣고 있자니 기분이 묘하게 언짢아지려했다.


[그럼, 남은 토큰을 1개만 제외하고 모두 수거해 가겠습니다. 또한 사용하신 토큰 87개의 무게에 상응한 페널티는 금일 중으로 받게 되십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젠장! 기억났다. 페널티!!

분명 사용된 토큰에 대한 무게만큼 페널티를 받게 된다고 했었지!


“···무, 무슨 페널티를 받게 됩니까?”


아무리 천만 원을 꽁으로 얻게 되었다지만 그래도 페널티가 무엇인지는 확인해야 했다.


[지금까지 사용된 토큰의 무게는 주세존님의 왼쪽 손끝에서부터 위로 29cm 지점까지, 해당 부위의 무게가 딱 일치합니다.]


부위?

처음에는 잘못들은 줄 알았다.

무슨 장기거래도 아니고.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설명 그대롭니다. 왼손 중지 끝에서 부터 시작해서 어깨 쪽으로 29cm에 해당하는 부위까지 금일 중으로 절단되실 예정입니다. 물론 절단된 것은 「갓-핑거」측에서 회수합니다.]


이, 미친!?

어느 누가 이런 조건을 듣고 납득할 것인가?! 고작 내 왼쪽 손이 천만 원의 가치라고? 말도 안 되지!


“···노, 농담이시죠?”


[농담이라니요. 저희는 플레이어와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게 왼쪽 팔뚝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주세존님의 용기 있는 결단력이 남다르시다고 말씀 겁니다.]


이 여자는 프로였다.

흥분해서 부들거리는 나와 달리, 남의 손을 절단하니 마니하며 잔인한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날리면서도 끝내 목소리에서의 상냥함을 잃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긴, 건물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단체에 있는 여잔데 내 손 따위 잘라가는 것은 우스운 일일 것이다.


[자, 그럼 페널티에 동의하십니까?]


동의할 리가 있냐!?


“결정은 지금 해야 합니까?”


시간을 벌어야 한다.


[저희 상담원은 플레이어와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참가를 원하신다면 오늘 저녁 11시 59분까지 전화를 부탁드립니다. 만일 그 이후까지 연락이 없으시다면 기권으로 간주하고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럼,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 * *



“그래서 저희보고 신변을 보호해 달란 말입니까?”


내 발로 직접 지구대를 찾아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경찰 아저씨. 믿기 어려우시겠지만요. 전부다 사실이에요.”


경찰은 손을 휘휘 저으며 울상이 된 나를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선생님, 말씀대로 뭐 직접 소매치기를 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신고건도 없었을 뿐더러 애초에 거긴 은행도··· 어! 때마침 들어왔네, 여~ 최순경! 잠시 여기 와봐.”


말을 하다 말고 순찰을 마치고 들어온 순경하나를 급히 불렀다.


“저기 사거리 거인빌딩 알지? 거기 옆에 건물 들어섰어?”


“거기 공터인거 아시잖아요. 거긴 건물 못 세워요. 땅주인 때매.”


“그럼 그 근처에 혹시 최근에 새로 들어온 은행 있어?”


“네에? 은행이요? 어제 저랑 같이 순찰 나가셨잖아요~ 하루 만에 어떻게 들어와요? 사거리엔 농협 말곤 없어요. 없어.”


저 순경 말이 맞다. 공터가 돼 버린 건 나도 직접 눈으로 봤으니까.


“소매치기 아저씨~ 들었죠? 저 친구가 이 동네 토박인데··· 뭐~ 들으셨으니 아실 테고. 이만 댁에 들어가서 쉬세요. 우리도 바빠요~”


경찰의 무심한 표정에서 어떠한 긴장감도 읽을 수 없었다. 딱 봐도 나를 반쯤 정신 나간 놈으로 생각하는 모양새다.


“···감사했습니다. 가볼게요···”


감사인사 말고는 더 이상 무슨 말도 할 수 없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경찰에 붙잡힐까봐 안절부절 못하던 내가 이제는 자수를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생각하니 지구대를 나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지어졌다.


“「갓-핑거」에 참가한 이상, 룰에서 벗어날 수 없어. 명심해.”


등골이 오싹해졌다. 분명 누군가가 인기척도 없이 등 뒤로 다가와 내 귀에 대고 속삭인 것이다.


“뭐, 뭐얏!?”


잽싸게 돌아서서 주변을 살폈다.


“누, 누구야!!??”


두리번거리는 내 눈에 저 멀리 스쳐 지나가는 검은 그림자 하나가 포착됐다.

지구대 건물과 바로 옆 건물 사이의 좁은 통로를 재빠르게 빠져나간 그림자는 틀림없이 경찰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오싹해졌다.

정체모를 누군가에게 감시받고 있다?

그래. 이제야 눈치 챈 것이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날 이상하게 바라보던 길 건너 상가 점원부터, 멀찍이 주차된 검은 차에 기대어 날 노려보고 서있는 저 덩치 큰 남자까지.

분명 저들 중 누군가는 좀 전의 경찰처럼 한패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지구대 경찰도 모두가 다 한패가 아닐까. 건물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단체지만 사람 기억마저 바꿔 놨을 리 없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왜 이걸 이제야 생각해 낸 건지 답답할 노릇이지만 1초라도 빨리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이곳에서부터 멀리 달아나야 했다.

난 이딴 게임에 참가할 생각도, 끔찍한 페널티를 받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으니 말이다.


* * *



밤 11시를 넘긴 야심한 시간.

희미한 무드 등이 점등되자 칠흑 같던 버스 안이 어스름하게 변해갔다.


“삼척에 도착했습니다. 승객여러분들은 자리에 놓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하세요.”


피곤이 묻어난 기사의 건조한 목소리가 승객이래 봤자 단 한 명뿐인 나를 향해 무심하게 날아든다.


-피슈욱

앞뒤로 짧게 기우뚱하며 묵직한 에어를 한차례 내뿜은 버스가 이내 출입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뻥 뚫린 고속도로를 쉼 없이 달려온 심야버스. 목적지가 어디든 상관없었다. 당장에 최대한 멀리 달아날 수 있는 버스에 올라탔을 뿐, 하필 그게 강원도 삼척행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생(生)과 사(死)의 경계에 걸친 아슬아슬한 위기감이 버스에서 내린 내 전신을 곧장 휘감았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이 느낌이 싫어서라도 난 또 다시 내달려야만 한다.


전력으로 달려 휑한 터미널을 빠져나오자마자 허름한 모텔 간판이 눈에 띄었다.


“허헉··· 수, 숙박요···”


“···”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창백해질 때로 창백해진 얼굴에 땀으로 칠갑을 한 내 몰골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모텔직원은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쳐다보다 가늘게 입을 열었다.


“805호로 가세요.”


모텔 직원의 의심스런 눈초리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 아니, 차라리 수상하다 여겨 경찰에 신고라도 해준다면 고마울지도. 물론, 출동한 그 경찰을 믿을 수야 없겠지만.


805호가 적힌 카드키를 받아들고 급히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좁은 공간에 가득 찬 내 숨소리가 귓속을 파고들며 연신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쿵!

-철컥!

문을 닫자마자 부들거리는 손으로 안전 고리부터 채웠다. 설마 하는 마음에 전등을 모두 끄고 침대 모서리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지독한 어둠이 깔린 모텔방.

이중창을 뚫고 낮게 들려오는 도로변의 잔잔한 소음이 그나마 나를 천천히 안정시켜나갔다.


그래.

이대로 버티기만 하면 되는 거다.


-지잉

바지 깊숙한 곳에서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정확히 11시 30분.

망할 놈의 ‘012108’ 이 문자를 보내왔다.


『금일 23시 59분 59초까지 다음 라운드 진출 여부를 결정해 주십시오. 시간이 경과되면 자동 기권처리 됩니다. 기권 시 페널티는 귀하가 사용한 토큰의 무게에 따라 달라집니다. 참가를 희망하시면 【통화】버튼을 눌러주세요.』


페널티 따위를 순순히 받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딴 말도 안 되는 게임에 참여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그러니 이 먼 곳까지 도망쳐온 것이다.


어둠속에서 오늘 하루를 곱씹으며 생각에 잠긴지 몇 분이나 흘렀을까.


-뚜걱. 뚜걱. 뚜걱.

복도 밖에서 묵직한 구둣발 소리가 연이어 들려오기 시작했다.


-쾅! 쾅!

곧장 쉴 새 없이 두들겨진 방문이 금방이라도 부셔질 것 같았다.


어떻게 찾아온 거지? 분명 터미널에 내려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도 없었는데!?


한 손에 쥐어진 핸드폰 액정을 밝혀 시간을 확인하니 마침 11시 58분에서 59분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쾅! 쾅!!!!

기권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59초.


-뿌드드듣!! 쾅!! 쾅!!! 터터텅!!

쇠지렛대까지 들고 온 모양이다. 문짝을 뜯어내는 소리가 났다.

굉음을 쫓는 내 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투투툭!! 투투투툭!!

힘없이 뜯겨져나가는 문틈 사이로 복도 밖의 불빛이 조금씩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틱! 틱!

다행히도 미리 채워 둔 안전 고리가 가까스로 버텨주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문이 열리는 건 시간문제다.


-드르르릉

굉음과 함께 눈앞이 핑 돌았다.

때마침 테이블위에 놓인 커피포트가 내 앞으로 데구루루 굴러왔다.

시야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있던 것이다.


시간이 촉박해오자 건물과 함께 나를 묻어버릴 생각인 것 같은데, 질 수 없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그렇게 난 이를 악물고 팔을 뻗어 침대를 붙잡았다.


-끼이익~ 끼이익~

진동이 더 심해졌다.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철제 샹들리에가 위태로운 소리를 내며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저 거대한 쇳덩어리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질건 불 보듯 뻔했다.


당장에 몸을 일으켜야 한다.


그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뭐! 뭐야?!”


도통 움직여지질 않았다.

침대를 부여잡은 양팔이 굳은 채 그대로 붙어버린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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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의 맛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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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012108 20.05.13 27 2 11쪽
3 2장 갓-핑거 20.05.12 35 3 12쪽
2 1장 축하합니다 20.05.11 47 5 12쪽
1 프롤로그 20.05.11 85 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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